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언제나 수다 떨고 싶어지는 주제다. 책과 여행, 이 두가지에 관해서라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숨도 안 쉬고 몇 시간 떠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게 들어오는 책 기획안의 대부분은 내 직업과 관련된 엄숙한 책 아니면 이렇게 살라, 저렇게 살라고 충고하는 책들이었다. 나 자신이 즐겨 읽지않는 종류의 책을 써서 남들에게 권하고 싶진 않았다(참고로수많은 기획안 중에서 ‘쾌락독서‘ 이외에 유일하게 마음이 흔들렸던 것은 ‘걸그룹‘에 대해 써달라는 제안이었다). 물론 그동안 썼던 책들은 분명 사회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의무감, 또는 세금 내는 기분을 떨쳐내지 못한 채 마음 한구석에 무거움을 안고 썼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만큼은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내 즐거움을 위해 쓴다. 언제나 내게 책이란 즐거운 놀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심심해서 재미로읽었고, 재미없으면 망설이지 않고 덮어버렸다.  - P10

먼저 얘기해둘 것이 있다. 내 독서 취향은 그리 특별하지않다. 난 항상 그 시기에 누구나 좋아했던 뻔한 책들을 좋아했다. 남들이 아다치 미츠루 만화를 열심히 볼 때 나도 그랬고, 남들이 하루키에 열광할 때 나도 그랬고, 남들이 김용 무협소설에 대해 침 튀기며 얘기할 때 나도 그랬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사람들을 실망시킬 때도 있었다.
첫 책을 내고 북토크를 했을 때의 일이다. 대학 때 즐겨 읽었던 책이 뭐냐고 눈이 초롱초롱한 여학생이 묻길래 『토지』나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들을 즐겨 읽었다고 대답했다.
순간 감추지 못한 실망의 탄식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한번은 ‘작가의 책‘이라는 릴레이 인터뷰에서 어릴 적 가장좋아했던 책을 묻길래 『삼국지와 만화 『유리가면을 얘기했는데 0.5초 정도 정적이 흐르더라. 이런 반응을 접할 때면 괜히 살짝 미안해지기도 한다.  - P11

책에 관한 최초의 강렬한 기억은 책이 가득 꽂힌 친구의 책꽂이다. 초등학교(정확히 말하자면 ‘국민학교‘ 였지만 역시 ‘국민학교‘라는 말은 별로다) 1학년 때였다.
서울역 뒷동네에서 보기 드물게 부유했던 그 친구의 방에는천장에 닿을 듯 방 한쪽 면 전체에 차곡차곡 책이 꽂혀 있었다. 거의 모두가 ‘세계명작전집 위인전기 ‘과학백과사전‘ 같은 전집류였다. 책들은 모두 깨끗했다. 인간 세상이 언제나 그렇듯 행운은 그걸 그리 절실하게 원치 않는 이에게 편중되게주어지곤 한다. 친구는 그다지 책을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친구의 어머니는 ‘책을 좋아하는 어린 아들을 소망했다.
- P19

그런데 항상 예외는 있다. 엉터리 번역에 어린이용으로 읽어도 『녹색의 장원의 신비로운 소녀 리마는 가슴을 설레게만들었고(상대를 신비화하는 연애물은 의외로 아주 어릴 때부터 먹힌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대단했고(사람이 죽어나가는 파란만장한 연애물은 대단해 보이기 마련이다), 뒤마의『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흥미진진했다(치정복수극은 언제나 먹힌다). 『소공녀』 『소공자』가 그리 재미있었던 걸 보면 화려한부자들 세상에 대한 동경 및 빈부·계급 격차로 인한 울컥함이라는 양가감정은 어리나 늙으나 비슷하다.
이런 걸 보면 왜 주말 드라마가 다루는 이야기들이 늘 비슷비슷한지 알 수 있고, 동시에 왜 서사가 강한 대중문학, 장르문학이 인기가 높은지도 알 수 있다. 어린이도 좋아하는 이야기 구조라는 건 결국 누구나 좋아하는 이야기 구조라는 말이기도 할 테니까.
- P23

인간 세상이 언제나 그렇듯 내가 절실하게 선망했던 것이라 하여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이중 무엇무엇이 특히 재미있다고 골라서 따로 뽑아놓기까지 해보았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아이들의 손길을 받아본 책은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전부였다 (역시 로맨스물, 그것도 빈부 격차를 배경으로 한 것의 위력이란).
내 독서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인 주제에 애들 독서에 대해서는 그래도 뭔가 ‘제대로 된 책‘을 좀 읽어주었으면 하는 걱정을 하던 나는 아이들이 열심히 읽어대던 『헝거게임 등을 가져다 읽어보면서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 그 유명한 ‘고전 명작들에서 읽었던 것들이 거기에도 어딘가에 다 있었다. 우정, 유머, 용기, 사랑, 희생,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
- P25

이 세 장면에 왜 소년 시절의 내가 그리도 매료되었는지 알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지만,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면그저 삶을 바라보는 어떤 한 태도에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겼었던 것 같다.
집착하지 않고, 가장 격렬한 순간에도 자신을 객관화할 수있고, 놓아야 할 때에는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 삶에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그런 태도랄까. 그렇다고 아무런 열망도 감정도 없이 죽어 있는 심장도 아닌데 그 뜨거움을 스스로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 상처받기 싫어서 애써 강한 척하는것이 아니라, 원래 삶이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잠시 스쳐가는 것들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러워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건 어린 시절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동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어릴 때부터 어떤 결핍도 없이 세상이 모두 나를 위한 커다란 선물 상자 같기만 했던  - P37

내 경우 책 고르기에도 ‘짜샤이 이론‘이 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권의 책이 갖고 있는 많은 요소 중에서 나는 유독문체에 좌우되는 편이다. 문장이 내 취향인 글은 내용이 아무리 시시해도 술술 읽게 된다. 반대의 경우 아무리 내용이 훌금해도 결국 견디지 못하고 덮는다. 방금도 책 두 권을 폈다.
가 5분 만에 둘 다 덮었다. 하나는 너무 거창한 관념어가 빽빽하게 들어찬 포르테 범벅의 글, 또하나는 너무나 뻔하고 익숙한 언어의 반복이라 특별함이라곤 한구석도 없는 글.
- P53

전체적인 작품의 주제나 시대적 배경, 역사 등보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만 집중해서 소설을 읽는 내 습성은 박경리의 ‘토지를 읽을 때도 계속되었다. 당연히 고양잇과 캐릭터의 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주인공 최서희에 매료되어 읽기 시작했고, 후반부에는 그의 아들들인 환국, 윤국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읽었다. 심지어 후반부에 와서는관심 없는 부분은 휙휙 넘겨버리면시 보고 싶은 부분만 찾아읽기도 했다.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이 대하소설에서 나는일종의 멜로드라마적인 재미가 있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읽은것이다. 그래도 분명히 읽을 때는 그 무수하게 많은 인물들의기구한 삶과 비극적인 시대에 저항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감동도 하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나는 건 최씨 일가를 중심으로 한 몇 가지 두루뭉술한 에피소드뿐이다.
이쯤 되니 독서를 주제로 책을 쓰기 시작한 나 자신이 무모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도대체 『책은 도끼다. 같은 책은 어떻게 쓰는 걸까? 어떻게 그렇게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에 대해폭포수 쏟아지듯 감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  - P83

결국 이야기란 각자의 욕망과 감정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접했던 그 수많은 이야기의 주어는 대부분남성에 편중되어 있었다. 여성 작가가 쓴 『제인 에어 빨간머리 앤』 『작은 아씨들이 유독 새롭게 느껴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겨우 여성이 주어인 세계를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교사가 되는 것 정도가꿈의 최대치인 세계 말이다.
순정만화의 세계는 반대였다. 무대가 연극이든 발레는 혁명이든 여성이라 하여 주변에만 머무르는 일은 없었다. 여성캐릭터들도 경쟁하고, 좌절하고, 우정을 맺었다. 남자가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여성의 감각이 녹아 있었다. 그동안 본 적이없는 다양한 감성의 남성들이 등장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게도 동성애도 자주 등장했다.
- P106

어찌면 나는 동네 만홧가게의 초라한 순정만화 코너에 앉아 나도 모르는 채 세계의 균형을 맞추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두 가지 성으로 간단히 분류할 수 있는 단순한존재가 아니다. 개인마다 욕망도 감성도 무지개 색깔의 스펙트럼이 미세하게 변화하듯 다양하다. 나와 반대로 만홧가게안쪽, 공을 던지거나 차고 사람을 때리거나 걷어차는 만화들이 더 취향에 맞는 여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여학생은 순정만화 코너에, 남학생은 소년만화 코너에 일사불란하게 나뉘어 앉아 가끔 서로를 힐끔거리던 그때의 만홧가게가 떠오른다. 우리는 그곳에 머물러 있지 말아야 한다.
- P107

슬램덩크에는 숱한 명장면과 명대사가 있지만, 그때의 내게 가장 깊이 와닿은 장면은 조금 엉뚱하다. 체격은 좋지만팀 동료만큼 천재적 재능이 없는 센터 변덕규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스스로에게 하는 말, "난 팀의 주역이 아니어도좋다" 였다. 난 이 대사가 이상할 만큼 뭉클했다. 위로가 되는말이었다.
이 대사와 겹쳐지는 말이 또 있다. 〈무한도전) 초기 시리즈인 〈무모한 도전 당시에 유재석이 외쳐대던 "000 씨는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라는 멘트다. 지하철보다 빨리 달리기, 목욕탕 물을 배수구보다 빨리 바가지로 퍼내기 등 말도 안 되는 도전을 멤버들이 차례로 시도해서 미친놈처럼 애를 쓰다가 실패해서 넘어진다. 함께 용을 쓰다가 좌절해 있던유재석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라고외친다. "이번에 도전했던 000 씨는,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큰 경사라도 났다는 듯 다들 일어나 박수를 치며 - P112

에이스가 아니었어. 팀의 주역이 아니면 어때? 그냥, 내가 중아하는 걸 하고 있으면 그걸로 족한 기 아니? 누가 비아남기려도 웃을 수 있게 된다. 죄송함다. 제가 원래 에이스가 아니거든요..
내가 감히 이렇게 책도 쓰고, 신문에 소설도 쓰고, 심지어드라마 대본까지 쓰고 할 수 있었던 힘은 저 두 마디에서 나온 것 같다. 나도 내가 김영하도 김연수도 황정은도 김은숙도노희경도 아닌 걸 잘 알지만, 뭐 어때?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나는 나만의 풋내기 슛‘을 즐겁게 던질 거다. 어깨에 힘 빼고,
왼손은 거들 뿐.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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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취해야 할 행동

1, 나의 가치관을 살펴본다.
2, 정보를 모은다.
3, 가치 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4,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5, 내가 속한 기관을 나의 가치 체계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 각자는 70억 중 한 명일 뿐이다. 내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III.
환경 교리문답

196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두 배가 되었고
....아동 사망률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며
....평균 기대 수명은 12년 늘어났고
....47 개 도시가 1,000만 명 넘는 인구를 자랑하게 되었고,
....곡물 생산량이 세 배로 증가했고
....제곱미터당 곡물 수확량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경작한 토지 면적이 10퍼센트늘어났고
....육류 생산량이 세 배 늘었고
....연간 도살되는 가축의 수가 돼지는 세 배, 닭은 여섯 - P253

배, 소는 50퍼센트 이상 증가했으며
....해산물 소비는 세 배가 늘었고
....바다로부터 잡아들이는 물고기의 수는 두 배가 되었고
....물고기 양식을 고안해냄으로써 오늘날 먹는 모든 해산물의 절반이 여기에서 나오고 있고
....해초 생산량은 열 배 증가했는데 그 절반은 하이드로콜로이드 식품 첨가제 형태로 먹고 있으며
....정백당 소비량은 세 배 증가했고
....인간이 매일 만들어내는 폐기물은 두 배 이상 늘어났고,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크게 늘어나 지구상 영양 부족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의 양에 맞먹는 상태이고,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세 배 늘었고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전력의 양은 네 배 증가했으며
....지구상 인구 20퍼센트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력의절반 이상을 사용하게 되었고
....전기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사는 전 세계 인구가 10억명에 이르며
....비행기 승객은 열 배가 늘어난 데 비해 철도 여행자의전체 이동 거리는 줄어들었고
....자동차로 여행하는 거리는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지구상에는 10억 대가 넘는 차량이 존재하며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량은 세 배 정도 늘었고 - P254

....석탄과 원유 사용량은 두 배, 천연가스 사용량은 세 배가 늘었으며
....바이오 연료, 발명으로 전 세계 곡류 생산량의 20퍼센트는 이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플라스틱 생산량은 열 배 늘어났고
....새로운 플라스틱이 만들어져 매년 화석연료의 10퍼센트를 잡아먹고 있으며
....수력발전으로 만들어지는 전기의 비중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인 전체 전력의 15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고
....원자력발전으로 만들어지는 전기의 비중은 가장 높은수준인 6퍼센트,
....풍력과 태양력 발전에 의한 전기는 매년 만들어지는전기의 5퍼센트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매년 1조 톤의 이산화탄소가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화씨 1도가량 상승했으며
....평균 해수면이 10센티미터가량 상승했는데, 그 절반정도는 산맥과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며 발생한 것이고,
....모든 양서류 및 새와 나비 중의 절반 이상에서, 모든어류와 식물 종의 4분의 1에서 개체 수 감소가 일어나고 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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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창비시선 453
이산하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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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될 나무 한 그루 생각한다. 이 시집에 쓰인 나무도 자랑스러울 이산하시인의‘악의 평범성‘. 목숨값이란 이런 거라고,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고, 나도 그렇다고.‘ 시집은 말한다. 시인이 몸으로 관통한 세월의 깊이가 가득하다.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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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특히 과학자들이 보기에는 정치적 불화와 양극화 때문에 우리가 구하려 애쓰는 이 지구가 심각한 해를 입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는 우리 모두가 무얼 하고 있는가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라는 말에 나와 여러분이 언제나 포함되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사실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그런 일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그런 일들을 ‘믿거나‘ 혹은 ‘부정하거나‘와 상관없이 말이다. 환경 문제에 대해 옳은 쪽에 서 있다고, 기후변화 문제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해도, 당신이 논쟁을 벌이는 상대 쪽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이 지구를 망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겸손함으로 부드러워진 노력이 고결함으로 무장한 노력보다 우리를 훨씬 더 멀리 데려가줄 수 있다. p232


충직한 개보다 더 고귀한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고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존재를 만나지 못했다. 모든 개는각 종마다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겠지만, 나는 체사피크베이 레트리버에 대한 편애를 감추지 않는다. 덩치가 크고갈색인 이 개는 듬직하기 짝이 없다. 지난 30년 동안 이 견종 몇 마리와 함께 살았고, 그 녀석들 모두가 나이가 들어가며 노화에 어떻게 당당하게 맞서는지를 목격하는 행운을 누렸다.
가장 최근에 함께 지낸 체사피크베이 레트리버인 코코가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입은 신장 손상으로 깊은 잠에 빠지게 되었다.  - P201

전 세계 바다에 물방울처럼 흩어져 있는 수백 종의비슷한 최첨단 센서들은 지구 중심으로부터 정확하게 얼마만큼의 거리에 떠 있는지를 의미하는 ‘수직 변위‘를 포함해 대양의 각종 자산들을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매일 여러차례 조사한다. 또 수많은 인공위성이 해수면의 아주 작은변화라도 기록하기 위해 대양 표면을 계속해서 지켜보고있다. 이런 기계들을 설치하느라 ‘조위 관측소‘가 많이 들어섰는데, 기본적으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오두막이라 할 수있는 이런 관측소는 대부분 주위 바닷물의 높이가 기록된띠 기록지에 부착된 수위 측정자를 갖추고 부두 끝자락에자리한다.
조수를 예측하는 고대의 기술로부터 발전해 이런 측정을 해온 지 100년이 넘은 1880년대 이후, 해수면은 17 센티미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승의 절반 이상은 내가 태어난 1969년 이후 진행된 것으로, 해수면이 상승했을 뿐 아니라 상승 속도도 빨라진 것이다.
바다에 떠 있는 수천 가지의 간단한 도구들이 오랫동안 해수면 상승이 계속되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긴하지만 이것이 우리 예상처럼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니다.  - P204

마치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대기가 신경 쓰기라도 하는 듯, 우리가 고함을 치면 물이 다시 빙하로 되돌아가기라도 하는 듯, 논쟁에서 이기면 그 자체로 무엇인가를 달성하기라도 하는 듯 두 진영으로 나뉘어서 우리는 인터넷 너머의 상대를 자극한다. 미국은 불행한 커플이 되고 말았다.
양쪽이 너무나 겁에 질린 나머지 그 어떤 종류의 변화도살피지 못하고 그저 설거지와 빨래에 관한 싸움만 벌이느라 곤경에 빠진 커플 말이다.
그러는 동안 과학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계속해서 관찰하고 측정을 진행해갔다.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그 결과를 보면 아주 엉망이다. 오늘날의 기상학자들은 인디애나 존스나 자크 쿠스토 Jacques Cousteau (프랑스의 유명 해양 탐험가 - 옮긴이)라기보다는 근심 가득한 종양학자라 할 수 있다.  - P209

오늘날 넓은 지역에서 생물종이 감소하는 이유는 단순한데, 바로 서식지의 파괴 때문이다. 도시가 팽창한다는것은 식물과동물이 살 곳이 점점 줄어든다는 의미다. 북미와 남미의 역사가 이를 가장 쉽게 설명해준다. 유럽 이주민들은 지난 500년 동안 이곳들을 완벽하게 식민지화했다. 최초의 유럽인이 등장한 이래, 북미와 남미에서 열대우림의 88퍼센트, 산호초의 90퍼센트, 키 큰 풀들로 이루어진초원의 95퍼센트가 사라졌다. 이런 장소들에 적응해 살았던 모든 생물종도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이 건설한 도시와교외 지역, 항구, 농지에 새로운 적소가 만들어졌는데, 유럽인들과 함께 들어온 ‘침입종 미생물, 곤충, 식물, 동물에게어울리는 곳이었고 그들이 이런 장소들을 정복해버렸다.
오늘날에 들어 종의 쇠퇴를 가져온 두 번째 이유는15장에서 이야기한 기후변화다. 극도의 고온으로 인해 박쥐 군락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북극곰의 사냥터가 사라졌다.  - P217

"국경이란 바뀔 수 있단다." 아버지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또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배울 수가 있어." 아버지는이렇게 덧붙였다. "인간은 무엇이든지 배울 수 있는 종이니까"
나는 막내이자 자식 중 유일한 딸로 아버지 인생에느지막이 태어났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아버지는 55세였는데, 당신 인생에서 세계지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이미 두 번이나 목격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때문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간의 능력에 믿음을 보인 것은아니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믿은 것은 당시 우리 동네의 모든사람과 그 자식 세대에게 물리학과 화학, 미적분학과 지질학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믿은 것은 자신의 인생을통해 목격한 것들 때문이었다. 라디오의 마술이 텔레비전이 되고, 전보는 전화가 되고, 종이테이프를 사용하던 컴퓨터가 펀치카드를 거쳐 결국에는 인터넷의 마술로 변하는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믿은 것은자신의 가족 때문이기도 했다. 당신의 자식들에게는 아버지자신과는 달리) 출산의 위험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어머니가있었고, (당신의 부모와 달리)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있었으며,
(당신자신과는 달리) 소아마비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었다. - P222

같은 보고서에서 150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사회적지지 선택의 자유, 관용, 부패하지 않은 정부, 건강한 삶에 대한 기대, 1인당 국민소득 등 행복의 비교문화적 개념의 사회적 근간을 구성하는 여섯 개 요소를 분석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도 이런 요소 대부분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사실이다.
에너지 절약은 그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최소한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손자 세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우리 자신을 돌이키게 할 강력한 지렛대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운전을 덜 하고, 덜 먹고, 덜 사고, 덜 만드는 등 무언가를 덜 하는 것으로는 새로운 부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를 줄이는 것은 잘 팔리는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일이 아니고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일도 아니므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화석연료 사용에 맞서 ‘탄소세를 부과하나 다른선의의 노력에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경제적인 측면의 제안은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230

자원 절약이 ‘풍요의 이야기‘를 쓰도록 부추겨온 산업계와 완전히 불화를 이루지 않는 척하는 것도 소용없고, 지난 50년 넘게 이어져온 소비의 증가가 더 많은 이익, 더 많은 수입, 더 많은 부의 추구와 관계 없는 척하는 것도 소용없는 일이다. 이런 결합이 문명을 건설하는 유일한 방법인지 주위를 둘러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다. 그런 추측이모두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는 언제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와 산업계가 우리를 대신해 이런 질문을 던질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줄어들지 않는 소비가 초래할 기아와 결핍과 고통의어두운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는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언제나 더 나은 것처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기술뿐 아니라 자원 보호를 위한 모든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내일에 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각각의 해결책이제시하는 가능성뿐 아니라 그 위험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고, 행동할 기회가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눈을 크게 뜨고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 P231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내 삶이 채워져 있어서 나는 희망을 갖게 된다.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사람들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줄 데이터를 모으느라 자신의 인생을 바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늦게까지 머물며 해수면 상승과 온도 상승과 극지방 해빙의 정확한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 무엇이 존재하고 무엇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지 확인한다. 이런 패턴을처음으로 발견한 생태학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나 장비에 대해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열심히 관찰하고 일하지. 그저 걱정만 하고 있지는 않는다. 결국 기상학은 과학의 일부인데, 과학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연구비는 모자라지만, 이 모든 것을 알아내는 일을 중단하는 데에는 확고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가 알려주어서나는 희망을 갖게 된다. 지난 수백 년간 여성들과 남성들은우물을 감염시키고, 농작물을 망치고,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가는 강력한 힘에 무기력하게 분노해왔다. 누군가는그들의 과학을 미신이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당대 최신의 관찰과 진지한 결론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 P233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 관해서 생각해보라고 질문할 때, 이 대화의 가장 힘든 부분에 도달하게 된다.
나는 사람들에게 계속 상기시킨다. 우리는 강하고 또운도 좋다고. 지구는 너무 적은 자원을 놓고 살아남으려 애쓰는 많은 사람의 집이기도 하다. 우리가 식량과 안식처,
깨끗한 물을 누리는 집단이라는 사실은 지금껏 우리가 위태롭게 만들어온 세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만일 당신에게, 당신 부모보다 10년 더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자원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지구상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우리는 소비의해독을 시작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절대로 상황이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의 삶을 살펴보자. 우리가하는 일 중에 가장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무엇인지알고 있는가? 그런 행동을 바꿀 의향이 있는가? 우리 스스로를 바꾸지 못한다면 사회제도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 P234

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게으른 허무주의에 유혹당해서는 안 된다고 한 가지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우리가 여행하는 모든 여정, 우리가쓰는 한 푼에 지난번보다 에너지가 더 사용되는지 덜 사용되는지를 고민하며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후기 산업사회를 맞아 우리의 이상과 일치하는 세계를 상상할 때다.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먹이고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데, 모든 것이 검토 중이다. 30억 사람들이 할 수 없었던 것을 70억 사람들은 할 수 있을까? 이것이지금까지 내 인생의 질문이다. 우리는 곤경에 처해 있고 완벽하지도 않지만, 수가 많고 또 스스로 믿는 만큼의 존재가 - P235

되도록 운명 지어졌다. 낭비, 빈곤, 재난과 산업, 승리와 패배 등 우리의 역사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거기에는 아직 우리의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다. 우리 앞에새로운 세기가 펼쳐져 있고 새로운 이야기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모든 작가가 이야기하듯, 비어 있는 페이지로부터 갑자기 등장할 새로운 가능성만큼 스릴 넘치는 것도 없고 그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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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과학을 하는 여성이지만, 대중이 두려움을느끼도록 만들려면 대중에게 두려움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든다.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두려움이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해주지는 않으며 적어도 가끔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여기 좋은 예가 있다. 내가 어린아이였던 1980년대에,
나는 핵전쟁 때문에 공포를 느꼈다. 내 주위 어른들이 서로를(그리하여 나까지) 두렵게 만드는 모습이 나까지 불안하게만들었다. 우리의 두려움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렇다.
두려움이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40년이 지난 지금, 과거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은 오늘날의 열핵폭탄에 불을 댕기는 성냥개비로 사용되지 않았던가. 어린 시절 내 잠을 설치게 했지만 이제 핵으로 인한 파괴의 능력은 더 적은 나라가 아닌 더 많은 나라의 손에 의해, 줄기는커녕 더 커졌다. p191





생명의 순환the circle of life. 
내가 질문을 던졌던 모든사람은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인 이 개념을 저마다 독특하게 정의했다.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는 할머니가 세상을뜬 바로 그날 자신의 첫 손녀가 태어나 기쁨과 슬픔을 동둥한 무게로 느꼈는데, 삶이란 잃어버리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고 또 사랑하는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뉴욕 지하철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디즈니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오는 동명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엘턴 존이 채 한 시간도 안 걸려 썼다는 기억 속의 그 멜로디를 나의 경우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식물이 떠오른다.  - P175

생물학을 공부하는 것은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ousBosch(초현실적이고 기괴한 그림을 그렸던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옮긴이의 그림을 연구하는 것과 비슷해서, 몇 걸음 뒤에서 볼때 느끼는 혼란이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하게 살펴보면 더증폭된다.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지구상 식물과동물의 끝없이 다양한 모습과 질감만은 아니다. 생명이 있는 존재가자라나고, 자신의 각 부분을 유지하고, 힘들 때를 대비해 저장하고, 적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키고, 다음 세대를 번식시키는 방법의 끝없는 변화 역시 압도적이다. 자연은 보스의그림과 마찬가지로 자세히 살펴볼수록 더 많이 알게 된다.
지구상 모든 형태의 생명체가 지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내면에서 연소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단세포 미생물에서부터 생기 있는 데이지꽃, 100톤짜리 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식물조직을 연소시킬 수 있다.
(그렇다. 식물들도 자신의 조직을 태울 수 있다!). 인간의 몸은 식물을 잘 연소시킨다. 우리는 음식으로 섭취한 식물이나 동물(결국 식물을 먹은 동물)을 통해 얻은 당분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다. 달리고 걷고 말하고 생각하고 숨 쉬고 그 밖의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우리 몸에 연료를 공급하느라 이런 에너지를 사용한다. - P176

날씨에 관해 생각할 때면 언제나 바람을 생각하게 된다. 하와이 마노아 계곡을 떠도는 향긋한 바람과 헤어드라이어처럼 얼굴에 와서 부딪히는 네바다 사막의 바싹 마른돌풍, 오슬로 피오르 위를 넘실거리는 상쾌한 미풍, 미니애폴리스 공항의 슬라이딩 도어를 지나면 우리를 맞아주는쌀쌀한 바람. 특히나 물기를 머금은 바람에 관해 생각하게되는데 여름철 폭풍우가 칠 때 하늘을 폭발시키는 노스다코타의 바람, 수평으로 불어오는 푸에르토리코의 강풍, 몇시간 안에 세상을 파묻어버리는 앵커리지의 엄청난 눈보라, 피크닉 접시에서 물기를 앗아가는 애리조나의 찌는 듯한 바람, 창밖으로 내다보는 것만으로 관절을 시리게 만드 - P182

는 뉴질랜드의 차가운 안개 같은 바람을 떠올린다.
바람은 움직이는 공기다. 공기가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가 밀어내거나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폭풍우가 밀려올 때 일기예보에서 고기압 혹은 저기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는데 이때 폭풍우를 이동시키는 바람을 만들어낸다. 바람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원은 대부분의 다른 에너지원과 같다. 바로 태양이다.
바람도 없고 날씨 변화도 없는 행성이 되려면 어떻게해야 할까?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태양의 스위치를 끌필요가 있다. 태양은 극지방보다 적도 부위를 직접적으로비추고, 물과 바위와 눈을 데우는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지구 표면의 온도는 곳곳에 따라 다르다. 태양이 대기를위쪽에서 따뜻하게 데워주고 지구 표면은 아래서부터 데워지다 보니 중간에서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 주머니가 아래로 가라앉아 위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를 대체해버린다. 움직이는 모든 공기 덩어리는 다른 공기 덩어리를 밀어내는데 지구 한쪽에서 시작된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1,500킬로미터 떨어진 나무 꼭대기 사이로 부는 바람을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햇빛은 대양에서 수분이 증발해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와 눈의 형태로 내려올 수 있도록돕는다. 이런 모든 이유로 날씨를 없애려면 태양을 없애는것이 첫 번째 단계일 것이다. - P183

날씨를 만들어내는 기본적인 에너지원은 태양이기때문에, 그리고 햇빛을 잘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널리 알려진 능력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가 더워진다는 합리적인 이해에 ‘온실효과‘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 때문에 지구가 이상할 정도로 특이하게, 또 인공적으로 데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어서 놀랄 수도 있겠지만, 온실효과라는 개념이 얼마나 납득하기 어려운 것인지, 적어도 얼마나 불길한 것인지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 P184

어린 시절의 추운 날씨를 과장한다는 비난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 나는 요즘 초등학교에 입학한 1975년의 미국기상청 기록을 출력해서 가지고 다닌다. 1975년 1월 9일시작된 눈보라가 나흘이나 이어져 ‘금세기 최악의 폭풍으로 기록된 바로 그해였다. 그 끔찍한 폭풍 기간 동안, 1년치 강설량이 일주일 만에 쏟아졌다. 내 인생에서 스케이팅과 썰매타기, 눈사람 만들기의 기본 실력을 닦은 1977년에서 1979년, 48개 주를 통틀어 20세기에 겨울이 가장추웠던 3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 내 말이 맞다. 그때는 추웠고, 춥다는 사실을모두 알고 있었으며, 추위에 단련되어 있었지만 추위를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나 장갑이 젖었을 때는 정말이지 끔찍했다. 하지만 적어도 너에게는 장갑이라도 있지 않았냐고어머니는 늘 상기시킨다. 그때만큼이나 추웠던 1936년 겨울, 어머니에게는 장갑이 없었고 그 추위 때문에 당신의 코가 내 코처럼 뾰족하지 않고 살짝 들린 거라고 말씀하시곤한다. - P185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대기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했던 지난 두 세기 내내 전체 기온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겠는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고, 사실이 그랬다. 지구 표면의평균 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화씨 1.5도 이상 증가했다(섭씨 1도에 약간 못 미친다).
이 수치가 얼마나 명확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온도 상승을 측정하는 도구인 온도계는 아주 간단한 장치다. 300년 전 발명되고나서 바로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기온을 재는 기상 관측소는 곳곳에, 심지어 세상에서가장 외진 곳에도 존재하며 그 데이터는 수세기 동안 성실한 농부, 우편국장, 수녀, 시민, 과학자에 의해 아주 구체적으로 수집, 기록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기온이 화씨 1도넘게 오른 최근의 온난화 경향은 과학자들이 논쟁을 벌일만한 대상이 아니다. 내 말을 믿어주기를 과학자들이라면거의 모든 것에 관해서 논쟁을 벌이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 P187

이는 최종적인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총체적인 온난화는 2도 이하여야 할 것이라는 권고가있었다. 이 장 앞부분에서 산업혁명 이후 평균적인 지구 표면 온도가 섭씨 1도 조금 못 되게 상승했다고 이야기한 바있다. 이 말은 지금 이 순간, 1970년대 과학자들이 처음 예견한 파국의 영역에 도달하는 데 1도보다 조금 더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이런 내용을 알리는 것이지,
사람들을 그저 두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해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그것을 존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보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한다. 이런 점을고려해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건대 우리가 겪었던 것 이상의 온난화와 대변동을 피하려면,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에서 요구된 점진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접근을 전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 P192

‘풍요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면, 다시 말해 지구상 모든 사람이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택한다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재의 네 배 이상이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대양에 얼마나 녹아들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그래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힐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970년대 과학자들이 알아냈듯이 2200년까지 대기중 이산화탄소 함량이 지금보다 두배가까이 증가하지 않으리라고 상상하긴 어렵다.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함께 최소 2도의 기온 상승도 따라올 것이고, 그에 따라 대격변이일어날 것이다.
- P193

지난 반세기북극의 해빙기는 6월 초부터 시작되는데, 다시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날짜는 기온이 오르면서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1970년대 해빙기는 9월이면 끝났지만 지금은10월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해빙기가 길어지다보니 얼음이 어느 기간은 그만큼 짧아진다. 북극해를 덮고있는 바다 얼음은 급속도로 얇아지고 모서리가 부서져 내리고 있는데, 밟고 몸을 지탱할 곳이 필수적인 북극곰들에게는 무엇보다 나쁜 소식이다.
지구상의 얼음 대부분은 북극과 남극에 위치한다. 이곳에선 길고 어두운 겨울이 매년 내리는 눈을 잘 보존해꽝꽝 얼려서 기존의 단단하고 차가운 얼음과 합체해준다.
이런 극지방 덕분에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표면의 10퍼센트가 흰색으로 나타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한다면, 이흰색 패치가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사라지는 것을 인공위성에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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