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데, 페이지가 뒤죽박죽이다ㅠ
파본인데, 어쩌지!
일단, 그대로 옮긴다.

바일랑 신부는 들떠서 왔다 갔다 하며 말을 했고, 주교는그를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주교에게 소중한 것은 그의친구에게 있는 바로 이런 점이었다. 「위대한 사랑이 있는 곳에는 늘 기적이 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환영은 성스러운 사랑에 의해 수정된 상태로 누군가의 눈에 나타나는 하나의 영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진정한 당신으로서의당신을 보지 못합니다. 요셉. 나는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을통해 당신을 봅니다. 내 생각에, 성당의 기적은 갑자기 우리에게 먼 곳으로부터 다가오는 얼굴이나 목소리나 치유력이아니라 우리를 더 훌륭한 존재로 감지하는 순간, 바로 우리주변에 있어 왔던 것을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순간인 것 같습니다.」 - P60

그는 노새로 인한 힘겨운 문제로 자신이 슬픔과 걱정 속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신부에 대해 원한 같은 것은 품지 않았다. 그는 요셉 신부의 헌신에 대해 의심해본적이 없었으며, 그의 변치 않는 단 하나의 목적에 대해서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결국 주교는 주교로서, 주교 대리 신부는 주교 대리 신부로서, 또 그들 둘이 공통으로 교구의 사제 일을 하는데 대해 불신 같은 것은 결코 품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들이 콘텐토와 안젤리카를 타고 다니며 선교를 한다는 사실에스스로 자긍심을 느끼게 될 거라고 믿었다. 바일랑 신부는자신이 노새 선물을 받기 위해 억지로 술수를 쓰긴 했지만,
그렇게 한 것에 대해 그는 오히려 기뻐하고 있었다. - P75

라투르 주교와 바일랑 주교 대리는 빗속에서 노새를 타고트루차스 산을 지나고 있었다. 무거운 납빛의 빗방울이 산봉우리에서 불어오는 살을 에는 듯한 바람에 공중에서 옆으로휘날리며 몰아치고 있었다. 라투르 신부는 꼭 올챙이 모양처럼 생긴 이 빗방울들이 코와 뺨을 철썩거리며 후려치는 것같다고 생각했다. 이 빗방울들은 속이 텅 빈 채 공기로 가득차 있다가 후려치는 순간 폭발하는 것 같았다. 사제들은 높은 산지의 초원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는데, 초원은 지금 당장은 슬레이트 빛깔이지만 몇 주 후면 푸르게 될 것이었다.
양쪽으로 청록빛 전나무들로 뒤덮인 산등성이가 있었고, 그들 위로는 뿔처럼 산맥의 등뼈가 솟아올라 있었다. 하늘은매우 낮았다. 보랏빛이 도는 납빛 구름들이 안개의 장막을소나무 산등성이 사이 계곡에 드리우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움직이고 있는 어두운 안개 속에 반짝거리는 허연 빛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상록수의 차가운 초록 빛깔을 띠고 있었다. 심지어 하얀 노새들은 피부 거죽까지 젖은 채 뗏장처럼되어 희끄무레한 색조로 변해 있었고, 두 사제의 얼굴도 보 - P76

랏빛으로 변해 있었으며, 유일하게 빛을 내는 그들의 눈만이번쩍이고 있었다.
라투르 신부가 노새를 타고 앞장서서 가고 있었다. 그는노새 위에 꼿꼿하게 앉아 비가 눈을 내리치는 것을 피하려고턱을 낮추고 있었다. 바일랑 신부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는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이런 날씨 속에서 안경은아무런 소용이 없었기에 그는 아예 안경을 벗어버린 상태였다. 그는 안장에서 아래쪽으로 바싹 웅크리고 앉아 있어서콘텐토의 목 쪽으로 그의 어깨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다.
요셉 신부의 누이인 필로메네는 퓌드돔에 있는 그녀의 고향도시 수녀원의 원장이었는데, 그가 보낸 편지를 읽고 종종오빠와 라투르 주교가 하는 이러한 선교 여행이 어떤 것인지를 마음속에 그려 보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그녀에게 익숙한 그림인 성 프란시스 사비에르의 그림처럼, 두 명의 사제들이 성직복을 입고서 머리에는 아무것도쓰지 않은 채 다니는 모습을 그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가 그려 보는 그림보다는 덜 그림 같았다.  - P77

그녀는 못 옷걸이에서 검은 숄을 잡더니 그를 뒤따라갔다.
그러더니 문가에 이르자 갑자기 몸을 돌려 측은하기도 하고당황한 시선으로 그녀를 살펴보던 방문객들의 눈을 보았다.
무감각하던 그녀의 얼굴이 곧 강렬해지고 예언적이 되더니어떤 무시무시한 의미를 가득 담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공중에 뻗치면서 그들에게 도망치라고, 도망치라고 손짓했다! 그러더니 어떤 말로도 전달할 수 없는 공포에 찬 모습으로 고개를 끄떡거리면서 손바닥 끝을 재빨리 끌어당겨 부풀어 오른 목을 가로질러 긋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문가에는 아무도 없었다. 두 사제는 그곳을 응시하며 말없이서 있었다. 전광석화와도 같은 충격이 매우 생생하고 분명한경고를 해주었기에 그들은 놀라움에 휩싸인 채벙어리처럼그대로 서 있었다. - P81

그 지역의 가장 믿을 만한 지도는 키트 카슨의 머릿속에 있었다. 이 미주리 사람, 그의 눈은 아주 민첩하게 풍경이나 사람의 얼굴을읽을 수 있었지만, 인쇄된 글자는 읽지 못했다. 그는 그 당시에 자기 이름도 거의 쓰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민첩하고분별력 있는 지성이 있었다. 그가 문맹이라는 것은 일종의 우연한 사고 같은 것이었다. 그는 책보다 앞질러 갔고, 인쇄물도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앞서 갔다. 그는 소년 시절을 힘겹게 보냈는데, 열네 살부터 스무 살까지 요리사나 마차 무리의노새 몰이꾼으로 간혹 잔인하고 막돼먹은 사람들의 시중을들며 간신히 먹고살았지만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깨끗한 마음과 동정 어린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주교에게 불쌍한막달레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슬프게 말했다. 그녀가아주 예쁜 소녀였을 때 제가 그녀를 타오스에서 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불쌍하게 되지 않았어요?」 - P90

라투르 신부는 화덕 옆에 앉아 산에서 매섭게 불어오며 고원 너머로 으르렁거리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이런 지나간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하신토 역시 자신처럼 화덕옆에 말없이 앉아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했다.
바람은, 해질 녘 산 뒤쪽에 머물러 있던 잉크 빛 먹구름으로부터 불어온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후회스럽기 이를 데 없는 검은 과거로부터 불어오는 것일는지도 몰랐다. 바람에 대항하여 유일하게 일어나는 인간의 소리는 요람에 누워 있는 아픈 아기 때문에 희미하게 울부짖고있는 소리뿐이었다. 클라라는 구석에서 소리를 죽이려 애쓰 - P142

고 있었고, 하신토는 불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교는 한 시간 동안 성무일과서를 불빛에 비추며 읽었다.
그런 다음, 뼛속까지 따스해지자 이제 따스해진 담요로 자신의 몸을 돌돌 말아도 되리라 생각하고 일어나서 잠을 자기위해 나갔다. 하신토가 담요와 물소가죽으로 된 겉옷 중 하나를 가지고 뒤를 따랐다. 그들은 붉은 빛이 스며 나오는 몇개의 문가를 거쳐 초목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바위를 지나,
아직도 버티고 있는 옆면의 벽들이 폭풍을 막아 내기는 하지만 지붕이 없어져 별빛이 그대로 보이는 휑한 폐허지에 이르렀다. - P143

바위는 생각만 해도 인간이 필요로 하는 최고의 표현이었고 그것을 갈망하는 단순한 감정을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바위는 사랑과 우정에 있어서 충실함을 최고로 비유할 수 있는 존재였다. 예수님 자신이 제자들에게 교회의 열쇠를 주면서 충성심을 바위에 비교한 적이있었다. 그리고 구약 성서의 유대인들은 늘 외지에 포로로끌려가면, 고향에 있는 그들의 바위는 하느님의 이상이고 그들의 정복자들이 그들로부터 빼앗아가지 못한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14

벌써부터 주교는, 인디언 삶에서 종종 놀랍고도 당황스러울 만큼 신기하게도 그들이 문자 그대로 어떤 것을 이미 해석해서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아코마족들은 영원과 불멸의 어떤 것에 대한 모든 인간의 염원을 변화의 그림자 없이 그대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물질에 있어서도 그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실제로 그들의 바위 요새에서 살았다. 그들은 바위에서 태어나 바위에서죽었다. 그렇게 아주 단순한 것 속에 확대 해석할 수 있는 과장의 요소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아코마의 평평하고 높은 바위산 근처로 다가갔을때 그들 뒤에서 어두운 구름이 눈부신 하늘에 잉크 얼룩을흩뿌리듯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비가 올 거예요.」 하신토가 말했다. 그러면 좋을 거예요. 그들이 기분 좋아질 테니까요.」 그는 노새들을 평평하고 높은 바위산 발치에 있는 목장 우리에 두고는 담요를 들고 울퉁불퉁한 가장자리가 자연스럽게 벼랑에 형성되어 있는, 돌계단처럼 된 바위 속의 좁게 갈라진 틈으로 라투르 신부를 - P114

급히 데려갔다. 잡을 곳이 마땅치 않은 곳에는 작은 손 구멍같은 것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매끈한 벙어리장갑 같은 돌 속으로 손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바위산에는 식물이라고는 전혀 없었지만 그 발치에는 모래밭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커다란 식물 하나가 자라고 있었다. 부활절에 쓰는 백합꽃처럼 커다란 하얀 꽃을 피우는 식물이었다.
라투르 신부는 커다랗고 조잡한 이빨처럼 삐죽삐죽한 그 짙은 청록 빛 나뭇잎들 옆에 일종의 독성이 있는 흰독말풀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풀의 크기와 그 무성함을 보고 그는 놀랐다. 그것들은 빛나는 비단 천으로 만들어진 굉장히커다란 인조 식물 같아 보였다. - P115

그들이 바위를 올라가는 동안 머리 위에서 귀청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천둥이 울리더니 마치 구름이 터지면서 쏟아져내리듯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층계의 더 깊이 후미진 곳, 벼랑에서 약간 튀어나온 곳 아래로 간 다음 그들 앞에서 공중의 무거운 장막이 흔들리며 물로 쏟아져 내리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그들이 서 있는 곳의 틈새로 보니, 빗물 흐르는 것이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같았다. 평평한높은 바위산들이 군데군데 있고, 비로 그 표면들이 반짝이고있는 거대한 평원 너머를 내다보며 주교는 멀리 있는 산들이햇빛에 빛나는 광경을 보았다. 다시금 그는, 마른 땅이 깊은바다로부터 끌어올려지고 모든 것이 혼돈 속에 있던 첫 번째창조의 아침이 이런 광경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 P115

그곳은 예배를 드리는 곳이라기보다는 요새 같아 보였다. 그 널따란 실내는 어떤 선교 성당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주교를 우울하게 했다. 그는 정오가 되기 전에 미사를 집전했는데, 이번 미사 의식처럼 정말로 힘든 적은 없었다. 주교 앞에는 잿빛 바닥, 잿빛의 빛 속에 화려한 밝은 색상의 숄과 담요들을 걸치고 있는 일단의 사람들 오륙십 명이 조용한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들 위와 뒤쪽은 모두 잿빛 벽이었다.
주교는 마치 자신이 바다 밑바닥에서 태고 적 생물들을 모아놓고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 생물들은 아주오래되고 딱딱해져 조개껍질 속에 꽉 닫혀 있는데, 갈보리예수의 복음이 그토록 꽉 닫혀 있는 그들에게 과연 도달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있는 조개껍질 같은등짝들은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어린 아기들이 그렇듯 영세와 성스러운 은총으로 구원받을는지 모르지만, 그들 자신의어떤 경험을 통해 구원받을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복을 해줌으로써 미사를 끝내고 그들을 내보내자, 주교는자신이 사제로서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영적인 패배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 P117

주교는 수도원의 북동쪽 구석지에 지어진 누각을 발견했다. 그것은 사방이 뚫린 형태로 지붕만 있는 건축물이었는데, 하얀 집들이 있는 마을과 황갈색 바위와 아래쪽으로 넓은 평원이 내려다보였다. 거기서 그는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이 누각에서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막이컴컴해지고, 그늘이 위쪽으로 기어 올라가는 것도 지켜보았다. 평원 너머로 듬성듬성 있는 평평한 바위산 꼭대기들이저녁노을로 인해 붉어지더니 꺼지는 촛불처럼 차츰 빛을 잃어 갔다. 그는 초목 하나 없는 사막의 바위산 위에서 석기 시대에 있던 그 자신과 같은 종족, 그 자신의 시대에 대한 향수,
유럽인에 대한 그의 영광스러운 욕망과 꿈의 역사에 대한 향 - P119

수를 느끼고 있었다. 세계 속에 존재하는 그 자신의 일부가동틀 무렵의 하늘처럼 변화하는 모든 세기 동안 내내 그러고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살았고 여전히 살고 있는 이사람들은 숫자도 늘리지 않고 욕망도 늘리지 않고 그대로 고정되어 바위 위에 살고 있는 바위 거북이와 같은 존재였던것이다. 그는 여기서 파충류 같은 어떤 것, 전혀 움직이지 않고 모든 것을 참아 내는, 그 어떤 것도 도저히 닿을 수 없는존재, 갑옷 입은 갑각류 같은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 P120

라투르 신부는 화톳불 빛 옆에서 성무일과서를 읽었다. 이른 아침 이래로 그의 마음은 정신적인 것 이외의 다른 것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마침내 그는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들이 늘 야영지에서 그러하듯이, 하신토에게 그와 함께 주기도문을 여러 번 되풀이해 외도록 하고는 담요를똘똘 말아 덮고 불이 있는 쪽으로 발이 가도록 하고 드러누웠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밤중에 깨어 그의 안내자가 아주 조심스럽게 막아 놓은 그 호기심 나는 작은 구멍을 몰래살펴봐야겠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진흙을 바른 후에 하신토는 결코 그 구멍 쪽으로는 다시 눈길을 돌리지 않았고,
라투르 신부도 인디언 안내자에 대한 배려로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려고 애썼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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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飛, 그날이 오면


길 끝에 당도한 바람으로 머리채를 묶은 후당신 무릎에 머리를 대고 처음처럼
눕겠네 꽃의 은하에 무수한 눈부처와
당신 눈동자 속 나의 눈부처를
눈 속에 모두 들여야지
하늘을 보아야지
당신을 보아야지
花, 飛, 花, 飛,
내 눈동자에 마지막 담는 풍경이
흩날리는 꽃 속의 당신이길 원해서
그때쯤이면 당신도 풍경이 되길 원하네

그날이 오면
내게 필요한 건
이름 붙이지 않은 꽃나무 한그루와
당신뿐
당신뿐
대지여

화살기도


얼마나 다급히 너에게 가 닿고 싶으면
화살 같다고 못하고
기도가 화살이라고 쓰는가.

내 기도는 화살.
네가 맞을지도 모르는 화살을 쫓아가
쪼개려는.
너를 꼭 껴안고 내 등을 내주어
먼저 화살을 맞으려는.

기도는 영영 좋은 말이지만
연명치료 중인 신에게 너의 안녕을 위탁하는 건 점점 위험한 일.
2천 살이나 잡수신 노쇠한 신은 이제 그만 쉬게 하자.

네가 아프면 내가 가리.
기도 말고
몸으로 가리 - P111

花飛 먼 후일


그날이 돌아올 때마다
그 나무 아래서
꽃잎을 묻어주는 너를 본다

지상의 마지막 날까지 너는 아름다울 것이다네가 있는 풍경이 내가 살고 싶은 몸이니까

기운을 내라 그대여
만 평도 백 평도 단 한 뼘의 대지도 소속은 같다
삶이여
먼저 쓰는 묘비를 마저 써야지

잘 놀다 갔다
완전한 연소였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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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소매 끝으로 나비를 날리며 걸어갔지
바위 살림에 귀화(化)를 청해보다 돌아왔지. 답은 더디고
아래위 옷깃마다 묻은 초록은 무거워 쉬엄쉬엄 왔지
푸른 바위에 허기져 돌아왔지
답은 더디고 - P10

불멸


나는 긴 비문(碑文)을 쓰려 해, 읽으면
갈잎 소리 나는 말로 쓰려 해
사나운 눈보라가 읽느라 지쳐 비스듬하도록,
굶어 쓰러져 잠들도록,
긴 행장(行狀)을 남기려 해
사철 바람이 오가며 외울 거야
마침내는 전문을 모두 제 살에 옮겨 새기고 춤출 거야

꽃으로 낮을 씻고 나와 나는 매해 봄내 비문을 읽을 거야
미나리를 먹고 나와 읽을 거야

나는 가장 단단한 돌을 골라 나를 새기려 해. 꽃 흔한 철을 골라 꽃을 문질러 새기려 해
이웃의 남는 웃음이나 빌려다가 펼쳐 새기려 해
나는 나를 그렇게 기릴 거야
그렇게라도 기릴 거야 - P11

입춘부근


끓인 밥을
창가 식탁에 퍼다놓고
커튼을 내리고
달그락거리니
침침해진 벽
문득 다가서며
밥 먹는가,
앉아 쉬던 기러기들 쫓는다

오는 봄
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
발이 땅에 닿아야만 하니까 - P12

동행


절(寺) 벽에 그림자가 둘
물병 나눠 마시고
동쪽 서쪽 가리키는 듯
하나 일어나 물소리 쪽으로 가니
끈으로 매인 듯
마저 일어나 따르는데

어느 단풍 아래
돌 쓸고 앉아
붉은 술을 나누리라
단풍에 덮이리라

물소리 수척하여
돌과 귀신들 귀를 열리라 - P42

쑥대를 뽑고 나서


늦여름은, 스무여해 만에 뵌 고모나
고모집 돌담에 기댄 무화과나무나 그런
이름으로 불러도 될성싶다
빈 절 마당을 그렇게 불러도 되듯이

가장자리, 마당 가장자리
제 족속 집성촌을 빠져나온 쑥대를 뽑아내니
흙도 한무더기 무겁게 딸려나온다
슬펐다

손 씻기 전 손바닥의 쑥내를
오래 맡는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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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후, 모래 언덕 너머로 어둠이 깔리자 젊은 주교는이 멕시코인 마을에 가장 먼저 와서 이곳에 자리를 잡은 사람의 집에서 저녁상을 받고 앉아 있었다. 거기서 그는 이 마을이 <숨은 물>이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와 함께 식탁에는 집 주인인 베니토라고 불리는 노인과 그의 맏아들과 두 명의 손자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노인은 홀아비여서그의 딸인 요세파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요세파는시냇가에서 주교를 만나려고 달려왔던 바로 그 소녀였다. 그들의 저녁식사는 고기를 넣고 요리한 으깬 콩, 빵과 염소젖, 신선한 치즈와 잘 익은 사과였다.
두텁게 회칠을 한 어도비 흙벽으로 된 이 방으로 들어오는순간부터 라투르 신부는 일종의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 가구가 거의 하나도 없이 단순 소박한 이곳은, 그들 앞에 음식을 내놓고 이제는 벽에 기댄 채 그늘 속에 서 있는 진지한 소녀와 그의 얼굴을 응시하는 열성적인 그녀의 눈에서 풍기는분위기와 똑같은 것이었다. 왠지 수수하면서도 편안히이 들었다.  - P32

주교는 그 샘 옆에 오래 앉아 있었다. 해가 낮게 저물어 가며 장밋빛 집과 눈부신 정원 너머로 아름다운 빛을 쏟아 내고 있었다. 연로한 할아버지가 물의 원천지 근처 흙 속에서발견했다는 화살촉과 부식한 메달들과 칼집 등을 그에게 보여 줬었는데, 거기에는 분명히 스페인어로 쓰여 있었다. 이지점은 이 멕시코 사람들이 오기 이전에 오랫동안 인간들의거주지였던 것 같았다. 그 자신의 나라 우물의 원천지들도아마 그랬으리라. 로마 정착민들이 거주하면서 강의 여신상을 세워 놓고 후에 기독교 사제들이 십자가를 세워 놓았듯이, 이는 역사보다도 더 오래된 것이었으리라. 이 마을은 주교가 관할하는 커다란 교구의 축소판인 셈이었다. 목마른 사막이 수백 평방 마일이나 펼쳐져 있었고, 그런 다음 샘이 있었고, 마을이 있었고, 손자들에게 그들의 교리 문답서를 암기시키려는 노인네들이 있었다. 스페인 신부들이 심어 놓고그들의 피로 물을 뿌렸던 신앙은 죽지 않았던 것이다.  - P39

이 성당 주거지는 낡은 어도비 흙벽돌집으로, 너무 오랫동안 수리를 하지 않아서 안락하지는 않았다. 라투르 신부는별관 한쪽 끝에 있는 방을 서재로 택했는데, 지금 거기 앉아서 저녁으로 사그라져 가고 있는 크리스마스 오후를 보내고있었다. 서재는 괜찮은 모양의 기다란 방이었다. 두터운 흙벽이 인디언 여자들의 솜씨 좋은 손으로 인해 안쪽에서 제대로 마무리되어 있었는데, 울퉁불퉁하고 친밀한 느낌이 드는흙칠의 질감은 전적으로 인간의 손에 의해 생긴 것이었다.
벽과 그 주변에 있는 뭉툭한 문턱과 창문턱과 구석의 벽난로주변에 뭉툭하게 발라져 널따랗게 도드라진 부분은 왠지 안도감을 주는 견고함과 깊이감을 갖고 있었다. 주교가 없는동안에 내부는 새로 회칠을 했는데 명멸하는 불빛이 물결치는 듯한 벽 표면은 장밋빛으로 반짝여 결코 똑 고르지 않게,
결코 죽은 회칠 벽이 되지 않도록 바로 아래 붉은 진흙 빛에 따스한 색조를 가미해 라임색 회칠로 보이게 했다.  - P42

주교는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신학교 다닐 때는 평생 명상의 삶을 영위하겠다고 결심했었잖아요.」
요셉 신부의 수수한 얼굴에 한 줄기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직도 그 희망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당신이나를 놔주는 날에는 프랑스에 있는 종교단체로 돌아가 성모마리아를 위해 헌신하며 남은 삶을 마칠겁니다. 당분간 행동을 하며 성모 마리아를 섬기는 게 내 운명이라서 이러고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이곳은 너무나 먼 곳입니다, 주교님.」주교가 다시 고개를 내젓더니 중얼거렸다. 이곳이 얼마나먼 곳인지를 누가 압니까?」계속 이어지는 산악 지대, 길도 없는 사막, 하품하듯 떡 벌어져 있는 계곡들, 갑자기 불어나는 강물들, 아직 알려져 있지도 않고 이름도 없는 지역으로 십자가를 메고 갔고, 노새들과 말들과 정찰병들과 마차 몰이꾼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삶을 산 이 강인한 작은 사제가 오늘 밤에는 그의 상관에게 염려하는 듯이 되풀이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P50

그는 눈을 감고서 한순간 갑자기 다가온 이 퍼지는 듯한 동방의 분위기를 소중히 여기며즐겼다. 그는 언젠가 전에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어딘가로멀리 갔던 것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뉴올리언스의어느 거리에서였다. 그는 모퉁이를 돌다가 노란 꽃바구니를든 할머니를 만났다. 꿀처럼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흐드러지게 핀 노란 꽃이었다. 미모사 꽃이었던가. 하지만 그 이름을생각하기도 전에 그는 어떤 장소의 느낌에 압도당하며, 성직복과 그 모든 것과 함께 그가 어린 시절 병치료차 어느 겨울을 보냈던 프랑스 남부의 꽃밭으로 떨어져 들어가는 느낌이들었다. 그리고 이제 이 은방울 같은 종소리가 음속보다도더 빨리, 더 멀리 그를 데리고 갔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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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라 캐더Willa Cather


미국의 대표적인 지방주의 작가로 1873년 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났다.
1895년 네브래스카 주립대학을 졸업하고 피츠버그에서 몇 년 동안신문, 문예잡지사 일과 교직 생활을 하다가 1912년부터 창작에 전념하였다. 네브래스카에서 혹독한 기후와 싸우며 개척 생활을 하는 북유럽 이주민들과 함께 보낸 10년간은 그녀의 작품에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캐더는 웅대한 자연을 묘사하는데 알맞은 위엄 있고 단아한 필치로 모든 개개인의 생활에 새겨진 인간 역사를 그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며 네브래스카 최초의 여성 유명 인사였던 캐더는 1947년 미혼인 채로 세상을 떠났다.
1927년에 발표한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는 윌라 캐더가 미국남서부인 뉴멕시코 지방을 여러 차례 여행하면서 구상한 작품이다. 종교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불모지였던 뉴멕시코에서 두 프랑스인 선교사가 불굴의 정신으로 이룩한 포교의 생애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는 것은 물론, 소설의 무대가 되는 뉴멕시코 일대의 웅대한 자연환경을 그리고 있다.
대표작으로 네브래스카의 대초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거대한 서사시인 「오, 개척자여! O Pioneers!」와 「나의 안토니아 MyAntonia가 있으며, 사라져 가는 개척자 정신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우리 중의 하나One of Ours』로 1922년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 서부 개척자들 중 한 여인의 허물어져 가는 사랑의 생애에 초점을 맞춘 「방황하는 부인 A Lost Lady」,
지금은 사라진 뉴멕시코 주 혈거인종의 끊임없는 휴식에의 동경을 그린 「교수의 집 The Professor‘s House1, 
18세기 전반 캐나다에서 프랑스 이주민들의 용기와 긍지와 정열로써 살아가는 모습을그린 「바위 위의 그림자 Shadows on the Rock』 등이 있다.

1848년 어느 여름날 저녁, 세 명의 추기경과 선교사 자격으로 미국에서 온 주교가 함께 모여 로마 시내가 내다보이는사비네 언덕 어느 저택의 정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저택은 뜰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무척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했다. 네 사람이 앉아 있는 식탁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정원에 놓여 있었는데, 정원은 뜰의 남쪽 끝으로 20피트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선반 모양의 평평한 바위 정원 밑으로는 포도밭을 이루고 있는 가파른 경사지가 쭉 뻗어 있었다. 그곳은 또한 층층으로 된 돌계단을 통해 위쪽의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저녁 식탁은 그 평평한 바위 너머 또 다른 바위틈에서 가지를 활짝 펴고 웃자란 털가시나무 참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정사각형의 모래밭 위에 차려져 있었다. 식탁의 양쪽으로는 오렌지 나무와 서양협죽도 화분들이자리하고 있었다. 정원의 돌계단 난간은 곧장 허공에 닿았고, 그 낭떠러지 아래로는 부드럽게 물결치는 광경이 쭉 펼쳐지다가 로마 시내의 전경에 이르게 되는데,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 눈을 사로잡을 만한 별다른 특별한 광경은 없었다. - P7

주인인 스페인 추기경과 그의 손님들이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식사를 하기에는 다소 이른시간이었다. 아직도 해가 최고의 광채를 한 시간쯤은 더 보여 줄 수 있는 이 시간에, 아스라이 빛나는 시골 풍경들 너머낮게 로마 시내가 하늘가로 간신히 그 옆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로마 시내의 모습은 성 베드로성당의 둥근 지붕을 제외하고는 모두 희미했다. 그것은 커다란 풍선 기구의 납작해진 꼭대기 부분처럼 파르스름한 잿빛으로, 그 지붕을 덮은구리가 부드러운 금속 표면 위에서 번득이며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집의 주인인 추기경은 이처럼 해가 열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늦은 오후 시간에 저녁식사를 시작하는 괴상한 취향을 갖고 있었다. 태양 빛은 바삐 움직이다가 최고의 광채가끝나 버리는 특별한 절정의 순간을 맞고 있었는데, 그 빛은굉장히 많은 촛불들이 불빛 속에서 아주 매력적으로 붉은기운을 낼 때와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어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웠다.  - P8

햇살은 털가시나무 참나무들 속으로 스며들어 적갈색나무줄기와 짙푸른 잎들을 연하게 비춰 주고 있었고, 오렌지나무들의 연초록빛을 따스하게 했으며, 서양협죽도의 장미가 금빛 꽃을 피우게 했다. 또한 다마스크 천으로 된 식탁보와 접시와 크리스털 유리잔 위에서 나선형의 문양들이 빙글빙글 돌며 떨게 만들었다. 성직자들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직사각형으로 된 신부복 모자를 쓰고 있었다. 세 명의추기경들은 진홍빛으로 가장자리를 공글리고 진홍빛 단추를 단검은색 성직자복을 입고 있었으며, 주교는 보라색 조끼기다란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만나서 상의하기로 되어 있던 업무에 대해 이야기 - P8

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최근 미국에 합병된 북아메리카의일부인 뉴멕시코에 가톨릭 교구를 새로 설립해 달라는, 볼티모어 지방 심의회에서 올라온 진정서에 대해 토의를 하기 위해 만난 것이었다. 이 새로운 영토는 그들 모두에게, 심지어선교사 주교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탈리아인추기경과 프랑스인 추기경은 그곳을 멕시코라고 했고, 주인인 스페인 추기경은 그곳을 <뉴스페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새 교구에 대해 추진해야 할 일에 그들은 거의 관심과 열의가 없었기에, 선교사인 페랑 신부는 계속해서 이에 대해 언급하며 그들의 관심을 일깨우고 있었다. 조상이 프랑스 사람인 페랑 신부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는데, 신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놀랄 만한 업적을 이룬 그는 가톨릭교회의 오디세우스라고 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들은 프랑스어로 말하고 있었다. 이때는 추기경들이 라틴어로 안건들을 마음대로 토의하던 시대가 이미 가버린 시점이었다. - P9

「그렇습니다. 그들은 최고의 선교사들이지요. 우리 스페인신부들은 순교자로서는 훌륭하지만, 프랑스인 예수 신부들이 선교에 있어서는 보다 많은 일을 성취해내지요. 그들은 훌륭하게 일을 추진하고 성취해 내는 사람들이지요.」
「독일인들보다도 더 잘하나요?」 오스트리아인들을 동정하는 베네치아 출신의 추기경이 물었다.
「아, 독일인들은 분류를 잘하지요. 하지만 프랑스인들은무엇인가를 조직해서 추진하는 일을 잘하지요! 프랑스인 선교사들은 분배를 잘하고 이성적으로 조정을 잘하는 데 감각이 탁월하거든요. 그들은 늘 어떤 일들의 논리적인 관련성을 찾으려고 노력하거든요. 그것은 그들의 열정이지요.」 이렇게 말하고 주인 추기경은 다시 늙은 주교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주교님, 이 버건디산 포도주를 그냥 내버려 두시렵니까? 제가 특별히 주교님의 캐나다 겨울 스무 배쯤의 추위를 따뜻하게 녹여 주려고 이 포도주를 저장실에서 꺼내 왔는데요. 틀림없이 휴런 호 근방에서는 이런 포도주가 나오지못할걸요?」 - P14

1851년 가을 오후, 혼자서 말을 타고 가는 사람이 짐을 실은 노새 한 마리 앞에 서서 뉴멕시코 중심부 어딘가의 건조한 불모 지역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그는 길을 잃었기 때문에, 나침반과 길에 대한 자신의 방향 감각만으로 오솔길로돌아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이 지역은 구분이되는 아무런 특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니오히려 너무 많은 특징들이 넘쳐난다고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특징들이 모두 똑같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사방으로멀리 내다보아도 경치는 단조롭게 솟아 있는 붉은 모래 둔덕에 이를 뿐이었다. 건초 더미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와 같은 모양의 모래 둔덕만이 아주 많을 뿐이었다.
어느 누가 수십 마일을 쭉 둘러보더라도 똑같은 형태의 붉은언덕들만 무수하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그 언덕들 사이를 말을 타고 지나왔는데도, 그 지역의 모습은 마치 자신이 꼼짝 않고 서 있었던 것처럼변하지 않은 채 똑같았다.  - P23

그는 수사슴 가죽으로 만든 말 탈 때 입는 코트 밑에 검은색 조끼를 입고 있었고, 성직자의 칼라를 달고 있었으며, 성직자가 목에 두르는 것을 하고 있었다. 젊은 사제는 아주 열성적으로 기도를 했다. 얼핏보기에도 그는 천 명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헌신적인 사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그린 그의 머리는 평범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그앉은 자세는 아주 지성적인 모습이었다. 이마는 훤하고 너그럽고 빛이났으며, 이목구비는 잘생겼으면서도 왠지 엄격해 보였다. 수사슴 가죽으로 만든 재킷의 주름 잡힌 소매 단 아래 보이는손은 유독 우아했다. 모든 것이 그가 온화한 태생으로 용감하고 예민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의 태도는, 심지어 그가 사막에 홀로 있을 때조차도 눈에 띄었다. 그는 그 자신을 향해서도, 그의 말들과 노새들을향해서도, 자신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노간주나무를향해서도, 그리고 그가 기도하고 있는 하느님을 향해서도 아주 예의 바른 그런 사람이었다. - P25

이 여행자는 장 마리 라투르였다. 그는 일 년 전 신시내티에 있는 아가토니카의 주교로 일하던 자리에서 뉴멕시코의로마 가톨릭 관할 교구로 임명되어, 그 이래로 자신의 교구에 도착하기 위해 애써 오고 있었다. 신시내티에 있는 어느누구도 뉴멕시코로 가는 방법을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 누구도 거기에 가본 사람이 없었다. 젊은 라투르 신부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 뉴욕에서 신시내티까지는 철도가건설되어 있었지만 철도는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뉴멕시코는 어두운 대륙의 한복판에 있었다. 오하이오 상인들은 단지두 개의 길만 알고 있었다. 하나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산타페로 가는 길이었지만, 그 당시에 이 길은 가다가 콤만체 인디언 부족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했다. 친구들이 라투르 신부에게 뉴올리언스까지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거기서 배로 갤버스턴까지 가서 텍사스를 횡단하여 샌안토니오까지 가고, 거기서 다시 리오그란데 계곡을 굽이굽이 따라 올라가 뉴멕시코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이 길을 따라 여행을 했는데, 도중에 만난 재난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 P27

갑자기 라투르 신부는 그가 탄 암말의 몸에 변화가 있는것을 느꼈다. 말은 오랜만에 처음으로 머리를 들어 올리더니다리가 가벼워지는 듯싶었다. 짐을 실은 노새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는데, 두 짐승은 걸음을 빨리하고 있었다. 그들이 물냄새를 맡았나?
거의 한 시간이 지날 무렵이었다. 백 개가 모두 똑같아 보이는 두 개의 둔덕 사이로 구비 돌아 지났을 때, 두 짐승이 동시에 히힝 소리를 냈다. 그들 밑으로, 물결치는 모래의 대양한가운데로 한 줄기 푸른 초목이 나열되면서 흐르는 시냇물 - P30

이 있었다. 사막의 리본 같은 이것은 인간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돌을 던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보다 더 넓어 보이지는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라투르 신부가 이전에 본 어떤 것보다도, 구세계 유럽의 가장 푸른 어느 구석지에서 본 것보다도 더 푸르렀다. 암말의 목과 어깨의 피부가 떨리는 모습을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것이 환영일지 모른다고, 갈증 때문에 생기는 망상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흐르는 물, 클로버 들판, 미루나무, 아카시아, 눈부신 정원이 있는 조그만 어도비 흙벽돌집들, 하얀 염소 떼를 물가로몰고 가는 소년, 이것이 바로 젊은 주교가 본 것이었다.
잠시 후, 짐승들이 탈이 날까 봐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못하게 하느라 그가 짐승들과 씨름을 할 때, 머리에 검은 숄을두른 어린 소녀가 그 쪽으로 달려왔다. 그는 자신이 그녀의얼굴보다 더 친절한 모습을 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인사는 예수님의 인사 같았다. - P31

「순결하신 아베 마리아, 선생님, 어디에 오신 건가요?」얘야, 축복이 있기를.」 그가 스페인어로 대답했다. 「나는길을 잃은 사제란다. 나는 목이 말라 죽을 뻔했단다.」「사제라고요?」 그녀가 외쳤다 그럴리가요! 하지만 모습을 보니 맞는군요. 전에는 결코 신부님이 이곳에 오는 일이있은 적은 없지만. 저희 아버지의 기도가 응답을 받았나 봐요. 페드로, 얼른 달려가서 아버지와 살바토르에게 신부님이오셨다고 말씀 드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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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6-22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2023-06-22 18:41   좋아요 2 | URL
레삭매냐님 리뷰읽고 읽고싶어진...책입니다.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