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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릭의 동방기행 ㅣ 한국문명교류연구소 학술총서 2
오도릭 지음, 정수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가톨릭교 프란체스코 소형제회 수사인 오도릭은 최종 목적지인 중국으로 전도 여행을 떠난다. 목적성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의 여행은 주문을 받아 떠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1318년 베네치아를 출발하여 12년간 여행을 하고 1330년 고향에 돌아왔다. 구체적으로는 서아시아를 거쳐 동남아시아, 중국에 도착하여 6년 간 머무르다 다시 귀환하는 여정이었다.
고향에 도착한 그는 여행에 부족함을 느꼈는지 교황에게 가서 다시 한 번 길을 떠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급격히 안 좋아진 건강 문제로 다시 여행을 떠나지는 못했다. 이 여행기도 임종 전 솔라냐의 수사인 윌리엄에게 구술한 것을 바탕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무렵은 해로가 연결되며 서양인들이 점차 외연을 확장하던 때였다(이 책이 나오기 30여년 전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이 나오고 이 책이 나온 뒤 15년 후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가 나온다).
책은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저자는 방문지의 연혁과 신앙, 면적과 인구, 지세와 기후 등을 기술하고 현지인들의 생활풍습(특히 폐습)을 소개한다. 유적과 유물은 당연하고 어떤 식품이 유명한지, 동물, 농산물, 식물 등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특이한 기담과 기적을 싣기도 했는데 사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런 이야기가 돈다 정도로 여기고 읽으면 흥미로운 부분이 제법 많았다.
다만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고 종교적 목적으로 떠난 여행인 만큼 이교도(특히 이슬람)나 무신론자들에 대한 비난적인 언급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같은 기독교라도 네스토리우스파는 이단으로 취급하며 확실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구술로 이어진 만큼 내용상 종종 혼동하여 기록했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역자가 이를 바로잡아주어서 도움이 된다. 이는 주석 덕분인데 본문만큼이나 충실한 주석 덕분에 내용을 더 풍부하게 잘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본문에 언급된 이야기와 관련하여 동방견문록과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지리지이자 여행기인 이수광의 지봉유설의 내용을 언급해줌으로써 서로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 몇 권의 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재미도 있었다.
예를 들어 예수의 탄생과 관련된 동방박사가 출발한 곳을 오도릭은 이란의 서북 도시인 카싼이라고 확언하는 반면 마르코폴로는 이란의 테헤란의 서남쪽인 사바라고 언급하여 서로 다르다.
동방견문록과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뿐 아니라 지봉유설까지 언급해준 것이 정말 좋았는데 지금 전세계 뉴스에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호르무즈를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홀로모사’라고 지칭하면서 ‘서남해의 가운데에 있다. 땅이 두터워서 농사짓기에 제격이다. 사람들은 수수하고 정직하며 얼굴과 체격은 크고 준수하다. 타계, 복록, 영양, 마합수를 생산한다. …‘ 호르무즈 섬은 1622년 영국 개입 하에 이란에 병합되어 무역중계지가 된 이후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 곳이다.
타우리스(타브리즈)는 큰 도시였다. ‘세상 다른곳에는 없는 온갖 식량이나 상품이 이곳에 넉넉히 비축되어 있다. 감탄을 자아내는 지세에다가 그토록 풍족한 도시이니, 정말로 당신은 그곳에 있는 것들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보니 거의 모든 세계가 이 도시와 상거래를 한다.’ 당시 물류의 거점으로 활발한 상행위가 이루어지던 곳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 도시의 세금이 프랑스 전체에서 거둬들이는 세금과 같았다는 것만 봐도 그 규모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브리즈는 타나 시에 도착하자마자 4명의 수사들이 이곳에서 순교했었다고 말하면서 꽤나 상세하게 사연을 실어 놓았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오르메스에 체류하던 수사들은 폴룸붐까지 태워준다는 배에 올랐다가 타나로 끌려갔다. 그리고는 “무함마드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무함마드는 지옥의 자식으로서…”하고 대답했다가 죽일 위기에 처한다. 이후 몇 번의 위기에도 기적처럼 죽을 고비를 벗어났다고. 그러나 종국에는 극형에 처해졌고 현지 장례 풍습에 따라 들에 버려진다. 유해는 그곳의 기독교도인들이 수습해 묘소해 매장했다 한다. 이후에도 사도인 성 토마스가 모바르 왕국에서 순교한 일을 적어놓기도 했다.
미니바르는 후추 생산지다. 후추가 자라는 숲이 얼마나 넓은지 둘러보는 데 18일이나 걸린다고. 후추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흥미로웠다. ‘후추는 담쟁이덩굴처럼 잎사귀가 달려 있는 식물로 자란다. 마치 우리네 포도나무처럼 키 큰 나무 곁에 심는데, 포도송이 같은 열매가 맺힌다. 열매는 그토록 많이 맺히는데, 마치 나무 밑에서 무언가 터지는 것만 같다. 열매는 익을 때 녹색이고, 수확기에 포도를 수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열매를 수확해 햇볕에 말린다. 마르면 항아리에 저장한다(P148).’ 미니바르, 플룸붐(서구에선 콜롬보, 오늘날의 킬론) 같은 곳들에서 특히 후추가 많이 생산되어서 그곳이 서양이 동방에 진출하는 거점이 되었다.
판텐에는 밀가루를 생산하는 나무가 있었다. ‘도끼로 둥글게 밑둥치를 자르면 갖풀 같은 액체가 졸졸 흘러나온다. 이 액체를 나무 잎사귀로 엮은 바구니 속에 담아 햇볕을 보름 동안 쐰다. 이 기간이 지나면 액체가 가루로 변한다. 가루를 이틀 동안 바닷물에 담갔다가 맹물로 씻는다. 그러면 세계에서 으뜸가는 가루반죽이 되며, 그것으로 갖가지 애호식품과 양질의 빵을 만든다. 나, 수사 오도릭은 이러한 식품들을 진작 맛보았다. 이 모든 일들을 나는 직접 내 눈으로 봤다(P160).’ 독자들이 믿지 않을까봐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눈여겨보라.
전 세계 어느 곳에도 그 지역(인도의)만큼 많은 기적은 없다. 내가 쓴 것은 내가 직접 확인했거나, 아니면 내가 기술했듯이 나로서는 의심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인도에 관한 한 나는 인도 사정을 잘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 인도 영역 내에는 무려 2만 4천 개의 섬이 있는데, 그 가운데 64개 섬에는 공식적으로 즉위한 왕이 있다. 이런 섬들 대부분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P169~170).’ 수많은 섬들이 모인 곳인 만큼 다양한 풍속과 문화가 있었을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는 반인륜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당시 현지의 문화로 이해하려는 시선도 필요할 것 같다.
오도릭은 중국의 여러 도시를 거치고 가장 오래 머물렀다. 그래서인지 내용들이 사실에 가까운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천당의 도시'인 칸사이(항저우)는 당시 정말이지 화려했나보다. 운하가 있고 큰 호수가 있는 만큼 많은 다리가 놓여 있어서 베네치아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큰 도시였던 만큼 인구도 많아서 ‘그 많은 인간들이 어떻게 한곳에서 살 수 있게끔 안배되었으며, 그곳에 늘 그토록 많은 빵과 돼지고기, 쌀과 와인이 장만될 수 있는가(P233)' 놀라워한다. 당시는 몽골이 중국을 지배하던 때였으므로 대칸이 사는 황성과 궁정 사정에 대한 이야기, 사냥에 대한 방법, 순행 시 어떤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상세하게 적고 있다. 이는 대칸이 수사들을 위해 따로 황궁 내에 자리를 마련해주었고 3년 정도 지내며 보고 들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귀국길은 중앙아시아를 거쳤는데 그중 프레스터 존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프레스터 존이 대체 누구이며 그 위치는 어디였을까(설이 분분하다고). 역자는 그곳이 거란이 멸망한 뒤 권력자 중 하나인 야율대석이 서쪽으로 이동해 세운 서요(카라 키타이)일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프레스터 존은 야율대석이 되는 셈이다. 프레스터 존에 대한 이야기는 독일의 역사가이며 기독교 주교였던 오토 폰 프라이징의 연대기에서 처음 나온 이래 서양에 전설처럼 내려왔다 한다. 기록에 의하면 프레스터 존은 극동 대제국의 황제로서 네스토리우스파의 신봉자였다고. 이후 몽드빌 여행기에 실린 동방 여러 나라에 대한 갖가지 기담 중 서양인들의 눈길을 끈 이야기가 프레스터 존에 대한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황제 프레스터 존이 통치하는 동방의 유일한 기독교 국가는 4개월 간 달려야 할 정도로 광대한 영토를 가졌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떠돈 이야기는 동방에 믿음을 가진 신자들이 있고 그들이 강대한 힘을 지녔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부풀려진게 아닌가 싶다.
많은 정보를 기대하기에는 간략하게 다루고 넘어간 부분이 많아 아쉬움이 있지만 당시 다른 기록들과 비교하며 읽는다면 좋은 독서가 될 것 같다. 물론 어떤 측면에서는 상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