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화이트칼라라고 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노동자가 되었는데, 정작 우리는..... 요즘 대기업들은 주 4일 한다, 뭐 한다 그러는데 우리는 여태 주 6일 하다가 이제 격주로 토요일 휴무고, 한노총이고 민노총이고 다 마음에 안 들어. 같이 가야 하잖아. 골고루 나눠야 하잖아. (잠시 침묵) 독재라고는 하는데, 그래도 박정희, 전두환 때는 우리를 산업역군이라고 했거든. 지금은......" - P405
"이건 팔자예요. 팔자라는 게 무슨 말이냐면, 재주가 없는데도 계속 좋아하는 거죠. 제가 재주가 있었다면 서예를 40년이나 했는데 아주 손꼽히는 일인자가 되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전혀 그렇진 않거든요. 그래도 계속 좋아해요." - P438
어떤 집단을 일반화할 수 있는 면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집단 안의 다름을 계속 탈락시키면 같은이미지만 지루하게 반복 재생된다. 안전모를 쓰고 있는 순간도 있지만 안전모를 벗고 일상을 살아가는 순간도 있다. 그 삶 안에 다양한개인, 그 개인의 관계, 취미와 같은 일상이 있다. 나는 계급을 강조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에게서 때로 누구보다 계급적 편견에 사로잡힌사고를 발견할 때가 있다. 구체적 개인을 모를수록 계급과 취향에 대한 도식적 상상 안에 갇힌다. - P456
가까운 지역에 카지노가 들어서면서 지역민들이 - P457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지만 도박중독으로 인한 우울한 이야기도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백에 돌아와 문화 기획을 위해 이런저런 지원 사업 공모에 많이 참여하면서 그는 자신이 받는 지원금이강원랜드에서 많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지노 때문에 망가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카지노 덕분에 지원금을 받아 새로운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 P458
세월호 참사로 안산에다수의 희생자와 유가족이 생긴 사건은 그들에게도 고통을 안겼다. 안산에는 강원도민 출신이 17만 명 정도 거주한다. 나는 그제서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에 강원도민 출신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실제로강원도민 출신 재안산 주민의 자녀 22명과 교사 1명이 희생되었다. 고통이 이렇게 이어졌다. - P474
광산노동자의 기술은 광업계 바깥의 도로, 건설 등으로 스며들었다. 그들의 어둠 속 노동은 근대사회 이후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광산에서 석탄을 캐내어 증기기관차를 운행하고 그로 인해 대량 운송과 생산이 가능해졌다. 터널을 뚫는 기술은 지하에 배관을 만들도록 했으며 이것이 근대적인 위생 시스템을 만들었다. 나아가 지금의 지하에는 디지털 통신을 위한 광섬유 케이블이 매설되어 있으니 광물을 캐내는 노동에서 디지털 기술에 이르기까지 채굴 기술은 - P476
1980년대 이후의 광산은 전혀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폐광촌에 마련된 과거의 광산 모습을 본다. 1980년대 탄광에서 집단의 기억은 멈춰버렸다.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 속에서 과거가되어버린 광업은 이처럼 현재의 광업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 P496
사라질 직업에 대한 불안, 자신의 일이기술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러나 수많은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그렇게 대체되어왔다. 노동자들은 진동벨이 되고, 키오스크가 되고, 계산기가 되고, 서빙 로봇이 되었다. 어떤 직군은 마땅히 기술로 대체되고 그 직종이 사라지는것을 기술과 사회의 발전이자 역사적 진보로 받아들인다. 머리가 없다고 여겨지는 손과 발이 대체될 때는 발전이라 여긴다. 머리가 없는존재이기에 이때 사라지는 이들의 목소리는 쉽게 소거당한다. 직업이 사라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직업 안의 사람을 돌보지 않는 게문제다. 사양산업 속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렇게 외면해왔다. - P518
기후위기에 대응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그에 따라 광산들이 폐쇄되는 절차는 응당 필요한 절차로 보인다. 그런데 기후와 환경을 위해 어떤 국가의 광산은 닫히지만 어떤 국가의 광산은 활발하게열린다. 친환경을 위해 각광받는 광물이 생겨나고 중국이나 아프리 - P558
카에서 희토류나 리튬 광산을 열심히 개발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아프리카 광산이 뜬다", "아프리카 자원부국과 핵심 광물 협력모색", "중, 리튬 등 핵심 광물 이미 장악, 일은 아프리카에 42조 투자", "아프리카 광물에 쏠리는 관심", "중, 남미 아프리카 광산 눈독"...... 쉽게 찾을 수 있는 기사들이다. 독일과 영국 등에서 ‘마지막 광산 폐쇄‘ 소식을 전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 P559
여성들이 서러움을 표현할 때 가부장제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한맺힌 ‘우리 어머니‘나 서러운 ‘딸‘ 혹은 ‘며느리‘ 등은 오히려 가부장제와 공존한다. 희생이 곧 역할이기에 서럽다고 하면서도 자신처럼 희생하지않는 사람에게 분개한다. 물론 1980년대는 이 서러움을 기반으로 노동자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언어를 만들어가던 시기였다. 서러움이서러움에서 멈추지 않고 이 서러움을 공격의 무기로 전환시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 감정을 기반으로 연대할 때 투쟁이 가능해진다. 그렇기에 서러움에 저항적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감정은한계도 명확하다. ‘덕분에‘와 같은 말로 대응해버리고 구체적인 문제는회피할 수 있다. 또한 ‘나의 서러움‘을 바탕으로 분노하지만 타인의 서러움‘에 대한 공감과 연대로 확장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막연한 서러움보다는 정확한 고통의 실체와 부당함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 P563
많은 지식인이 서구의 지식인과 소통하지만 자국의 지역/노동계층과 소통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자국의 지역/노동계층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문제를 미국이나 유럽의 석학에게 문의할 수 있는 실력 있는 한국의 지식인들은 정작 자국 노동자의언어에 무관심하다. 몰라도 되기 때문이다. 지식인들은 계층적으로편협하게 살아도 ‘글로벌‘해질 수 있는 문화권력을 가졌다. - P617
싸우는 사람들이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일상의 평범한 얼굴 속에 이미 투쟁과 저항의 역사가 흐른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특별하게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싸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것. 또한 이 싸움은 완벽하지 않고 모순과 뒤엉킨 채 일상을 살아가는 얼굴들이라는 것. 평범한, 싸우는 사람들이 지탱해온 역사의 일부를 기록하고자 했다. 혀가 없다고 취급받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목소리를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살다가 거대한 사건의 깊은 서사 속으로,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 작은 사람의 역사"는 여전히 부족하다. - P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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