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제조 - 홀로 시작하는 사장님들을 위한 아흔아홉 가지 조언
유재형 지음 / 이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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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서 조금이라도 몸을 담았던 사람이라면,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냐 반문 할 것이다.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1인 제조'라는 단어가 더이상 낯설지는 아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상징적인 의미에서이지 정말 '1인 제조'가  가능할까?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에서 9년 가까이 근무해 온 필자는 제조업은 최소한 십여명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구매, 개발, 양산, 상품기획, 마케팅, 영업, 품질, 기획, 자금관리, 공급망 관리 등 떠오르는 부서만 10여개이다. 물론 여기에 기획 및 인사는 빠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2009년부터 지난 6년간 1인 제조 기업을 운영해 왔다. 처음 벤처로 창립한 회사는 차츰 성장하여 수백명을 고용할 정도로 커졌고, 중국에 공장도 세웠다 한다.  2009년 경영난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떠나 보내고, 빚을 갚고 살아 남기 위해 홀로 남아 필사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 그렇게 6년이 흘러 회사는 이제 1인 제조기업으로 변화했다.


이 책은 지난 6년 동안의 운영 경험에서 녹아 나오는 값진 성찰의 결과이다. 단순한 노하우나 팁의 수준이 아니다.


이 책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인 제조 기업을 시작한  저자가  악전고투를 통해 하나하나 체득한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다.  1인 제조 기업은 곧 대표가 유일한 직원이기에 대표의 마인드와 삶의 자세, 생활 습관이 곧 1인 기업의 성과로 바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영역에 까지 그 성찰의 폭을 넓힌다.


1인 제조기업의 차별적 특성을 살리면서 경쟁력을 극대화하여 이 험난한 시장에서 생존해 가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2014년 12월 불현듯 생각이 떠올라 99가지의 제목을 하루만에 작성했다 한다. 그렇게 빠르게 작성했다 해서, 어쩌다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상념을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요새 너무나 특히 이슈가 되는 '표절'의 의혹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읽어보면 그럴 수가 없다. 이러한 1인 제조 기업이 어디 흔한 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9가지의 제목을 하루에 뽑았다는 것은, 그만큼 평소에 저자가 스스로 1인 제조 기업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만큼 철저한 분석적 사고방식을 늘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관세청에서 행정사무관으로 근무하다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MBA를 마치고 벤처캐피탈 회사에서 투자담당 이사로 일했었다. 이 회사는 그 이후 본인이 직접 창립한 벤처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필자의 초,중,고 동창으로 늘 가까이 지냈었는데, 1991년 필자의 군입대 이후 저자를 만나지 못했다가 2014년에야 비로소 초교 동창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23년의 공백에도 저자는 여전했다. 스마트하고 자유롭고 예리한 사고능력을 갖추었지만, 썰렁한 농담으로 좌중을 즐겁게 하며 한 사람 한 사람 잊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이러한 저자의 배경과 그의 인격이 모두 녹아들어 있음이 느껴진다.


저자의 MBA 과정에서의 배움과 이후의 경력은 1인 제조 기업에서의 저자의 경험들이 그냥 지나쳐 가지 않게끔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작은 경험이라도 하나하나 고민하고 숙고하는 동안 MBA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훈련되고 갖춰진 그의 예리한 사고력이 작용하여 이 책의 하나하나의 챕터의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이 책의 99개 챕터 하나하나는 짧은 경영학 아티클이라 할지라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요새 온갖 저급한 내용이 난무해서 카테고리 자체가 기피대상이 되어버린) 자기 계발 관련 아티클로서도 수준급이다. 챕터 하나하나가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도 이미 풍성하다. 1인 제조 기업의 상황에 비춰진 모든 주제들은 그래서 매우 유니크하다. 매 챕터가 새롭지만 읽다 보면 절로 수긍이 간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31번째 챕터의 제목은 '고객을 홀대하라'이다. 도전적인 제목이라 내용이 궁금해진다.  왜 그래야 하는지 세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필자의 짧은 마케팅 부서에서의 경험에서 판단컨대, 이 세가지 이유는 절실하게 체험했던 바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는 이 세가지를 알고 받아들이는 회사가 아니었다. 전무는 늘 '고객 관점'에서 생각을 하라고 다그쳤다. 그 사람이 간과한 것은 '고객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이  점을 한가지 이유로 포함한 세가지 이유를 필자는 깊은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차곡차곡 정연한 논리를 경험에서 우러난 확신을 가지고 세운다. 불과 2페이지 반 분량에서.


또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16번째 챕터의 제목은 '하던 거 해라' 이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하면 한결같이 '새로운 일'만을 찾는데, 왜 하던 일을 안 하는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섯가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무슨 이유가 다섯 가지나 있을까 하며 읽지만, 하나하나 절실한 이유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절실한 이유를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무너뜨린다. 그런데 이 모든 얘기를 불과 4페이지 만에 다 해버린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 하나하나가 무겁고 밀도가 높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책을 사 보시라.


꼭 이런 분석적 아티클만 포함된 것은 아니다.


50번째 챕터의 제목은 '점심은 기필코 사수하라' 이다. 뭐 이런 것까지 얘기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읽다가 보면 1인 제조 기업의 대표로서의 사정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런 상황 하나하나가 닥쳐오는 도전이었겠구나 싶었다. 직접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가벼이 여길 수 밖에 없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느껴진다.


99개 챕터의 마지막 세 챕터를 1인 기업 성공의 3요소에 할애 한다. 가족, 일관성, 나의 객관화. 이 세 가지에 담긴 내용은 단지 1인 기업 성공의 3요소라기 보다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필수 3요소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내내 느끼다가 덮으면서 더욱 강해지는 느낌은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1인 제조기업에 한정되기는 하겠지만, 그 상황 상황에 대처해가는 저자의 자세와 마음가짐, 그 사고의 프레임과 관점 등은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여러 직종에서 배울 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도리어 1인 제조의 꿈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지레 용기를 잃고 꿈을 접을 수도 있겠다 싶다. 쉽지 않아 보이니까. 하지만, 불가능한 것과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은 이미 차원이 다른 얘기이다. 세상 어떤 일이 어렵지 않은게 있겠는가. 1인 제조는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제조 기업과는 이런 면에서 다르다 라고 얘기하는 책이다. 그냥 '어렵다'가 아니라.


저자는 필자의 옛친구로서 어릴 때부터 배울 바가 많은 친구였지만, 40대 후반이 되어 만난 친구는 여전히 배울 바를 가득 가지고 있는 멋진 친구였다.


2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축하하며, 이 책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아니 3쇄 4쇄까지도 부족할지 모른다. 특히 오늘 한국 사회의 이 험난한 경제 상황에서, 특히 한국의 대기업 위주의 기업 문화의 한계가 곧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시점에서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20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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