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카이 마코토는 세밀하면서도 서정적인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기로 소문한 감독이다. 그의 작품은 일단 그림이 참 좋다. 실제로 있는 장소를 소재로 해서 배경을 만드는데 정말 아름답게 그려서 기본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내용은 담담하면서도 열린 결말을 내는 편인데 최근의 장편 영화에서는 좀더 재미있고 설레는 내용으로 눈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보통은 애니메이션이 나오면서 만화책과 일반 소설책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그의 초기작으 한 단편을 소설화해서 나왔다.

 

내용은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키우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사람의 시점과 고양이의 시점을 교차하면서 각각 그들의 입장에서 보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과 반려동물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독립된 이야기면서도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는 형식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활동에서 사실상 데뷔작에 해당한다는 작품인데 사실 애니메이션을 보지는 못했지만 구성이나 전개 방식이 딱 이 감독 스타일이라서 책 내용도 흥미롭게 읽혔다.

 

미요는 연애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초비라는 고양이가 다가오고 그로 인해 삶에 조금씩 활기를 띄게 된다. 레이나는 재능은 있지만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이 없는데 미미라는 작은 고양이가 힘을 준다. 아오이는 슬픔으로 세상밖에 나오지 않으려하지만 쿠키때문에 밖에 나오게 된다. 시노는 삶의 후반부를 아무런 동력도 없이 혼자 살아가고 있는데 존이라는 개와 함께 구로때문에 삶에 의지가 생긴다.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 요즘에는 집사라고 불리는데 아무튼 이들간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단단한 애정을 책에서는 그리고 있다. 전쟁같은 삶을 살면서 편하게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양이는 편견없는 위로가 된다.

 

한편 초비는 겉모습이 고급스러운 고양이인데 주인인 미요에게 절대충성한다. 고양이면서 주인을 애인으로 여기는 특이한 고양이다. 미미는 작은 고양이지만 초비를 쫓아다니며 사귀자고 한다. 그렇지만 아기는 다른 길고양이와의 사이에서 낳아서 그중의 하나인 쿠키가 이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끈이 된다. 구로는 집고양이가 되기 싫고 영원한 들고양이가 되고 싶어했지만 집에 한발을 들여놓은 순간 순한 집고양이가 되고 만다.

 

총 4개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각 주인과 고양이의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주고 있는데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다른 에피소드에 잠깐씩 등장하면서 모두가 하나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전개가 좋다. 영상으로 봐도 좋았을꺼지만 소설로 보니 더 많이 상상하게 되어서 더 좋은면도 있는거 같다.

 

도도한 고양이에 비해서 애교가 있는 개를 더 좋아하긴 하는데 사실 키우기는 고양이가 더 편하다.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행동하고 또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가 키우고 싶어졌다. 막 뛰어와서 안기는 개도 좋지만 기분이 안 좋을때 은근히 다가와서 옆에 있는 고양이가 참 위로가 될듯하다. 책에서 나오는 이런 고양이라면 누가 이뻐하지 않을까. 요즘에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고 여건이 되면 입양해서 집사의 길을 걷기도 하는데 그만큼 고양이가 주는 정이 이뻐보여서 그런게 아닐까.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과 고양이와의 만남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포근했다. 빛의 마술사라는 호칭에 가려져있어서 그렇지 원작자의 이야기 능력도 나쁘지 않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기도 해서 앞으로 그의 작품을 이렇게 소설로도 읽어보면 더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