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飛, 그날이 오면
길 끝에 당도한 바람으로 머리채를 묶은 후당신 무릎에 머리를 대고 처음처럼
눕겠네 꽃의 은하에 무수한 눈부처와
당신 눈동자 속 나의 눈부처를
눈 속에 모두 들여야지
하늘을 보아야지
당신을 보아야지
花, 飛, 花, 飛,
내 눈동자에 마지막 담는 풍경이
흩날리는 꽃 속의 당신이길 원해서
그때쯤이면 당신도 풍경이 되길 원하네
그날이 오면
내게 필요한 건
이름 붙이지 않은 꽃나무 한그루와
당신뿐
당신뿐
대지여

화살기도
얼마나 다급히 너에게 가 닿고 싶으면 화살 같다고 못하고 기도가 화살이라고 쓰는가.
내 기도는 화살. 네가 맞을지도 모르는 화살을 쫓아가 쪼개려는. 너를 꼭 껴안고 내 등을 내주어 먼저 화살을 맞으려는.
기도는 영영 좋은 말이지만 연명치료 중인 신에게 너의 안녕을 위탁하는 건 점점 위험한 일. 2천 살이나 잡수신 노쇠한 신은 이제 그만 쉬게 하자.
네가 아프면 내가 가리. 기도 말고 몸으로 가리 - P111
花飛 먼 후일
그날이 돌아올 때마다 그 나무 아래서 꽃잎을 묻어주는 너를 본다
지상의 마지막 날까지 너는 아름다울 것이다네가 있는 풍경이 내가 살고 싶은 몸이니까
기운을 내라 그대여 만 평도 백 평도 단 한 뼘의 대지도 소속은 같다 삶이여 먼저 쓰는 묘비를 마저 써야지
잘 놀다 갔다 완전한 연소였다 - P1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