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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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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기 전부터 ‘1318만화가 열전’이라는 말에 어떤 책일까 궁금했었다. 해서 책을 받자마자 후다닥 읽어 내려가려는 찰나! ‘작가의 말’에서 급하게 한 숨 돌렸다. 어른이라는 존재란 시간이 흐르면 절로 되는 거더라. 세상을 바꿀 수도 없더라. 하지만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한 책임감을 버릴 수 없었기에 지금 나의 몫을 해보이겠다. 하는 작가의 진지한 각오가 있었다.

이 책은 고3 수험생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은수는 재수생이고, 원빈은 고3이다. 하지만 태섭쌤의 포스도 만만치 않다. 태섭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드러나지 않아 어떤 인물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었지만 왠지 최규석 작가님이 이야기 하던 ‘어른’의 존재와 ‘어른’의 갈등, 고민이 잘 녹아있는 인물인 듯 했다.



작가의 말 바로 옆 페이지의 그림이다. 이 그림은 chapter3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은수는 동생 준수에게 집안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빨간 딱지가 붙을 정도로 집안 형편이 기울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꿈을 버릴 수 없는 은수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어려운 현실 속 대학을 앞둔 온갖 고민으로 정말이지 울기엔 좀 애매한 상황이 만들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림 속 은수의 모습은 은수 또래의 은수와 같은 아이들 모두의 뒷모습이 아닐까 싶다.





<울기엔 좀 애매한>의 앞표지를 보면 원빈이 머리를 긁적이며 애매한 웃음을 짓고 있다. 그 뒤로는 태섭쌤과 은수와 그리고 컵라면이 보인다. 한 끼 ‘식사’를 때워줄 수 있는 가장 값싼 음식이 바로 이거다. 만화반 애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의 현실이 컵라면이라는 소품으로 가장 잘 드러난다.

책 중간에 주인공인 빈이가 ‘돈도 재능’이라는 말을 내뱉는데 아마 이 말이 답답한 그들의 현실에서 어쩌면 자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또는 컵라면으로 연명하던 만화방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원망이 섞인 말일 것이다.  





책 제목처럼 내용도 썩 즐겁고 유쾌하지만은 않다. 책 속 인물들이 부딪히는 상황이 때로는 안타깝고 그 고민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읽는 이가 가만히 슬퍼하도록 두지 않는다. 각각의 인물들이 내뱉는 온갖 개그들이 비참한 현실 속에 있는 그들을 보고서도 웃게 만들어버린다. 최규석 작가님의 능력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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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9-05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히 애정하는 최규석 만화 리뷰라 추천 꾹 눌러요.^^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
김규중 지음 / 사계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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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초 중 고등학교 정규 교과과정 속에서 일 년에 적어도 한번 이상 배울 기회를 가진다. 그럼에도 ‘시’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이 어려움을 느끼고 꺼려한다. 문학 장르 중 가장 향유 계층이 적은 것도 ‘시’가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시를 배웠다기 보다는 단어마다 누군가 정한 일방적 의미를 부여하고, 감상하기보다는 그대로 외워버린 결과이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의 대상이 눈에 뻔히 보이는 청소년임에도 ‘내가 읽어야 할 책이 나왔구나’ 느꼈다.
김규종작가는 독자에게 시와 대화하는 하나의 방법을 알려준다. 말 그대로 ‘대화’하는 것. 한 편의 시와 그 시에 대해서 가상의 인물들이 서로 대화하는 방법이다. 자칫 또 다른 암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을 선회해 어떤 식으로 시를 감상해야 하는지를 주로 일러준다.


 
식사법(김경미 2006)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 빛 고요 한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 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하략)
 
-시 읽고 대화하기-

명석: 그럼 이 시는 음식을 통해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건가?
은유: 그런 것 같아. 3연에 “또 한번의 삶”이란 표현도 나오잖아. 어떻게 살라는 건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명석: 1연 1행은 무얼 말하는지 알기 어려워. 콩나물은 요리할 때 끝까지 익혀야 하는 거니?
은유: 수업시간에 배웠을텐데? 덜 익히거나 중간에 뚜껑을 자주 열면 비린내가 나서 먹기 힘들어.
명석: 그렇구나. 그럼 “끝까지 익힌 마음”이란 비린내가 나지 않는 마음이야?
은유: “끝까지 익힌 마음”이란 차분한 마음일 거야. 명석이 너처럼 덜렁거리지 않는 것을 말하는 거겠지.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중 130-131

 
 
처음 이 책을 접하고는 얼마 전에 봤던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물론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 책과 다르지만, 극 중 윤정희씨가 시를 쓰기 위해 답답해하고 방법을 구하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시를 쓰고 이해하는 것. 시를 쓰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 어쨌거나 둘 다 쉽지 않은 방법인 듯하다. 아니, 시를 어렵게 생각 해왔던 그간의 시간이 시를 어렵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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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입니까 사계절 1318 문고 62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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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펼치기 전에 <나는 개입니까>라는 제목에서부터 먼저 고민하게 된다. 내가 개라는건지, 개였다는 건지, '개만도 못하다'할 때의 그 개라는건지, 개가 되고싶다는건지..
 
소설은 '나는 개다. 굳이 덧붙이자면 지극히 평범한 토종견이라는것 정도다' 에서쿠터 시작된다. 하나를 덧붙이자면 '나'는 지하 배수로에 살고 있으며 호기심이 아주 많다.
 
'나'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으로 '창구'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호기심 왕성한 그가 창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일은 당연하다. 그는 연분홍빛 지렁이를 만나고 지렁이를 통해 창구를 알게 되고 결국 연분홍빛 지렁이의 도움으로 창구를 통해 인간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창구는 인간세상으로 나가게 되는 통로였던 것이다.
 
 
지하 배수로에서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것.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날 만큼 어떤 강한 이끌림이 있었을 수도 있다.
 
세상에 나온 그는 개에서 인간의 몸으로 탈바꿈 했음에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음식점에서, 경찰서에서, 새로운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그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그의 눈을 통해 여러 인간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진다.
 
그를 붙잡아 두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억지로 먹이려 했던 경찰이나 공부만 잘하면 문제 없다는 식의 학교 선생님들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는 인간세상에서 ‘류웨’라는 소녀를 만나고 이끌린다. 또 류웨를 통해 배수로에서 살던 그 때의 가족들도 인간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가족들의 죽음을 겪는다. 본래 개였기에 인간세상에서는 급속도로 늙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개’에 대해 함부로 말하거나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지 않은 일을 하는 상황에 분노한다. 하지만 인간에 대해 분노하는 그 이상의 애정을 지니고 인간세상을 살아간다.

인간세상에서 극심한 성장통을 겪은 그는 연분홍빛 지렁이의 도움으로 인간세상에서의 ‘청춘을 온전히 보낼 시간’을 선물받는다. 그리고는 집을 떠나 세상으로 향한다.

“여기에만 머물러 있기엔 세상은 아주 넓어.” <나는 개입니까>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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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63
이경자 지음 / 사계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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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날 무렵의 강원도 사회를 순이라는 여섯 살 아이의 눈으로 보여준다. 천방지축으로 산이며 들을 뛰어다니고, 무서울 때에는 할머니 치마 속으로 들어가는, 한 데 집중하면 다른 건 까맣게 다 잊어버리고 마는, 친구와 노는 일이 너무 좋은 아이. 바로 ‘순이’다.

사실 <순이>의 배경은 여섯 살 소녀가 바라보는 세상만큼 재미나지 않다. 전쟁이 휩쓸고 간 이후, 사람들은 ‘빨갱이’로 낙인 찍힐까봐 두려워 인민군이 되거나 월북한 사람의 가족을 냉정하게 외면한다. 순이의 삼촌들도 각기 국군과 인민군으로 불려간 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그런가하면 순이가 사는 강원도 산골에도 성당이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 아래 놓인다. 미국인인 신부님은 점차 마을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하고 사람들은 구호물품을 얻기 위해 성당으로 모여든다. 신부님을 모시는 집의 딸인 영희는 일찍이 세례도 받고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자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부님의 식사거리를 훔치거나 구멍가게에서 상습적으로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순이는 이런 현실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로지 눈으로 귀로 코로 즐거움을 찾아내고 강아지처럼 마냥 뛰어 놀 뿐이다. 책에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강원도 사투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한명의 ‘순이’가 되어 전후의 강원도를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순이는 불안할 때면 할머니의 무명치마를 손으로 꼭 붙들고 놓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손에 잡힌 책이 할머니의 무명치마인 듯 했다.

2010년은 1950년 6월 25일에 전쟁이 일어난지 60년 되는 해이다. 6.25전쟁을 다룬 다큐나 영화도 많이 제작되어 방영된다. 한국전쟁이라는 지난날의 사건을 되돌아 볼 때 끔찍했던 과거를 상기하면서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목적보다도 이 책에서는 ‘순이’에게서 볼 수 있는 순수함 그리고 이 ‘순이’들이 자라날 세상을 기대하게 하는 무언가를 소개해준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노근리, 그 해 여름(사계절아동문고56)  
근현대사신문 http://blog.naver.com/hi_newspaper  
꽃할머니(한중일공동기획 평화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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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0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사계절출판사 2010-07-11 22:25   좋아요 0 | URL
순이의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

오월의바람 2010-07-0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섯살이면 너무 어리지 않나요? 정말 6살이라는 나이에 겪기에는 너무나 큰 사건들이 많네요. 서술자의 순진함때문에 더 사건이 비극적으로 그려질 것 같네요

사계절출판사 2010-07-11 22: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기에 더욱 비극적입니다. 그리고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죠..
 
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 - 김열규 교수의 도깨비 읽기, 한국인 읽기
김열규 지음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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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 (김열규 교수의 도깨비 읽기, 한국인 읽기)

지은이  김열규




한국인의 내면이 도깨비를 꼭 닮았다고?

도깨비는 어릴 적 할머니의 이야기 속 존재이다. 요즘 나오는 판타지 소설은 비교도 되지 않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지는 한국인들의 대표 판타지이다.
금나와라 은나와라 하며 두들기면 금은보화가 나오는 방망이를 가졌다. 그래서 인간들은 이 도깨비 방망이를 원하고 또 원한다. 이 방망이만 있으면 양반 못지않은 부자가 되어 그간 고된 설움 다 떨치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사실 도깨비들은 뭐든 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로 돈을 쌓아놓지도 떵떵거리지도 않는다. 


이 책의 도깨비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덤빈다. 그 장난이 간혹 심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지언정 남을 해코지하고자 하는 악의는 없다. 
도깨비 놀이 목록을 만들자면 백 가지도 더 될 것이며 이 세상 어떤 것도 그들의 놀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작가는 도깨비의 그러한 습성이 그들의 천성이라고 한다. ’원래’ 그런 것이기에 놀지 않는 도깨비는 왠지 이상하다. 
여기에서 조금은 도깨비와 한국인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인도 ’노는것’에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 


도깨비가 활개를 치던 시대는 조선시대란다. 조선시대 통치이념이었던 유학 성리학 뭐 이런것들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어서, 양반을 제외한 서민들은 숨 죽이고 살아야 했던 그 시기. 서민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수록 도깨비는 더 많이 나타난다. 마치 서민들의 억눌려 있던 얽힌 무언가를 풀어주는 듯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가릴 것 없고 숨길 것 없이 부글거리는 욕망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도깨비로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 일에 몰두하는 아버지의 눈에서, 부당함을 토로하는 노동자의 눈에서, 미래를 위해 머리로 발로 뛰는 88만원세대들의 눈에서 도깨비가 보이는 것은 아마 ’나’의 안에도 도깨비가 두 눈을 번뜩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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