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일랑 신부가 한숨을 지었다. 「아, 그런 때가 오기만 한다면요! 당신은 샌더스키에서 나를 데려올 때처럼, 앨버커키에서도 나를 데려오는군요. 내가 거기 갔을 때 모두가 나의 적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내 친구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떠나야 한다니요.」바일랑 신부는 안경을 벗더니접어 안경집에 넣었다. 그것은 늘 그가 이제 이야기를 마치고 쉬어야겠다는 뜻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러니 이제 일 년뒤 당신은 로마에가 있겠군요. 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앨버커키의 내 교구민들 사이에 있는 사람들과 지내는 게 더 좋은데. 하지만 클레르몽, 그곳에 가는 당신이 부럽군요. 나도다시 고향 산을 보고 싶은데. 적어도 당신은 내 가족을 모두만나 보고 내게 그들의 소식을 전해 주겠지요. 그리고 내 사랑하는 여동생 필로메네와 거기 있는 수녀들이 3년간 날 위해 만든 옷을 가져다주겠지요. 그것들을 가져다주면 정말 고맙겠어요.」 그가 일어나더니 촛불 하나를 들었다. 그럼 당신이 클레르몽을 떠나올 때, 장, 나를 위해 호주머니에 그곳의밤 몇 알 넣어다 주세요!」 - P179

종부성사는 고민에 휩싸인 사람을 진정시켜 주었고, 그는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조용히 누워 있었다. 여자들이 돌아와서 앉아 전처럼 중얼거리며 기도를 했다. 유리창에 비가내리치고 바람이 깊은 시내를 삼킬 듯 불어 닥치며 공허한소리를 냈다. 지켜보는 사람들 중 몇몇은 지쳐서 고개를 숙였지만, 한 사람도 집에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는 않았다. 임종의 침상을 지켜보는 것은 그들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라 하나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죽어 가는 사제의 경우에 그것은 하나의 명예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심지어 유럽국가에서도, 죽음은 진지하고 중요한 사회적 의례였다. 이는 단순히 어떤 신체적인 기관이그 기능을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극적인 절정의 순간, 다시말해 한 영혼이 정확한 의지를 갖고 그 어떤 불가사의한 곳으로 가는 낮은 문을 열고 통과하여 다음 세상으로 들어가는순간으로 간주되었다.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어 가는 사람이 그만이 볼 수 있는 어떤 것을 드러내지 않 - P191

을까 하는 희망 같은 게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입술이 아니라면 얼굴이라도 무슨 말을 하지 않을까, 혹은 그의 이목구비 위에 저 너머로부터 오는 어떤 빛이나 그림자가 떨어지지않을까 하는 나폴레옹, 바이런 경 같은 위대한 사람들의 <마지막 유언이 아직도 선물용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고, 모든평범한 남녀가 죽어 가며 중얼거린 말들이 그들의 이웃이나친척들에게 귀 기울여 듣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 되기도했다. 이러한 말들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에 상관없이, 언젠가는 같은 길을 가게 될 사람들한테는 하나의 신탁처럼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곰곰이 되새겨지는 것이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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