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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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이후의 서울의 역사를 대담형식으로 풀어 놓았다. 저자 중의 한 명인 임동근 박사의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80년대부터 보고 들어왔던 일에 대한 얘기는 묘한 현실감으로 다가왔고, 몰랐던 얘기들에 대해서는 새롭게 깨닫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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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빚으로 지은 집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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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2008년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그 뒤로 이어지는 경기 침체에 대해서 왜 그러했는가를 분석한 책입니다.

대략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에서 시작합니다.

빚이 늘어나면, 소비를 줄이게 된다는 것,
빚을 내서 산 집의 시세가 떨어지면, 
순자산 (자산 중 빚을 제외한 부분)이 감소하고, 
이 경우 소비를 줄이게 된다는 것.

등등...

저자는 2008년도 이후의 경기 침체는 이 소비 감소에 기인한 것이라 합니다.
미국 주택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가구의 순자산이 감소했고, 이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전체 미국 경제가 침체하게 되어, 빚이 없거나, 있더라도 순자산이 거의 감소하지 않은 가구에 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분석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통계 데이타를 활용해서 각각의 연결고리를 파악하여, 처음에는 최소한 상관관계로 확인된 것들이, 결국 인과관계임을 보여줍니다. 

이 추론 과정이 깔끔하고 유려합니다.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제대로 학문을 하는 것은 이런 것! 이란 느낌이 확 옵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얘기이기도 하고, 최근 영화 <빅 쇼트>에서도 드러났지만,
2000년대 중후반의 미국 주택 버블 증가의 한 요인은 신용 지수가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공여된 신용, 즉 주택담보 대출이었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대출이 가능했는지 드러내고, 이 부분이 금융권의 일종의 '모럴 해저드'이며, 거의 사기 수준의 나쁜 일임을 지적합니다.

즉, 부채의 증가에는 채무자의 무책임한 대출 신청 책임만 있는게 아니라, 채권자의 무책임한 대출 판매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담보로 잡은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그러한 손실에 대한 책임을 채무자들에게만 지우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일정 비율로 그러한 리스크를 분담하는게 합리적이라고 하며, 손해에 대한 리스크 뿐 아니라, 집값이 상승하게 되면, 그 수익도 역시 채무자와 채권자가 나눠 가지는 방향을 같이 제안합니다.

그러한 리스크 분담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미연에 방지되어, 채권자를 포함 전체 미국 경제에도 이익이 될 것이고, 수익에 대한 지분을 가지게 되므로, 전체적으로 채권자의 일방적 손해는 아니라고합니다.

즉, 신개념 대출을 제안합니다. 대출을 일종의 주식투자 비슷하게 하는 것이지요.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챙기지만, 떨어지면 손해를 입게 되는 것과 비슷하게.

이러한 결론은 총 12장 중 마지막 장에 나오는 애기이고, 저자들은 무척 심혈을 기울여 쎴지만, 이 부분의 중요도는 일단 낮다고 여겨집니다.

이 분들의 연구의 앞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도, 부동산 구입으로 인한 부채는 채무자가 100%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는 중반까지, 뭔가 상식적인 주장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저자들의 주장을 따라가면서 후반부에 이르게 되면, 저자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리디책 1년 대여로 반년전에 산 책인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금주에 읽었는데.. 이런 책인줄 몰랐습니다.

이런 책은 종이로 사서, 반복해서 두고두고 읽어야할 책인 것 같습니다. 경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강추입니다.



(201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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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될 때>


미국의 30대의 젊은 신경외과의사가 레지던트를 마치던 무렵에 폐암으로 진단을 받습니다. 암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치유되지만, 암이 완전히 뿌리뽑인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결국 암이 재발하였고,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심가했습니다. 그는 어린 딸과 아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이 책은 암진단을 받기까지의 그의 삶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와 암진단을 받고 나서의 과정, 그리고 그가 더이상 쓸 수 없게 된 뒤의 과정을 그린 그의 아내의 글, 그렇게 세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지역, 의사라는 직업, 30대라는 젊은 나이, 때이른 암진단.이 세가지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스토리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그런 요소들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스며 있는 이 젊은 의사의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은 이 책을 보다 특별하게 만듭니다.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서의 그의 전반부 삶이 그려지고, 암진단을 받으면서 더 그런 과정을 지속하는 모습이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존경스러우면서도 부럽더군요. 그런 질문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더라도, 그런 답은 쉬는 시간에나 찾는 거라 생각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까지는 못했던 게 꼭 제 자신의 소극성 때문만은 아니지 싶습니다.



책의 본문이 시작하는 그 앞에 있던 시가 참 멋있습니다.

책 제목이 이 시에서 나왔지요.



처음 우리말 번역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았고, 

영어 원문을 읽어도 잘 모르겠던데, 두가지를 계속 같이 읽어보니

뜻이 조금씩 이해가 되었습니다.


You that seek what life is in death, 죽음 속에서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는 자는,

Now find it air that once was breath. 그것이 한때 숨결이었던 바람이란 걸 알게 된다.

New names unknown, old names gone: 새로운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오래된 이름은 이미 사라졌다.

Till time end bodies, but souls none. 세월은 육신을 쓰러뜨리지만, 영혼은 죽지 않느다.

Reader! then make time, while you be, 독자여! 생전에 서둘러

But steps to your eternity. 영원으로 발길을 들여 놓으라


브루크 풀크 그레빌 남작

<카엘리카 소네트 83>



일단 두 행씩 라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서 소리내어 영어로 읽어보면, 묘한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이런 시를 번역하시는 분들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입니다 저같은 이공계는 저런 문학적인 문장은 뜻도 잘 짐작이 안되거든요.


다만, 우리말 번역과 영어 원문을 보다가 보니, 우리말 번역에서 조금 빠진 부분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원래 번역의 탁월함에 힘입어 그 위에 한 숟가락 더 얹어본 번역입니다.


You that seek what life is in death, 당신, 죽음 안에서의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한다면,

Now find it air that once was breath. 이제 깨달을지어다, 그것이 한때는 숨결이었던 바람이란걸.

New names unknown, old names gone: 새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옛 이름은 이미 사라졌다.

Till time end bodies, but souls none. 세월이 육신을 쓰러뜨리고, 영혼은 남을 그때까지.

Reader! then make time, while you be, 독자여! 열심히 살아라, 살아 있는 동안

But steps to your eternity. 영원으로부터 몇발자욱 안 떨어져 있을 지라도



번역된 문장이 있었기에 그에 기반해서 조금씩 바꿔보면서 의미를 더 깊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바꿔보려 했지만, 우리말로는 잘 전달이 안되는 느낌입니다. 


이 영문 시는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2행, 3,4,행, 5,6행


1,2행은 도입부로 'you'로 지칭된 청자를 대화에 끌어들여 중요한 주제에 대해 한 번의 결론을 내립니다.

3,4행은 전개부로 인류가 처한 상황을 현재에서 미래까지 관통해서 제시합니다.

5,6행은 종결부로 'you'의 시선을 상황에서 자신으로 돌아보게 합니다. 상황에 대한 관찰, 깨달음으로 변화된 시선을 요구합니다.


도입 -> 전개 -> 종결... 음악에서 소나타 형식이기도 하지요. 


영시를 어떻게 읽는지 잘은 모르지만, 약간 음악 스럽게

이 시는 1,2행은 조용하게 3,4행은 약간 소리높여 비장하게... 5,6행은 약간 단호하면서 결단하는 투를 흉내내서 읽어 보면 더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


이 시의 주요 포인트는 4행의 Till을 어떤 의미로 파악하느냐 입니다. 

이 Till이 3행의 완료형과 연결이 되면서 3행의 의미가 변하는 느낌입니다.

과거분사가 적용 문장은 보통 '상태'인데, 여기에 tIll 구문이 붙으면 '상태'가 '완료'로 바뀌지요.


즉, 3행까지는 현재의 상태를 기술하는데, 이것만으로는 공허하고, 어찌보면 비참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새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고, 옛 이름은 없어졌답니다. 남은게 없는 거죠.


그런데, 4행에서 그런 상태에 종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그런 피봇같은 전환을 이루는 단어가 Till 입니다. till의 시점에 일어나는 일들이 있고, 이때 현재의 상태가 완료된다는 의미로 전환됩니다.


즉, '세월이 육신을 쓰러뜨리고, 영혼은 남을 그때까지' 라는 문장이 3행에 추가됩니다.

새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고, 옛 이름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 다음은 (아마도) 새 이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깔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4행의 이러한 의미 전환은 5행으로 이어집니다.

5행의 make time은 '서두르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의미들도 있습니다.

그런 여러 다른 의미들을 포함하는 전체적인 의미로 제가 이해하기에 make time은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다' 또는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내다' 라는 의미입니다. 비슷한 맥락의 유사한 표현이 You made my day. 라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5행은 현재를 부정하지 말고, 현재를 가치있게 보내라는 말로 다가옵니다.

6행의 but은 only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5행과 6행을 연결해서 보면, '현재를 가치있게 보내라, 영원에서 몇 걸음 떨어져 있을지라도' 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eternity라는 단어는 4행의 Till과 연결이 됩니다. 3행의 현재가 Till에 의해서 정지된다면, 그 이후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eternity라는 단어로 4행의 till의 시점을 넘어서는 시간을 가리킵니다.




다시 정리하면

3행 : 아직 뭐가 뭔지 모르는 혼란스런 상태이지만,

4행 : 그런 혼란이 끝나는, 곧 죽음을 의미하는 Till의 시점에 영혼이 남는 것을 알고

5행 : 살아 있는 동안 가치 있는 삶을 이루고,

6행 : 영원에서 몇 걸음 떨어져 있을지라도 


이런 의미입니다.



여기서 1행과 2행을 다시 보면,

1행의 죽음 안에서의 삶의 의미를 찾는 다는 것, 곧 육체가 쓰러지고 영혼이 남을 그때의 삶은 어떤 것일까라고 시인은 질문하는 셈입니다.

2행에서 '숨결'은 현재에서의 '삶', '바람'은 죽음 이후에 이어지는 '삶'입니다.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숨결'이 더 스케일이 크고 자유로운 '바람'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숨결이 바람이 될 때'는 곧 '죽음'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죽음'은 더 풍성한 삶으로의 게이트의 의미를 가집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는 3행입니다.

현재는 알려져 있지 않은 '새 이름', till 이후에는 알려지게 될 '새 이름' 입니다.



영원에서 몇 발자욱 안떨어져 있음을 늘 인식하면서 현재를 가치있게 살아가는 삶. 

그런 삶이 이 생에서는 숨결일지라도, 결국 바람으로 풍성해질 것임을 이 시는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시인의 이런 믿음이 저자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의미를 제목으로 삼았으니까요.



암 진단 이후에도 환자를 돕는 신경외과의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저자의 삶이 이 시의 내용과 뭔가 통하는 게 있습니다.








시가 너무 좋네요. 읽어볼 수록 뭉클해집니다.



'죽음'이란게 이 책의 저자만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



여기서부터는 좀 개인적인 사족입니다.



17세기의 시인과 이 책의 저자인 폴 칼라니티는 아마도 기독교 신앙을 공유한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기독교적인 전통에서 '새 이름'과 '바람'이 가지는 특수한 의미와 그 의미들과 연관되어 표현되는 육체적인 '죽음'이 그런 생각이 들게 합니다. 물론 본문 중에 저자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되는 장면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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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순수의 시대 열린책들 세계문학 77
이디스 워튼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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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는 오래 전에 영화로 그 이름을 먼저 들었던 원작이었습니다.
감독이 무려 마틴 스콜세지 (참 오랫만에 기억해본 이름이네요). 배우들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 미셀 파이퍼, 위노나 라이더 등. 배우들의 이름이 참 추억 돋습니다. 미셀 파이퍼가 마담 올렌스카, 위노나 라이더가 메이. 1993년 작이니 22년전 영화군요. 

근데, 전 이영화를 안 봤더랬습니다. 원작을 몰랐던 탓이기도 하지만, 그 무렵 영화를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엄청 바쁘게 뭔가 하던 때였네요.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었있던데, 1부는 무척이나 지루했습니다. '웃는 남자' 때와 같이 절반을 설정에 할애하는 소설이더군요.

복잡하기만한 가문과 가문의 연계, 그들 사이에서의 복잡하기만한 관습, 전통...

1부 막바지부터 스피드가 나더니 2부는 앞부분에 비해서는 상당히 빠르게 지나가네요.

결론 부분의 세팅은 상당히 뜻밖이었습니다. 


아래 부터는 스포 입니다.
***********************************



뉴랜드 아처라는 인물은, 나름 지적이고, 도전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도 무척이나 대책없어 보이는 면모를 보이는데, 갑작스러운 사랑에 휩쓸려서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 방향으로 폭주하는 모습은 좀 아니다 싶긴 했지만, 어찌 보면 누구라도 다 그런 면이 조금씩 있기도 할 것 같습니다. 뉴랜드도 참 순수한 사람이지요. 래퍼츠나 보퍼트 등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메이 웰랜드의 순수함은 전통에 대한 순종적인 충성의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뉴랜드 아처를 자신의 남편으로서 유지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합니다. 사랑을 방해하려 한다라기 보다, 꽉 짜여진 전통과 인습의 세계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자신만의 투쟁이었다고나 할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 메이의 마음은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엘렌 올렌스카도 자신의 감정과 이성에 충실한 모습이어서 당시의 전통과 관습 체계 내에서는 삐딱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엘렌 올렌스카도 어찌보면 또다른 순수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사심'이 없는 사람이란 느낌이었습니다.

세사람 다 서로 다른 면모의 순수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순수의 시대인가요.

마지막 결론 부분이 인상적이더군요. 30년 뒤의 모습이라니...

이디스 워튼이 50대에 지은 작품이라 그런지, 자기 또래의 얘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기와 자기 주변 사람들이 겪었던 20대 때의 일들이 50대가 되어서는 어떻게 생각되고, 어떻게 돌아보게 되는지.

마지막 문단은 다소 놀라왔습니다. 30년뒤의 모든게 다 잘 풀린 듯한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마지막의 그 서늘함이라니.

두 사람 사이의 30년 전의 격렬했던 감정의 폭풍은 극단적인 방향으로의 행동을 이끌뻔 했을 정도로 강렬했지만, 도리어 30년이 지나서 다시 만나기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는 걸까요?

마지막 문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많은 가능한 설명들이 머릿 속에 떠올랐지만, (30년의 공백으로 이미 낯선 사람이 되었다 등등) 뭔가 부족합니다. 만나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결국 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30년전의 감정의 폭풍이지요. 지금 잘 굴러가고 있는 각자의 삶에 30년전의 그 폭풍은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당시의 '사랑'이란 감정은 즐거움 보다는 '고통'으로 더 많이 더 자주 느꼈음을 새삼 다시 기억하게 될테니까요. 

그때는 그렇게도 감정적으로 하나가 되려 했지만, 지금은 그 감정의 기억들로 인해 안 만나는게 서로 편한 사이라는 건, 얼마나 큰 아이러니인지 모르겠습니다.

줄거리 상으로는 뻔할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이지만, 이 소설이 가지는 장점은 3명의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그들을 둘러싼 가족, 사회 구조 안에서 상호 연관되게 그려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명의 주인공 중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이 속한 가문과 사교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었습니다. 엘렌 올렌스카도 자유로운 듯 했지만,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빚진 마음까지 놓아 버릴 수는 없었지요. 그런 구조를 깨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 깨고 나간 뒤의 생존 조차 힘든 상황에서 결국 주저 앉게 되어 버리는 그럴 정도로 강력하게 사회적 구조가 지배를 하고 있었던 거겠습니다.

이렇게 각 사람을 둘러싼 환경, 각 사람의 개성과 취향, 또는 인격, 그리고 등장인물들 간의 인간적 관계 등이 참으로 예리하고 섬세하게 빚어져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런 환경 하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읽으며 느끼는 것. 그게 남는 여운인 것 같습니다.

이런 문학 작품들은 읽을 땐 힘드는데, 읽고 나서는 여운이 참 길어서 읽은 보람이 있습니다.

(201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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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제조 - 홀로 시작하는 사장님들을 위한 아흔아홉 가지 조언
유재형 지음 / 이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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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서 조금이라도 몸을 담았던 사람이라면,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냐 반문 할 것이다.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1인 제조'라는 단어가 더이상 낯설지는 아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상징적인 의미에서이지 정말 '1인 제조'가  가능할까?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에서 9년 가까이 근무해 온 필자는 제조업은 최소한 십여명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구매, 개발, 양산, 상품기획, 마케팅, 영업, 품질, 기획, 자금관리, 공급망 관리 등 떠오르는 부서만 10여개이다. 물론 여기에 기획 및 인사는 빠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2009년부터 지난 6년간 1인 제조 기업을 운영해 왔다. 처음 벤처로 창립한 회사는 차츰 성장하여 수백명을 고용할 정도로 커졌고, 중국에 공장도 세웠다 한다.  2009년 경영난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떠나 보내고, 빚을 갚고 살아 남기 위해 홀로 남아 필사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 그렇게 6년이 흘러 회사는 이제 1인 제조기업으로 변화했다.


이 책은 지난 6년 동안의 운영 경험에서 녹아 나오는 값진 성찰의 결과이다. 단순한 노하우나 팁의 수준이 아니다.


이 책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인 제조 기업을 시작한  저자가  악전고투를 통해 하나하나 체득한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다.  1인 제조 기업은 곧 대표가 유일한 직원이기에 대표의 마인드와 삶의 자세, 생활 습관이 곧 1인 기업의 성과로 바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영역에 까지 그 성찰의 폭을 넓힌다.


1인 제조기업의 차별적 특성을 살리면서 경쟁력을 극대화하여 이 험난한 시장에서 생존해 가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2014년 12월 불현듯 생각이 떠올라 99가지의 제목을 하루만에 작성했다 한다. 그렇게 빠르게 작성했다 해서, 어쩌다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상념을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요새 너무나 특히 이슈가 되는 '표절'의 의혹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읽어보면 그럴 수가 없다. 이러한 1인 제조 기업이 어디 흔한 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9가지의 제목을 하루에 뽑았다는 것은, 그만큼 평소에 저자가 스스로 1인 제조 기업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만큼 철저한 분석적 사고방식을 늘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관세청에서 행정사무관으로 근무하다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MBA를 마치고 벤처캐피탈 회사에서 투자담당 이사로 일했었다. 이 회사는 그 이후 본인이 직접 창립한 벤처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필자의 초,중,고 동창으로 늘 가까이 지냈었는데, 1991년 필자의 군입대 이후 저자를 만나지 못했다가 2014년에야 비로소 초교 동창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23년의 공백에도 저자는 여전했다. 스마트하고 자유롭고 예리한 사고능력을 갖추었지만, 썰렁한 농담으로 좌중을 즐겁게 하며 한 사람 한 사람 잊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이러한 저자의 배경과 그의 인격이 모두 녹아들어 있음이 느껴진다.


저자의 MBA 과정에서의 배움과 이후의 경력은 1인 제조 기업에서의 저자의 경험들이 그냥 지나쳐 가지 않게끔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작은 경험이라도 하나하나 고민하고 숙고하는 동안 MBA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훈련되고 갖춰진 그의 예리한 사고력이 작용하여 이 책의 하나하나의 챕터의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이 책의 99개 챕터 하나하나는 짧은 경영학 아티클이라 할지라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요새 온갖 저급한 내용이 난무해서 카테고리 자체가 기피대상이 되어버린) 자기 계발 관련 아티클로서도 수준급이다. 챕터 하나하나가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도 이미 풍성하다. 1인 제조 기업의 상황에 비춰진 모든 주제들은 그래서 매우 유니크하다. 매 챕터가 새롭지만 읽다 보면 절로 수긍이 간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31번째 챕터의 제목은 '고객을 홀대하라'이다. 도전적인 제목이라 내용이 궁금해진다.  왜 그래야 하는지 세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필자의 짧은 마케팅 부서에서의 경험에서 판단컨대, 이 세가지 이유는 절실하게 체험했던 바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는 이 세가지를 알고 받아들이는 회사가 아니었다. 전무는 늘 '고객 관점'에서 생각을 하라고 다그쳤다. 그 사람이 간과한 것은 '고객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이  점을 한가지 이유로 포함한 세가지 이유를 필자는 깊은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차곡차곡 정연한 논리를 경험에서 우러난 확신을 가지고 세운다. 불과 2페이지 반 분량에서.


또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16번째 챕터의 제목은 '하던 거 해라' 이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하면 한결같이 '새로운 일'만을 찾는데, 왜 하던 일을 안 하는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섯가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무슨 이유가 다섯 가지나 있을까 하며 읽지만, 하나하나 절실한 이유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절실한 이유를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무너뜨린다. 그런데 이 모든 얘기를 불과 4페이지 만에 다 해버린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 하나하나가 무겁고 밀도가 높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책을 사 보시라.


꼭 이런 분석적 아티클만 포함된 것은 아니다.


50번째 챕터의 제목은 '점심은 기필코 사수하라' 이다. 뭐 이런 것까지 얘기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읽다가 보면 1인 제조 기업의 대표로서의 사정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런 상황 하나하나가 닥쳐오는 도전이었겠구나 싶었다. 직접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가벼이 여길 수 밖에 없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느껴진다.


99개 챕터의 마지막 세 챕터를 1인 기업 성공의 3요소에 할애 한다. 가족, 일관성, 나의 객관화. 이 세 가지에 담긴 내용은 단지 1인 기업 성공의 3요소라기 보다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필수 3요소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내내 느끼다가 덮으면서 더욱 강해지는 느낌은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1인 제조기업에 한정되기는 하겠지만, 그 상황 상황에 대처해가는 저자의 자세와 마음가짐, 그 사고의 프레임과 관점 등은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여러 직종에서 배울 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도리어 1인 제조의 꿈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지레 용기를 잃고 꿈을 접을 수도 있겠다 싶다. 쉽지 않아 보이니까. 하지만, 불가능한 것과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은 이미 차원이 다른 얘기이다. 세상 어떤 일이 어렵지 않은게 있겠는가. 1인 제조는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제조 기업과는 이런 면에서 다르다 라고 얘기하는 책이다. 그냥 '어렵다'가 아니라.


저자는 필자의 옛친구로서 어릴 때부터 배울 바가 많은 친구였지만, 40대 후반이 되어 만난 친구는 여전히 배울 바를 가득 가지고 있는 멋진 친구였다.


2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축하하며, 이 책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아니 3쇄 4쇄까지도 부족할지 모른다. 특히 오늘 한국 사회의 이 험난한 경제 상황에서, 특히 한국의 대기업 위주의 기업 문화의 한계가 곧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시점에서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20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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