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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9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투명하다. 투명하지 않은 것도 투명하게 ‘여과’시켜서 바라볼 수 있는 여민이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의 시각 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시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끼고 있는 색 안경의 색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색이 흐릿해진다고 해서 투명해질 수는 없겠지만 흐릿해진 렌즈사이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여민이의 눈에 보이는 많은 등장인물들은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한다. 그것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속성이기 때문에 주인공 여민이 조차도 그 고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마도 ‘아홉’이라는 숫자는 ‘열’을 향해가는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과도기의 역할을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스물아홉의 작가가 서른을 향해가는 시점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넘어서서 또 다른 현실을 동경하게 되는 시점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열 살이 되었다. 그래서...” 라고 여운을 남기는 이유..?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은 어느 한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을 관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여민이에게 비춰진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자극이 되어 독자의 이면에 있는 많은 면들을 투사시킬 수 있을 때 비로써 가능해진다. 가장 불쌍해 보이는 사람도, 가장 슬퍼 보이는 사람도, 가장 아이러니해 보이는 사람도, 가장 고상해 보이는 사람도, 모두 우리의 그림자 일 뿐이다.
우리는 그 그림자들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울고, 웃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희망차고, 기쁘다. 하지만 추구해야 한다는 것과 추구할 수 있다는 것만이 중요할 뿐. 그 순간,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다. 그것들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일부이고,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9살 때도, 19살 때도, 29살 때도, 39살 때도, 49살 때도....... 생의 마지막 아홉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생의 방향성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나 또한 내 아홉 살에 울타리를 치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내 인생은 아홉 살에서 끝날 게 아니므로, 그리하여 우리는 또다시 인생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목소리로 꺼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