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래 : 세상은 백성의 것이다 샘깊은 오늘고전 9
작자미상 지음, 윤기언 그림, 김기택 글, 강명관 해설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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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무렵, 우리의 정치권은 정당간의 첨예한 대립, 정당내의 계파간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도 없고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려는 자도 없었다. 그리고, 전직대통령은 검찰에 불려간 직후였다. 참담하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 홍경래가 그토록 바꾸기를 원했던 세상과 얼마나 합치하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지도자란 진실성, 덕, 좋은 성품을 가진 자라고 한다. 과연 우리는  진실되며, 덕을 갖추어서 낮은 자리에 있는 자를 측은하게 여기며, 좋은 성품을 갖춘 그런 리더를 만난 적이 있었던가?

 

홍경래가 살았던 조선후기에는 아마도 그런 지도자는 많지 않았으리라. 가진 자는 더 갖게 위해 가난한 백성을 더 고난에 빠뜨리기에 바빴던, 양반이 주인인 세상. 어느 특정 지역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학문과 무예가 출중해도 인정받을 수 없으며,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어서 선택받은 자들만이 호의호식하는  세상.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아무리 뼈빠지게 일해도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밖에 없어서 거리로 떠돌거나 노비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세상. 그런 세상에서 희망을 품는다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았을 그 시절엔 어쩌면 세상의 틀을 깨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을지도.  홍경래는 벌써 어린 나이에 지혜가 출중하고 배포가 컸고 소망하는 바도 컸다. 그런 그였기에 세상을 바뀌기 위해 도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혜택을 누리는 소수를 제외한 다수의 불만이 크더라도 낡은 제도와 관습을 갈아엎는다는 사고의 틀을 깨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준비했던 일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틀어지는 것을 보면서,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없이 일찍 치뤄진 거사는 어쩌면 처음부터 그 결말은 이루어지기 어려웠음을 보여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서두에 훌륭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꼭 성공하는 것만이 훌륭하다고 해야 하는가? 실패한 삶은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는가에 대해 썼다. 훌륭하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생각해본다. 훌륭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성공한 삶이란, 실패한 삶이란 무엇인가? 가까운 우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실패한 3.1 운동이 있고, 4.19 민주화운동이 있고, 광주 민주항쟁이 있다. 그것은 모두 위에서 부터 발현된 것이 아니라, 아래로 부터,  평범한 백성이 들고 일어난 사건들이다. 그 실패한 사건들이 결국은 세상을 한 발 더 사람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원천이었을 것이며, 정치인들에겐 백성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를 일깨워준 사건일 것이다. 그래서, 실패했지만 홍경래의 난을 통해서 우리는 존중받지 못한 삶, 공평하지  않은 사회는 결국은 터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만약 홍경래의 난이 병란으로 끝나지 않고, 성공했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글쎄... 퀘스쳔 마크를 찍어본다. 성공한 쿠데타가 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더란 것을 우린 역사를 통해 비근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두꺼운 책일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었는데 책이 아주 얇아서 적잖이 당황했다. 그래서 아쉬웠지만, 알고 보니 초등학생을 위한 인문서란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성공했다는 의미에서 많이 비껴나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기 때문에 실패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홍경래를 아이들이 만난다는 것. 과정보단 결과가 주목받는 사회에서, 모두가 성공을 위해서만 내달리는 지금. 아이들이 결과보단 과정을, 실패했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가치있는 삶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쩌면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따뜻한 세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쓰면서도 허황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의 아이들은  진실되고 덕이 있는 좋은 성품을 갖춘 멋진 어른으로 자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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