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싸울 수 있는 거북선 - 디자이너 한호림의
한호림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상 가장 많은 추앙을 받는 인물중에 하나가 이순신 장군이다. 그야말로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을때 이순신 장군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아직 이렇게 있을수 있을까.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은 한반도에서 한민족이 끝장날 위기를 구해준 영웅중의 영웅이다. 그래서 장군에 관한 이야기나 자료는 수없이 많은데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이 있으니 바로 거북선이다.

 

사실 누구나 거북선에 대해서 매료되지 않을수 없고 특히 아이들에게 거북선은 전설적인 존재다. 그러나 이 거북선은 지금으로서는 말 그대로 전설속의 존재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말이다. 여러 자료를 통해서 실제로 있었긴 하지만 현물이 없는 상태. 몇년전에 남해 앞바다에 혹시 수장되어 있을수 있다고 대대적인 수색을 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그래도 많은 문헌을 통해서 그림이 남아 있어서 그것을 토대로 대략적인 거북선을 복원하긴 했는데 실체와는 동떨어진게 많았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의 모습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들간에 논쟁중이다. 이순신 장군이 자세한 설계도를 남긴 것이 아니고 건조에 관한 기록도 그리 많지 않아서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싸웠는지 자세히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에 복원이 되었다고 하는 거북선은 하나같이 그냥 물에 떠있는 모형에 불과할 뿐이고 실제로 움직여서 항해를 할 수 있는 배는 없다고 한다. 지금 전국 각지에 수척의 복원 거북선이 있는데 말 그대로 거북선이 대충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만들었을뿐 실제로 항해를 할 수 있게 만들진 않았다는 것이다. 전시 행정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진짜 움직이는 거북선을 만날 기회가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선박 전문가가 아니라 디자이너다. 하지만 배도 일종의 디자인이니 디자이너 입장에서 거북선을 연구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미 오랫동안 연구해왔기에 그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번에 나온 책은 실제로 움직일수 있는 거북선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당시 사람들을 토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내용이 설득력이 있다.

 

책은 실제로 배를 만든다는 가정하에 각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우선 배를 만들려면 어떤 곳에서 해야할까. 그것도 군선이라면? 지금도 잠수함이나 구축함 등의 군관련 배를 만드는 곳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아마 조선시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서는 그림을 통해서 군선을 만드는 장소와 지리적인 이점 그리고 여러 부속 건물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거북선 건조와 관련해서 그런건 생각못했는데 정말 그럴꺼 같은 느낌이 들게 잘 상상한거 같다.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배의 무게중심은 어떠하고 얼만큼 실어도 배가 가라앉지 않는가 등등에 대해서 초보자도 쉽게 이해하게 설명한다. 배가 떠서 운행하는 지식이 옛날이라고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보다 간략해도 기본적인 것은 같을 듯. 책은 그런 배의 기본 지식을 설명하는 바탕위에 거북선을 대입해간다.

 

거북선은 갑자기 생겨난것이 아니라 당시 있었던 판옥선이라는 군선을 모델로 생겨났다. 판옥선은 당시 우리 수군의 주력 함대였는데 크고 무겁긴 하지만 단단하고 운행하는데 제격인 말그대로 우리나라에 맞는 최고의 함선이었다. 그 판옥선의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거북선이 생겨난 것이다. 책에서는 궁륭이라고 해서 배의 위쪽을 완전히 덮은 부분을 이야기한다. 뾰족한 침이 박혀 있는 그 부분말이다. 원래 판옥선은 위쪽에 아무것도 없는 개방형 구조인데 거북선은 거기에 궁륭을 덮어서 외부의 침입을 차단한 것이었다.

 

지금 복원되어 있는 대부분의 복원 거북선은 이른바 함교가 없다. 바로 지휘하는 사람이 있는 부분을 말하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그런 함교가 없다면 어떻게 거북선을 운용했수가 있었을까. 앞뒤 좌우를 볼수가 없는데 말이다. 지은이는 여러 자료를 통해서 당시 거북선에 함교가 있었음을 이야기 한다. 말하자면 판옥선에 궁륭을 덮을때 함교 부분을 남겨놓고 지휘를 할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측 그림 자료에서도 명백히 보이고 있는 부분이고 국내의 여러 그림에서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함교가 없는 거북선만 봐았는데 상당히 설득력있는 이야기였다.

 

책은 현실적인 부분도 잘 설명하고 있다. 볼일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인거 같다. 서양의 배들과도 비교하면서 거북선에 뒷간이 어떻게 어디에 존재했었을까에 대해서도 잘 이야기하고 있어서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그리고 밥은 어떻게 먹었고 잠은 어디서 어떻게 잤는지 등 소소한 이야기로 흥미를 돋구고 있다.

 

옛날에 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거북선이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거북선에 철판을 부분적으로 덧대긴 했어도 철갑선이라는 이름을 붙일만큼 붙여진건 아니다. 당시 조선의 경제력으로는 실제 철갑선을 만들 기술이 있었어도 철갑이 부족해서 만들수 없었다. 책은 그런 철갑선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게 되었고 퍼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면서 이 역시 구조와 관련된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책은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하게 그림과 여러 자료를 잘 혼합해서 흥미로우면서도 설득력있게 잘 전개를 키시고 있다. 아이는 물론 어른이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당대 거북선을 복원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운행이 가능한 배를 만든다는 가정에 충실하게 잘 따르고 있어서 거북선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느낌이다.

 

실질적인 조선 최후의 왕이라고 할 고종때도 수척의 거북선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런것이 수년만에 없어져서 조선이 망하고 나서는 흔적도 없어졌다. 그것이 불과 100여년밖에 안된다. 1592년 임진왜란과 함께 나타나서 그후로도 현역으로 활동을 했고 수백년간 우리 바다를 지켰던 거북선이 이렇게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조선말의 거북선이 한 척이라고 남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다.

 

아직도 거북선의 실체에 대해서는 이론도 많고 논쟁꺼리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논의에 큰 자극이 될 내용이다. 실제로 움직이는 실제로 운행되는 거북선을 만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론적으로 문헌적으로가 아닌 실제 거북선에 가깝게 다가가게 되는 기회가 되는 내용이라서 가치가 있다. 이런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계속 연구한다면 진짜 거북선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거북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