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락현(Gazzet) - 97.5.14. ( 출처: Hitel "은철999소모임" - SG855 )

지금부터 음미해 보실.. 999 - 명 세리프 모음집은, 여러분들께서 모두 잘 알고 계시는 999의 매회 에피소드가 마감될 때마다 성우 김용식씨께서 읊으셨던 999의 엔딩 나레이션들 중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명 나레이션들을 모은 것입니다.

여건 상 TV판 113회분을 전부 수록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999의 나레이션은 거의 다 집산을 해 보았으니.. 한번 읽어 보시면서 999의 여운을 다시 회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 제가 일어 실력이 모자란 까닭에.. 이 대사들은 원판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지난 1985년에 발행된 능력 개발 미니 컬러 대백과 '은하철도 999 - 上,下'를 주축으로 옮겼으며.. 여기에 일부는 지난 1982년 MBC 방영판(번역이 정말 뛰어 났음) 녹화 테입을 보며 일일이 베껴 적어 옮긴 것도 있고..

마지막으로 999의 미스테리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답이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따돌림(?) 당하고 있는 극장판 '사요나라~ 은하철도999'의 마지막 부분의 감동도 옮겨다 놓았습니다.

그럼.. 지구에서 헤비멜다를 경유해 안드로메다 까지의 대 여정을 다시 한번 떠나 볼까요...

The Galaxy Express 999 - Will take you on a Journey. A never ending journey
◐⊙ A journey to the stars... ... ...

철이를 태운 은하 특급 999호는 그 무한 궤도에 올라 달리기 시작 했다. 어떤 별, 어느 곳에 갔다가 어떤 모습이 되어 여기에 돌아올지 철이는 알지 못한다.
은하 철도가 뻗어 있는 저쪽에는 영원히 반짝이는 별의 바다가 펼쳐져 있을 뿐.... [영원한 생명을 찾아 우주로...]

화성에 부는 모래 바람 소리는 그 붉은 모래 밑에서 잠자는 사람들이 흐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화성의 모래 바람은 오늘도 내일도 꿈을 이루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그 넋을 달래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화성의 모래 바람]

그로부터 15일 후에 999호는 타이탄을 떠났다. 그 옛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개척한 타이탄. 그러나 지금 여기에는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이 너무 많다. 인심이 너무 메마른 죽어가는 별이 되고 말았다. [타이탄에 잠든 투사]

홀로 우주를 방황하는 것은 죽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이 무한히 넓은 우주에 반짝이고 있는 저 별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언덕에 넘어진 고독한 용사들 의 눈물이 얼어 붙은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정말이라면....... 눈물은 정말 많기도 해. [대도적 안타레스]

혜성의 집인 혜성역 까지의 길은 같은 태양계의 뜰안과 같다. 이제 그 밖으로 나간 999호의 궤도 주위에 펼쳐지는 우주는 무법 천지의 황야. 기계의 몸을 구하려고 고향인 태양계를 떠나는 철이 앞에 또 언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것은 철이도 모른다. [혜성 도서관]

블랙홀 이라고 부르는 암흑의 점 속에는 때때로 외로운 사람이 사는 별도 있다고 한다. 추억과 슬픔이 후회와 함께 조그만 덩어리가 되어 죽은 듯이 암흑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그런 별이라고 한다. [중력 밑의 무덤]

원래 이 우주에는 물체에 모양이 없는 것이 옳은지도 모른다. 사람이든 별이든 모양 그 자체는 모두 덧없는 것이다. 잠시 동안 가짜 탈을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거울을 보고 탄식할 필요가 전혀 없지 않은가! 우주의 진리는 그래야만 된다고 누르바의 유명한 우주 철학자 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모양이 없는 혹성 누르바]

넓은 우주에는 빛이 우리의 눈에 보일 즈음에는 이미 멸망해서 없어지는 별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 허무함을 아는 것은 은하철도로 여행하는 사람들 뿐인지도 모른다. 여행으로 살고 여행으로 죽은 유명한 방랑의 여행 작가 바톨라 바초는 일기에 그렇게 적어 두었다. [2중 혹성의 라라]

희망이란 사람의 마음에서 뻗쳐 오르는 가장 아름다운 빛이다. 설령 그것이 옳지 않은 것을 바라는 빛일 지라도 그 빛은 아주 아름다운 것이다. [물방울 별의 베토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우주의 여러 혹성에는 플라이야의 만화영화가 상영되었다. 그 제목 앞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플라이야와 그의 고양이의 이름으로 위대한 나의 친구 철이씨에게 이 한편의 영화를 바칩니다. 당신의 우정과 용기를 나는 평생 잊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철이가 알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딧불의 별]

약육강식. 약한자의 피를 빨아 강한자가 번영하는 것이 이 우주의 본래 모습이라 생각하니 철이는 슬퍼졌다. 먹이를 바라지는 않으나 먹이가 되는 것은 더욱 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갑 혹성]

나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자신마저도... 그러나 운명을 거슬러 살아가려는 것이 인간이다. 철이도 그 예외는 아니다. 철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삶일지 멸망일지 아무도 모른다. [비의 도시]

만약 성인들만의 세계가 있다면 그것은 지옥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이라고 80년을 좌선을 하다가 결국 성인이 되기를 포기한 프로테우스의 수도승의 일기에 적혀있다 [참회의 나라]

프로의 혼이 영원히 방황하고 있는 별. 사람들은 그 별을 추억의 별이라고 부른다. 그 별은 멀리서도 보이며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다. [프로의 혼]

우주가 늙어 생명을 잃게 되는 날! 그날이 오면 모든 것이 멸망한다. 기계 몸을 한 인간도 멸망될 것인가? 나무로 만든 기계 인간 풍이는 벌써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우주에는 이런 일들을 모르는 채 그날 그날을 즐겁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낙엽의 무덤]

아름다운 것이나 재능이 뛰어난 것도 언젠가는 늙어서 시들고 없어지는 것. 이것은 우주에 태어난 생물의 운명. 해적 에메랄더스는 지금 쯤 어디를 여행하고 있을지... 메텔은 남은 운명과 싸우고 있을 에메랄더스를 생각하고 있다. [해적선 퀸 에메랄더스]

별이 하나 사라졌다. 우주를 지배하는 힘의 균형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힘에 의한 것인지...... 그 답을 얻기라도 하려는 듯이 999호는 철이를 싣고 날아간다. [원시 혹성의 여왕]

인간이 만든 물건은 끝없이 우주로 뻗어나간다. 반짝이는 별빛속에서 우주를 격려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다가 부서져 사라진다. 철이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땀흘리며 일하는 사람이 좋았다. [강철천사]

어디를 여행하고 있어도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멀리서 별이 우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그것은 앙상하게 뼈만 남은 호로호로의 분노의 소리라고 하는데 사나이에게만 들리는 바람구멍의 노래라고도 한다. [백골의 노래]

사람들은 낳아서 자란 곳을 그들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쓰라리고 슬픈 추억뿐인 곳일지라도 그곳을 고향이라 부른다. 철이는 춥고 눈이 쏟아져 내리는 곳에 가면 그 고향을 회상 한다. [새하얀 눈의 도시]

사람의 마음 속은 이 우주보다 넓어서 다른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철이는 메텔을 믿고 여행한다. 이 은하 초특급 999호가 최후에는 어디에 도착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희망을 안고 달리고 있을 뿐이다. [아지랭이 별의 문호]

행복한 사나이란 어떤 사나이일까? 로진잔일까? 아니야, 그는 아닐거야. 우주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철이는 생각에 잠긴다. [로진잔 대륙]

고대의 어느 우주 여행자가 "희미하게 빛나는 별 속에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모여서 빛을 내고 있다"고 하면서, 그 빛의 슬픔에 대해서 쓴 글이 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별들을 둘러보니 슬픈 빛의 별이 더 많아 보인다. [유령 세계의 필라멘트]

화가 날 때에 화를 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탕가니카호 기슭에서 리빙스턴은 일기에 적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자유롭게 동물들이 뛰놀던 오랜 옛날의 일이다. '화내는 별'은 어쩐지 그 먼 옛날의 아프리카라고 철이에게는 느껴졌다. [화내는 별]

갉아 먹히는 별은 얼마후에 송두리째 없어졌다. 그 후 에드몬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철이도 알지 못한다. [갉아 먹히는 별]

이 세상에는 누군가가 만든 한 개의 조그만 나사가 없으면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별과 별은 그러한 사람들이 흘린 땀의 결정으로 서로 모르는 사이에 결합되어 있는 것이라고 철이는 생각했다. [우라트레스의 나사 비]

우주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법칙이 하나 있다. '너무 반짝이는 별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 말은 사람들에게 배신 당하여 고독한 여행을 하다 쓰러진 방랑의 공간에서 어느 화가가 마지막으로 스케치북에 남긴 이야기다. [금빛의 도시]

'죽은 자의 별'은 우주에서 가장 슬픈 곳.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다 몸을 두고 멀리 떠나간 슬픈 별... 언젠가는 자신의 몸이 그리워 사람들이 돌아온다는 별이니... [죽은 자의 별의 섀도우]

사이크롭스 박사는 죽었다. 그리고, 식민 혹성도 사라졌다. 그러나 그가 적었던 일기장 만은 우주를 여행하는 한 소년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위대한 사이크롭스]

개와 고양이와 죽어서 헤어진 적이 있는 나그네는 때때로 '미야의 생명의 집'에 우연히 다다르게 된다. 그러나 그 별이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별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미야의 생명의 집]

비겁한 자들도 양심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나오네지네 대통령은 비겁한자 중에도 진짜 비겁한 자라고 우주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비겁한 자의 별]

우주에 사는 모든 인류에게 들어맞는 규칙이라도 전혀 들어맞지 않는 별이 간혹 있는 것이 있다. '안개의 도시'도 그중의 하나이다. 거기서 태어난 인간은 평생 다른 별로 갈 수 없다. 여행자는 그곳을 '아지랭이의 감옥'이라 부른다. [안개의 도시]

추억은 마음 속에 있는 또 하나의 우주라고 카스바의 늙은 화가가 말했다 그 우주는 사람이 죽을 때 그 사람과 함께 어디론가 가버린다. 아무도 손댈 수 없고 또 볼 수도 없는 그 사람의 고향으로...... [피메일의 추억]

우주에는 지난 해도 올해도 없다. 있는 것은 오직 쉴 새 없는 시간의 흐름뿐. 혹성 '폭풍의 언덕'에서 자란 사람은 이 우주의 바다를 여행하는 것이 그다지 괴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철이가 살던 지구의 한 모퉁이 쓸쓸하고 황량한 사막일지라도 이 '폭풍의 언덕'에 비하면 온실같은 느낌이 든다. [폭풍의 언덕]

가까이 가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별의 바다에는 한없이 많은 백골들이 미처 다 부르지 못한 그들의 노래를 부르면서 이리저리 떠다닌다고 한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것이다. [마녀 바르큐레]

엘아라메인에 바람이 분다. 살아있는 전쟁 괴물 사이를 스쳐 가는 바람소리는 여기서 멸망한 생물들이 과거를 뉘우치는 슬픈 노래처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평화의 별을 찾아왔던 사람마저도 거부한 엘아라메인! 거기에는 어리석은 생물들이 남긴 유물이 슬픈 노래는 부르고 있을 뿐이다. [엘아라메인의 노래소리]

우주를 여행하다가 보면 '지금부터의 별'과 같이 새로 건설하는 별이 많다. 우주에는 '지금부터다'라고 미래를 믿는 젊은이가 많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철이의 가슴에 피가 끓었다. 개척의 불을 붙인 별들은 유난히 눈부신 빛을 발한다. [지금부터의 별]

역사가 시작 되면서 부터 인간은 싸움을 시작했다. 이야기로 듣는 싸움은 피가 끓고 살이 뛰는 재미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영화나 책을 통해 전쟁을 보고 즐긴다. 그러나 진짜 전쟁은 피와 눈물이 흐르고 허무한 무덤만이 늘어갈 뿐이다. [영원한 전투 실험장]

사람에 따라 자신이 사라진 뒤에 '마음'을 남기고 가는 일이 있다. 아주 착한 '마음'도 있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나쁜 '마음'도 있다. 우주 공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마음'들이 한없이 많이 남아 있다. [망령의 터널]

철이는 사람이 죽음으로써 헤어지는 슬픔을 잘 알고 있다. 기계 인간의 영원한 생명 만이 인간을 죽음의 슬픔에서 구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메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착한 마음은 살아 있는 몸속에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는 철이였다. 그리고 어쩌면 메텔도 그러한 것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투명한 바다의 아르테미스]

똑같이 태어나 똑같이 살 수도 있다. 똑같이 죽을 수도 있다. 시간이 조금 빗나갔을 뿐이다. 사람은 그 마음 속에 자기와 똑같은 사람을 보고 마음의 격려를 받는다고 한다. [거울의 별]

우주에서 가장 정밀한 몸체를 가진 인섹터들이 잠시동안 여름의 노래를 부르면서 짧은 생애를 끝마친다. 하지만 그의 일생은 영원 불멸하는 근사한 드라마이다. [끝없는 여름의 별]

인간이라 불리우는 두 발로 서는 동물만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다. 모습이나 용모는 모르지만 다른 생명체가 우주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열차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철이의 마음속에 뭉클 거린다. 그래서 보기도 싫은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메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냉혈 제국]

인간이 살았던 세계를 떠나도 발소리만은 영원히 남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모두 쓸쓸한 발소리라고 한다. 귀를 기울이면 이러한 발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우주에는 여기저기에 있다. 이 세계가 시작할 때부터 계속 헤메는 발소리도 있다고 메텔은 이야기해 준다. [유령 마을의 발소리]

내일의 별에는 내일의 사람이 산다고 사람들을 말한다. 항상 어두운 밤에는 내일을 믿는 내일의 별이 수없이 빛나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내일의 별의 환상]

우주에는 착한 생물이 많이 있다. 헤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착한 생물이라고 전해 진다. 만약 인간이 헤론과 같은 착한 마음을 가진다면, 추악한 싸움이나 비참한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철이는 생각했다. [밤이 없는 거리]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옳다고 주장하고,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아름답다고 믿던 레란을 생각하면서 철이의 마음을 어지러웠다. 도대체 기계 문명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철이는 한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눈 앞에 메텔의 아름다움만은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영원하리라고 생각한다. [어두운 별의 자매]

그러나 거기에 신경쓰지 않으리라고 철이는 생각했다. 이 은하 여행이 언제까지 계속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메텔과 함께라면 어떠한 괴로움도 참을 수 있다. 그동안에 틀림없이 기계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철이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믿었다. [침묵의 성지]

떠난 뒤에도 마음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이 영원히 사는 것이 불가능한, 살아 있는 몸을 가진 인간의 유일한 바램일까? 그러나 철이는, "어리석은 마음"만은 버리고 떠나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향시를 노래하는 마녀의 하아프]

메텔은 굉장히 슬픈 것 같았다. 메텔은 생기가 없다. 그 별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철이는 생각했다. 그리고 철이는 땅 속에서 자기를 구해준 마틸이 '무슨 말인가 하려다 다하지 못하고 죽어간 것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안개 낀 장례 혹성]

우주의 중 다이루우즈가 언제까지 그 혹성의 바위 위에 앉아 있었는지 기록에는 없다. 진리를 깨달았는지도 아는 사람은 없다. 999호는 두 번 다시 이곳에 정차 하지 않았다. [기계로 된 다이루우즈 스님]

점점 멀어져 가는 999호. 시작인지 끝인지도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르는 장소가 이 대우주이다. 거기서 자기의 신념을 관철시킬 수 있는 사람은 시간을 견디어 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메텔은 도대체 철이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C62의 반란]

"자기 몸을 꼬집어야 남의 아픔을 알 수 있다." 옛날부터 전해 오는 격언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실이다. '호기심의 별'은 자기 몸을 꼬집어 자연의 별로 돌아갔다.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잘된 것인지 철이도 그 누구도 모른다. 그것은 추억 속에 서만 모습을 남기고 은하 철도의 차창에서 사라져갔다.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별]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정의를 위해 싸운 수 없이 많은 희생자가 잠들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하는 메텔의 얼굴은 유난히 큰 슬픔에 잠겨 있다. 메텔은 그 희생자들에 대해 전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철이는 생각했다. [꽃의 도시]

그 유성 킬리만자로에서 성스러운 여왕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영원히 우주의 바다를 떠돈다. 그 뒤, 은하 철도로 여행하는 사람은 어두운 공간에서 성스러운 여왕이 슬프게 우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성스러운 여왕에게 버림받은 유성 킬리만자로가 그 후 어떻게되었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대 암흑 성운 아프리카]

황무지를 개간하는 사람은 그 일에 만족을 얻을 것이라고 철이는 생각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사람의 노력을 헛되게 보고 비웃으며 일생을 마치는 사람들에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철이는 생각했다. [황무지의 개척자]

떨어진 객차가 두 사람을 태우고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단지, 눈을 감으면 강철같은 의지를 가진 그 사나이가 한 손에는 철이가 준 총을 들고 또 가슴에는 아름다운 부인과 자식을 안고 싸우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철이는 그것이 대단히 즐거웠다. [17억 6천 5백만 명의 거지]

철이는 잠시 생각했다............. 우주의 일을 이야기할 때 메텔의 얼굴은 굉장히 고통스러워 보인다. 메텔은 반드시 철이가 알지 못하는 우주의 커다란 비밀을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물의 나라의 샤이안]

메텔이 왜 시간성의 해적과 결투를 하게 되는지 철이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여기는 혹성 헤비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법자들이 판을 치며 지배하는 우주의 대 분기점. 일찍 메텔로 부터 주의를 받았지만, 그 위험 속에 뛰어든 메텔을 원망하면서 철이는 달려 간다. 아직도 목적지가 먼 철이에겐 메텔의 따사로운 정이 그립다. 메텔과 해적과의 결투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걸음아 걸음아 빨리 달려다오. [시간성의 해적.1]

시간은 흐르고 또 흘러만 간다. 과거는 언제 까지나 과거일 뿐 두 번 다시 손에 닿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철이는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통스런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시간성의 해적.2]

철이: 흐르는 시간을 변화시킬 수는 없었나보지...?
메텔: 철아. 정말 쓰라린 경험을 했어. 철이: 응. 그래도 괜찮아. 과거는 변화시킬 수가 없다해도 내게는 미래가 있어. 큰 꿈을 가질 수 있는 미래.
철이: 그건 그렇다치고, 내가 참 이상하게 생각한게 있는데.. 왜, 왜 가짜 하록과 싸웠어...?
메텔: 철아. 그건 철이 하고는 관계 없는 일이야. 철이: 그렇지만... ... ... 인간은 누구나 과거에 아쉽게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아주 잊으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다시 되찾기 위해 싸우기도 한다.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철이는, 메텔의 모험 속에서 지난날의 악몽을 돌이켜 생각하게 되어 엄마의 정을 그리며 한없이 눈물을 흘린 채 은하철도 999호에 몸을 싣고 우주 공간을 달린다. [시간성의 해적.3]

꿈인지 생시인지 지금도 믿을 수 없는 경험. 그 때, 생명을 불은 어떠한 불 보다도 아름답게 타올랐다.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 모두의 가슴 속에 생명의 불이 다 타고 있다고 생각하는 철이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생명을 먹는 성녀]

메텔은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철이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철이는 곰곰히 생각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길이 여러 가지 많지만 그중에도 흙과 더불어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무언가 희망이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저 별을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짧은 생명의 이야기]

사람에게 무엇을 부탁받으면, 그리고 그것을 책임지면, 그 약속은 이루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그것이 아무리 곤란한 것이라도... 결국, 그것을 성공시키는 것도 실패시키는 것도 끝까지 하려고 하는 의지력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철이는 생각했다. - 그후 저 제 3혹성의 사람들을 제 3생명체라고 부르게 되었다. - 그러나, 철이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제 3 생명체]

이 넓은 우주에서 남자와 여자의 애정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만큼 진실한 것도 없다. 정글 속 깊숙이 큰 코끼리와 함께 사라져 간 한 여자가 그것을 말 해주고 있는 것이다. [큰 코끼리의 별]

꿈이라는 것은, 순식간에 깨어나 사람들을 슬프게 한다. 죽을 정도로 괴롭게 한다. - 때로는 특히,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이라면 한 층 더하다. 그러나 이 꿈을 실현시키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철이는 갑자기 지금의 여행이 계속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자기도 알 수 없다. [사랑의 환상 혹성]

......부모를 모르는, 자식을 모르는...... 그런 슬픈 이름의 땅이 이 넓고 무한한 우주에는 아직도 많이 있다. 여행이라는 것은 인생의 슬픔을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부모를 모르는 별의 비행접시]

신이 만들어 준 땅을 자기 한 사람의 것으로 만들려고 할 때부터, 인간의 타락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인간은 무한한 우주조차 자기의 소유물로 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알지 못하고 그것을 거부하는 자야 말로 진정한 용사라고 우주의 창조주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바다에서 온 엘자]

'운명이 갈리는 별'의 두명의 청년이 그 뒤 어떻게 되었는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철이는 그때부터 계속 지구의 최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4-09-1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나중에 천천히 음미하려고 퍼가겠습니다.

sayonara 2004-09-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저처럼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나 봅니다.
나란히 서서 V자를 그리며 찍는 사진이 아닌, 사진속의 일상적인 모습들이 더욱 보기 좋더군요.

아영엄마 2004-09-1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남자 성우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습니다.

sayonara 2004-09-1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없이 유치한 멘트도 있고, 의미심장한 멘트도 있지요.
어쨌든 아직도 그리운 목소리죠. ^_^

비로그인 2005-08-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감자기 감동해서 퍼가요 ^^

sayonara 2005-08-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인기없는 서재의 특징: 재빠른 답변, 친절한 덧글... 크헉~ -_-# )
 

어쩌다 4000hit
지난 토욜 우연히 들어왔다가 캡처했다.
어영부영 어쩌다보니까 찾아주신 분이 벌써 4000명.
5000때는 이벤트라도 준비해야겠는데..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4-09-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4026

오오... 뒤 늦게 축하드려요.

5천힛 기대 기대하겠습니다...


sayonara 2004-09-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수만힛의 서재들이 즐비한데 고작 4천힛 갖고 자축하다니, 좀 챙피해서리 ^_^;

sayonara 2004-09-1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 그림자님 누구신가 했습니다. 이름이 바뀌었군요.(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서정적인 명작 '산소리'가 생각나는군요.)

여율효주님도 축하드립니다. 행운의 방문객 777.


werpoll 2004-09-1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축하드려요♡
ㅎㅎㅎㅎㅎㅎ
이제야 봤다는;ㅠㅠ

sayonara 2004-09-1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제가 서재달인 2위라는 사실.. ㅋㅋㅋ f(-_-+)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4-09-1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돌이와 같군요. 흠...

werpoll 2004-09-1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대단해라 ㅋㅋ 누워서 재떨이도 피하는 재주가..

sayonara 2004-09-1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 있을 때면 맨날 누워서 뒹굴뒹굴하는데...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만 많이들 그렇게 살더라구요. ㅋㅋ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2

합리성과 등가성, 좋은 말이지만 사랑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많이 주면 그만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대로,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멀리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제일 기가 막히는 건, 그걸 뻔히 알면서도 주는 걸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은 피곤하다. 평범한 게임 <에스트폴리스 전기 2>를 지금도 기억하는 건 사랑의 피곤함 때문이다.

이 게임은 운명의 계시를 받은 영웅들이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초월적 존재와 맞서 싸운다는 정말 흔하기 짝이 없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도 아닌 캐릭터 한 명의 이야기를 잊을 수가 없다. '티아'는 주인공 '막심'이 사는 마을의 무기점에서 일하는 아가씨다. 몬스터 퇴치로 먹고사는 막심을 남몰래 사랑하고 있으며, 그가 위험한 생활을 접고 자기와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평범한 여자다. 하지만 그녀의 희망과는 달리 막심은 운명의 계시를 받고 길을 떠나게 된다. 티아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어렴풋이 막심의 운명을 느낀 티아는 그가 갈 길로 먼저 갔다. 따라가겠다면 안된다고 할 게 뻔하니 먼저 그 앞에 가서 그를 기다린 것이다. 사랑을 위한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사랑이 합리적이라면 말이다.

'운명의 계시를 받은 전사' 막심이 가는 길을 평범한 티아가 쫓아가기는 너무 힘들다. 위험한 던전, 무시무시한 몬스터, 끝없이 이어지는 파괴와 죽음. 티아는 이를 악물고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뛰어넘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생각지도 못했던 위험과 공포의 벽을 부숴 나간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억지로 장애물을 넘어본 사람은 안다. 넘으면 넘을수록 점점 더 높아지고, 언제 끝이 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말 두려운 건 지금 힘든 게 아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결국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날, 아니면 뛰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나는 여기서 멈춰야겠어.' 몰래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이 비참한 대사를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티아 앞에 한 나라의 군대를 이끄는 마법검사 '세레나'가 나타난다. 그녀는 티아가 죽을힘을 다해 넘는 장애물을 언제나 가볍게 뛰어넘는다. 자신과는 달리 막심의 힘이 되어 어떤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으리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녀 역시 그 빌어먹을 '운명의 계시'를 받은 사람이다.

'나, 울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더 흘릴 눈물이 없으니까.' 티아는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무기점에서 손님을 상대하고, 세계를 구한 '운명의 연인'들, 막심과 세레나는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한다. 늘 모험을 하고, 늘 함께다. 그런데 그들의 운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진다. 막심과 세레나는 진정한 최후의 일전을 위해,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아기를 남겨두고 떠난다. 운명의 전사들이 세계를 위해 싸우는 동안, 평범한 티아는 고향 마을 무기점에서 어제와 꼭 같은 오늘, 오늘과 꼭 같은 내일을 보낸다. 막심과 세레나는 함께 죽음을 맞고, 티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떨기 시작한다.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 그리고 세상은 구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1

사랑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제정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때로는 뜨겁고 격렬하게, 또 때로는 느리고 꾸준하게, 사랑은 사람들을 농락한다. 연인이 없으면 혼자 괴로워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감을 잃고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회의까지 느낀다. 소설과 시와 그림과 영화와 음악과 만화, 그리고 게임에서 사랑은 정말 다양한 색깔로 펼쳐진다.

<화이트 앨범>은 일본 리프사의 18금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하고, 또 하고, 급기야 백 시간 이상 플레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게임을 할 때는 모른다. 그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게임 내내 자기를 사로잡은 감정의 실체에 대해 알 수 있다. 그것은 사랑이다. 연애 게임이니 사랑을 다룬 건 당연하다. 하지만 조금 특이하다.

다른 연애 게임과 달리 <화이트 앨범>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유키'는 대학도 일부러 같은 학교를 들어간 사이다. 하지만 유키가 어린 시절부터의 꿈인 가수로 데뷔를 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유명인이 되었다고 옛날 연인을 우습게 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바쁜 스케쥴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점점 인기가 높아지는 유키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성공을 빌면서도 자기와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되어버리는 게 두렵다.

다른 게임에서는 그저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연인이 되려고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는 건 처음의 연인과 헤어지는 걸 의미한다. 게다가 새로 만날 수 있는 건 유키의 소꿉친구, 고등학교 때 제일 좋아하던 선배 등 모두 유키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는 과정은 유키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괜찮을까? 마지막 콘서트를 마치고 다가온 유키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왜 이렇게 돼버린 거지?'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도 좋을 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을까? <화이트 앨범>은 이런 물음을 지겨울 정도로 던진다.

이거 삼류 드라마에서 매일 보는 이야기 아냐? 그렇지 않다. <화이트 앨범>은 누가 누구를 배신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사랑한다고 굳게 믿었던 두 사람이 헤어지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열심히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엇갈리고 지치고 조금씩 믿음을 잃어간다. 가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유키를 탓할 수는 없다. 반대로, 언제 날 지 모르는 시간을 기다리고, 간신히 만나도 불과 십 분도 같이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쳐가는 걸 책망할 수도 없다. 그녀가 없는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고, 두 사람의 거리는 천천히 멀어진다.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면 그 때가 바로 그런 경과점이었다고 느낄 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미 지나온 지점들로 돌아갈 수는 없다. 악의 없는 삶의 과정에서 엇갈림이 생기고, 사랑은 생명을 다한다.

영화나 소설이라면,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마음만 아파하면 된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이 모든 일을 결정하는 건 바로 나다. 나의 선택에 의해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다. 사랑은 그렇다. 사랑하는 상대, 그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상처를 입힌다. 나의 선택이란 건, 상처입힐 대상을 갈아치우는 것에 불과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박예진 2004-09-09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이 쓰신 거 맞죠? 이 게임 재미있나요?

sayonara 2004-09-0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제가 쓴 게 아닙니다.
그리고 전 게임을 안해서리.. 그냥 사랑의 안타까움을 너무도 섬세하게 쓴 글이라서 퍼왔습니다. ^_^

sayonara 2004-09-1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관적인 글이지요. 사실 이런 사랑을 해본 적은 없지만 섬세한 표현과 간결한 글솜씨가 마음에 들어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