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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따뷔랭 - 작은책
장자끄 상뻬 지음,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장 자끄 상뻬의 책을 읽었다. 하지만 상뻬의 매력은 이미 여러번 읽은 책이라도 서점에 가면 다시한번 집어들게 만든다. 지금까지 상뻬의 책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 어설픈 경쟁, 속깊은 이성친구, 뉴욕스케치, 사치와 평온과 쾌락을 읽었는데 이 라울 따뷔랭은 뉴욕스케치, 얼굴빨개지는 아이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상뻬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는 항상 눈을 지그시 뜨고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가 있어 좋다. 그의 그림 또한 그런 식이다. 절대로 강렬한 색을 쓰는 법이 없으며 그림의 선 또한 직선이 없고 튀지 않는다. 화면을 빽빽이 채우는 클로즈업 없이 늘상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는 전체화면이 그러하며 그림의 사방 역시 경계선없이 트여있어 여유롭다. 상뻬의 책을 읽을 때 차 한잔과 실내악의 아다지오 악장이 어울리는 이유이다.
그의 글은 오래된 고전의 향기만큼이나 독자를 끌어당긴다. 사랑, 고독, 명예, 우정 등 그의 작품의 소재와 주제는 결코 화려하고 강렬하게 치장되지 않으며 그 감상과 해석의 여지를 언제나 독자에게 맡겨놓는다. 상뻬의 작품은 오만하지 않다.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