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63
이경자 지음 / 사계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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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날 무렵의 강원도 사회를 순이라는 여섯 살 아이의 눈으로 보여준다. 천방지축으로 산이며 들을 뛰어다니고, 무서울 때에는 할머니 치마 속으로 들어가는, 한 데 집중하면 다른 건 까맣게 다 잊어버리고 마는, 친구와 노는 일이 너무 좋은 아이. 바로 ‘순이’다.

사실 <순이>의 배경은 여섯 살 소녀가 바라보는 세상만큼 재미나지 않다. 전쟁이 휩쓸고 간 이후, 사람들은 ‘빨갱이’로 낙인 찍힐까봐 두려워 인민군이 되거나 월북한 사람의 가족을 냉정하게 외면한다. 순이의 삼촌들도 각기 국군과 인민군으로 불려간 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그런가하면 순이가 사는 강원도 산골에도 성당이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 아래 놓인다. 미국인인 신부님은 점차 마을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하고 사람들은 구호물품을 얻기 위해 성당으로 모여든다. 신부님을 모시는 집의 딸인 영희는 일찍이 세례도 받고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자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부님의 식사거리를 훔치거나 구멍가게에서 상습적으로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순이는 이런 현실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로지 눈으로 귀로 코로 즐거움을 찾아내고 강아지처럼 마냥 뛰어 놀 뿐이다. 책에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강원도 사투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한명의 ‘순이’가 되어 전후의 강원도를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순이는 불안할 때면 할머니의 무명치마를 손으로 꼭 붙들고 놓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손에 잡힌 책이 할머니의 무명치마인 듯 했다.

2010년은 1950년 6월 25일에 전쟁이 일어난지 60년 되는 해이다. 6.25전쟁을 다룬 다큐나 영화도 많이 제작되어 방영된다. 한국전쟁이라는 지난날의 사건을 되돌아 볼 때 끔찍했던 과거를 상기하면서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목적보다도 이 책에서는 ‘순이’에게서 볼 수 있는 순수함 그리고 이 ‘순이’들이 자라날 세상을 기대하게 하는 무언가를 소개해준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노근리, 그 해 여름(사계절아동문고56)  
근현대사신문 http://blog.naver.com/hi_newspaper  
꽃할머니(한중일공동기획 평화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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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0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사계절출판사 2010-07-11 22:25   좋아요 0 | URL
순이의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

오월의바람 2010-07-0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섯살이면 너무 어리지 않나요? 정말 6살이라는 나이에 겪기에는 너무나 큰 사건들이 많네요. 서술자의 순진함때문에 더 사건이 비극적으로 그려질 것 같네요

사계절출판사 2010-07-11 22: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기에 더욱 비극적입니다. 그리고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