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R/RETOUR 


낮이 어둠으로 물러간다
밤의 베일을 통하여 본 낮
낯빛과 어둠 사이에 드리워진 투명한 회색의 막이
하늘을 연보라색으로 녹이고
어두운 보라색으로 다시 흰색으로 밤이 뒤덮일 때까지.
나지막한 웅얼거림 하나
어둠과 밤 사이에
각 방으로 헤어지는 그들의 돌아옴을 중지시키지 않는다
그림자가 떠오르고 다시 동등하게 희미해지는 동안
버려진 방들에 걸려 있는 비밀
헤어지는 이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전달
날은 어둠으로 물러간다
불빛을 없애라 소리를 멀리로 다시 옮겨라. 
더욱더 멀리.
부재가 가득하다. 부재가 빛이 난다. 그릇들, 놓아둔 그대로.
과일도 그대로, 유리잔의 물 구슬이 잔의 가장자리로 떠오르는.
침묵의 부동 속에서 황홀하게 빛을 발한다.
밤이 날을 다시 베일로 씌울 때, - P136

말이 소리 나야 한다면, 칸막이를 통해 아주 가벼운 방식으로 반대편에 자국을 내라 반대편 서명 반대편 청문 반대편 연설 반대편 장악

순백함의 이후로는 언제나
그것은 자신을 지키고 있다, 하얗게,
능가할 수 없는, 색깔의 부재, 절대적, 지극히. 순수하다. 이를 수 없도록 순수하다.
만약 그 자체의 하얀그림자ㅡ 수의 안에서, 모든 얼룩이
사라진다면, 드리웠던 모든 과거 모든 기억이떠난다면, 이 말들의
사면과 힘을 통하여.
덮어씌우고, 장막처럼 두르고, 옷을 입히고. 자루집에 넣고. 수의를 입혀.
덧씌우고, 덧입히고, 막을 치고.
숨긴다. 급습한다.
변장, 은닉, 가면, 베일
불분명. 모호, 가리개, 침식, 은밀. - P145

끝이 보이지 않는다. 끝도 없고 만족할 만한 것도 아니다. 평정을 가져올 만한 것. 평정이 너무 큰 요구라면, 그럼, 위로라도. 고통 없고, 적어도 아무 감각이 없는. 고통이 기억으로 번역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녀는 매 순간, 날짜, 하루의 때, 날씨, 일어났던 일이나 앞으로 올 일에 대한 간단한 요점을 설계함으로써 매번 시작한다. 그녀는 매번 이런 정화로 시작한다 마치 이 행동이 뒤따를 서곡에서 자신을 해방시켜줄 것처럼. 그녀는 그녀의 감정과 동등한 낱말을 찾기 시작한다. 혹은 그것의 없음을. 동의어, 직유, 은유, 상투어, 부명, 유령어, 유령국가. 그녀의 여로의 지도를 기록하는 데에.
연장된 여정, 수평적인 형태의, 개념상으로는, 그것으로부터의 일부분은 아무런 표시의 증거도 없이 잘리었고, 이제는 서문에 ‘연장‘
을 ‘여정‘ 앞에 덧붙이는 것에 응해야 하게 되었다. - P152

미래가 없다. 다만 시간의 몰려옴이 있을 뿐. 설명할 수 없고, 공허하며, 무형의 시간, 그녀는 그것을 향해 움직이도록 기대될 뿐이다.
앞쪽으로 앞으로, 그리고 어떻게든 현재를 지나쳐버린다. 망각의 은총으로 스스로를 구제하고 있는 그 현재, 그녀는 그것을 어떻게 정당화시킬 수 있었을까. 현재의 가시성이 없이.
그녀는 실제의 시간을 대치할 수 있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녀는자신에게 시간을 앞에 전시하고 그것을 엿보는 자가 된다고. 그녀는죽음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 올 수 없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녀는 - P152

죽음을 대치할 수 없다는 것을, 실제로 죽지 않고는 그것의 극복이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녀는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계속 살 수 있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치지 않고 계속 쓸 수만 있다면 하고 자신에게 말한다. 글을 씀으로써 실제의 시간을 폐기할 수 있다면 하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녀는 살 것이다. 그녀 앞에 그것을 전시해놓고 그것의 엿보는 자가될 수 있다면,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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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고되고 길었던 여정의 끝이
마침내 저 너머에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여정의 끝에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아마도 역려에 들어
잠시 몸을 누이겠지만
오래지 않아 주섬주섬
다시 여장을 꾸릴 것임을.
그래왔듯이 그 길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묻고 사유하고 걸을 것이다.

2023년 가을 삼성동에서
곽효환

흑백텔레비전 시절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은 프로레슬링이었고 내 유년의 우상이자 첫번째 챔피언은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상대적으로 왜소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빡빡머리 김일. 그는경기 내내 수세에 몰리다가 막바지에 벼락같은 박치기를 선보였다. 번득이는 박치기 몇 번이면 그보다 머리 하나는 족히 큰 거구들이 사각의 링 위에서 나뒹굴었다. 그리고 끝이었다.
청년 시절 그는 당시 일본 최고의 프로레슬러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재일동포 역도산은 동경하여 무작정 맨몸으로 일본행밀항선에 올랐다. 우여곡절끝에 역도산을 만났지만 레슬러로서 체구가 작고 특별한 기술도 없었던 그는 새끼줄을 칭칭 동여나무 기둥에 혹은 쇠기둥에 하루에도 수백 번씩 머리를 박고찧는 훈련을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머릿속엔 커다란 종소리윙윙 올렸고 이마는 터지고 찢어지며 쇳덩이처럼 단단하게
단련되었다. 그는 이기기 위해, 아니 링 위에 존재하기 위해 강하게 더 세게 상대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받아야 했다. 그럴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했지만 그의 머릿속엔 더 큰 종소리가 윙ㅡ윙ㅡ 울려 퍼졌다. 만년에 그는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박치기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나는 시를 쓴다는 것, 혹은 그것을 계속한다는 것은 김일의 박치기처럼 필살기이지만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덜어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3


우수리강은 지났을까
밤 10시 45분 원동의 항구도시를 떠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홀로 깨어 칠흑의 밤을 서성인다
해삼위라 불렸던 옛 말갈과 여진과 숙신의 땅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야간열차는
간간이 멈추었다가 밤을 가르고 달린다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울란우데 이르쿠츠크 크라스노야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그리고 모스크바까지
일곱 번의 시차를 넘나드는 9,288킬로미터
대륙의 북쪽 가르는 철길을 따라
가없는 시베리아 벌판이 열리고 또 닫힌다
하늘에는 별들 가득하고
내가 기억하는 별자리들을
하나씩 더듬고 짚어나갈 때마다
빽빽이 늘어선 하얀 자작나무숲이 펼쳐지고. 이 막막한 철길에 올랐을 붉은 얼굴들이
캄캄한 차창 밖으로 어른어른 흘러간다 - P11

기구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가족을 위해 더러는
독립과 민족과 자유를 위해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다시 더 멀고 더 깊은 대륙 저편으로
갔다가 돌아온 혹은 끝내 돌아오지 못한
그을린 붉은 얼굴들
나는 저 너머의 시간을 건너
오늘밤 섬섬히 빛나고 또 스러지는
몇천, 몇만 혹은 몇십만 년 전 떠났을
별들을 헤아린다 그리고
모든 것을 꽁꽁 얼려놓는 혹한과
질척질척한 혹서만이 한 몸처럼 존재하는
이 드넓은 붉은 벌판을
천형처럼 건너갔던 검은 그림자들이
어느 먼 시간을 건너
하나둘 별이 되어 돌아오는 검붉은 파노라마를 본다
차창을 사이에 두고 나도 그들도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말도 - P12

먹먹한 슬픔과 울음으로 삼키는 잠들지 못하는 밤
열차는 먼 곳으로 끝없이 흘러가고
광막한 시베리아 벌판에 붉은빛이 든다
긴긴밤을 지나
멀리서부터 아침이 온다 - P13

장춘에서 백석을 찾다


회색 땅거미가 더디게 내려앉는
북방 도시의 여름 저녁
가난하지만 외롭고 높고 쓸쓸하고자 했던
사내가 얹혀살았다는
한평 남짓 토굴 같은 집의 흔적을 찾아 서성인다
옛 신경시 동삼마로 시영주택 35번지 
황씨 방,
이제는 동삼마로 33번지부터 42번지를 통합했다는
장춘시 남관구 장통종합대시장 건물 주변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의 남루한 삶이 
북적이지만
내가 찾는 이의 자취는 없다

초승달과 바구지꽃과 짝새를 사랑했으나
만주국 측량 보조원으로 혹은 세관원으로 살았던
가슴에 무서운 비애와 적막을 품고 요설 대신 고요히 생각하며 침묵하고자 했으나
동삼마로 토굴집과 러시아인 마을과
다시 동삼마로 작은 의원 건물 2층을 전전했다는
그는 어디에 있을까 - P39

만주국 수도에서 오족협화의 그늘 깊은 시대를 살다 간
최남선 염상섭 안수길 박팔양 박영준 그리고 그 사람
서럽고 고단하고 얼룩지고 더러는 굴절된
슬픈 그림자들이
쇠리쇠리한 석양빛 아래 붉게 흐려지더니
이내 뿌옇게 흩어진다

뿌연 먼지 속 한길이 설핏 열렸다 닫힌다
측량도 문서도 제국의 아전 노릇도 그만두고 석 섬지기 밭을 얻은 마을의 눈 녹는 
밭두둑을 걸어
촌부자 노왕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도랑을 건너고
나귀와 노새를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잠시나마 홍에 벅차오르던
그 길은 어디에 있을까

뿌옇게 수증기 서린 조당澡塘의 사람들이 아른하다
털 없는 민중민숭한 다리를 한 물통에 담그고. 벌거벗은 몸을 녹이며
나주볕을 한없이 바라보며 생각하던 도연명과 - P40

은이며 상이며 월이며 진이며 하는 나라 사람들은
그 자손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재개발 공사가 한창인 흙먼지 날리는 거리에서의
이 낯익은 외로움과 쓸쓸함은
그러나 조금은 우습고 무섭기도 한
이 맑은 슬픔은
이 먹먹한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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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적지는 찾기를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것의 영구한 유배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여기 이제 열여덟 해만에 돌아온 지금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전쟁을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고투 속에서 똑같은 목적지를 찾고있습니다. 우리는 둘로 잘렸습니다. 해방자라는 이름을 가진 추상적인적,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 그들은 이 잘림을 편리할 대로 내란이라고 불렀습니다. 냉전, 막다른 궁지.
나는 똑같은 군중, 똑같은 반란, 똑같은 항거 속에 있습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나는 시위대 속에 갇혀 그 움직임에 따라 운반됩니다. 음성들이 울리고 한 목소리가 외치고 나면 많은 목소리가 물결처럼 메아리치고 나는 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오직 한 방향, 음성들이 울리는 단 하나의 방향으로. - P93

데. 모. 한 단어, 두 음. 너 미쳤니 가정교사가 그에게 말합니다. 그들은 교복입은 학생은 닥치는 대로 죽여. 아무나 무엇으로 너 자신을 방어할수 있지 그가 묻습니다. 오빠, 나의 오빠, 오빠는 이유를 대고, 죽어도 좋다고 합니다. 죽어도 좋아. 꼭 그래야만 한다면, 그는 오빠를 때립니다. 가정교사는 오빠의 뺨을 때리고 오빠는 얼굴이 붉어져서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문에 기대어 섭니다. 나의 오빠. 오빠는 남아 있는 모든 사람이고 다른 모든 사람은 곧 오빠입니다. 당신은 쓰러지고 죽고 생명을 바쳤습니다. 그날 비가 왔습니다. 며칠 동안 비가 왔습니다. 비가 더 많이 더 여러 번 왔습니다. 후에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얘기가 들렸습니다. 오빠의 승리는 그후 여러 날 동안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와 함께 섞였습니다. 나는 빗물이 땅 위에 떨어진 핏자국을 지우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른들로부터, 그 피는 아직도 얼룩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년 동안 비가 왔습니다. 오빠가 쓰러졌던 돌 보도의 핏자국은 아직도 짙게 남아 있습니다. - P97

18년이 지납니다. 18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여기에 왔습니다, 어머니. 우리는 이 기억이 아직 생생할 때, 여전히 새로울 때, 이곳을떠났습니다. 나는 다른 나라의 언어, 제2의 언어로 말합니다. 이것이내가 얼마나 멀리 있나를 나타냅니다. 그때로부터 그 시간으로부터.
나는 그때로 돌아가 지금 아주 정확하게 그 시간, 그 날짜, 그 계절, 그 연기 안개, 가랑비 속으로 정확하게 다시 돌아갑니다. 나는 모퉁이를 돌아서고 그곳엔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도 나와 마주치지 않습니다. 도로엔 온통 돌조각들, 눈을 비비려고 손바닥을 눈에 대자 눈물이 마구 흘러내립니다. 책가방을 멘 두 학동이 서로 팔짱을 끼고 난데없이 나타납니다. 그들의 하얀 스카프, 그들의 하얀 교복 셔츠, 하얀 가스의 잔여물 속으로, 그들은 울고 있습니다. - P97

나는 도로의 두 번째 모퉁이를 지납니다. 군인들은 녹색으로 나타납니다. 항상 녹색 제복의 위장 헝겊을 두릅니다. 나무들은 녹색 트럭을 위장시켜 당신을 자연과 절묘하게 섞고, 나무들은 당신을, 총을숨겨주어 아무도 당신을 보지 못하도록 합니다. 당신은 버스 옆 땅에 앉거나 기대어 몇 시간씩 몇 날씩 당신의 존재를 과시하며 기다립니다. 틀린 움직임을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행동을 개시할 것입니다. 단 하나의 유일한 그것은 틀린 움직임입니다. 그것은 절대적입니다. 그들의 잘못. 당신의 지루한 기다림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움직일 것이고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그들에게로 움직일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로, 당신은 탱크 위에 서있습니다. 다리를 정확히 몇 도의 각도로 벌리고 손을 총에 댄 채 총은 당신의 오른쪽 발과 똑같은 각도로 바닥에 세웁니다. 당신은 90도의 태양 아래 베레모를 쓰고 그늘도 없는 정문에 고정되어 움직일 수도 없고 감히 움직일 엄두도 내지 않습니다.  - P98

당신은 당신의 맹세 조국의 이름으로 초소에서 근무하고 당신은 당신의 국가 당신의나라를 반동적인 침입으로부터 당신의 국민으로부터 방어합니다. 당신이 서 있는 동안 당신의 살갗은 당신의 제복처럼 짙게 그을리지만 당신은 듣지 않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듣지 않습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당신은 오직 먹잇감만 보이는 곳, 그들이 당신을 보지 못하고 당신을 볼 수 없는 곳에 숨어 있습니다. 숨겨진 당신 마치 나무 속에서 움직이듯 군중 속에서 움직이는 당신 그들 안에서 움직이는 당신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찌르고 터지고 넘쳐흐르는물이 그들의 기억의 그림자를 씻기고 당신으로부터 당신 자신의 피, 당신 자신의 살이 파도가 빠져나가듯 당신을 통하여 완전히 완전히사라질 때. - P98

당신은
요만큼
꼭 요만큼 가깝다.
팔을 꼭 그렇게, 그만큼, 벌려보라. 벌리라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꼭 고만큼만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꼭 고만큼만
고만큼만
당신은 억압자체인 그 시간을 소일하려고 한다.
당신을, 구제하지 않는 시간. 당신을,
그 팽창으로부터, 차원이 없는, 그것의
경계로 정의되지 않는, 공기가 없고, 엷은.
단 하나의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잊어야 할 것들이 있다는 생각조차. 힘이 들지 않는.
힘이 들지 않아야 한다. 힘들지 않게
접근할수록 그것에 더 가까워진다.
멀리 떨어져서 시간 맞추기와 반대로
뒤에서부터 한 발짝 앞으로, 뒤로 나가기
후퇴. 뻗어나간 외곽선에서 물러나서.
상상된 것으로부터 분단에 접근하는
적어도 적도와 관계있는 숫자의 어디엔가,
적어도 모든 지도에 나와 있고 적어도 그들 사이에 장벽이 쌓이고
적어도 군대의 제복과 충들이 그들을 제지하고 있다.
상상의 경계선들.
상상 못할 경계선들. - P99

그녀에 대한 반역은 배반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 가능한 모든 이름, 서로 바꿀 수 있는 이름, 반역을 고치고, 정당화하기 위하여. 그녀의 자신의 것. 낳지 않은 이름. 이름뿐. 실체가 없는 이름. 영원한, 영원, 끝이 없이.
언제나 있는 속임수들. 여기 악마들은 없다. 신들도 없다. 속임수의미로, 영구히 남는 시간은 없다. 스스로를 먹어 삼키기. 자기 자신을 삼켜버리는 것. 계속 사라지면서 자기 짝을 먹어버리는 곤충.
멜포메네를 충족시킨다, 뒤에서 번득이는 색깔,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 그림자로 나타나는, 신들린 영사막을 멈추기에, 얼음처럼 금속, 유리, 거울처럼. 아무것도 받지 않고 아무것도 들여보내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채택한다는 목적으로 그 누구보다도 그 자신의 것. 그녀를 계속 분산시키는 기계를 멈추어라. 멜포메네가 충분하다. 이 입으로부터 그 이름 그 낱말들 잘림의 기억을 씻어내어, 그녀를 한번불러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이 부름의 행동, 이 행동 하나로 그녀가즉시 입을 열어, 그녀를 한번 불러보도록, 별개의 말을 해야 하는 일없이. - P101

그녀를 보자마자 당신은 그녀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어떤 것이었을지 당신은 알게 된다. 당신은 비스듬히 눕고, 당신은 깜박졸고, 당신은 넘어지고, 당신은 전에 본 적이 있는 것들을 다시 눈앞에본다. 당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반복된다. 거기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여름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당신이다. 기다리고, 기다릴 줄 아는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어떻게. 기다리는지, 당신을 뒤따르는 남자로부터 몇 걸음 앞서 걷는 사람은 당신이다. 소나무 사이, 언덕들 사이, 꼭 세 걸음 그녀의 뒤를 말없이 걷는 사람은 당신이다. 그것은 침묵 속의 당신이다. 발설되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둘러싸고 있는그의 침묵, 침묵을 익히는 수련공이다. 오랫동안 지켜왔고, 끝나지 않는다. 즉시도 아니다. 곧도 아니다. 계속된다. 함축된다. 침묵. 말 없음.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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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씁니다. 당신에게 씁니다. 여기에서 쓰고 있지 않을 때는, 쓰기에 대해 생각합니다. 구상합니다. 움직임들을 기록하며, 당신은 여기에 있고 나는 언성을 높입니다. 소리와 잡음의 파편들이 모여 먼지, 티끌을 모읍니다. 흩어져서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말의 조각들, 깨어진 돌 부스러기들. 공허하지도 않고 비어 있지도 않은, 그들은 당신이 모두 하나이고 같은 쪽으로 향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위의 굉장한 소리가 보이지 않는 선의 거리 사이에서 윙윙거리고 이 선은 공허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들락거리며 연결시켜줍니다.
그들은 아직 묻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모두 똑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지시를 따릅니다. 아직 아닙니다. 그들은 아직 지도의 방법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목적한 바를 뛰어넘어 감추어진 것까지도 밝혀내는 목적한 바. - P68

나는 서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류, 증명, 증거물, 사진, 서명, 어느 날, 당신은 오른손을 들어 맹세하고 미국인이 됩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미국 여권을 줍니다. 미합중국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나의 정체를 뺏고 그대신 그들의 사진으로 대치시켰습니다. 다른 것. 그들의 서명 그들의 날인들. 그들 자신의 이미지. 그리고 당신은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제3의 부를 배웁니다. 정의, 사법부. 그것이 다른점입니다. 그 나머지는 과거입니다.
당신은 돌아가지만 그들 중의 하나가 아니고, 그들은 당신을 냉담하게 취급합니다.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당신은 언제나 알아들을 수있습니다. 그러나 서류는 당신을 폭로해버립니다. 10피트 거리마다그들은 당신의 정체를 묻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말을 할 수 있는지없는지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국적에 대해 진실을 말하 - P68

는지 아닌지를 문제 삼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말하는 것과 달라 보인다고 말합니다. 마치 당신이 당신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것처럼.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하지만 곧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당신을 샅샅이 조사합니다. 그들, 알 수 없는 종류의 제복, 각 부서, 층, 계급, 기타 잡다한 뭔지 모르는 정복 차림의 그들. 그들은 계급이 무엇이든, 직책이 얼마나 낮든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권력은 그들 의상 속에 꿰매져 있습니다. 10피트마다 서 있는 그들은 매번 당신이 누구이며 어떤 존재이며, 누구를 대표하는 사람인지를 밝힐 것을 요구합니다. 그들의 시선은 해당 서류에 모아집니다. 그들의 시선은 당신의 얼굴과 서류 사이를 번갈아오가며 당신은 언제, 이 나라를 떠났고 당신은 왜 이 나라를 떠났으며 왜 다시 이 나라로 돌아왔는가 묻습니다. - P69

당신은 색깔과 색조의 똑같음을 보고, 똑같은 형태와 형체를 보고, 변하지 못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보고, 진보와 서구화를 통하여걸러지고 편집된 냄새를 맡고, 당신은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없는 것이 똑같이 서로 연결되어 겹침을 보고, 말도 똑같음을 봅니다. 당신은 의지를 보고, 당신은 숨결을 보고, 당신은 숨이 찬 것과 의지가 없음을 보지만, 그러나 여전히 의지를 봅니다. 의지, 오직 의지만이 이땅이 하늘 이 시간이 민족을 지탱할 것입니다. 당신은 똑같이 한 조그만 분자입니다. 당신은 떠나갔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오랫동안 비워놓았던 껍데기로. 그 공간을 요구하기 위하여 되찾기 위하여. 상처는 입 속으로 들어가며 그 순서가 거꾸로 되어 신체의 각 기관이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동맥, 선, 박동 요소, 이식되고, 피부 위에 피부로 수용된, 점막, 혈관, 물들, 댐들, 수로들, 운하들, 교량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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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신은 열여덟 살입니다. 당신은 만주 용정에서 태어났고 이곳이 지금 당신이 사는 곳입니다. 당신은 중국인이 아닙니다. 당신은 한국인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가족은 일본의 점령을 피해 이리로 이주했습니다. 중국은 광대합니다. 광대함 그 자체보다도 더 광대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땅덩어리의 크기에 따라 측정된다고 당신은 늘 제게 말씀하십니다. 광대한 만큼 침묵하는 당신은 다른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에 삽니다. 당신과 같은. 피난민들. 이민자들.유배자들. 당신의 나라가 아닌 그 땅에서 머나먼 곳. 더 이상 당신의 나라가 아닌 그곳에서. - P55

당신은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이 하는 짓을. 그 땅과 사람들에게 하는 짓을. 그 땅이 당신 자신의 것이 아닌 이상. 그것이 다시 당신의 것이 될 때까지는 당신의 아버지는 그 땅을 떠났으며 당신의 어머니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떠났습니다. 당신은 떠나야 한다는, 떠났다는 것을 알고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ㅡ음, 영혼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떠나지 않았으며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떠나지 않는 기억 속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기억이랄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일 리가 없습니다. 도저히 과거일 수가 없습니다. 지금 불타고 있습니다. 활활 타오릅니다.
어머니, 당신은 아직도 어린아이입니다. 열여덟 살 난 당신은 늘 아프기 때문에 더욱더 어린아이입니다. 당신은 고된 일상생활로부 - P55

터 보호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다른 사람들처럼 강제로 주어진 언어를 말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언어가 아닙니다. 비록 당신의 언어가 아닐지라도 당신은 그 언어로 말해야만 한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은 이중 언어 사용자입니다. 당신은 삼중 언어 사용자입니다. 금지된 언어는 바로 당신의 모국어입니다. 당신은 어둠 속에서 말합니다.
비밀 속에서. 바로 당신의 언어를 말입니다. 당신 자신의 언어. 당신은 아주 부드럽게 속삭여 말합니다. 어둠 속에서, 비밀스럽게. 모국어는 당신의 안식처입니다. 당신의 고향입니다. 당신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진정으로 말한다는 것은 당신을 슬프게 합니다. 그리움. 말 한마디를 발설하는 것은 죽음을 무릅쓰는 특권입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모두의 죽음을. 법으로 혀가 묶이고 말이 금지된 당신들 모두 하나, 당신은 마음 한가운데에 위는 붉고 아래는 푸른색인,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태극: 타이치taichi 마크를 가지고 다닙니다. 그것은 상징입니다. 속한다는 상징. 목적의 상징.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상징.
탄생에 의한. 죽음에 의한. 피에 의한, 당신은 그 상징을 당신의 가슴속에, 마ㅡ음 속에, 당신의 마ㅡ음 속에, 당신의 영혼 속에.
당신은 노래합니다. - P56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 P56

진정 이것이 애국가였을 것입니다. 부르는 것이 금지된 민족의 노래. 태어나지 않은.그리고 고아인. 그들은 당신에게서 언어를 빼앗아갔습니다. 그들은 당신에게서 합창의 찬가를 빼앗아 갔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언제까지나 이럴 수는 없다고,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원히는 아니라고. 당신은 기다립니다. 당신은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마ㅡ음속에 불이 활활 타오릅니다.


자비송으로부터 대영광송까지 성모님의 노래 그리고 거룩하시도다. 응답송가까지. 분명히.곧, 응답이 올 것이다. 응답. 마치 메아리처럼. 예물봉헌 다음에. 봉헌. 희생, 축원, 헌신, 노베나, 아침기도, 새벽기도, 저녁기도, 철야기도, 저녁성가, 철야성가, 참례, 흠숭,공경, 영광, 기원, 간구, 청원, 암송, 서원, 제물, 확실히, 모두 그리고 더. 멈춤 없이. 다시. 반복에 반복. - P57

당신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미제레레에서 기다립니다. 글로리아에서 기다립니다. 마그니피카트에서 기다립니다. 상투스에서 기다립니다. 응답송가를 위해서. 응답성가. 합창 응답. 메아리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그들은 당신 눈의 시력까지 금지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당신은 봅니다. 당신은 보게끔 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보아서 알고 있습니다.
당신 스스로, 눈은 저주받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결국 보았습니다. - P57

당신이 목격한 것. 그것이 교훈이 되도록 하십시오. 당신은 더욱 멀리 봅니다. 더욱 멀리 더 멀리, 당신은 보게끔 되어 있는 것, 보기만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넘어섭니다. 당신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상징을 지나갑니다. 누구나 본 사람은, 더 멀리 봅니다. 허락된 것보다 훨씬 더 멀리. 그리고 당신은 기다립니다. 당신은 침묵합니다. 때를 기다립니다. 시간. 태양이 떠서 질 때까지 하루를 나타내는 돌멩이를 하나 놓습니다. 시간의 배를 채웁니다. 돌멩이 돌멩이. 삼백육십오 일을 삼십육 년으로 곱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속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 속으로 죽어갔습니다. - P58

광복 전의 몇 날들이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 당신의 어머니. 그말을 하면서 죽어갔습니다. 그들은 단 하나의 유감. 그들의 눈으로 직접 전복을 보지 못한 것. 반격. 당신을 강제로 빼앗은 사람들의 축출, 유황과 불에 의한 척결을 목격하지 못한 것, 그 집의. 그 나라의. 당신은 씁니다. 당신은 쓰고 당신은 말합니다. 가면 속에 숨겨진 음성으로 달을 향해 말을 심고 바람에 말을 실어 보냅니다. 계절의 지나감을 통해, 하늘에 의해 물에 의해 말은 탄생하고 분별이 주어집니다. 한 입에서 다른 입으로 전해져, 한 사람이 읽고 다른 사람이 받아 읽으면서 그 말들은 온전한 의미를 실현하게 됩니다. 바람. 여명 또는 황혼에 진흙의 땅과 이동하는 철새들 남쪽으로 향하는 철새들은 주둥이 메시지의 씨를 위해 귀신의 베일을 씁니다. 통신, 말을퍼뜨리기 위한.
어머니, 당신은 열여덟 살입니다. 때는 1940년. 당신은 이제 사범 - P58

대학을 갓 졸업했어요. 당신은 시골 작은 마을에 첫 교사 발령을 받있습니다. 당신은 사범대학을 다닐 때 만주 정부로부터 빌린 융자금을 갚기 위해 이 정부가 지정하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삼 년 동안 가르쳐야 했어요. 어머니 당신은 아직도 성인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한 번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집을 떠난 적이 없었어요. 당신은 사남매 중 막내였습니다. 항상 몸이 아팠어요 당신은 고된 일상생활에서 보호받았지요. 언제나 가족 중 제일 어린, 아이.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와 함께 이 마을을 기차로 여행했습니다. 서양식 옷을 입었어요 기차역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천진난만한 눈길로 당신을 쳐다보고 어떤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당신의 뒤를 따라다니기도 했지요. 그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 P59

당신은 이 마을에 육년 만에 온 첫 여교사입니다. 어떤 남자 선생이 당신을 맞이해요. 그는 일본말로 대화를 해요. 일본은 이미 한국을 점령했고 중국 점령을 기도하고 있었어요. 이 조그만 마을에서까지도 그들의 존재가 느껴져요. 일본말을 하는 것을 보면. 사무실 입구에 일장기가 걸려 있어요. 그 밑에는 메이지 천황의 교육 훈시가 보라색 헝겊 틀에 들어 있어요. 특별한 때에는 교장이 모든 학생들에게 그것을 읽어주어요.
선생들은 서로 일본어로 말해요. 당신은 한국 사람이에요. 선생들은 모두 한국인이에요. 당신은 1학년 반에 임명되었습니다. 당신의 학급엔 모두 50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름을 한국어로 말하고 동시에 일본어로 어떻게 부르는지를 말해야 합니다. 당신은 그 - P59

들에게 한국어로 말을 해요. 아이들이 일본어를 알기에는 너무 어리기 때문이지요.
때는 2월입니다. 만주에서. 이 마을에서 당신은 혼자이고 당신은고생이 극심합니다. 당신은 수줍고 마을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지불해야 할 하숙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월급 모두를 집으로 보내요. 당신은 좁쌀과 보리 이상의 음식을 요구할 수 없어요. 당신은 주어진 것만을 받아요. 언제나 그렇습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당신, 당신의 민족은. - P60

당신은 기차를 타고 집에 가요. 어머니... 벌써 불러요, 대문에서부터요. 어머니, 당신은 기다릴 수 없었어요. 그녀는 만사를 제쳐놓고달려 나와 당신을 반겨 맞이했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음식을 내왔어요. 당신은 이제 집에 왔어요. 당신의 어머니, 당신의 집에 그녀의 정체성, 그녀의 존재가 나온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머니. 같은 공기를 마시고 손은 더 이상 손이 아니고 깨어지고 해진 도구, 제발 죽음이 그 손을 가져가지 마옵소서. 어머니, 절대로 그 손은 죽음도 가져가지 못합니다. 어머니, 저는 당신을 만나볼 수 있기 위해 꿈을 꿉니다.
잠 속에서는 천국이 가까이 내려옵니다. 어머니, 내 최초의 소리. 최초의 말, 최초의 개념,
일요일 오후입니다. 당신은 학교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학생들이 정거장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집까지 배웅하고 음식을 날라옵니다. 5일이었습니다. 만주는 아직 추웠습니다.
당신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일을 하고 목요일이 지납니다. 금요 - P60

일 아침에는 몸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열과 오한이 동시에 온몸을 휩싸고 있습니다. 당신은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미지근한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당신은 말려들어갑니다. 당신의 앞뒤로 온 주위로 향한 쓰러짐과 미끼, 피부 속으로 싸늘한 공기가 온몸에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하고, 승리를 향한 검은 불길이 일어나고 소집, 회유, 거절할 수 없는 끌어당김이 영상으로 가득 찬 틈도 없이 빼곡한 잠을 대치시킵니다. 심문, 말, 잡음의 연속이 마를 사이가 없습니다. 음악도 동등하게 과장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이모든 것에 양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너무 빨리 다가옵니다. 당신은 그들을 모르고, 결코 본 적도 없지만 그들은 당신을 찾아와 당신의 전부를 점령하고 공기도 없고 공간도 없는 곳에 당신을 매달아놓습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그들의 말을 강제로 듣게 하고 그들에게만 말하도록 당신에게 명령합니다. - P61

당신은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딘가에 있습니다. 이 정적.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고요할 수가 있을까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정적. 온 주위가 고요합니다. 그러한 정적. 끝이 없습니다. 공간에대한 확인도 필요치 않을 정도로 광활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그런 적막함. 아무런 고생도 없습니다. 그 자체 단지 그 자체의 것이있을 뿐, 다른 아무것도 없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시간도 없습니다.
시간을 확인해볼 필요가 없는 총체적인 시간.
당신은 안으로 움직입니다. 이 정적 속으로, 느림이 동작을 거의 - P61

알아볼 수 없도록. 멈춤들. 휴식이 못 되는 멈춤들. 새로운 움직임. 단지 다음 동작으로 연결되기 위한 움직임. 새로운 동작으로 길어지기 위하여 멈춥니다. 당신은 천국이 이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죽음이 이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억도 없고, 꿈도 없는.) 그후에 두터운 정적의 무거움. 당신은 하라는 대로 움직입니다. 전혀 움직임을 앞서가거나 뒤지지 않고 당신은 밖으로부터 운반하는 무게를 내부의 무게로 만듭니다. 당신은 움직입니다. 당신은 옮겨집니다. 당신이 곧 움직임입니다. 따로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정의를 내릴 수도 없습니다. 고정된 어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단 하나도 없습니다. - P62

당신은 어느 집으로 옵니다. 크기가 굉장합니다. 집 앞에 여인들이서 있는데 이상하고 아름다운 헝겊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몸에 날개를 단 듯 미풍에 실려 땅 위에 떠서 날아왔습니다. 멀리서는 그들의 동작이 축소되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집 한쪽에 아주 넓은 화단이 보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곳을 지나 커다란 홀에 이르면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합니다. 그반대쪽에는, 긴 비단 헝겊을 몸에 두른 여자들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황홀하게 합니다. 당신의 감각을 마비시킵니다. 당신은 오랫동안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그 고요한 상황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표현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호기심은 당신을 더욱이끌어 가고, 당신은 식당처럼 보이는 곳을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그곳엔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전통의상 - P62

도 아니고 외국 의상도 아닙니다. 당신은 그들을 지나 한참을 걷습니다. 반대 방향에서 세 여인이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그들이 당신에게로 가까이 올수록 이상한 아름다움이 더해갑니다. 당신은 그들이 제각기 음식이 담긴 커다란 접시를 가지고 오는 것을 봅니다. 그접시는 어디의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것은 당신을 완전히 매혹시킵니다.
그들의 영혼이 당신의 영혼을 사로잡습니다. 당신은 움직일 수 없고, 그들은 당신을 그들의 시선으로 붙들고 더욱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미소 지으며 당신을 위해 특별히 이 음식을 준비했노라고 말합니다. 첫 번째 사람은 당신과 마주 서서 당신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합니다. 당신은 맛있는 냄새가 아름답게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어 거절합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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