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일랑 신부가 한숨을 지었다. 「아, 그런 때가 오기만 한다면요! 당신은 샌더스키에서 나를 데려올 때처럼, 앨버커키에서도 나를 데려오는군요. 내가 거기 갔을 때 모두가 나의 적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내 친구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떠나야 한다니요.」바일랑 신부는 안경을 벗더니접어 안경집에 넣었다. 그것은 늘 그가 이제 이야기를 마치고 쉬어야겠다는 뜻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러니 이제 일 년뒤 당신은 로마에가 있겠군요. 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앨버커키의 내 교구민들 사이에 있는 사람들과 지내는 게 더 좋은데. 하지만 클레르몽, 그곳에 가는 당신이 부럽군요. 나도다시 고향 산을 보고 싶은데. 적어도 당신은 내 가족을 모두만나 보고 내게 그들의 소식을 전해 주겠지요. 그리고 내 사랑하는 여동생 필로메네와 거기 있는 수녀들이 3년간 날 위해 만든 옷을 가져다주겠지요. 그것들을 가져다주면 정말 고맙겠어요.」 그가 일어나더니 촛불 하나를 들었다. 그럼 당신이 클레르몽을 떠나올 때, 장, 나를 위해 호주머니에 그곳의밤 몇 알 넣어다 주세요!」 - P179

종부성사는 고민에 휩싸인 사람을 진정시켜 주었고, 그는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조용히 누워 있었다. 여자들이 돌아와서 앉아 전처럼 중얼거리며 기도를 했다. 유리창에 비가내리치고 바람이 깊은 시내를 삼킬 듯 불어 닥치며 공허한소리를 냈다. 지켜보는 사람들 중 몇몇은 지쳐서 고개를 숙였지만, 한 사람도 집에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는 않았다. 임종의 침상을 지켜보는 것은 그들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라 하나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죽어 가는 사제의 경우에 그것은 하나의 명예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심지어 유럽국가에서도, 죽음은 진지하고 중요한 사회적 의례였다. 이는 단순히 어떤 신체적인 기관이그 기능을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극적인 절정의 순간, 다시말해 한 영혼이 정확한 의지를 갖고 그 어떤 불가사의한 곳으로 가는 낮은 문을 열고 통과하여 다음 세상으로 들어가는순간으로 간주되었다.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어 가는 사람이 그만이 볼 수 있는 어떤 것을 드러내지 않 - P191

을까 하는 희망 같은 게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입술이 아니라면 얼굴이라도 무슨 말을 하지 않을까, 혹은 그의 이목구비 위에 저 너머로부터 오는 어떤 빛이나 그림자가 떨어지지않을까 하는 나폴레옹, 바이런 경 같은 위대한 사람들의 <마지막 유언이 아직도 선물용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고, 모든평범한 남녀가 죽어 가며 중얼거린 말들이 그들의 이웃이나친척들에게 귀 기울여 듣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 되기도했다. 이러한 말들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에 상관없이, 언젠가는 같은 길을 가게 될 사람들한테는 하나의 신탁처럼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곰곰이 되새겨지는 것이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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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지기 직전 그들은 인디언 마을의 서쪽에 멈추었는데, 그 인디언 마을은 주교가 방문했던 다른 인디언 마을과는 아주 달랐다. 두 개의 커다란 공동주택이 피라미드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오후의 햇빛 속에서 그 건물은 금빛이 되었으며 그 바로 뒤로는 보랏빛 산이 있었다. 하얀 두건이 달린 겉옷을 입은 황금빛 남자들이 지붕에서 별처럼 재빨리 나오더니 조각상처럼 꼼짝 않고 서서 산 위에서 석양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곳에는 어떤 종교적인 침묵 같은것이 있었다. 염소가 음매 하고 우는 소리 이외에 어떤 소리도 황금빛 먼지구름을 통해 집으로 다가오는 것은 없었다.
이 두 개의 공동주택은 천년 이상 동안 이 부족이 계속해서 살아오고 있다고 마티네즈 신부가 주교에게 말했다. 코로나도 원정대 사람들은 거기서 이 인디언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이 인디언 중 가장 우수한 종으로 잘생겼고 위엄 있는 행동을 하며, 사슴 가죽 코트와 유럽인들이 입는 것과 같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고 했다. - P171

타오스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교는 가던 길에서벗어나 키트 카슨의 목장 집을 방문했다. 카슨이 양을 사러나가 집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라투르 신부는 카슨부인을 만나 불쌍한 막달레나를 돌봐 주었던 친절에 대해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막달레나가 산타페에 있는 학교에서 수녀들과 행복하고 경건한 삶을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카슨 부인은 조용하지만, 멕시코 가정주부에게서 흔히 보이는 우아하면서도 수줍어하지 않는 환대의 태도로 그를 맞았다. 그녀는 키가 크고 날씬하고 어깨가 처지고 빛나는 검은 눈과 검은 머리를 가진 여자였다. 비록 글을 읽을 줄은 몰랐지만 그녀의 얼굴과 대화는 모두 지성적이었다. 주교 생각에, 그녀는 잘생겼다. 그가 감탄할 만한 정도로 그녀의 용모는 살아가는 올바른 태도를 교육받은 바 있음을 보여 주고있었다. 그녀는 또한 명랑했고 유쾌한 유머감각이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해도 될 정도였다. 그녀는 주교가 마티네즈 신부 댁에서 안락하게 보냈기를바란다고 말했는데, 말의 억양으로 미루어 주교가 그러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그녀가 이미 알고 있음이 드러났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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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투르 신부는 마티네즈와 예의 바른 편지를 교환해 오고있었지만, 그 전에 그를 단 한 번 만난 일이 있었다. 그것은신부가 타오스에서 산타페로 달려와 새 주교를 거부하는 시위를 하던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었다. 오래전 일이었지만,
주교는 마치 바로 어제 만났던 듯 그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다. 타오스의 사제는 쉽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누구든지 거리에서 한번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신체적인 특징을 가졌으며, 위압적인 기세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넓고 높은 어깨는 수물소의 어깨와 같았고, 커다란 머리는 두터운 목 위에 도전적으로 얹혀 있었으며, 뺨이 퉁퉁하고 얼굴색이 불그스레한 계란형의전형적인 스페인 사람 얼굴이었는데, 주교는 바로 그 얼굴을얼마나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는지! 그가 얼른 다시 보고싶을 정도로 그 얼굴은 정말 독특했다. 이마는 위아래로 넓 - P160

으면서도 옆으로는 좁았고, 빛나는 누런 눈은 강력한 아치형태로 속에 깊이 안착되어 있었고, 뺨은 다시 말하지만 퉁퉁하고 불그스레했다. 앵글로색슨족의 얼굴처럼 매끄러운피부가 아니었고, 근육질이 계속 움직이고 있어 이목구비 중어느 한군데도 빠짐없이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입은 폭력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열정과 독재자적인 자기 의지를 아주강력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도톰한 입술은 동물이 공포나 욕망에 못 이겨 그런 모습이 되듯 팽팽하며 앞으로 쑥 내밀고있었다.
라투르 신부는 그 국경 지대인 타오스가 어느 개인의 무법적인 힘에 의해 이끌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이 인물이 아무리 인상적이고 압도적인 힘이 있는 존재지만 실로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과거로부터 나온 잔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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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데, 페이지가 뒤죽박죽이다ㅠ
파본인데, 어쩌지!
일단, 그대로 옮긴다.

바일랑 신부는 들떠서 왔다 갔다 하며 말을 했고, 주교는그를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주교에게 소중한 것은 그의친구에게 있는 바로 이런 점이었다. 「위대한 사랑이 있는 곳에는 늘 기적이 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환영은 성스러운 사랑에 의해 수정된 상태로 누군가의 눈에 나타나는 하나의 영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진정한 당신으로서의당신을 보지 못합니다. 요셉. 나는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을통해 당신을 봅니다. 내 생각에, 성당의 기적은 갑자기 우리에게 먼 곳으로부터 다가오는 얼굴이나 목소리나 치유력이아니라 우리를 더 훌륭한 존재로 감지하는 순간, 바로 우리주변에 있어 왔던 것을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순간인 것 같습니다.」 - P60

그는 노새로 인한 힘겨운 문제로 자신이 슬픔과 걱정 속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신부에 대해 원한 같은 것은 품지 않았다. 그는 요셉 신부의 헌신에 대해 의심해본적이 없었으며, 그의 변치 않는 단 하나의 목적에 대해서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결국 주교는 주교로서, 주교 대리 신부는 주교 대리 신부로서, 또 그들 둘이 공통으로 교구의 사제 일을 하는데 대해 불신 같은 것은 결코 품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들이 콘텐토와 안젤리카를 타고 다니며 선교를 한다는 사실에스스로 자긍심을 느끼게 될 거라고 믿었다. 바일랑 신부는자신이 노새 선물을 받기 위해 억지로 술수를 쓰긴 했지만,
그렇게 한 것에 대해 그는 오히려 기뻐하고 있었다. - P75

라투르 주교와 바일랑 주교 대리는 빗속에서 노새를 타고트루차스 산을 지나고 있었다. 무거운 납빛의 빗방울이 산봉우리에서 불어오는 살을 에는 듯한 바람에 공중에서 옆으로휘날리며 몰아치고 있었다. 라투르 신부는 꼭 올챙이 모양처럼 생긴 이 빗방울들이 코와 뺨을 철썩거리며 후려치는 것같다고 생각했다. 이 빗방울들은 속이 텅 빈 채 공기로 가득차 있다가 후려치는 순간 폭발하는 것 같았다. 사제들은 높은 산지의 초원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는데, 초원은 지금 당장은 슬레이트 빛깔이지만 몇 주 후면 푸르게 될 것이었다.
양쪽으로 청록빛 전나무들로 뒤덮인 산등성이가 있었고, 그들 위로는 뿔처럼 산맥의 등뼈가 솟아올라 있었다. 하늘은매우 낮았다. 보랏빛이 도는 납빛 구름들이 안개의 장막을소나무 산등성이 사이 계곡에 드리우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움직이고 있는 어두운 안개 속에 반짝거리는 허연 빛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상록수의 차가운 초록 빛깔을 띠고 있었다. 심지어 하얀 노새들은 피부 거죽까지 젖은 채 뗏장처럼되어 희끄무레한 색조로 변해 있었고, 두 사제의 얼굴도 보 - P76

랏빛으로 변해 있었으며, 유일하게 빛을 내는 그들의 눈만이번쩍이고 있었다.
라투르 신부가 노새를 타고 앞장서서 가고 있었다. 그는노새 위에 꼿꼿하게 앉아 비가 눈을 내리치는 것을 피하려고턱을 낮추고 있었다. 바일랑 신부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는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이런 날씨 속에서 안경은아무런 소용이 없었기에 그는 아예 안경을 벗어버린 상태였다. 그는 안장에서 아래쪽으로 바싹 웅크리고 앉아 있어서콘텐토의 목 쪽으로 그의 어깨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다.
요셉 신부의 누이인 필로메네는 퓌드돔에 있는 그녀의 고향도시 수녀원의 원장이었는데, 그가 보낸 편지를 읽고 종종오빠와 라투르 주교가 하는 이러한 선교 여행이 어떤 것인지를 마음속에 그려 보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그녀에게 익숙한 그림인 성 프란시스 사비에르의 그림처럼, 두 명의 사제들이 성직복을 입고서 머리에는 아무것도쓰지 않은 채 다니는 모습을 그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가 그려 보는 그림보다는 덜 그림 같았다.  - P77

그녀는 못 옷걸이에서 검은 숄을 잡더니 그를 뒤따라갔다.
그러더니 문가에 이르자 갑자기 몸을 돌려 측은하기도 하고당황한 시선으로 그녀를 살펴보던 방문객들의 눈을 보았다.
무감각하던 그녀의 얼굴이 곧 강렬해지고 예언적이 되더니어떤 무시무시한 의미를 가득 담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공중에 뻗치면서 그들에게 도망치라고, 도망치라고 손짓했다! 그러더니 어떤 말로도 전달할 수 없는 공포에 찬 모습으로 고개를 끄떡거리면서 손바닥 끝을 재빨리 끌어당겨 부풀어 오른 목을 가로질러 긋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문가에는 아무도 없었다. 두 사제는 그곳을 응시하며 말없이서 있었다. 전광석화와도 같은 충격이 매우 생생하고 분명한경고를 해주었기에 그들은 놀라움에 휩싸인 채벙어리처럼그대로 서 있었다. - P81

그 지역의 가장 믿을 만한 지도는 키트 카슨의 머릿속에 있었다. 이 미주리 사람, 그의 눈은 아주 민첩하게 풍경이나 사람의 얼굴을읽을 수 있었지만, 인쇄된 글자는 읽지 못했다. 그는 그 당시에 자기 이름도 거의 쓰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민첩하고분별력 있는 지성이 있었다. 그가 문맹이라는 것은 일종의 우연한 사고 같은 것이었다. 그는 책보다 앞질러 갔고, 인쇄물도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앞서 갔다. 그는 소년 시절을 힘겹게 보냈는데, 열네 살부터 스무 살까지 요리사나 마차 무리의노새 몰이꾼으로 간혹 잔인하고 막돼먹은 사람들의 시중을들며 간신히 먹고살았지만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깨끗한 마음과 동정 어린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주교에게 불쌍한막달레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슬프게 말했다. 그녀가아주 예쁜 소녀였을 때 제가 그녀를 타오스에서 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불쌍하게 되지 않았어요?」 - P90

라투르 신부는 화덕 옆에 앉아 산에서 매섭게 불어오며 고원 너머로 으르렁거리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이런 지나간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하신토 역시 자신처럼 화덕옆에 말없이 앉아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했다.
바람은, 해질 녘 산 뒤쪽에 머물러 있던 잉크 빛 먹구름으로부터 불어온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후회스럽기 이를 데 없는 검은 과거로부터 불어오는 것일는지도 몰랐다. 바람에 대항하여 유일하게 일어나는 인간의 소리는 요람에 누워 있는 아픈 아기 때문에 희미하게 울부짖고있는 소리뿐이었다. 클라라는 구석에서 소리를 죽이려 애쓰 - P142

고 있었고, 하신토는 불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교는 한 시간 동안 성무일과서를 불빛에 비추며 읽었다.
그런 다음, 뼛속까지 따스해지자 이제 따스해진 담요로 자신의 몸을 돌돌 말아도 되리라 생각하고 일어나서 잠을 자기위해 나갔다. 하신토가 담요와 물소가죽으로 된 겉옷 중 하나를 가지고 뒤를 따랐다. 그들은 붉은 빛이 스며 나오는 몇개의 문가를 거쳐 초목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바위를 지나,
아직도 버티고 있는 옆면의 벽들이 폭풍을 막아 내기는 하지만 지붕이 없어져 별빛이 그대로 보이는 휑한 폐허지에 이르렀다. - P143

바위는 생각만 해도 인간이 필요로 하는 최고의 표현이었고 그것을 갈망하는 단순한 감정을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바위는 사랑과 우정에 있어서 충실함을 최고로 비유할 수 있는 존재였다. 예수님 자신이 제자들에게 교회의 열쇠를 주면서 충성심을 바위에 비교한 적이있었다. 그리고 구약 성서의 유대인들은 늘 외지에 포로로끌려가면, 고향에 있는 그들의 바위는 하느님의 이상이고 그들의 정복자들이 그들로부터 빼앗아가지 못한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14

벌써부터 주교는, 인디언 삶에서 종종 놀랍고도 당황스러울 만큼 신기하게도 그들이 문자 그대로 어떤 것을 이미 해석해서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아코마족들은 영원과 불멸의 어떤 것에 대한 모든 인간의 염원을 변화의 그림자 없이 그대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물질에 있어서도 그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실제로 그들의 바위 요새에서 살았다. 그들은 바위에서 태어나 바위에서죽었다. 그렇게 아주 단순한 것 속에 확대 해석할 수 있는 과장의 요소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아코마의 평평하고 높은 바위산 근처로 다가갔을때 그들 뒤에서 어두운 구름이 눈부신 하늘에 잉크 얼룩을흩뿌리듯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비가 올 거예요.」 하신토가 말했다. 그러면 좋을 거예요. 그들이 기분 좋아질 테니까요.」 그는 노새들을 평평하고 높은 바위산 발치에 있는 목장 우리에 두고는 담요를 들고 울퉁불퉁한 가장자리가 자연스럽게 벼랑에 형성되어 있는, 돌계단처럼 된 바위 속의 좁게 갈라진 틈으로 라투르 신부를 - P114

급히 데려갔다. 잡을 곳이 마땅치 않은 곳에는 작은 손 구멍같은 것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매끈한 벙어리장갑 같은 돌 속으로 손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바위산에는 식물이라고는 전혀 없었지만 그 발치에는 모래밭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커다란 식물 하나가 자라고 있었다. 부활절에 쓰는 백합꽃처럼 커다란 하얀 꽃을 피우는 식물이었다.
라투르 신부는 커다랗고 조잡한 이빨처럼 삐죽삐죽한 그 짙은 청록 빛 나뭇잎들 옆에 일종의 독성이 있는 흰독말풀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풀의 크기와 그 무성함을 보고 그는 놀랐다. 그것들은 빛나는 비단 천으로 만들어진 굉장히커다란 인조 식물 같아 보였다. - P115

그들이 바위를 올라가는 동안 머리 위에서 귀청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천둥이 울리더니 마치 구름이 터지면서 쏟아져내리듯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층계의 더 깊이 후미진 곳, 벼랑에서 약간 튀어나온 곳 아래로 간 다음 그들 앞에서 공중의 무거운 장막이 흔들리며 물로 쏟아져 내리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그들이 서 있는 곳의 틈새로 보니, 빗물 흐르는 것이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같았다. 평평한높은 바위산들이 군데군데 있고, 비로 그 표면들이 반짝이고있는 거대한 평원 너머를 내다보며 주교는 멀리 있는 산들이햇빛에 빛나는 광경을 보았다. 다시금 그는, 마른 땅이 깊은바다로부터 끌어올려지고 모든 것이 혼돈 속에 있던 첫 번째창조의 아침이 이런 광경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 P115

그곳은 예배를 드리는 곳이라기보다는 요새 같아 보였다. 그 널따란 실내는 어떤 선교 성당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주교를 우울하게 했다. 그는 정오가 되기 전에 미사를 집전했는데, 이번 미사 의식처럼 정말로 힘든 적은 없었다. 주교 앞에는 잿빛 바닥, 잿빛의 빛 속에 화려한 밝은 색상의 숄과 담요들을 걸치고 있는 일단의 사람들 오륙십 명이 조용한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들 위와 뒤쪽은 모두 잿빛 벽이었다.
주교는 마치 자신이 바다 밑바닥에서 태고 적 생물들을 모아놓고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 생물들은 아주오래되고 딱딱해져 조개껍질 속에 꽉 닫혀 있는데, 갈보리예수의 복음이 그토록 꽉 닫혀 있는 그들에게 과연 도달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있는 조개껍질 같은등짝들은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어린 아기들이 그렇듯 영세와 성스러운 은총으로 구원받을는지 모르지만, 그들 자신의어떤 경험을 통해 구원받을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복을 해줌으로써 미사를 끝내고 그들을 내보내자, 주교는자신이 사제로서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영적인 패배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 P117

주교는 수도원의 북동쪽 구석지에 지어진 누각을 발견했다. 그것은 사방이 뚫린 형태로 지붕만 있는 건축물이었는데, 하얀 집들이 있는 마을과 황갈색 바위와 아래쪽으로 넓은 평원이 내려다보였다. 거기서 그는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이 누각에서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막이컴컴해지고, 그늘이 위쪽으로 기어 올라가는 것도 지켜보았다. 평원 너머로 듬성듬성 있는 평평한 바위산 꼭대기들이저녁노을로 인해 붉어지더니 꺼지는 촛불처럼 차츰 빛을 잃어 갔다. 그는 초목 하나 없는 사막의 바위산 위에서 석기 시대에 있던 그 자신과 같은 종족, 그 자신의 시대에 대한 향수,
유럽인에 대한 그의 영광스러운 욕망과 꿈의 역사에 대한 향 - P119

수를 느끼고 있었다. 세계 속에 존재하는 그 자신의 일부가동틀 무렵의 하늘처럼 변화하는 모든 세기 동안 내내 그러고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살았고 여전히 살고 있는 이사람들은 숫자도 늘리지 않고 욕망도 늘리지 않고 그대로 고정되어 바위 위에 살고 있는 바위 거북이와 같은 존재였던것이다. 그는 여기서 파충류 같은 어떤 것, 전혀 움직이지 않고 모든 것을 참아 내는, 그 어떤 것도 도저히 닿을 수 없는존재, 갑옷 입은 갑각류 같은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 P120

라투르 신부는 화톳불 빛 옆에서 성무일과서를 읽었다. 이른 아침 이래로 그의 마음은 정신적인 것 이외의 다른 것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마침내 그는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들이 늘 야영지에서 그러하듯이, 하신토에게 그와 함께 주기도문을 여러 번 되풀이해 외도록 하고는 담요를똘똘 말아 덮고 불이 있는 쪽으로 발이 가도록 하고 드러누웠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밤중에 깨어 그의 안내자가 아주 조심스럽게 막아 놓은 그 호기심 나는 작은 구멍을 몰래살펴봐야겠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진흙을 바른 후에 하신토는 결코 그 구멍 쪽으로는 다시 눈길을 돌리지 않았고,
라투르 신부도 인디언 안내자에 대한 배려로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려고 애썼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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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飛, 그날이 오면


길 끝에 당도한 바람으로 머리채를 묶은 후당신 무릎에 머리를 대고 처음처럼
눕겠네 꽃의 은하에 무수한 눈부처와
당신 눈동자 속 나의 눈부처를
눈 속에 모두 들여야지
하늘을 보아야지
당신을 보아야지
花, 飛, 花, 飛,
내 눈동자에 마지막 담는 풍경이
흩날리는 꽃 속의 당신이길 원해서
그때쯤이면 당신도 풍경이 되길 원하네

그날이 오면
내게 필요한 건
이름 붙이지 않은 꽃나무 한그루와
당신뿐
당신뿐
대지여

화살기도


얼마나 다급히 너에게 가 닿고 싶으면
화살 같다고 못하고
기도가 화살이라고 쓰는가.

내 기도는 화살.
네가 맞을지도 모르는 화살을 쫓아가
쪼개려는.
너를 꼭 껴안고 내 등을 내주어
먼저 화살을 맞으려는.

기도는 영영 좋은 말이지만
연명치료 중인 신에게 너의 안녕을 위탁하는 건 점점 위험한 일.
2천 살이나 잡수신 노쇠한 신은 이제 그만 쉬게 하자.

네가 아프면 내가 가리.
기도 말고
몸으로 가리 - P111

花飛 먼 후일


그날이 돌아올 때마다
그 나무 아래서
꽃잎을 묻어주는 너를 본다

지상의 마지막 날까지 너는 아름다울 것이다네가 있는 풍경이 내가 살고 싶은 몸이니까

기운을 내라 그대여
만 평도 백 평도 단 한 뼘의 대지도 소속은 같다
삶이여
먼저 쓰는 묘비를 마저 써야지

잘 놀다 갔다
완전한 연소였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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