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더 하우스 1
존 어빙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세인트 클라우즈- 그곳은 생명을 시작되거나 끝나는 곳. 그곳에서 생명이 시작된 호머는 세 번의 입양이 실패로 끝나 결국 그곳에 ‘속한’ 소년이 된다. 자신의 부모를 알 수도 없고,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호머는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세인트 클라우즈의 삶에 충실하게 된다.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쾌쾌한 냄새가 진동하는 그곳에는 버림받은 생명들이 새로운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삶은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있기에 자유롭지만은 않지만 그들만의 규칙이 있기에 위험하지도 않다. 닥터 라치는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의 규칙에 반기를 들어 그곳을 탄생시키고 그곳을 위해 자신을 헌신한다. 

 라치가 기독교적 규칙에 반기를 든 이유는 모든 생명이 환영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환영받지 못한 생명을 지우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산모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권리를 생각하게 되지만 태아의 권리 또한 존중하였기에 고아원을 운영하는 동시에 출산과 낙태를 담당하는 의사로 활동한다. 그는 산모와 태아의 권리를 모두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독교적 규칙에 반기를 들지만 그것은 산모의 권리를 태아의 권리보다 우위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신념은 자신이 외면했던 암울한 삶을 살았던 창녀 산모의 죽음과 부유한 처자의 낙태를 비밀리에 거금을 주고 시행해 주었던 경험에 의해 다져진 것- 죄책감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는 몸부림이었다.

 고아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 주었으나 사랑의 눈길을 주지 않았던 그의 마음을 움직인 소년 호머. 호머는 특별한 재능과 인품을 소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따뜻함과 성실함으로 닥터 라치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된다. 라치는 그를 자식처럼 여기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능력을 전수해주길 소망한다. 그것은 호머가 낙태에 대해 거부의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는 희망적 이였으나 태아의 권리를 산모의 권리보다 우위에 둔 호머는 라치가 만들어 놓은 규칙에 반기를 들게 된다. 그가 세상에 반기를 들었던 것처럼. 호머의 신념은 버림받은, 환영받지 못한 생명으로 시작된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과 존중이었다. 그는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것을 모든 생명이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을법한 성질이나 속성으로 여긴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세인트 클라우즈를 떠나게 된 그는 앞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곳이 세인트 클라우즈거나 다른 곳이라고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 그 순간에도 자신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자신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는 처음부터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곳이 어떤 곳이든, 그곳이 어떤 규칙의 지배를 받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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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2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존 어빙 좋아하시는구나.저는 호텔 뉴햄프셔 있어요.외국에선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작가라고 하네요.성장소설 전문이죠?

가시장미 2008-10-24 03:3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 사실 전 존어빙 책을 처음으로 읽었어요. 참 촘촘한 언어를 구사하는 작가라는 인상이 강했구요. 이 책도 2권까지 읽어야 하는데, 솔직히 한 권의 책으로 어떤 판단을 하기에는 힘든 것 같네요.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경험과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의학적인 혹은 전문지식을 요하는 내용도 많은데- 작가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기회가 되면 존어빙의 책을 더 읽어보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