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와 대화하다
김규중 지음 / 사계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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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초 중 고등학교 정규 교과과정 속에서 일 년에 적어도 한번 이상 배울 기회를 가진다. 그럼에도 ‘시’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이 어려움을 느끼고 꺼려한다. 문학 장르 중 가장 향유 계층이 적은 것도 ‘시’가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시를 배웠다기 보다는 단어마다 누군가 정한 일방적 의미를 부여하고, 감상하기보다는 그대로 외워버린 결과이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의 대상이 눈에 뻔히 보이는 청소년임에도 ‘내가 읽어야 할 책이 나왔구나’ 느꼈다.
김규종작가는 독자에게 시와 대화하는 하나의 방법을 알려준다. 말 그대로 ‘대화’하는 것. 한 편의 시와 그 시에 대해서 가상의 인물들이 서로 대화하는 방법이다. 자칫 또 다른 암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을 선회해 어떤 식으로 시를 감상해야 하는지를 주로 일러준다.


 
식사법(김경미 2006)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 빛 고요 한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 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하략)
 
-시 읽고 대화하기-

명석: 그럼 이 시는 음식을 통해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건가?
은유: 그런 것 같아. 3연에 “또 한번의 삶”이란 표현도 나오잖아. 어떻게 살라는 건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명석: 1연 1행은 무얼 말하는지 알기 어려워. 콩나물은 요리할 때 끝까지 익혀야 하는 거니?
은유: 수업시간에 배웠을텐데? 덜 익히거나 중간에 뚜껑을 자주 열면 비린내가 나서 먹기 힘들어.
명석: 그렇구나. 그럼 “끝까지 익힌 마음”이란 비린내가 나지 않는 마음이야?
은유: “끝까지 익힌 마음”이란 차분한 마음일 거야. 명석이 너처럼 덜렁거리지 않는 것을 말하는 거겠지.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중 130-131

 
 
처음 이 책을 접하고는 얼마 전에 봤던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물론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 책과 다르지만, 극 중 윤정희씨가 시를 쓰기 위해 답답해하고 방법을 구하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시를 쓰고 이해하는 것. 시를 쓰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 어쨌거나 둘 다 쉽지 않은 방법인 듯하다. 아니, 시를 어렵게 생각 해왔던 그간의 시간이 시를 어렵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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