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게 길을 묻다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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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감동이었고 즐거움이었다. 주옥같은 리뷰들을 보면서 저자와 같은 마음으로 읽었던 책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는 시간들이었다.

사랑하다가 파멸할지라도라는 제목이 붙은 위대한 개츠비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최근에 읽었던 달과 6펜스..오랜 시간이 지나도 늘 한결같은 맑은 영혼의 꼬마친구 어린왕자까지...

제인에어를 읽었을 땐 학창시절의 내 동생을 떠올렸다. 이 책을 몇 번씩이나 읽던 동생을....내 왼쪽 밑의 늑골 어딘가에 달려있는 실 한오라기 당신과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구절....은 정말이지 내 가슴을 에리게 만든다.

 

사랑하다가 파멸할지라도, 모든 것을 걸고 당신을 사랑하다가 죽더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명작 속의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같이 애통했고, 실패한 삶때문에 힘들고 지친 영혼들을 만나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것을 생각한다. 왜, 그들의 삶은 그리도 힘든지...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으로 사는가의 대답에 톨스토이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온 몸으로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자유인 조르바를 만났고, 빵 한조각 때문에 감옥에 갇혔지만 모든 것을 용서하고 사랑을 베푸는 쟝발장을 만나면서 용서의 의미를 생각했다. 오만양과 편견군이 만나 티격태격 예쁘게 사랑하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만나면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떠올린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었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제대로 겪고 있는 홀든 콜필드를 이해하게 된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의 리뷰를 쓰면서 인용했던 오래된 가요의 구절은 그 모모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모모라는 소년이었다.

이렇게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도 정정해 주었던 '명작에게 길을 묻다'를 읽는 내내 행복했다. 지금까지의 내 독서이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고등학교때 읽었던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산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삭스라고 한다.'를 다시 만난다. 정확한 의미도 모른채 매료되었던 이 문장 때문에 한동안 헤세에 빠져 있었던 그때의 나를 만났고, 어느해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앵무새 죽이기를 읽었던 나를 만났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느라 고전했던 나를 만났다.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책에선 내가 쓴 리뷰와 비교해보기도 했다. 저자는 이렇게 느꼈구나하면서....

 

읽지 못했던 책들이 궁금해졌고, 읽었으나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는 책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저자는 정말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지....솔직히 내가 쓴 리뷰들이 그렇게 초라해보일 수가 없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지만 그 때의 감동과 느낌을 고스란히 되살리게 한 저자의 글들을 정말 맛깔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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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대모험 - 보물찾기 이야기 속에 숨은 그림 찾기 키다리 그림책 2
헨드리크 요나스 지음, 여인혜 옮김 / 키다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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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나서 읽기 시작한 그림책들. 글이 아닌 그림으로도 충분히 책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과 이런 저런 그림책들을 읽으면서 나도 아이들처럼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들은 그래서 나에겐 귀하고 소중한 순간이다. 오늘은 보물찾기 대모험, 화물열차, 루시의 작지 않은 거짓말, 최승호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을 읽었다.  

 

오늘의 리뷰는 그 중에서 보물찾기 대모험.

 

야옹이와 멍멍이와 쥐돌이는 친한 친구입니다. 오늘 동물 세 친구들이 숨바꼭질을 합니다. 어, 쥐돌이가 무언가를 발견했어요. 그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을 수 있는 보물지도입니다. 자, 보물을 찾으러 떠나볼까요? 동물녀석들은 하루종일 쾅쾅쾅, 뚝딱뚝딱 나무로 비행기를 만들고 보물섬을 찾아서 떠납니다. 보물섬을 찾고, 보물을 찾아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는 지극히 단순한 내용의 이야기. 하지만, 그림은 아주 복잡하고 번잡스럽습니다. 하지만, 어수선한 그림들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엄마의 양 옆에서 그림책을 보던 녀석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곰돌이는 어디 있을까? 여우는 어디에 있니? 컵은 몇개야? 여기는 누구의 집일까? 토끼는 뭐하고 있니? 보물이 숨겨져 있는 방의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어, 상어도 있네...등등...역시 아이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숨은 그림찾기인 듯 합니다.

 

그림책을 순서대로 보고나니 뒷페이지에 부분그림이 나옵니다. 어디서 보았더라~알쏭달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곰돌이와 곰순이를 찾습니다. 기타는 어디에 있었는지, 곰돌이와 쥐돌이와 야옹이의 집을 유심히 다시 봅니다. 글씨때문에 눈여겨 보지 않았던 그림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엄마인 나보다는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책. 아이들의 부산함을 닮아서 따뜻하고 생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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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송승용 지음 / 엘도라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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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가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 게 대부분이 아닐까? 특히 은행를 갈 때면 느끼는 거지만 그들은 창구의 텔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창구에서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저자의 말처럼 괜히 주눅들고 괜히 이 정도 금액갖고...뭘 물어봐하는 자격지심비슷한 생각이 든다. 은행의 문턱은 높고, 말 붙이기는 더욱 어렵다. 더군다나 돈이라도 빌리라치면 더 그럴것이다. 저자는 그럴 필요없다고 말한다. 당당히 요구하라고. 모르는 것은 꼬치꼬치 물어보라고.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는 않다. 지금까지의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펀드를 가입하는 사람이라면,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점점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어가는 금융지식을 -그것도 금융기관의 입장이 아니라 이용하는 우리를 위해 필요한- 알고 싶을 때 필요한 지침서이다.

 

대부분은 아는 내용이지만 몰랐던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사망보험금과 생명보험사에 가입하는 사망보험금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 종신형 보험을 남편의 친구에게 가입했는데, 불입횟수가 절반도 넘었는데...손해보험사에 들었다. 으이그...

 

변액연금보험과 변액유니버셜보험의 차이점. 대출금 상환시 원리금 균등상환방식과 원금균등상환방식을 선택하는 기준이라든지, 손해보험사 상품은 동일 질병에 대해 여러 보험사에 가입했어도 비례보상을 한다는 것은 요즘은 많이 알려진 부분이지만 괜히 보험사만 좋은 일 시키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밑줄 쫙이다...이런 거는 참 쓸만하다.

 

유가가 백달러에 육박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미국의 부실부동산에 투자(서브프라임 모기지)한 채권의 하락이 바로 우리의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차이나니 친디아니 브릭스니 하면서 투자를 한다. 요즘은 미래에셋의 인싸이트펀드가 난리란다. 은행의 정기예금수신보다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더 많단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자한 상품에 대해 알고 있을까? 보험도 마찬가지다. 지인과의 관계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한 상품이니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 상품이 최고라며 다들 입을 모아 말하지만 ----그들은 불리한 것은 잘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최종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알아야한다. 

 

책에서 어떤 분은 '방카'가 은행에서 판매하는 아주 좋은 상품인줄 알았다는 경우도 있고, 변액보험을 일반 적금보다 훌륭한 상품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보험인 걸 알았다는 내용도 있다.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처자에게 변액보험을 기십만원이나 가입하라고 권하는건 양심불량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중복가입했지만 정작 보험금을 받을 때는 1개의 보험만 들어도 되는 걸 몰랐다는 사례도 나온다. 

왜...그들은 이렇게 중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걸까?  

이런 억울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우리도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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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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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첫해의 꽃으로 열매를 맺는 나무는 없단다. 그건 나무가 아니라 한 해를 살다 가는 풀들의 세상에서나 있는 일이란다."

나무의 표지에 나오는 이 구절은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어린 시절 살던 집에도 나무가 많았다. 집보다 마당이 더 넓어 왼쪽마당엔 오동나무와 은행나무, 마당 가운데에는 포도나무, 오른쪽엔 앵두나무 그리고 온갖 채소와 머루다래 이런 것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기억은 참 묘한게 항상 나무를 떠올리면 그 집이 생각난다. 그 시절에 보았던 채송화를 발견하면 발걸음을 멈추고 그 꽃을 유심히 보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 작은 채송화를 볼때면 늘 '고 작은게 올해도 피었네...예전엔 지천이었던 요놈들이 어디로 가버렸을까?'하는 반가움과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나무는 이렇게 내 어린시절을 떠올릴때면 자동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 중의 하나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의 대상인 나무. 내 블로그 이름이도 한 자작나무 역시 김훈작가의 자전거여행과 최상호시인의 시에서 가져왔다.

 

요즘 가을이 한창이다. 노란 은행나무의 잎사귀부터 빨갛게 불타는 나뭇잎들까지...초록에서 노랑으로, 빨강으로 바뀌는 나무를 바라보는 가을이 되면 나도 모르게 사유하게 된다. 인생에 대해서, 한 해가 가고 있음을 느끼며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서, 또 열매 맺는 풍요로운 가을과 새로운 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아름답지만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엄연한 자연의 진리를...이 아름다운 가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까지.

 

이순원작가의 소설은 띠지의 글처럼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성장소설이다. 그래서, 첫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적어두었다가 곱씹어볼 구절이 많다. 이제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한 어린 밤나무와 세상을 떠날 차비를 하는 할아버지 밤나무의 대화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를게 없는 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는 것. 뿌리 깊은 나무처럼 살아가야 할텐데....라는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된다.

 

책에서....

<P.71~72> "그러니 지금이라도 과실나무를 몇 그루 심어놓게. 아이들도 빨리 자라지만, 나무는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자란다네."..."어르신 말씀을 들으면 그렇긴 하지요." 그러나 정작 나무를 얻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다들 그 사람이 심은 밤나무 숲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랬다.

 

<P.81>"그런 나무는 없었단다. 그 꿈 때문에 바깥세상만 궁금해하다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제자리에서조차 밀려난 나무들은 더러 있었지."

 

<P.114>"한 해를 살다 가는 풀이라면 당연히 꽃과 열매에 욕심을 내야지. 하지만 우리 나무는 백 년도 살고 천 년도 사는 몸들이란다. 오래 살며 열매를 맺자면 우선 제 몸부터 튼튼하게 만들어야겠지. 네 몸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꽃보다는 줄기와 잎에 더 힘을 써야 하는 게야."

 

<P.146>"우리 나무의 뿌리는 우리 몸에 대한 이해와 땅에 대한 이해만큼 깊어지고 넓어진단다. 그리고 우리 몸은 개똥참외처럼 저마다의 뿌리만큼 든든하게 자라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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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2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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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팩션소설을 읽을 때는 작가가 역사속의 인물과 함께 차용한 사실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염두에 두게된다.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어디까지를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로 받아들이기엔 충격의 강도가 아주 세다. 그렇다고 작가의 상상으로 받아들이기엔 사실인 것처럼 그럴 듯하다.

사도세자의 초상화가 있을까? 수원성에 고이 모셔져 있나? 신윤복은 정말 여자가 아닐까?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지만 그럴만도 하다. 그를 떠올릴 땐 '기생을 주로 그리는, 언제나 여인을 그리는 화가'이다.

 

정말? 작가의 반전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전혀다. 설마? 정말일까? 바람의 화원 2권을 읽으면서 든 첫번째 반응이다. 그리곤 혹 그럴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전편 뿌리깊은나무에서처럼 바람의 화원도 역시 작가의 상상력은 소설과 역사적 사실을 잘 조화시켰다. 뿌리깊은나무는 추리소설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바람의 화원은 추리적인 면보다는 두 화가의 예술적인 대결과 인간적인 관계가 더 두드러진다.

조선의 대표화가인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이산 정조대왕. 옛 것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세 사람의 모습과 지금의 것을 고수하려는 기득권세력의 한판대결이 작품전반에 어둡게 드리워져 있다. 옛 것이 다 타파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듯, 새 것이 다 수용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양쪽에서 이로운 것은 받아들이고, 버려야 할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렇지만 그게 내 존재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기존의 것이 비록 버려야 할 것이더라도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하는 그 무엇이 되는 것이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바람처럼 사라진 천재화가 신윤복을 그리며 단원의 시각에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제목에 단원과 혜원의 그림은 아주 많이 다르다. 같은 제목의 그림이 실제로 있는 것을 보면 작가의 이야기가 아주 허황되지는 않은가보다.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남성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단원의 그림과 섬세하고 우아한 혜원의 그림. 정말 혜원은 여자가 아니었을까? 여자가 화원이 될 수도 없었고, 색채또한 다양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 혜원의 그림은 지나치게 화려하며, 언제나 항상 여인이 등장하니 말이다. 그림 속의 인물과 동작은 너무도 정교하고 세밀하여 지금이라도 그림 밖으로 나올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세세한 설명 덕에 단원과 혜원의 그림을 꼼꼼히 보게된다. 풍부한 표정과 몸짓하나로 표현되는 그들의 그림은 과연 천재화가답다.

 

바람처럼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혜원. 그런 혜원을 차마 잡을 수 없었던 단원의 안타까움. 그 후회와 회한을 표현한 단원의 독백은 그래서 아리다.

 

책에서<p.261>,

그녀는 바람의 화원이었다. 바람처럼 소리 없고, 바람처럼 서늘하며, 바람처럼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그녀는 바람이었고 나는 그녀가 흔들고 간 가지였다.

한때의 나는 별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빛은 스러지고 뜨거움은 식었다. 빛을 잃고 뜨거움을 상실한 별은 별이 아닐 것이다. 별은 빛나기 위해 존재하니까...

하지만 그녀는 벼락이었다. 벼락은 사라져도 여전히 벼락이다. 한 순간의 섬광을 뿜어내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 빛을 본 자는 눈이 멀 것 같은 강렬함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녀의 그림은 내 눈을 멀게 했고 그녀가 뿜어낸 빛은 내 마음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것은 축복이었을까? 재앙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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