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일상적으로 무엇인가로부터 고립되어 있을 때 소외감을 느낀다. 그런 소외감은 주체의식과 자아의식을 사라지게 하고 무기력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아니-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것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자신의 삶일지라도 온전히 자신 혼자 결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관계, 사회, 국가가 만들어낸 수많은 체제와 메커니즘, 그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던 많은 제약과 통제 그리고 세뇌된 ‘도구적 이성’, 그것을 한 순간에, 자신의 본질을 상실하게 하고 비인간적인 상태에 놓이게 한 원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곤혹스럽다.

 하지만 미국의 대공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1932년 뉴욕에서 버몬트 시골로 이사한 헬렌과 스코트 부부는, 그것이 곤혹스럽고 힘든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려주었다. 그들은 불황과 실업의 늪에 빠져서 파시즘의 먹이가 되어 버린 사회를 떠나 시골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것은 기계나 화폐, 그리고 물질에 압도되어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망각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들은 체제 혹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역할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그것에 미칠 수 있는 절차를 치밀하게 계획한다. 그래서 조화로운 삶을 사는 데 기본이 되는 기본 가치를 “단순한 생활, 긴장과 불안에서 벗어남, 무엇이든지 쓸모 있는 일을 할 기회, 조화롭게 살아갈 기회”에서 찾으려고 시도한다. 그것은 자연과 더불어 평온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 책에는 그들의 삶의 원칙을 비롯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림을 꾸렸으며 어떻게 집을 지었는지, 그리고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것은 자신들과 같은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자기 자신의 본래의 가치보다 사회체제 안에서의 역할이나 유용성에 따라 스스로를 평가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경종이 되었으리라.

“거죽의 비순수함과 위선을 벗어 던지고 본래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그리고 더없이 단순한 생각과 소박한 삶으로 되돌아가기 전에는 그 문명은 아직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임어당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9-01-1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들은 정말 아름다운 부부예요~
이 책 말고도 많이 있지요. '조화로운 삶의 지속'을 이어 봐도 좋을 듯...^^

가시장미 2009-01-11 19:25   좋아요 0 | URL
네.. 아름답죠. ^^ 저도 참 부러웠어요.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다른 책들도 봐야죠. 쓴 책이 꽤 많더라구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1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들도 사회주의자라서 사상공세를 많이 받았더라구요.헬렌켈러도 그런 박해를 받았다네요.

가시장미 2009-01-14 19:22   좋아요 0 | URL
네 ^^ 자연주의자 같은데 아무래도 자본주의와 등을 돌렸으니 사회주의자로 구분될 듯 했지요. 전 좌파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솔직히 좌파 성향에 많이 끌리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네요. 크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