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하얀 도화지 위에 사뿐히 그려져 있다. 그것은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인간적인 애정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순수하고 깨끗한 아이의 눈을 통해 그려진 풍경이다. 그 안에 빠져들면 나도 모르게 하얀 도화지에 마음이 물들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가슴에 물든 하얀 도화지 속의 풍경을 두세 번 반복하여 걸러낸 것들이 나의 뇌 속으로 옮겨지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나는 비로소 나의 감정과 나의 이성이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었다.

도화지 속에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수다를 떨고 있는 나의 자아의 모습은 그것들의 아름다움의 동경의 표현이었고, 현실 속에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내기 위한 저항의 표현이었다. 함께 느끼고 싶었고, 함께 생각하고 싶었고, 함께 알아가고 싶었다. 이제는 무뎌지고 무감각해진 나의 자이는 제법 어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꽤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전제로 하였기에 하얀 도화지가 하나, 둘, 셋..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와 함께 새롭게 그려질 수 있었다.

호기심이 많고 천진난만하고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한 토토는 도모에 학원에 입학하여 새로운 눈을 가지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간다. 제법 독특한 면을 지니고 있었기에 일반 학교에서 획일화된 교육에 적응 하지 못했지만 도모에 학원의 교장선생님은 그런 토토에게 기존의 교육환경과는 다른, 자유롭고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해주신다. 뿐만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체험하는 것을 통해 토토와 친구들과 자연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고, 그런 과정 속에서 토토는 더 밝고 더 신선하고 더 씩씩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도모에 학원의 교육에서 중요시 생각되는 것은 무엇보다 서로를 향한 믿음이었다. 전학을 온 토토의 이야기를 3시간이 넘도록 경청하며 들어준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교육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했으며 토토에게 생기는 많은 문제 상황에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알아갈 수 있도록 가만히 지켜봐주는 모습은 그 믿음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국적이 다르거나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친구를 모두 소중한 친구로 인식하도록 유도해 줌으로써 아이들을 향한 믿음이 다른 타인에게 주입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된다.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돈독한 믿음을 쌓아가는 토토는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 노력이라는 것이 어떤 고뇌를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 만족하며 자신의 능력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의 꿈을 만들어간다. 결국 도모에 학원은 전쟁으로 사라졌지만 토토의 내면에 는 그것이 남겨준 많은 흔적과 자취가 있었기에 도모에의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학 권의 책 안에 또 다른 도모에가 존재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더 큰 꿈을 이루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꿈은, 나의 가슴속에서 소외되었던 꿈의 영상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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