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내것 만들기!
스틸턴 잘스버그 지음, 신현철 옮김 / 북앳북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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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이 책의 원제인 'Who cut the cheese?'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또다른 패러디인 '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이 책이 먼저 출판되었다)의 원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글쓰기 형식과 구성을 빌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반면, 이 책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대한 철저한 패러디에 충실하고 있다. 책의 서문까지도 패러디할 정도니.

심지어 이 책의 미국판 표지는 'A Jewel - Small and Overpriced'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원작 표지의 'A Gem - Small and Valuable'이라는 문구를 패러디한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어판에는 표지까지는 패러디되지 못했다(원작의 한국어판 표지가 미국판과 다르므로).

추천의 글에도 나와있지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는 변화에 대한 강자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가 글 속에 교묘하게 숨겨져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숨겨진 메시지를 파헤쳐 철저히, 맘껏 조롱하고 있다. 책 자체가 가진 상업성조차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패러디의 본질에 진정으로 충실하다.

책 자체도 정말 재미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냉소적이지만 뛰어난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다. 만약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은 독자라면 이 책도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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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인디언의 땅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73
필리프 자캥 지음 / 시공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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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터라 서부영화도 많이 봐왔고 서부영화에서 인디언은 '당연하게도' 항상 악역이어서 나도 무의식중에 헐리우드의 칼같은 이분법에 따라 인디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는 표현이 올바르리라(어렸을 때에는 진짜 영화를 골라봐야 한다. 영화만큼 세뇌에 좋은 미디어는 없다.).

초등학교 때 읽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제7기병대라는 소설에서도 수우족에 포위당해 장렬히 전사해가는 카스트장군을 비롯한 제7기병대원들에 안타까워했고 '잔인하고 미개하고 무자비한' 크레이지 호스가 이끄는 인디언에 대해서는 미워하는 감정만 잔뜩 생겼으니...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자. WASP의 시각에서 벗어나 인식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인디언만큼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갔던 종족도 없다. 누구의 땅도 아니었던 자연 그 자체였던 땅이 어느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채 남의 땅이 되어 생활터전을 빼앗기고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강제이주를 해야했다. 백인 이민족들이 옮겨온 병균에 수많은 부족이 멸족했고 그들의 총칼에 부녀자와 아이들을 잃었으며 그들이 뿌린 돈에 타락해갔으나 오히려 잔인하고 무식한 머리껍질 벗기는 짐승들이라는 누명만 쓰고 말았다.

비극적인 인종청소였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국가라는 나라에서, 평등과 법에 의한 통치를 한다는 나라에서, 20세기 최강국에서, 다른 나라의 인권을 거리낌없이 논하는 인권국가에서 인디언들은 어떻게 대접을 받는가?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지만 인디언 중에 마이클 조던이나 콜린 파웰, 덴젤 워싱턴 같이 성공한 케이스가 있는가? 인디언보호구역은 또하나의 인디언말살정책이다. 인디언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땅은 못돌려줄지언정 자연과 그 지혜 자체였던 인디언의 정신은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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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지혜로운 CEO 1
페트릭 렌시오니 지음, 송경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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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편소설이나 단편영화같이 책의 앞부분을 구성한 것은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시도였다. 책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우화'로 부르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알라딘의 Editor's Choice라는 훈장에 삼성전자 부회장의 추천사에 혼다, Bain & Company와 같은 유수의 기업의 CEO나 핵심간부들의 찬사가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되는 5가지 유혹이 그리 와닿지 않는건 내가 CEO나 그 비슷한 위치에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왠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의혹이 있다.

첫째, 이 책의 5가지 유혹이 CEO나 조직에 그토록 위험한 유혹일까 하는 것, 둘째, 기본자질도 안되는 CEO에게도 이러한 것들이 핵심적인 문제일까 하는 것, 셋째, 지극히 미국적인 현실과 사고방식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 내용 자체는 기업이나 조직에 몸담고 있고 언젠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어쨌건 정말로 이런 유혹에 빠져있는 리더들은 많으니까 말이다. 바로 내 주위에도 있다. 그리고 나도 이런 유혹에 빠지지 말란 법도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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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
웬디 베케트 지음, 김현우 옮김 / 예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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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들은 흔히 보던 그림들이 아니다. 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들도 루브르나 우피치같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미술관도 아니다. 작가들 또한 물론 세잔이나 루벤스같이 유명한 작가의 그림들도 있지만 이름도 한번 못들어봤던 작가들의 작품이 상당수다. 그러나 그래서, 흔히들 얘기하는 소위 '명화'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평이 아니라 그림과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림에 외재하는 지식이 아니라 그림에 내재하는 예술과 삶의 이야기를 술술 친근하게 또 쉽게 풀어낸다. 그 의미가 명확치 않은 그림은 잘 모르겠다고 그냥 솔직히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가가 수녀라 혹시라도 종교적인 요소가 강한 그림이야기가 아닐까했던 잠깐의 의구심은 금방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나의 내공이 부족해서이겠지만, 나는 소개된 그림들에 그다지 '사로잡히지' 못했다. 호크니나 로랭이나 리벤스의 작품같이 인상깊은 그림들도 많았지만 반수 이상은 나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고 그림에 대한 저자의 해석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예술감상이란 감상자의 주관이 강한 분야이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그래서 이런 미술이야기같은 책은 글에 앞서 먼저 그림을 넣어야한다. 본래의 크기가 아닌, 책에 맞춰 축소된 그림을 봐야되는 독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먼저 독자가 그림을 직접 충분히 감상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봐야하는데, 페이지를 읽어나가면 일단 글이 먼저 읽히게 되어있다. 그러면 독자가 읽을 때 그렇게 그림을 먼저 보면 되지않냐고 반문하면 할 말은 없지만...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본문에 두어군데 정도 작품의 연도가 틀린 부분이 눈에 띈다. 개정판이 나올때 고쳐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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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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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누군지 몰랐다. 무슨 내용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긴 했지만 그냥 제목이 맘에 들어 읽기 시작했다. 읽고나면 남는게없는 변화와 처세에 관한 책이 난무하는 중에 알찬 책 한 권 건졌다. 자기계발이나 경영서로 분류가 되겠지만 직장인뿐 아니라 누구나 읽어도 좋을 에세이에 보다 가깝다.

글을 참 명쾌하고 깔끔하게 썼다는 느낌이다. 날카로운 혜안으로 현실을 보고 그 본질을 논하고 그 변화의 방향과 삶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우리 세상에서 한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여유가 있다. 뜬구름잡는 식의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놨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천하고 추구하라고 있는게 이상이다. 현실에서 안간힘을 다해 발디딤해 잡으려고 하는 것이 이상인 것이다.

흔히들 얘기하기를 이런 책은 읽고나서 몇시간만에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별 내용이 없는 책인 경우야 그래도 상관없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맘에 와닿는 책인 경우에도 그럴까.

스스로 그렇다고 믿음으로써 자기자신을 회피하는 패배주의적 자기최면이 아닐까. 1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같은 내용없고 허탈한 국정교과서보다는 이 책을 읽는게 몇 배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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