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심리
스에나가 타미오 지음, 박필임 옮김 / 예경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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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색으로 가득하다. 만물은 필요한 색광을 흡수함으로써 에너지를 얻고, 필요하지 않는 색은 반사함으로써 색을 표현한다. 결국 색은 각각의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성질로 인해 지각되는 것이다. ‘지각 된다’는 것은 단순히 색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 색이 지닌 기호에 대한 해석일 수 있다. 그런데 색이 만들어 내는 ‘기호’가 그 자체가 고유하게 지닌 성질에 의한 것인지, 우리의 인지과정이 만들어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색의 성질과 색의 기호에 대하여 언급하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심리연구가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치료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런데 그것이 명쾌하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내담자가 아니라도 비슷한 문화적 환경에서 색을 이해했던 사람들이라면, ‘어떤 색은 이런 느낌을 주더라..’에 대해 크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다 아는 이야기를 참 어렵게 한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에 왜 그 색이 그런 느낌을 주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보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가 어떤 색을 어떻게 지각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하여, 그 원인을 색이 지난 고유한 성질 혹은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서 분석해보는 것은, 의식을 들여다보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평소에 의식하고 있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색채 치료’가 가능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색과 마음이 불가사의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그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지만 나의 마음이 그 색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느냐는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성질에 한정 짓지 않고, 그것에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마음의 반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잘 알려진 그림이나 작품 속에 표현된 색의 의미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해 줌으로써, 독자의 마음이 반영된 그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충고한다.

안타까운 것은, 사례중심의 근거 제시는, 독자가 성급한 일반화에 빠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분홍색을 ‘행복’의 느낌이나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분홍색의 성질을 행복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분홍이 지닌 기호적 특성이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기호적 측면은 문화나 사회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색의 성질이 아닌 색의 해석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려면, 저자의 해설을 색의 성질과 색의 해석으로 분리시켜 이해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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