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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
쑨자오룬 지음, 심지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과학사인데도 철학자의 이야기, 역사나 의학 같은 분야도 꽤 등장한다. 내가 생각하는 과학은 물리학이나 천문학, 혹은 화학 같은 한정된 분야였다. 책을 통해서 과학엔 철학도 수학도 의학도 천문학도 수많은 도구와 무기들...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고 보니 책의 처음에 등장한 인물들은 과학책에서 보단 철학이나 인문학쪽에서 더 자주 보았던 사람들이다. 수학자이며 동시에 철학자이기도 하고, 과학자이자 사상가이기도 하며, 화가이며 의사이거나,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군인이거나 정치인이기도 해서 고대의 과학자는 specialist보다는 generalist에 가까운 듯 하다. 화가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체도를 그렸을 만큼 해부학에 조예가 깊었으며 과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철학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도 군인이고 정치가였다. 과학을 설명하는 책에서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 생경스러움을 경험하게 된다. 언제부터 인문학과 과학의 분야가 이분법처럼 갈라졌는지...분야가 세분화되면서 깊게는 알겠지만 넓게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교에서 문과계열을 선택한 학생에게 과학은 그때부터 과학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책은 기원전 70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인류 과학과 발전사를 총망라한 과학 일대기라는 부제를 가지고, 오랜 시간 과학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모르는 내용이 태반이고, 읽어도 어려운 게 너무나 많았지만 얼마 전 가족과 이집트 문명전 '파라오와 미라' 를 보러 가서 느꼈던 - 대충은 알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는 - 아쉬움을 이 책에서 부분적으로는 해갈할 수 있었다.
독수리 머리를 한 사람형상, 미라, 피라미드, 파피루스 등을 스치며 구경했는데, 책을 통해서 확인하는 기쁨을 누렸다. 독수리 형상은 매였으며 태양신 '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라에 대해서도 그냥 막연하게 방부제를 뿌리고 붕대를 칭칭 감았구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미라의 제작과정은 정교하고, 고도의 기술이 요하는 작업이었다는 것도. 지금도 불가사의한 것 투성이인 피라미드를 통해 그들의 수학과 과학이 얼마나 수준 높은 것이었는지 놀라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오랜 전부터 인간은 생존에만 집중했던 것이 아니라 지적인 것에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연구해 왔다는 것을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인간의 욕구 중 가장 큰 부분은 알고자 하는 욕구가 아닐까?
지금의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을 했고,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나같은 기계치에게는 그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벅차기도 하고, 너무 기계적이기 때문에 몰라도 되거나 알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도 알아야 되는 것들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을, 사람간의 소통을 점점 단절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어찌되었든 기원저 7천여경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알고자 하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지금 이 늦은 시각에 리뷰를 쓰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고, 책을 읽고, 불을 켜고, 선풍기를 틀어놓고...하는 행위들의 거의 대부분에 과학은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