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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ㅣ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평점 :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4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6위 등의 순위가 정확히 '앨리스 죽이기'의 수준이다.
꿈 속의 살인과 이어진 현실의 죽음, 꿈 속의 인물등과 연결되는 실제의 사람들...
현실과 환상을 분주히 오가며 사건을 해결하려는 주인공들...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에서 봐왔던 익숙한 설정들과 반전들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후반부는 큰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어수선하게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런저런 사건들이 중언부언 펼쳐지는 초중반부는 읽기 힘들었다. 전체적인 분량이 절반 정도였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2014년 각종 미스터리 순위에서 '앨리스 죽이기'의 순위도 더 높았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본격적인 호러판타지를 쓴다면 이런 어정쩡한 추리물보다는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얼굴이 뜯기고 목이 잘리는 장면을 비교적 경쾌하게 묘사한다.
보통 외국 소설의 역자 후기는 10~20초만에 휘리릭 넘겨보는 편인데, 번역 갑부(?)를 꿈꾸는 역자의 희망과 '겨울잠 자기 전에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 같은 심정'이라는 표현에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왔다. 이 작품을 10대나 20대 시절에 읽었다면 결코 공감할 수 없는 역자 후기다.
여태껏 읽었던 수백권의 장르 문학 중에서도 가장 담백하고 진솔함의 넘쳐 흐르는, 단연 최고의 역자 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