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 내용이 중요하지."라고 말한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그 형식 때문이다. 다른 말로 스타일이라고 하면 좀 더 이해가 될까? 아마 이 이야기가 이메일의 모음이 아니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것을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읽지 않았다. 이메일이라는 형식이 주는 것 중의 하나는 '상상'이다. 잘못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과정 역시 상상이다. 상대방에 대한 상상... 그리고 또 하나 '거울' 상상 속에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그리더라도, 그건 나의 모습이 반영된 누군가이게 된다. 따라서....새벽 세시, 북풍의 추위를 막아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의지하고픈 누구... 그리고 의지할 수 있는 자신.... 그걸 '에미'와 '에마'로 표현한다면 너무 비약일까? 반전 같지 않은 결말에 찬사를 보내며.... 잠시나마 환상에 빠질 수 있었음에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재미있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