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욕망의 세계 -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단 하나의 금속
틸만 벤디코프스키 지음, 최은희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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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부를 좇아 벌여온 사냥, 불의와 불평등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 이 책은 은이라는 광물에 집중하여 지난 역사를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은은 최초 순은 형태로 발견되지 않아 채굴 후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해서 공정 과정이 까다로워 특히 귀했다. 은은 세공품으로서 장신구로 이용되었고 봉헌물이나 예물 등 종교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 의학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전쟁 자금이나 협박이자 몸값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 때는 전리품이자 약탈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은이 발견되는 곳이면 어디든 제련이 시작되고 나서 일시적으로 성업을 이루었다. 그러다 이동성을 위해 동전화가 된 은은 채굴 지역을 이탈하여 화폐로서 상업 혁명에 이용되었다. 은은 교역 수단으로 동방과 서방을 넘나들며 유출되었는데 이는 품질이 떨어지는 주화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신대륙이 발견된 후 대서양 항해는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자리잡는다. 스페인 선박을 통해 금은 유럽으로 이동되었다. 순수한 방법으로 광물을 캐던 원주민들을 영국과 네덜란드 식민 제국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처음에 동인도회사나 서인도회사 사람들은 노예를 비롯한 약자들의 노동력을 더 투입함으로써 해결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메리카의 광산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제련 전문가들이 투입시켰다고 하는데 나는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렇게 획득한 광산 제련 기술은 아메리카 광산의 약탈에 더 가속도를 붙였을 것이다.

포토시의 산은 표층에 50%의 천연 은이 존재해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다. 포토시의 산은 과거 종교적 제례를 올리던 장소였는데 은의 발견으로 포토시는 남아메리카 최대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광산 내 의사 소통을 위해 여러 언어를 모은 특수 사전도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스페인은 제련을 거쳐 얻은 귀금속의 20%를 왕실 재정에 채웠다. 스페인은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을 차출하여 1년 간 광산에 묶어두며 일을 시키고 임금은 다른 곳에서 일하는 자유 노동자들의 보수보다 낮게 주었다. 포토시가 마을과 떨어진 경우가 많았기에 노동자들은 사비로 일터를 가야 했기에 걸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강제 부역에 동원된 이들은 무수히 도망치는 시도를 거듭했으나 수배령이 내려져 갈 수가 없었다고. 그럼에도 탈주는 계속되었다. 게다가 은을 걸러내는 공정 중에 발생하는 유해한 수은 증기에 노동자들은 계속 노출되었다.

포토시에서 가까운 항구를 가는 길은 멀었고 대서양으로는 육로가 없었다. 이웃 나라 브라질은 포르투갈 식민지였기에 태평양 길이 이용되었다. 운송수단은 주로 라마가 이용되었다. 파나마는 1519년 스페인이 건설한 도시로 국제 무역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포토시의 은이 파나마에 하역되 일부는 필리핀으로 또 다른 일부는 유럽을 이동하기 위해 떠났다. 페루, 멕시코에서 생산된 은은 스페인에서 실린 물자와 함께 파나마 해협을 거쳐 태평양 연안을 돌아 다시 페루, 멕시코로 귀환했다.

은은 밀수로 이용되거나 불법 귀금속 거래로 이용될 확률이 있었고 운송 과정에서 가로채 약탈당하기 쉬웠다. 게다가 스페인의 행정 체계는 국가 독점 체제로 밀수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스페인은 가톨릭 종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켰고 전쟁 자금이 된 은은 은의 경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불러왔다. 은은 스페인, 유럽에 대량 풀리며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아시아까지 영향을 미쳤다.

은은 처음에 귀족 엘리트들이 사용했으나 나중에는 상인, 후에는 시민 전반으로 확산되며 사용되었다. 당시 유행하던 바로크 예술은 유럽으로 들어온 막대한 은 덕분에 교회 미술에 이용되며 귀금속 등으로 화려함을 뽐냈다. 종교개혁 이후 성물로 사용된 은들은 녹여져 전쟁 자금 등에 쓰였다. 국가는 재정 확보를 위해 화폐로 이용되던 은의 함량을 줄였고 나중에는 신민들의 충성과 애국심을 표시하라며 강요와 협박으로 시민의 은을 약탈하는 지경에 이른다. 19세기 말 금본위제가 시행되면서 은은 화폐적 지위에서 점차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은은 전쟁과 궁핍한 시기가 되면 늘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1938년 반유대주의에 의한 약탈대상이 된 유대인은 은의 헌납을 강요받았고 전쟁으로 인해 은 강탈은 당연시되었다. 반면 나치 간부들은 귀금속 선물들을 받았다고 하니 결국 권력자의 배가 곯는 일은 결코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앞선 내용과는 달리 내용의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은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며 채굴되고 있다. 은은 형태, 모습을 바꾸어왔지만 결코 사라지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광물 하나에 집중해서 서술하고자 한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은광이 개발되고 화폐화되기까지의 과정과 은이 유럽을 향해 이동하는 경로를 기술한 부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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