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더불어 사는 우리는 지구와 한 가족이지만 한 번도 가족처럼 따뜻하게 지구의 안녕을 물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풍요롭게 식량과 에너지를 지구로부터 얻었으며,
지구는 그저 말없이 모든 것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지구는과연 안녕할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구의 형편을 비로소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은 관측과 실험으로 얻어진 신뢰할 만한 자료를 토대로 검증된 내용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후 연구자들중에 여기에서 다루는 내용을 부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또 호프 자런은 과학적인 현상을 자신의 경험과 결합하여 문학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지구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어른들뿐 아니라 더 오랜 시간 지구와관계를 맺을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지구는 무엇을이야기하고 있는가. 귀 기울여 듣고, 그에 응답할 때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기후과학연구소장

한국어판 서문

나의 모어인 영어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얼마나 흥분했던지. 책 출간을 앞둔 몇 달 동안은디자인을 결정하고 마지막 오탈자를 잡아내느라 정신이없었다. 그 전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길고 긴 자료 조사를하며 행복한 몇 달을 보냈다. 그동안 사무실 창문으로 마당을 내려다보며 가을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눈보라가 몰아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늘 그렇듯 온 세상이 모두 초록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깐씩 백일몽을 꾸는 사이에 데이터를 내려받고 또 내려받으며, 짧다고 할 수 있는내 인생 50년 동안 일어났던 소비와 폐기물, 기후 변화의패턴을 보여주는 각종 수치들을 찾았다.
분석을 통해 정신이 번쩍 드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작업은 즐거웠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인구가 두 배로 중가하고 식량 생산은 세 배로 증가했으며 에너지 소비는 네배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은 훨씬 더 극적이다. 지난 50 년 동안 인구는 60퍼센트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는 열배, 화석 연료 사용은 아홉 배 증가했다. 이런 모든 변화가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기후 문제를 야기했다고 결론을 내 - P7

우리가 수년간 해오고있던 운전하고 사람 만나고 물전을 사고 비행기를 타고 쇼핑하고 여행하는 일 등의 대다수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적인‘ 일이었다. 좋든 싫든 한 더 좋든 더 나쁘든,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계속하서 익숙해져 있었던 소비의 습관 없이 몇 달을 지내왔고,
대부분은 잘 이겨냈다.
곧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도 다시 문을 열 것이고 나도 일하러 돌아갈 것이다. 조금 거리를 두어야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이 한국을 다음 번 행선지로 삼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내가 쓴 책을 누군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 - 아쉽게도로 읽어줄 때의 아름다운 소리, 다른 세상의 소리를상상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나는 이 책이 담고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훨씬 더 강하게 믿게 되었다. 문제를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 어딘가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숨어 있으니까.
- P9

내가 아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코로나19를싫어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며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한국의 위대한 시인 유치환은 희망이 해진 주머니로도 흘러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원(시의 맥락에서는 시적 화자의 곤궁한 처지에 대한 소회가 담긴 표현이로 읽을 수 있으나, 호프 자런은 영역된 시를 읽으며 이를 좀 더 희망적으로 해석했다. 보내온 원문은 다음과 같다. Hope can flow even into a tornprocket. - 옮긴이), 적어도 한 세대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속도를 늦추고,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고, 없이 살게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10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유명 인사들이 지구 환경 변화에 관해 논쟁을 벌여왔다.
90년쯤 전, 전구를 발명한 남자가 자동차를 발명한남자와 타이어를 발명한 남자에게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관해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마시고는 다시 지구에 자동차가 굴러가게 하는 이야기로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포드자동차가 만들어 판 3억 대 이상의자동차는 석유 100억 배럴을 태워 없했고 석유를 써서 만드는 타이어 12억 개 이상을 갈아치웠다.
- P17

전 세계 도시들은 계속 팽창할 것이다. 거주가 가능한 모든 대륙에서 사람들은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옮겨 간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도 인구의 80퍼센트는 이미 도시에서 살고 있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시골을 뜨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여전히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실질적으로 추정해볼 때 세계 인구는 2100년이면 100억 명에 달할 것이다. 더 많은 도시에 더 많은 사람이 살게 되면서 더 많은 풍요로움이 필요해지는데 특히 식량 공급 면이그렇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세상 사람이 다 도시로 이주한다면, 남아서 농사를 지을 사람은 누구인가? 답: 거의 아무도 없다. 지금 식량을 키워서 당신과 나를 먹여 살리고있는, 얼마 남지 않은 그들에 대해 다음 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 P44

2011년 이후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연간 3억 톤을 넘었다. 이는 1969년 생산량의 세 배에 해당한다. 그중97퍼센트는 세 종의 가련한 동물이 차지한다. 소와 닭, 돼지는 50년 전에도 전체 육류의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런 증가의 부담을 세 동물이 공평하게 진 것은 아니다.
1969년에 비해 소는 50퍼센트 정도 더 도축되어 소고기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고, 돼지는 세 배 더 많이 도축되어네 배 더 많은 돼지고기가, 닭은 여섯 배 더 많이 도살되어열 배 더 많은 닭고기가 생산되었다. 여기에 더해 암탉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조 개의 알을 낳는데 이는 1969년생산량의 네 배에 이르는 수치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21세기는 닭이라는 생물종에게 어두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 P71

우리는 영양실조로 시달리는 8억 명 이상의 인류와 이 지구를 나누어 쓰고 있다. 이들은 ‘일상 활동 유지에 필요한 식이 에너지가 최소 수준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로,
곧 굶주리고 있는 아이이고, 여성이고, 남성이다. 누군가는아무 이유 없이 이런 상황에서 살아야 하고 또 이런 상황에서 죽어야 한다. 굶주림은 지구의 부족한 공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로 등장한 문제다. 육류를 생산하느라 사라지는, 지구상의먹을 수 있는 곡물 3분의 1을 빼고도 우리는 여전히 75억인구가 매일 2,900칼로리씩 섭취할 수 있는 양의 음식을생산하고 있다. 이는 USDA가 제시한, 건강한 삶을 위해필요한 1인당 에너지 필요량을 공급하고도 남는 정도다.
- P77

인류는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혼란에 빠진 적이 있는데, 세계 인구가 40억을 넘을 것이 명백해져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생산량을 늘린 1950년대였다.
이미 지난 세기에 에이스 카드를 사용한 우리에게 위험한일이 닥칠 것임을 알아채야 한다. 과학소설과 달리, 한줄기에 달리는 옥수수 알과 소의 등뼈를 따라 균형 맞춰 자리 잡는 고기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식량이 될 수있는 것들의 생물학적 한계로 곤란에 처해 있다. 얼마 되지않는 고기와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얻느라 우리가 매년 곡물의 90퍼센트를 가축 사료로 적극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조만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상당 부분 불명확하지만, 사람들이 무언가를먹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 인구가늘어가고 있기에, 그들을 모두 먹이는 방법을 일찌감치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 이 문제를 무시한 채 포크를 손에 들고 고기 한 조각을 더 먹는다면, 매일 세 번씩 손자들보다 우리 자신을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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