사임당 빛의 일기 - 상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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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수재로 일컬어졌던 율곡 이이를 낳은 어머니이자 그 자신이 깊은 예술적인 능력을 지녔던 여인 사임당. 그녀는 그동안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알려져왔다. 현모양처라는것이 그 자체로는 나쁜것이 아니다. 자녀 교육 잘 시키고 집안 잘 건사하고 남편 뒷바라지 잘해주는건 뭐 오늘날에도 좋은 어머니상이긴하다. 그러나 그것이 여성의 전부는 아닐터. 그동안 가부장적인 분위기인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으로도 여성을 억압하는 하나의 기제로 현모양처를 강요해왔다.

 

그래서 신사임당은 후대로 올수록 이런저런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모범이라기보다는 그냥 순종하는 여인의 모습을 담았다고 해서 5만원권 발행의 모델로 선정되었을때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신사임당의 모습을 오늘날에 견주어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될것이다. 엄격한 유교사회에다가 남녀차별이 심한 시대에 사임당의 능력과 관계없이 그것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았을것이다. 그 주어진 공간에서 가만있었던 사람들이 많았지 사임당처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사람은 없었다는 점에서 사임당의 모습을 다시 볼수 있는것이다.

 

사실 사임당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그리 많이 알려진것이 없다. 여러 일화가 있긴 해도 그녀가 큰 벼슬을 하거나 어떤 업적을 남긴것이 아니기에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대에 나름의 능력으로 자신을 내보였다는것 자체가 어느정도의 능동적인 삶을 산 여성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번에 사임당에 관해서 나온 이 책이 좋다. 기존의 사임당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좀더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꺼 같아서다. 우선 책은 드라마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것이다. 사실 드라마는 배역이나 연출문제에 있어서 호불호가 있어서 그리 잘 안 봤는데 몇번 본것으로 본다면 드라마보다 책이 낫다. 책에서 더 흡입력있게 장면이 묘사가 되고 이야기가 전개가 되기 때문이다.

 

내용은 현대와 조선시대를 함께 보여준다. 사임당이 나오던 시대와 그 사임당과 연결되는 한 여인이 나오는 현대. 사임당의 이야기가 잘 전개가 되면서 동시에 현대에서 '금강산도'와 관련한 한 미술학자의 진실 밝히기가 이어진다. 그 금강산도는 사임당이 어렸을때 참 아름답게 봤던 그림인데 이것을 고리로 현대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에서는 사임당이 그냥 얌전히 현모양처로만 나오지 않는다. 물론 처음에는 현모양처로 나오지만 무능한 남편때문에 한양으로 와서는 그녀가 집안을 이끌게 된다. 역사상에서도 사임당의 남편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아내가 뛰어난 인물이라는것에 열등의식을 많이 느껴서 아내의 작품활동을 내켜하지 않았던것으로 알고 있다. 집안을 이끌기 위해서 여러 상업적인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 사임당의 모습을 볼수가 있다.

책에서는 그런 사임당에게 어렸을때 만났던 어쩌면 그녀를 더 빛내게 해줄수 있었던 한 정인을 등장시킨다. 바로 이겸. 그와 실제로 결혼을 했더라면 우리는 더 멋진 사임당을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

 

한편 선한 인물에게는 꼭 나쁜것들이 따라다니는 법. 휘음당은 낮은 신분에서 대갓집 주인마님이 된 인물인데 사임당을 미워하는 악역이 된다. 휘음당으로 인해서 사임당에게는 여러 고난이 시작되는데 그것과 대비해서 현대의 미술학자 지윤의 힘겨운 싸움도 지속되면서 서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현대와 조선이라는 두개의 시대를 동시에 이야기하면서 그속에서 빛나는 사임당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가 몰랐던 사임당의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볼수 있어서 좋았던거 같다. 드라마와 함께 봐도 좋지만 그냥 책으로 보는게 좀더 사임당에 대한 상상력을 크게 하고 집중있게 볼수 있을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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