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부터 시작해 장장 4개월에 걸친 팔레스타인 주제 독서 읽기 모임이 이번 달로 끝이 났다. 마지막 주인공은 이 책이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의 파괴와 지구의 파괴는 그 연관성의 간격이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어째서인가. 1840년은 중동과 기후 체계 모두에 역사상 중추적인 해였다. 대영제국은 그해 처음으로 주요 전쟁에 증기 함정을 투입했다. 증기력 기술이 도입된 이후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이 시작되었다. 증기 엔진을 돌리는 연료는 석탄이었다. 영국의 산업을 통해 확산된 증기력은 영국을 최초의 화석연료 경제국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증기력이 영국 제도 내부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그것은 절대로 기후에 각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이 지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증기력이 나머지 세계로 수출되어 인류가 대규모 화석연료 내연기관의 소용돌이로 끌려 들어간 덕분이었다. - P43영국의 산업혁명이 근현대에 미친 영향은 컸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산업 시스템의 동력이 그것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후 문제도 이로부터 시작되었다 볼 수 있다. 다만 중동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1840년 영국이 증기 함정을 투입한 곳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해안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당시 이집트의 최고 집권자인 알리의 중동 세력 확대에 위협을 느끼고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알리는 고위층 귀족으로 오스만제국에 충성을 해야 했으나 술탄은 그의 세력 확대에 위협을 느꼈다. 영국은 부상하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오스만 제국의 안정이 필요했다. 게다가 오스만제국은 자유무역협정 이후 영국의 주요 수출터인 곳이기도 했다. 알리는 아랍 땅에 화석 제국을 건설하고자 했으나 영국 제국주의에 힘에 가로막혔다. 1830년대 말 영국에서는 기독교 시온주의가 급증하던 터였다. 1840년 대영제국의 주요 설계자인 파머스턴 경은 유대인에 의한 팔레스타인 식민지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이스탄불 대사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한을 발송한다. 이 유대인들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하기 바랍니다.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귀환하여 땅을 사들이도록 격려하고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지극히 분별력 있는 처사일 것입니다. ... - P74당시 팔레스타인은 비옥했으나 사람이 없는 땅이었다. 시온주의자들은 ‘사람이 없는 땅은 땅이 없는 민족을 위한 것‘이라는 구호에 따라 팔레스타인 땅에 모여들었다. 유럽의 반유대주의의 뿌리는 오래 되었고 시온주의의 기원도 이처럼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다만 시온주의가 그저 제국에서 생겨나고 정작 유대인은 시온주의 프로젝트에 설득당했을 뿐일까 하는 의문점은 남았다(이스라엘의 행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1917년 영국의 팔레스타인 통치가 시작된 이후 1947년, 1967년을 거쳐 서구가 지원하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정착민 식민주의를 시행한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 파괴 과정은 아주 간략하게 다루고 앞서서 말한 것처럼 화석 자본에 의한 제국주의의 확대 과정으로 인한 지구의 파괴 단계에 더 주목한다. 저자가 팔레스타인 현안을 기후라는 문제와 연결시킨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이 나크바를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 전체로 확장한 문제로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괴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조국이 아니라 지구라는 하나의 살아갈 만한 행성 전체이다(P175). 현재의 기후 위기에 저항해야 하는 것처럼 팔레스타인 문제에 저항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다. 일견 이해되는 면도 있으나 그대로 대응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기존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현안을 다룬 책들과는 다른 전략을 썼기에 차별화되는 면이 있다. 2023년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 작전으로 팔레스타인 공동체의 인적, 물적 파괴가 심각해졌다. 하마스의 작전 수행 중 민간인의 피해가 있었기에 그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섣부른 선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팔레스타인이 수행하는 모든 일이 옳은 것은 아닐 테니까.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과 이를 동조하는 세력의 책임이 무마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민간인에 피해를 분명 입혔으니까. 뒷부분은 저자의 주장인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에 대한 내용, 이스라엘이 유럽과 미국 등 서구에 로비를 했다라는 로비설 등에 대한 반론과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 실려 있다. 4개월에 걸쳐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읽으며 공부했다.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그들의 역사와 문제를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상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와도 좀 겹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되어서인지 갈수록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각하면서 읽었다. 그렇다고 해서 앎과 실천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책을 읽고 나누는 것이 현재로선 내가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실천적 범위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