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자런 HOPE JAHREN

  다양한 수상경력을 지닌 과학자, 작가, 열정적인 교사이자 75억 인류와 함께 이 행성을 공유하고 있는 지구인,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지구 진화 및 역학 센터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과학예술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1969년 미네소타주 오스틴에서 물리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다.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했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토양과학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공과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부교수로, 하와이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했다. 풀브라이트 상을 세 번 수상했고, 탁월한 역량을 보인 젊은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을 받았으며,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담은 책 《랩걸》은2016년 스미스소니언매거진> ‘최고의 과학책 10‘, 아마존 ‘최고의 책 20‘으로 꼽혔다.

각종 주요 언론 매체의 2017년 보도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는 노르웨이다. 그곳을 생각하면 기차 철로 건너편의 꽁꽁 얼어붙은 야외 벤치에 앉은 한 남자가 청어를 꺼내 들고 턱수염을 헤치며 먹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노르웨이 인구는 500만 명으로 미국 애틀랜타시 일대의 인구보다도 적은데, 추위 속에서 늦은 시간 오는기차를 기다리는 일만 없다면 나 역시 여기서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인정한다. - P79

노르웨이 문화에서 살모 살라르Salmo salar 라는 물고기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어로는 ‘대서양 연어Atlantic salmon 라고 불리고 노르웨이에서는
그저 ‘라크스 Laks‘라고 알려진 살모 살라르는 모든 훌륭한바이킹처럼 갖은 풍상을 겪은 여행자라 할 수 있다. 민물에서 부화해 곤충과 유충을 먹이로 삼는데, 태어난 첫날부터열정적인 사냥꾼이다. 성체가 되면 북해로 향해 오징어와장어, 새우, 청어를 따라다니며 잡아먹고 길이 1미터, 무게45 킬로그램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으로 커진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토르(북유럽 신화에서 전쟁과 농업을 주관하는 천둥의신 - 옮긴이)의 힘과 프레이야(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 - 옮긴이)의 열정을 모두 갖추게 되고, 물살을 헤치고강을 거슬러 올라 다음 세대 탐험가 물고기를 탄생시키기위해 원래의 기원인 민물로 돌아간다. - P81

1990년은 노르웨이뿐 아니라 전 세계 어업에 중요한변곡점이었다. 1990년과 지금 이 순간 사이 전 세계 해산물 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는데,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의 양은 변함이 없다. 현재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물고기의 절반이상은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인류의 식량 생산 능력이 놀랍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5장과 6장에서 본 곡류 및 육류 분야의 생산 증가가 어업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 P87

해초로 만든 하이드로콜로이드는 내가 아이였을 때는 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의 탄생에 일조했다. 몇 년 동안 누군가가 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일련의 음식들 말이다. 개봉되면 이 음식들은 밀폐되었던 그날과 거의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 그 결과 수백 미터만 가면 나오는 편의점과 자동판매기에서 캔디, 케이크, 파이, 도넛 등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1969년 또 다른 화학물질이 발명되어 우리가 먹고 마시는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비타민이나 미네랄, 기타 영양소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그저 칼로리뿐인 물질. 그것이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삶을 참을 수 없이 달콤하게 만들어놓았다. - P92

때때로 나는 아버지가 그리워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할정도가 되곤 한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지금도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가 정말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버지는 2016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세 오빠와 내가 병실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은 아버지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고, 의사가 기관지에 삽입한 호흡기를 떼어내는 동안 침대로 다가가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숨소리가 점점 불규칙해지더니 마침내 멈추었고, 간호사가마지막으로 심전도 모니터를 끄고 플러그를 뽑으며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
- P93

과일과 꿀은 지난 1,000여 년 동안 인간의 음식을 달콤하게 만들어주었다. 중세 시대 상인들은 햇살이 내리쬐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사탕수수로부터 건조한 형태의 설탕을 정제하고 결정화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유럽의 자갈 토양에서 캐낸 사탕무로도 설탕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식탁에서 사용하는 흑설탕, 황설탕, 백설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설탕은 수크로스sucrose 라 불리는 정제된 합성물질이다.
양 날개로 나는 나비처럼 설탕은 두 가지 화학물질이결합해 만들어진다. 한쪽 날개는 포도당(글루코스)이고 다른쪽 날개는 과당(프럭토스)이다. 사탕수수 혹은 사탕무로부터정제된 이 ‘나비‘는 미국인들이 1950년대에 2킬로그램들이 봉투째로 사서 집으로 향해 식료품 저장고에 보관하던기본 식품으로, 오늘날의 미국 식습관에서는 더 이상 지배적인 당류 형태가 아니다. - P99

우리가 먹는 음식의 양으로 10퍼센트는 몸속에서 고체 상태의 폐기물로 존재하게 된다. 물론이폐기물은 완전히 변형된 상태로, 먹은 것을 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큰 도움을 주는 박테리아를 함유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 살려면 장 안에 이런 박테리아가 엄청나게 많이 존재해야 하지만, 아주 적은 수라도 박테리아가 입 근처로 올라오면 심하게 아플 수도 있다. 평균적인 성인은 매주 1킬로그램에이르는 대변과 15리터의 소변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노폐물은 만들어진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운반되어 어느정도는 즉시 무독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세인트폴의 30만 주민은 매일 36톤의 대변과 55만리터의 소변을 만들어낸다. 이런 인간의 배설물 양을 가늠하기 위해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익숙한 시각적인 비교법을 이번엔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을것 같다.  - P107

농장에서 재배된 식재료가 식탁의 포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음식이 낭비되는 수많은 단계가 있을 것이다.
채소는 너무 크다고 혹은 너무 작다고 거절당하고, 곡물은컨베이어벨트로 운반되는 와중에 쏟아져 내리고, 우유는트럭으로 운반되는 도중 상해버리고, 과일은 진열장에서물러 터지고, 고기는 포장된 채 유통기간을 넘겨버리고, 저너 뷔페 음식 중 남은 것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더 많이먹을수록 더 많이 버리게 된다. 1970년에 미국인은 매일평균 150그램의 음식을 버렸다. 오늘날 이 수치는 300그램으로 늘어났다. 미국 가정에서 최근 매일 쓰레기 매립지로보내지는 것의 20퍼센트는 먹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음식물이다.
미국 슈퍼마켓의 효율성을 분석한 경영 컨설턴트는트럭 일곱 대중 한 대꼴로 신선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고추정했다. 짐 내리는 곳으로 들어간 트럭은 싣고 있던 나무 상자를 내린다. 그 안에 있는, 포장되지 않은 채 담겨 있는 식료품들은 선반에 진열되었다가 나중에 다시 수거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그 안의 쓰레기는 대형 쓰레기통으로 옮겨진다.  - P111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숫자 자체만 보아도 알 수있다. 엄청난 양의 식품이 다가 썩어가지만 그 이상의 문제가 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에는 엄청난 비극이 담겨있다. 매일 거의 10억 명이 배를 곯는 동안 또 다른 10억명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망쳐버린다. 우리는 먹을 의도가 전혀 없는 음식에 숲과 깨끗한 물과 연료를 걸고 도박을 하는데, 매번 그 도박에서 지고 있다. 우리 입맛에 봉사하기 위해이 지구에서 짧은 시간 머물다 가는 셀 수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을 무의미하게 멸종시켜버렸다.
절반쯤 먹다 버린 음식을 쓰레기통에서 발견하면 도대체 왜 우리가 땅을 갈았는가 생각하게 된다. 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잡초를 솎아냈을까? 왜 수확기를 몰고 탈곡기를 돌리고 저장고를 채웠을까?  - P112

우리는 이런 노동에 삶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집을 떠나 일을 하고 또 일하고 일하는 것은, 이런 공급의 엄청난 전 세계적 연결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이루어낸 모든 것의 40퍼센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나고 우리 몸은 시들어가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찾아온죽음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 음식물을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 넣을 때 우리는 그냥칼로리 덩어리를 던져 넣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의생명을 던져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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