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회화 - 오늘 만나는 우리 옛 그림
윤철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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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처음에는 그 자체로 탄생했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 시대를 대변하게 된다. 그 시대의 상황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그것은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당대의 어떤 흐름을 잘 반영해서 작품이 완성된다. 그래서 단순히 그림만 보고 잘 그렸다 할것이 아니라 그 시대는 어떠했고 어떤 일들이 있어서 그런 작품이 나왔는가를 알게 된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선 시대의 유명한 그림들을 중심으로 각 시대상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명작들이 탄생하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림으로 보는 역사 이야기라고 할수 있다.

 

우선 조선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기준이 몇가지 있는데 그것을 알고 시작해야할꺼 같다. 바로 유교와 중국의 영향이다. 알다시키 조선은 유교를 국시로 세워진 국가고 권력층은 유교적 소양을 가진 양반 사대부 선비층이다. 유교의 정체성에 맞는 그림들이 조선 내내 그려지고 또 감상되어졌다.

그리고 중국. 사실 중국 문화의 영향력이라는 것은 모든 분야에 걸쳐 있지만 특히 회화 그림 부분은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한때는 우리의 산하를 그린 것이 아니라 중국의 특정 지방을 그렸던 시대도 있다. 아니 상상화도 아니고 우리의 자연을 그리지 않고 중국의 자연을 그렸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그때는 그렇게 중국을 생각하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자 이상향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기준하에 각 시대별로 특징적인 요소들을 대표작들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우선 조선 전기의 소상팔경도를 소개하고 있다. 이 그림은 여러 작가들에 의해서 여러 시대에 그려졌는데 그 기원이 고려에서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이야기한다. 분명 고려시대에도 회화가 있었을 것인데 많은 전란으로 그 실물이 거의 없다. 대신 그 고려의 유산으로 산수화나 묵죽도, 화조도, 소상팔경도 등이 이어져서 조선 전기 최고의 화가라고 할 안견에 의해 이어졌고 그 이후에 이상좌와 이정에 이르게 됨을 여러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변이 있었기에 그 많은 명화들이 사라졌는것이 참 아깝다. 그 유명한 안견의 '몽유도원도' 도 임진왜란때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연구도 있으니 그런 사건들 틈속에서 우리의 유산이 사라졌는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실물이 많이 남아있었다면 우리 회화의 흐름이 어떠했는가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지 않겠는가.

 

조선 중기때는 새로운 조류의 영향으로 색다른 그림들이 생산되기 시작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황폐화되었던 예술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전쟁의 전후 시기에 처리 과정에서 중국 사신들의 교류속에 여러가지 선진 회화 기법이 알려지면서 그림들도 발전해가기 시작했다.

 

전쟁후 대동법이 시행은 공인이라는 중인을 탄생시켰고 전체적으로 화폐경제의 싹이 커지고 있었다. 쌀과 은을 매개로 한 상품유통경제의 발전은 이른바 '가진 자'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들은 필연적으로 문화적인 욕구를 가질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충족하기 위한 그림 수요가 생겨나게 되고 화가들도 증가한다. 마침 조선 전기에 비해서 종이값도 싸져서 관련된 출판업도 발전하고 그림을 생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청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중국 문화를 더 많이 수용하고 그 속에서 그림에도 새로운 경향이 전해졌던 것이다.

 

조선 중후기에는 청의 등장이후 조선을 소중화로 여기면서 조선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그림으로 연결되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진경산수다. 그리고 양반만이 아니라 중인과 평민들까지 그림 감상의 수요층이 됨으로써 그들에게 맞는 여러 그림들도 나타났으니 그것이 풍속화나 민화다. 우리가 잘 아는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가 풍속화만 그린 것이 아니라 인물도나 산수화도 잘 그렸다는 것이 흥미롭다. 하긴 당대 최고의 화가가 풍속화만 그렸을까. 오히려 그의 전체 능력중에서 풍속화쪽은 일부라고 한다. 훨씬 다양한 장르와 더 큰 영역에서 많은 활동을 했기에 18세기 최고의 화가라고 불리울수 있는 것이다.

 

추사는 19세기 최대의 화가다. 추사 김정희는 그 자신이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지기도 했지만 평론가로서도 능력을 발휘했고 그림과 글씨 모두 잘 쓴 천재였다. 그는 수많은 명화를 수집했는데 그것을 통해서 그림을 보는 안목을 키웠고 그 속에서 새로운 화풍을 연구하기도 했다. 청나라에 사신으로 따라가서 보고 느낀 것을 자신의 그림 세계를 확립해가면서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쉬운것은 그에게 배운 많은 제자들중에 이름을 날린 몇몇이 있지만 스승인 추사에 버금갈만한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대와 그림을 보는 눈을 가지지 못했기에 그만큼의 깊이를 담아낼수 없었던거 같다.

 

조선의 역사가 500년인데 한 권의 책으로 전체를 알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라도 알면 조선의 회화에 대해서 전체적인 감을 잡을 수 있을꺼 같다.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주자학적인 사고 방식과 생활 태도로 다양성면에서 더딘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중국이나 일본과 구별되는 조선 그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특징을 확립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움을 존중하고 때에 따라서 융통성있게 표현 하는 등의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것이 오늘날에도 계승되고 있다.

 

책은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당대 유명한 화가나 작가들을 그들의 대표작과 잘 설명하고 있고 안견, 정선, 강세황, 김홍도, 김정희 등 최고의 화가들은 따로 독립된 장을 통해서 어떻게 그려지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잘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으로 전체적인 조선 회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세세하게 들어간다면 조선의 그림들이 좀 더 눈에 확 들어올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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