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이산화탄소라고 불리는 기체로 매년 점점 더많은 양이 발생하는데, 어쩌면 우리 모두를 죽이게 될 수도있다.

알려진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1980년 이후 두 배로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전 세계 화석연료의 소비 역시 두배가 되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시점에 이르면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4세대에 걸쳐 지질학자들이 평원과 산맥과 해저를 그려가며 지도를 완성했을 때 빠뜨렸던 두 번째 판탈라사해 같은 것은 없다.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유한한 자원보다 인간 사회가 오래가기를 원한다면,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인데 그 대비는 아무리 빨리 해도 이르지 않다.
수십 년간 국제적 반목을 일으켰지만 각 나라가 에너지 독립을 위해 각국의 식량 수급 문제를 절박하게 다시고민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가 발견되는 지역과 그것이사용되는 지역이 많이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테티스해가 최종적으로자리 잡은 위치 덕에 현재 자원 관련 지형도는 그리기 간단하다. 지구상 모든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절반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하는 중동 국가들의 경계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의 절반은 OECD 국가들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 P148

화석연료에 대한 인류의 열광은 대단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지쳐서 터덜거리며 망각으로 마지막여행을 떠나는 오래된 부부처럼, 이혼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지난 50년간 미국은 필요한 에너지의 90퍼센트를 화석연료를 태워 얻어냈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천연자원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런 자원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는 미국인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다.
9.11 이후의 세상에서, 미국은 여전히 석유의 3분의 1정도를 OPEC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1973년 석유 위기직전과 거의 흡사한 상황이다. 지난 수십 년간도 그랬지만지금도 가장 기본적인 연료를 중동에 심각하게 의존하고있는 형편인 것이다.
- P149

세인트버나드 주립공원에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어둠 속에 누워 악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재가 잔뜩 살고 있는 캠프장이 있다. 뉴올리언스 심장부에서 20여킬로미터 떨어진 세인트버나드 주립공원은 방문하기도 쉬워서 멕시코만으로 구불거리며 향하는 미시시피강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시간은 충분히 잡도록 한다. 제한속도가시속 90킬로미터인데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은 시속 55킬로미터 정도로 운전한다. 해가 넘어가기를 기다리며 졸고있는 개들과 해 뜨기를 기다리는 나팔꽃, 월급날을 기다리는 전당포들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뉴올리언스 남부는 기다림에 관해서는 모든 기술을 통달한 지역이다.
공원으로 향하는 길 중간쯤에서, 에인 랜드Ayn Rand 《파운틴 헤드》 등을 쓴 미국의 작가이자 사상가 -옮긴이)와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등을 쓴 영국의 작가-옮긴이)가 함께 디자인한것 같은 이상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 P154

우리가 에너지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화석연료든 재생 가능한 에너지든 비율과 총량 사이에서 헛갈리기쉽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이용한 책략을 잘 쓰는 정치가와 과학자를 모두 보아왔다. 설명하자면, 이런 방식으로 작동된다. 내 친구 브라이언은 몇 년 전 흡연을 그만두었는데 수십 년간 담배에 중독되어 있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16세의 그는 친구들과 함께 수업 후 담배를 피웠는데 한갑이면 일주일 정도 지낼 수 있었다. 대학 시절에는 시간제로 일을 하며 이 습관이 더 심해져 일주일에 두 갑 정도 피우곤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전일제로 건축 현장에서 일하게 되자 흡연량이 매일 한 갑으로 늘어났다.
브라이언의 삶에서 담배의 중요성을 최소화하고 싶을 때, 나는 그의 담배 구입비가 급료에서 차지한 비중이지난 20년 동안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 P158

지구상 사람들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화석연료를 고갈시키고 있다. 이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50년 전, 세계 인구가 화석연료를 사용해 에너지 수요의 94퍼센트를 충족시킨 이후 그 비율이 감소하고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85퍼센트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가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된 이런 일련의 진실된 사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총량이 같은 기간 동안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총량은 지난 50년 동안 두 배 이상증가했고, 미국과 유럽의 화석연료 사용량은 3분의 1 정도증가했다.  - P159

가장 규모가 큰 수력발전소는 30개 이상의 터빈을 돌리는데,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꽤 괜찮은 수준이라 할 수있는 미니애폴리스 세인트앤서니 폭포 발전 설비에 비해200 배가 넘는 전기를 생산한다. 수력발전은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수력발전은 전체생산 전력의 오직 18 퍼센트만 담당할 뿐이다. - P163

재생에너지는 인기가 좋다. "바람을 이용한 동력으로만들어진 전력량은 2010년 이래 두 배가 되었다"거나 "태양력 설비가 지난 10년 동안 100배 성장했다"는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내 친구 브라이언과 담배 이야기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사실을 가리고 있는 진짜 이야기는, 바람과 태양은 여전히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5퍼센트 미만만 책임지고 있고 이 수치를 50퍼센트로 끌어올릴 방법을 찾기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터빈 대다수는 화석연료를 태워 돌아간다.
- P167

지구 대기를 엄청난 규모로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에 관해들은 적이 있겠지만 현실에서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은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극히 미미한 부분만 차지한다. 10만명 규모의 미국 도시에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근처에 거대한 폭포가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10만 명이 전기를 사용해 불을 켤 수 있으려면 중간 규모의 수력발전소가 열 개 정도 필요한데, 그게 아니라면 풍력 터빈 1,000개나 태양광 패널 100만 개가 있어야 한다. 이모든 추정치는 해당 도시가 풍부한 수원 자랑하거나늘 바람이 불거나 햇빛이 강한 지역이어서 최상의 상태에서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달성 가능한 목표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전기 소비 수준에서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은 미국의 경우 불가능하다. 지금의 전력 소비와 생산 수준에서라면, 미국의 전력 공급을 위해 오직 수력발전만 이용할 경우 50개의 주마다 후버 댐이 50개 정도씩 필요하다.  - P169

나는 재생에너지가 덜 사용하고 더 많이 나누는 해결책의 한 부분이라고 믿고 물과 바람,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전기를 만들어내면서 전기를 덜 사용하는 두 마리 토끼를잡을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는 필요한 금속 재료를 어디에서 구하는가 하는다른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지금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터빈과 전기를 저장할 때 사용되는 배터리에 필요한 카드뮴,
구리, 납, 텔루륨, 아연, 리튬 등의 상당 부분이 칠레와 페루두 나라로부터 들어온다. 배터리가 동력인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런 금속에 대한 수요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데, 옛날부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이 두 나라는 여전히 가난하다. - P170

대부분의 미국인은 아이폰이 화석연료를고갈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충전할 때 벽을 통해 타고 들어오는 전류는지역 외곽에 자리한, 석탄을 연료로 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졌을 확률이 높다. 냉장고, 토스터, 텔레비전, 그리고 모든 전기 조명도 대부분 화석연료를 태워 작동된다. 학교와병원, 직장에서 불을 켜는 전기와 그 안에 있는 각종 기계에 공급되는 전기 역시 마찬가지다. 때때로 사볼까 고민하는 전기 자동차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납과 니켈, 카드뮴혹은 리튬으로 만들어진 탯줄을 통해 화석연료에 종속된상태로,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전기 자동차는 마을의 다른 쪽에서 스모그를 방출시킨다.
적어도 화석연료 사용 과정은 지난 50년 동안 꽤 많이 깨끗해져왔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배출가스에서 납과 유황 성분을 덜어내는 진전을 이룬 결과 많은대도시의 대기질이 절대적으로 나아졌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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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을 때 희미한 북소리처럼 들리던 것이 이제는 내 머릿속에서 마치주문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13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제안이라서 실현이 가능할까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이 혼란 속에서구하는 데 시작점이 될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p127


나는 민중이다, 폭도다, 군중이다, 대중이다.
이 세계의 모든 위대한 작품이 나를 통해 이뤄졌음을그대는 아는가?
- 칼 샌드버그 (1916) - P117

전기는 기적과도 같은 발명품이다. 어둠을 밝혀서 해가 진 뒤에도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늘려주었고, 간호사와 의사가 병원에서 사용하는 각종 도구를 살균할 수 있게 해주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태어난 이후로 나는 이런 사치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겼고, 나와 마찬가지로 행동하는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한 가지 슬픈 사실은 지난50년 동안 이런 혁신이 이 세상의 다른 많은 사람에게는 - P122

결핍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지형도는 놀랍게도 지난5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전 세계의 기아와 위생, 질병과가난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오랜 역사 동안 자원의 수탈과 착취를 경험한 아프리카 대륙은 심각한 고통과 회복의 요원함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눈에 띈다.
모리타니에서 이집트까지 뻗어 있는 사하라 사막은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뜨거운 사막이다. 아프리카를 실제로 절반으로 나누는 끔찍한 장벽이기도 하다. 사하라 사막 남쪽은 48개의 독립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국이 자체 정부와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여섯개의 주요 언어와 1,000여 개의 소수 언어가 사용되는데각각의 언어는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와 시와 노래를 만 - P123

사하라 사막 이남의 10억 명에 이르는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3퍼센트를 차지한다. 전기 없이 사는 지구상사람들 절반 이상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살고 있다. 이 지역은 깨끗한 물 없이 살아가는 전 세계인구 절반의 고향이며, 위생적인 하수 처리 시설 없이 사는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거주하는 곳이다. 그 결과 이곳에는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라리아, 콜레라, 이질 같은 전염병에 의한 연간사망자의 50퍼센트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런 우울한 통계수치 뒤에는, 지난 50년간 사하라 사막 이남 인구가 세 배로 늘어나는 동안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는 극도로 낮았고 늘어나지도않았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 P124

최근 지구상 75억 명 사람들이 매년 수행하는 노동의최종 생산물 가치는 80조 달러에 달한다. 1969년 20 조달터에서 지난 50년 동안 네 배로 증가한 것이다. 미국과 EU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10억 명이 채 안 되는 인구의 노동은 전 세계 노동 가치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하라 사막 남쪽의 10억 명이 만들어내는 노동 가치는2조 달러를 밑돈다. 이 말은 전 세계 인구의 13퍼센트가 전세계 경제적 가치의 2퍼센트만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50년전 내가 태어났을 때에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은 전 세계 경제 가치의 단 2퍼센트에해당했다.
인도에서 사는 또 다른 10억 명에게는 다른 종류의고난이 드리워졌다. 내가 태어난 1969년 이후 인도에서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1,000퍼센트 이상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인도의 인구는단지 두 배 성장했을 뿐이다.  - P125

앞에서 한 이야기는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철도라는 선택권이 어디서나 존재하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현존하는 철도 중 많은 수가 쇠퇴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기차는 현재 집단적으로 퇴보하는 중이다. 인구가 20퍼센트 증가했음에도 전 세계 기관차의 수는 지난 20년간 17퍼센트 감소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중국은 제외) 지난 40년간사용 가능한 철도 노선의 수에 변화가 없었는데, 이는 전세계 도시들이 확장되었음에도 그 도시 안에서 혹은 도시간 이동에서 기차 활용도는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철도의 지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철도의 총 규모가 실제적으로 줄어든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철도를 유지하고 작동시키는 전세계 인력이 대폭 줄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철도 관련 일자리 네 개 중 하나가 사라졌는데 그 대부분은민영화 과정에서 일어났다.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는 노선을 제외하면 활성화된 여객 철도 시스템을 경험한 적 없는미국의 철도 체계는 확연히 쇠퇴해, 1991년 이래 철도 관련 일자리 일곱 개 중 하나가 사라졌다.  - P131

우리를 자연스레 불행으로 몰고 가는 대상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자동차로 귀결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로서 공개할 수 있는 하나의 편견이 있다면, 내가 자동차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쓰면서 갖는 하나의 희망은, 독자들이 자신도 자동차를 얼마나(그리고 왜 싫어하는지 이야기하려고 나에게 편지를 쓸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모든 자동차를 싫어하고 동시에 특정 자동차들을 싫어한다. 자동차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 나도 자동차를 싫어한다. 나는 자동차를 믿지 않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형편없는 운전자다. 이것은 분명 자동차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는 친구가 있는데, 바로그 점 때문에 그는 나에게 아주 소중하다. 나와 그는 만나기만 하면 수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멍청한 자동차들‘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둘의 대화는 대충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엔진이 너무 심하게 헛돌아서 머플러가 떨어져버릴정도였던 85년산 닷선이 있었지. 급가속을 하거나 머플러없이 시내를 휘저어야 했는데, 어느 쪽이거나 정말 시끄러웠어 - P132

내가 여러분에게 자동차란 인간이라는 종에게서 즐거움을 빨아들이는 흉악한 역병이라는 사실을 납득시켰다고쳐보자. 여러분이 사는 곳을 고려할 때, 자동차를 포기하고 싶어도 정말 포기할 수 있을까? 음식을 구하고 공부를 하고 진료를 받고 일하러 가는 등의 기본 생활을 도보나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영위할 수 있을까? 이는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게 그저 부담스럽거나 실용적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미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필요로 하고 이 기본은우리가 믿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덜 유연하다. 이렇게 규정하기 힘든 풍요를 추구하는 동안,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금속으로 만든 상자 안에 갇히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다른 금속 상자들 사이에서 서로를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며 아침과 저녁을 보내고 있다. - P136

내가 살아온 동안 매년마다 미국인들은 이 나라의 크고 작은 도로와 고속도로, 주간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며 자동차를 타고 약 700억 킬로미터의 이동 거리를 더해갔다. 하지만 미국인들만 차를 운전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 이후 중국 사람들도 이런 대열에 참여해 매년 약500억 킬로미터의 이동 거리를 더해가고 있다. 그 누구보다 앞서 나가는 인도의 경우, 1990년 이후 매년 1,600억 킬로미터의 연간 이동 거리를 더해가고 있다.
1970년과 오늘날 사이에 운전의 전체적인 증가로 미국, 중국, 인도 이 세 나라는 최소 1조 5,000억 리터의 연료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는 스물네 개의 미시시피강에서한 시간 동안 흐르는 수량에 맞먹는 엄청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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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동차 엔진을 움직이고 저 엔진을 움직이고 또다른 엔진을 움직이기 위해 채워 넣는 미끈거리는 검은 기름에는 또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나름대로 뻗어나가는 별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정확하게 짚자면,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도 수백만 장을 더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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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 자런 HOPE JAHREN

  다양한 수상경력을 지닌 과학자, 작가, 열정적인 교사이자 75억 인류와 함께 이 행성을 공유하고 있는 지구인,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지구 진화 및 역학 센터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과학예술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1969년 미네소타주 오스틴에서 물리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다.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했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토양과학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공과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부교수로, 하와이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했다. 풀브라이트 상을 세 번 수상했고, 탁월한 역량을 보인 젊은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을 받았으며,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담은 책 《랩걸》은2016년 스미스소니언매거진> ‘최고의 과학책 10‘, 아마존 ‘최고의 책 20‘으로 꼽혔다.

각종 주요 언론 매체의 2017년 보도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는 노르웨이다. 그곳을 생각하면 기차 철로 건너편의 꽁꽁 얼어붙은 야외 벤치에 앉은 한 남자가 청어를 꺼내 들고 턱수염을 헤치며 먹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노르웨이 인구는 500만 명으로 미국 애틀랜타시 일대의 인구보다도 적은데, 추위 속에서 늦은 시간 오는기차를 기다리는 일만 없다면 나 역시 여기서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인정한다. - P79

노르웨이 문화에서 살모 살라르Salmo salar 라는 물고기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어로는 ‘대서양 연어Atlantic salmon 라고 불리고 노르웨이에서는
그저 ‘라크스 Laks‘라고 알려진 살모 살라르는 모든 훌륭한바이킹처럼 갖은 풍상을 겪은 여행자라 할 수 있다. 민물에서 부화해 곤충과 유충을 먹이로 삼는데, 태어난 첫날부터열정적인 사냥꾼이다. 성체가 되면 북해로 향해 오징어와장어, 새우, 청어를 따라다니며 잡아먹고 길이 1미터, 무게45 킬로그램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으로 커진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토르(북유럽 신화에서 전쟁과 농업을 주관하는 천둥의신 - 옮긴이)의 힘과 프레이야(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 - 옮긴이)의 열정을 모두 갖추게 되고, 물살을 헤치고강을 거슬러 올라 다음 세대 탐험가 물고기를 탄생시키기위해 원래의 기원인 민물로 돌아간다. - P81

1990년은 노르웨이뿐 아니라 전 세계 어업에 중요한변곡점이었다. 1990년과 지금 이 순간 사이 전 세계 해산물 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는데,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의 양은 변함이 없다. 현재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물고기의 절반이상은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인류의 식량 생산 능력이 놀랍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5장과 6장에서 본 곡류 및 육류 분야의 생산 증가가 어업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 P87

해초로 만든 하이드로콜로이드는 내가 아이였을 때는 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의 탄생에 일조했다. 몇 년 동안 누군가가 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일련의 음식들 말이다. 개봉되면 이 음식들은 밀폐되었던 그날과 거의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 그 결과 수백 미터만 가면 나오는 편의점과 자동판매기에서 캔디, 케이크, 파이, 도넛 등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1969년 또 다른 화학물질이 발명되어 우리가 먹고 마시는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비타민이나 미네랄, 기타 영양소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그저 칼로리뿐인 물질. 그것이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삶을 참을 수 없이 달콤하게 만들어놓았다. - P92

때때로 나는 아버지가 그리워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할정도가 되곤 한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지금도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가 정말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버지는 2016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세 오빠와 내가 병실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은 아버지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고, 의사가 기관지에 삽입한 호흡기를 떼어내는 동안 침대로 다가가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숨소리가 점점 불규칙해지더니 마침내 멈추었고, 간호사가마지막으로 심전도 모니터를 끄고 플러그를 뽑으며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
- P93

과일과 꿀은 지난 1,000여 년 동안 인간의 음식을 달콤하게 만들어주었다. 중세 시대 상인들은 햇살이 내리쬐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사탕수수로부터 건조한 형태의 설탕을 정제하고 결정화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유럽의 자갈 토양에서 캐낸 사탕무로도 설탕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식탁에서 사용하는 흑설탕, 황설탕, 백설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설탕은 수크로스sucrose 라 불리는 정제된 합성물질이다.
양 날개로 나는 나비처럼 설탕은 두 가지 화학물질이결합해 만들어진다. 한쪽 날개는 포도당(글루코스)이고 다른쪽 날개는 과당(프럭토스)이다. 사탕수수 혹은 사탕무로부터정제된 이 ‘나비‘는 미국인들이 1950년대에 2킬로그램들이 봉투째로 사서 집으로 향해 식료품 저장고에 보관하던기본 식품으로, 오늘날의 미국 식습관에서는 더 이상 지배적인 당류 형태가 아니다. - P99

우리가 먹는 음식의 양으로 10퍼센트는 몸속에서 고체 상태의 폐기물로 존재하게 된다. 물론이폐기물은 완전히 변형된 상태로, 먹은 것을 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큰 도움을 주는 박테리아를 함유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 살려면 장 안에 이런 박테리아가 엄청나게 많이 존재해야 하지만, 아주 적은 수라도 박테리아가 입 근처로 올라오면 심하게 아플 수도 있다. 평균적인 성인은 매주 1킬로그램에이르는 대변과 15리터의 소변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노폐물은 만들어진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운반되어 어느정도는 즉시 무독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세인트폴의 30만 주민은 매일 36톤의 대변과 55만리터의 소변을 만들어낸다. 이런 인간의 배설물 양을 가늠하기 위해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익숙한 시각적인 비교법을 이번엔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을것 같다.  - P107

농장에서 재배된 식재료가 식탁의 포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음식이 낭비되는 수많은 단계가 있을 것이다.
채소는 너무 크다고 혹은 너무 작다고 거절당하고, 곡물은컨베이어벨트로 운반되는 와중에 쏟아져 내리고, 우유는트럭으로 운반되는 도중 상해버리고, 과일은 진열장에서물러 터지고, 고기는 포장된 채 유통기간을 넘겨버리고, 저너 뷔페 음식 중 남은 것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더 많이먹을수록 더 많이 버리게 된다. 1970년에 미국인은 매일평균 150그램의 음식을 버렸다. 오늘날 이 수치는 300그램으로 늘어났다. 미국 가정에서 최근 매일 쓰레기 매립지로보내지는 것의 20퍼센트는 먹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음식물이다.
미국 슈퍼마켓의 효율성을 분석한 경영 컨설턴트는트럭 일곱 대중 한 대꼴로 신선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고추정했다. 짐 내리는 곳으로 들어간 트럭은 싣고 있던 나무 상자를 내린다. 그 안에 있는, 포장되지 않은 채 담겨 있는 식료품들은 선반에 진열되었다가 나중에 다시 수거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그 안의 쓰레기는 대형 쓰레기통으로 옮겨진다.  - P111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숫자 자체만 보아도 알 수있다. 엄청난 양의 식품이 다가 썩어가지만 그 이상의 문제가 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에는 엄청난 비극이 담겨있다. 매일 거의 10억 명이 배를 곯는 동안 또 다른 10억명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망쳐버린다. 우리는 먹을 의도가 전혀 없는 음식에 숲과 깨끗한 물과 연료를 걸고 도박을 하는데, 매번 그 도박에서 지고 있다. 우리 입맛에 봉사하기 위해이 지구에서 짧은 시간 머물다 가는 셀 수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을 무의미하게 멸종시켜버렸다.
절반쯤 먹다 버린 음식을 쓰레기통에서 발견하면 도대체 왜 우리가 땅을 갈았는가 생각하게 된다. 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잡초를 솎아냈을까? 왜 수확기를 몰고 탈곡기를 돌리고 저장고를 채웠을까?  - P112

우리는 이런 노동에 삶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집을 떠나 일을 하고 또 일하고 일하는 것은, 이런 공급의 엄청난 전 세계적 연결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이루어낸 모든 것의 40퍼센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나고 우리 몸은 시들어가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찾아온죽음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 음식물을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 넣을 때 우리는 그냥칼로리 덩어리를 던져 넣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의생명을 던져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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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약속
로맹 가리 지음, 심민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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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았다.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

  오래전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서 읽는다. 처음 읽었을 때 '로맹 가리'를 향한 찬탄으로 보이지 않았던 어머니의 조바심과 아들을 향한 기대치가 너무 뚜렷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여러 의미로 ‘엄마‘를 생각한다. - 근래 들어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로 오래 앓던 어머니를 보낸 작가를 읽었고, 시몬느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으로 평생을 불화한 엄마를 떠나보내는 작가의 심경을 고스란히 느꼈다.

  여러 버전의 ‘프랑스‘ 또한 생각한다. - 요즘 계속 읽은 책들을 통해 물론 소설들이긴 하지만 '에릭 제거'의 [라스트 듀얼]로 중세 프랑스를, '에밀 졸라'의 [패주]로 프로이센과 전쟁을 치르며 패배하는 1870년대의 프랑스를, [집구석들]로 그 이전 시절의 부르주아의 몰락을, '프랑스와즈 사강'의 [패배의 신호]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자유 영혼들을 만나고 '아니 에르노'의 여러 권의 책을 통해 거기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고 '프랑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으로 근 현대 프랑스의 철학이나 사회성을 엿본 것이 시작이겠지만.

  ˝끝났다. ˝로 시작하는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은 ˝나는 살아냈다. ˝로 마무리된다. 장소는 빅서 해안이고, 그 특별한 장소는 곧 어머니다. 자신이 완성한 그 모든 것이(자신까지도 포함해서), 곧 어머니였고 어머니 때문에 가능했다고 로맹 가리는 역설한다.

  영화를 보는 중에도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도 덩달아 바쁘고 고단했다. 도무지 쉼이 없는 일상의 연속이다. 아무리 프랑스인이라고 가슴 가득 바람을 집어넣고 자세 반듯하게 기립해도 망명자의 고단함이 꾹꾹 눌러찍은 스탬프 도장 같아 짠했다. 진짜들은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진짜처럼 보여야 하는 아류들은 확인받을 무언가가 자꾸 필요한 법이다. 무엇이 그토록 프랑스인으로 되려는 이유가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나 자식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몽땅 내던지는 억척스럽고 강인한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을 돌아보아도 그 해답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아들을 향한 과도한 허세와 집념은 아들을 닦아세웠고 어머니가 원하는 아들이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시간들로 로맹은 그의 인생을 채웠다. 어머니의 장래희망이 그의 것이 되고, 어머니의 염원이 그의 것이 되어가는 동안 그는 행복했을까? 단지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서만 살았을까? 그런 의문들도 비행 중에도, 잠을 포기하고 매일 밤 글을 쓰는 로맹의 모습은 그것이 무엇이었든 과정은 치열하고 그 치열함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무엇보다도 나 때문에 걱정은 말아라. 나는 늙은 말이야. 이제까지도 견뎠는데, 조금 더 견딜 수 있다. 모자를 벗어보렴. ˝ 나는 모자를 벗었다. 어머니는 내 이마 위에 손으로 십자 성호를 그었다.

  ˝Blagoslavliayou tiebia——너를 축복한다. ˝

  어머니는 유대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이 문제이다. 어떤 언어로 말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문으로 갔다. 우리는 다시 한번 미소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완전히 마음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어머니의 용기 안에 있는 어떤 것이 내게로 옮겨와, 내 안에 영원히 남았다. 지금도 어머니의 용기가 내 안에 깃들어 살며, 절망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내 인생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p282.283

  로맹은 몰랐지만 어머니는 이 작별 의식이 마지막임을 알고 있었다. 저 축복의 기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자식한테 보내는 간절한 기원임은 알겠다. 남평에서 젤로 용감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내 어머니의 용기가 내게로 옮겨오면 좋겠다. 하긴 우유부단한 노름꾼 한량을 남편으로 둔 엄마의 용기가 없었다면 일곱 명의 자식들은 굶어죽었겠지.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자부심이 되지는 못했어도 오늘의 내 삶은 그분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나는 그분께 빚졌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부탁한 말씀은 완전히는 아니어도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지켜냈다고 오늘은 말할 수 있겠다. '약속'은 중요한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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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4-28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 님 진심 어린 솔직담백한 페이퍼 감동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에게 빚꾸러기이지요. 새삼 표지의 표제 서체를 다시 보게 됩니다. 불안정한,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한 자락 같은…이방인으로서 안착하기 위해 작가로서 성공한 삶이 주어지길 염원한 어머니에게 약속을 지킨 작가의 품성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도 책도 보았는데 갱스부르의 연기도 그렇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많이 읽으셨네요. 특히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관심이 갑니다. 읽어봐야겠어요. 에릭 제거의 “라스트 듀얼”도요.

2022-04-28 18:28   좋아요 0 | URL
지금 읽고 있는 호프 자런의 책에 ˝프레이야˝가 등장했는데... 여기서 뵈니 감동입니다^^ 책도 매번 새롭게 읽힌다는 걸, 깨닫고는 한답니다.
 

˝지구와 더불어 사는 우리는 지구와 한 가족이지만 한 번도 가족처럼 따뜻하게 지구의 안녕을 물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풍요롭게 식량과 에너지를 지구로부터 얻었으며,
지구는 그저 말없이 모든 것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지구는과연 안녕할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구의 형편을 비로소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은 관측과 실험으로 얻어진 신뢰할 만한 자료를 토대로 검증된 내용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후 연구자들중에 여기에서 다루는 내용을 부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또 호프 자런은 과학적인 현상을 자신의 경험과 결합하여 문학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지구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어른들뿐 아니라 더 오랜 시간 지구와관계를 맺을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지구는 무엇을이야기하고 있는가. 귀 기울여 듣고, 그에 응답할 때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기후과학연구소장

한국어판 서문

나의 모어인 영어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얼마나 흥분했던지. 책 출간을 앞둔 몇 달 동안은디자인을 결정하고 마지막 오탈자를 잡아내느라 정신이없었다. 그 전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길고 긴 자료 조사를하며 행복한 몇 달을 보냈다. 그동안 사무실 창문으로 마당을 내려다보며 가을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눈보라가 몰아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늘 그렇듯 온 세상이 모두 초록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깐씩 백일몽을 꾸는 사이에 데이터를 내려받고 또 내려받으며, 짧다고 할 수 있는내 인생 50년 동안 일어났던 소비와 폐기물, 기후 변화의패턴을 보여주는 각종 수치들을 찾았다.
분석을 통해 정신이 번쩍 드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작업은 즐거웠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인구가 두 배로 중가하고 식량 생산은 세 배로 증가했으며 에너지 소비는 네배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은 훨씬 더 극적이다. 지난 50 년 동안 인구는 60퍼센트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는 열배, 화석 연료 사용은 아홉 배 증가했다. 이런 모든 변화가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기후 문제를 야기했다고 결론을 내 - P7

우리가 수년간 해오고있던 운전하고 사람 만나고 물전을 사고 비행기를 타고 쇼핑하고 여행하는 일 등의 대다수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적인‘ 일이었다. 좋든 싫든 한 더 좋든 더 나쁘든,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계속하서 익숙해져 있었던 소비의 습관 없이 몇 달을 지내왔고,
대부분은 잘 이겨냈다.
곧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도 다시 문을 열 것이고 나도 일하러 돌아갈 것이다. 조금 거리를 두어야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이 한국을 다음 번 행선지로 삼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내가 쓴 책을 누군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 - 아쉽게도로 읽어줄 때의 아름다운 소리, 다른 세상의 소리를상상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나는 이 책이 담고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훨씬 더 강하게 믿게 되었다. 문제를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 어딘가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숨어 있으니까.
- P9

내가 아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코로나19를싫어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며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한국의 위대한 시인 유치환은 희망이 해진 주머니로도 흘러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원(시의 맥락에서는 시적 화자의 곤궁한 처지에 대한 소회가 담긴 표현이로 읽을 수 있으나, 호프 자런은 영역된 시를 읽으며 이를 좀 더 희망적으로 해석했다. 보내온 원문은 다음과 같다. Hope can flow even into a tornprocket. - 옮긴이), 적어도 한 세대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속도를 늦추고,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고, 없이 살게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10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유명 인사들이 지구 환경 변화에 관해 논쟁을 벌여왔다.
90년쯤 전, 전구를 발명한 남자가 자동차를 발명한남자와 타이어를 발명한 남자에게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관해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마시고는 다시 지구에 자동차가 굴러가게 하는 이야기로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포드자동차가 만들어 판 3억 대 이상의자동차는 석유 100억 배럴을 태워 없했고 석유를 써서 만드는 타이어 12억 개 이상을 갈아치웠다.
- P17

전 세계 도시들은 계속 팽창할 것이다. 거주가 가능한 모든 대륙에서 사람들은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옮겨 간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도 인구의 80퍼센트는 이미 도시에서 살고 있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시골을 뜨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여전히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실질적으로 추정해볼 때 세계 인구는 2100년이면 100억 명에 달할 것이다. 더 많은 도시에 더 많은 사람이 살게 되면서 더 많은 풍요로움이 필요해지는데 특히 식량 공급 면이그렇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세상 사람이 다 도시로 이주한다면, 남아서 농사를 지을 사람은 누구인가? 답: 거의 아무도 없다. 지금 식량을 키워서 당신과 나를 먹여 살리고있는, 얼마 남지 않은 그들에 대해 다음 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 P44

2011년 이후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연간 3억 톤을 넘었다. 이는 1969년 생산량의 세 배에 해당한다. 그중97퍼센트는 세 종의 가련한 동물이 차지한다. 소와 닭, 돼지는 50년 전에도 전체 육류의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런 증가의 부담을 세 동물이 공평하게 진 것은 아니다.
1969년에 비해 소는 50퍼센트 정도 더 도축되어 소고기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고, 돼지는 세 배 더 많이 도축되어네 배 더 많은 돼지고기가, 닭은 여섯 배 더 많이 도살되어열 배 더 많은 닭고기가 생산되었다. 여기에 더해 암탉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조 개의 알을 낳는데 이는 1969년생산량의 네 배에 이르는 수치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21세기는 닭이라는 생물종에게 어두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 P71

우리는 영양실조로 시달리는 8억 명 이상의 인류와 이 지구를 나누어 쓰고 있다. 이들은 ‘일상 활동 유지에 필요한 식이 에너지가 최소 수준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로,
곧 굶주리고 있는 아이이고, 여성이고, 남성이다. 누군가는아무 이유 없이 이런 상황에서 살아야 하고 또 이런 상황에서 죽어야 한다. 굶주림은 지구의 부족한 공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로 등장한 문제다. 육류를 생산하느라 사라지는, 지구상의먹을 수 있는 곡물 3분의 1을 빼고도 우리는 여전히 75억인구가 매일 2,900칼로리씩 섭취할 수 있는 양의 음식을생산하고 있다. 이는 USDA가 제시한, 건강한 삶을 위해필요한 1인당 에너지 필요량을 공급하고도 남는 정도다.
- P77

인류는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혼란에 빠진 적이 있는데, 세계 인구가 40억을 넘을 것이 명백해져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생산량을 늘린 1950년대였다.
이미 지난 세기에 에이스 카드를 사용한 우리에게 위험한일이 닥칠 것임을 알아채야 한다. 과학소설과 달리, 한줄기에 달리는 옥수수 알과 소의 등뼈를 따라 균형 맞춰 자리 잡는 고기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식량이 될 수있는 것들의 생물학적 한계로 곤란에 처해 있다. 얼마 되지않는 고기와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얻느라 우리가 매년 곡물의 90퍼센트를 가축 사료로 적극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조만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상당 부분 불명확하지만, 사람들이 무언가를먹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 인구가늘어가고 있기에, 그들을 모두 먹이는 방법을 일찌감치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 이 문제를 무시한 채 포크를 손에 들고 고기 한 조각을 더 먹는다면, 매일 세 번씩 손자들보다 우리 자신을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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