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 말의 가치를 일깨우는 철학 동화
위베르 니생 지음, 크리스틴 르 뵈프 그림, 유정애 옮김 / 현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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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이 줄 수 있는 해악 점을 극대화 시킨 한편의 짧은 철학동화를 읽으면서 나는 ‘언어’가 인간에게 부여한 많은 것들을 떠올린다. ‘언어’라는 것은 동물과 차별화되는 고차원적인 사고가 가능한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솔직히 ‘언어’라는 광범위한 단어는 동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까지 포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부분을 고려하여 이 책에서는 ‘언어’라는 표현을 쓰기보다 ‘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로 그 의미를 축소화 시키고 있는 듯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초록개미와 파란개미는 마법에 의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전에는 비교적 평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그들만의 언어로 서로의 의사를 표현했으며 서로의 영역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말’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이 후로 그들 사이에서는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들의 속사정을 정확하게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으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정확하게 어떤 ‘단어’를 사용하여 내 뱉게 되면 그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칼로 무 자라듯이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모든 ‘언어’는 인간의 사유와 심상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그 아무리 정확한 표현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인지구조가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것들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말’을 내 뱉고 나면 그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뜻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에 모든 것을 한정짓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는 분명 온전히 표현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며 왜곡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때때로 그런 어려움이 큰 불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 불화로 파란개미와 초록개미처럼 ‘말’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파란개미와 초록개미처럼 ‘말’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불신하는 마음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면 파멸이 올 것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나는 그 경고를 들으면서 지난날의 나의 과오를 떠올리면서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말’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는 사람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과 신뢰를 잃은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최대한 정중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정확한 표현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는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과제이므로 ‘말’을 조심하고, 아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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