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후, 모래 언덕 너머로 어둠이 깔리자 젊은 주교는이 멕시코인 마을에 가장 먼저 와서 이곳에 자리를 잡은 사람의 집에서 저녁상을 받고 앉아 있었다. 거기서 그는 이 마을이 <숨은 물>이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와 함께 식탁에는 집 주인인 베니토라고 불리는 노인과 그의 맏아들과 두 명의 손자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노인은 홀아비여서그의 딸인 요세파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요세파는시냇가에서 주교를 만나려고 달려왔던 바로 그 소녀였다. 그들의 저녁식사는 고기를 넣고 요리한 으깬 콩, 빵과 염소젖, 신선한 치즈와 잘 익은 사과였다. 두텁게 회칠을 한 어도비 흙벽으로 된 이 방으로 들어오는순간부터 라투르 신부는 일종의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 가구가 거의 하나도 없이 단순 소박한 이곳은, 그들 앞에 음식을 내놓고 이제는 벽에 기댄 채 그늘 속에 서 있는 진지한 소녀와 그의 얼굴을 응시하는 열성적인 그녀의 눈에서 풍기는분위기와 똑같은 것이었다. 왠지 수수하면서도 편안히이 들었다. - P32
주교는 그 샘 옆에 오래 앉아 있었다. 해가 낮게 저물어 가며 장밋빛 집과 눈부신 정원 너머로 아름다운 빛을 쏟아 내고 있었다. 연로한 할아버지가 물의 원천지 근처 흙 속에서발견했다는 화살촉과 부식한 메달들과 칼집 등을 그에게 보여 줬었는데, 거기에는 분명히 스페인어로 쓰여 있었다. 이지점은 이 멕시코 사람들이 오기 이전에 오랫동안 인간들의거주지였던 것 같았다. 그 자신의 나라 우물의 원천지들도아마 그랬으리라. 로마 정착민들이 거주하면서 강의 여신상을 세워 놓고 후에 기독교 사제들이 십자가를 세워 놓았듯이, 이는 역사보다도 더 오래된 것이었으리라. 이 마을은 주교가 관할하는 커다란 교구의 축소판인 셈이었다. 목마른 사막이 수백 평방 마일이나 펼쳐져 있었고, 그런 다음 샘이 있었고, 마을이 있었고, 손자들에게 그들의 교리 문답서를 암기시키려는 노인네들이 있었다. 스페인 신부들이 심어 놓고그들의 피로 물을 뿌렸던 신앙은 죽지 않았던 것이다. - P39
이 성당 주거지는 낡은 어도비 흙벽돌집으로, 너무 오랫동안 수리를 하지 않아서 안락하지는 않았다. 라투르 신부는별관 한쪽 끝에 있는 방을 서재로 택했는데, 지금 거기 앉아서 저녁으로 사그라져 가고 있는 크리스마스 오후를 보내고있었다. 서재는 괜찮은 모양의 기다란 방이었다. 두터운 흙벽이 인디언 여자들의 솜씨 좋은 손으로 인해 안쪽에서 제대로 마무리되어 있었는데, 울퉁불퉁하고 친밀한 느낌이 드는흙칠의 질감은 전적으로 인간의 손에 의해 생긴 것이었다. 벽과 그 주변에 있는 뭉툭한 문턱과 창문턱과 구석의 벽난로주변에 뭉툭하게 발라져 널따랗게 도드라진 부분은 왠지 안도감을 주는 견고함과 깊이감을 갖고 있었다. 주교가 없는동안에 내부는 새로 회칠을 했는데 명멸하는 불빛이 물결치는 듯한 벽 표면은 장밋빛으로 반짝여 결코 똑 고르지 않게, 결코 죽은 회칠 벽이 되지 않도록 바로 아래 붉은 진흙 빛에 따스한 색조를 가미해 라임색 회칠로 보이게 했다. - P42
주교는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신학교 다닐 때는 평생 명상의 삶을 영위하겠다고 결심했었잖아요.」 요셉 신부의 수수한 얼굴에 한 줄기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직도 그 희망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당신이나를 놔주는 날에는 프랑스에 있는 종교단체로 돌아가 성모마리아를 위해 헌신하며 남은 삶을 마칠겁니다. 당분간 행동을 하며 성모 마리아를 섬기는 게 내 운명이라서 이러고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이곳은 너무나 먼 곳입니다, 주교님.」주교가 다시 고개를 내젓더니 중얼거렸다. 이곳이 얼마나먼 곳인지를 누가 압니까?」계속 이어지는 산악 지대, 길도 없는 사막, 하품하듯 떡 벌어져 있는 계곡들, 갑자기 불어나는 강물들, 아직 알려져 있지도 않고 이름도 없는 지역으로 십자가를 메고 갔고, 노새들과 말들과 정찰병들과 마차 몰이꾼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삶을 산 이 강인한 작은 사제가 오늘 밤에는 그의 상관에게 염려하는 듯이 되풀이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P50
그는 눈을 감고서 한순간 갑자기 다가온 이 퍼지는 듯한 동방의 분위기를 소중히 여기며즐겼다. 그는 언젠가 전에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어딘가로멀리 갔던 것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뉴올리언스의어느 거리에서였다. 그는 모퉁이를 돌다가 노란 꽃바구니를든 할머니를 만났다. 꿀처럼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흐드러지게 핀 노란 꽃이었다. 미모사 꽃이었던가. 하지만 그 이름을생각하기도 전에 그는 어떤 장소의 느낌에 압도당하며, 성직복과 그 모든 것과 함께 그가 어린 시절 병치료차 어느 겨울을 보냈던 프랑스 남부의 꽃밭으로 떨어져 들어가는 느낌이들었다. 그리고 이제 이 은방울 같은 종소리가 음속보다도더 빨리, 더 멀리 그를 데리고 갔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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