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민주주의 - 한국 현대 민주주의의 계보를 탐구하다 민주주의 한국사 3부작
김정인 지음 / 책과함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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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한국사 시리즈 그 마지막이다. 2015년에 첫 책이 쓰이고 두 번째 책이 2017년에 쓰였는데 이 책은 2025년 2월에나 나왔다. 2권과 3권 사이에 기간이 기니 확인해본 이는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유는 납득할 만했다. 남한 정부가 세워진 이후 민주주의의 역사의 과정을 훓는 작업이다. 저자가 운동권 세대이기 때문에 거리를 두고 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부터도 나와 직접 연관된 1980년대 이후의 역사는 중립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더 열심히 공부하기 어려웟던 것도 있다. 학교 다닐 때는 박정희 시기까지의 역사는 그나마 상세하게 알려주었으나 이후 역사는 제대로 알려주지를 않았다. 1987년 이후 체제의 일은 더욱 그렇다. 정치사보다는 경제사로 접근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인것 같기도… 이제는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서 비로소 최근의 역사도 슬슬 다루고 있는 듯 싶다.

3권의 목차에는 모두 ‘민주주의’가 들어가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반공, 민족, 독재, 민중, 시민사회 키워드가 중심이 되었다. 저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매일같이 마주하는 ‘이게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마주했다고 한다. 저자가 느꼈고 우리가 느끼듯 현재의 민주주의는 현재진행형이니 결코 완성형이 아니다. 서문의 제목이 모두의 민주주의 시대, 미완의 민주주의 역사라는 말이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해방 후 일제가 물러난 자리에 미국이 들어섰고 이들이 남한의 정치사회를 좌우했다. 식민지 시기 일제에 협력한 친일파를 타도해야 했으나 남한 우파의 의견에 미국의 입김이 더해져서 보통선거법 처리가 우선시되었다. 친일파 범위가 축소되고 처벌 규정이 완화된데다가 미국 군정장관인 딘이 친일파 처벌법 인준을 보류했고 이후 폐기되었다. 이후 유엔한국위원회에 의해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한 5.10 선거가 이루어진다.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선전과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자유선거가 민주주의이니 이에 반대하는 것은 공산주의라는 프레임을 내세웠다. 선전을 위해 만들어진 미군 본부 직속 기관인 공보원은 선거 홍보용 영화를 제작하고 미국 사회를 소개하는 영화를 상영했다. 미국의 교수법과 교과가 도입되고 미국 유학이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되었다.

제헌헌법에 따라 민주공화국의 기치를 내세웠지만 이승만 정부는 제주도에서 도민을 학살하고 국가보안법을 강화하였으며 반민법 시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이승만은 좌파를 비롯하여 자신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던 정치인을 탄압하고 반공동원체제를 시행하였다. 이승만 정부는 민주주의를 표방했으나 실은 개인주의를 배격한 국가주의인 반공민주주의였다. 사회 민주주의 등 반공민주주의에 대항하는 담론이 있었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며 반공 프레임은 더 강화되었고 대항 체제는 힘을 얻지 못했다. 통일 운동도 마찬가지다. 혁신정당과 시민단체에 의해 남북 협상에 의한 통일 운동이 전개되었고 전국 대학에 통일 운동 조직이 결성되어 활동하기도 했으나 이승만 정부에 이은 장면 정부도 반공 임시 특별법과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시도하는 등 이전 정부의 기조를 이어갔다.

5.16 쿠데타 세력은 집권 후 혁명 담론을 내세우며 진실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일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이 모방한 것은 다른 아시아의 군사 정부의 행정 정치 시스템 체제였다. 민주주의를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영구집권, 독재체제를 낳았다. 더군다나 군사정부는 한일협정으로 미완의 과거사 문제는 청산했다고 했다. 이에 시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일회담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는데 정부는 계엄을 선포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문제에 천착했다. 이전 정부에 이어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했고 이를 뒷받침한 것은 미국이었다. 1950~60년대 미국의 로스토는 대한정책을 입안했다. 로스토는 공산주의를 이기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었다. 이것이 경제 계획에 반영되어 동원에 의한 경제 자립과 부국 강병을 달성함으로써 공산주의에 승리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개발의 열망은 민주주의를 압도했고 민주화는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다. 자연스레 개발권력과 지식인은 불화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에 대한 경제종속성과 예속성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 개발의 폐단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전태일의 분신, 광주 대단지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박정희는 삼선개헌 후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고 1971년에는 국가비상사태 선포, 1972년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며 유신 체제에 들어갔다. 긴급조치 9호 명령에 따라 자신을 반대하던 김대중 같은 세력은 납치하고 언론을 탄압하였으며 재야 세력과 지식인을 탄압했다. 민방위 훈련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이고 주민등록법을 통해 주민을 감시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나 어렸을 때만 해도 활발히 활동했던 반상회도 이때가 시작이다. 결국 이 시기는 삶과 문화의 모든 틀을 통제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긴급조치 9호 명령이 시작되자 학생을 중심으로 운동권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재야 사회도 세력화를 이루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곳이 종교계와 언론계다. 개신교는 KNCC, 천주교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를 각기 만들어 투쟁했다. 지식인과 문학인도 각기 연대했다.

유신 독재는 한국형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하여 저항 연대는 민중 주도의 민주주의와 민족 통일을 실현하고 민중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삼민론을 주장하였다. 한국형 민주주의라는 것이 앞선 이승만의 반공 민주주의이자 일민주의와 무엇이 차이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1970년대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면 1980년대 6월 항쟁 이후에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시민 사이에서도 중요하게 부각되어 소수자, 교육 문제, 과거사 청산 등으로 범위를 넓히며 운동이 시작되었고 1990년대가 되면 이에 대한 결과물을 얻기 시작한다.

1970년대 노조가 결성되기 시작한 후 임금 인상,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면서 노동자의 경제적 삶의 개선이 중요시되는 등 노동자 의식이 향상되었다. 1980년대 들어서면 전국으로 노조 결성이 확대화된다. 농민들도 1980년대 농축산물 개방 문제로 연대를 시작하면서 운동 조직을 결성하였고 이들은 민주화 운동에도 참여하였다. 경제 개발의 그늘 아래 빈민들이 생겨났으나 이들의 삶에 대한 문제에는 누구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고 이들은 판자촌 철거 반대 운동 등 스스로 목소리를 높였다. 1980년대는 그야말로 민중의 시대였는데 그에 맞춰 민중문학론, 민중신학론, 민중사회학, 민중역사학, 민중경제학 등이 등장하였다. 민족청년연합에서는 시민, 민족, 민중 중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운동 노선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발생하였고 투쟁의 방향도 달랐다. 6월항쟁 후 울산, 마산, 창원, 수도권 등 산업단지 도시를 중심으로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다. 1990년대는 그것이 확대되어 노동 운동이 사회 운동에 중심이 되었다. 민주노총이 탄생한 것이 이때였고 전국농민협회가 조직된 것도 이때다.

박정희 정부 때 노조의 정치활동이 금지되었던 것이 1998년 노사정위원회가 노조의 정치 허용법 개정을 함으로써 가능해졌다.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되고 2004년 국회에 진출함으로써 진보정당도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의 헌법은 87년 체제다. 지금은 이 헌법 자체가 낡았기에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 계속 있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는 당시의 헌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87년 헌법은 특히 여야합의에 의한 최초의 개헌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시민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한 단체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법 제정 운동이라던지 호주제 폐지 운동 같은 개혁 입법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환경 운동 등을 통해 시민 참여 시대를 열었다. 광장 정치는 미군의 장갑차 사건, 광우병 촛불 집회, 한진노조 희망버스, 세월호를 지나 2016년 촛불 시위로 이어졌고 이는 윤석열의 탄핵을 이끌어냈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키워드로 한국의 현대사를 확인하다보니 더 뜨겁게 느껴졌다.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고. 3권이 나오는데 오래 걸렸지만 이렇게 무사히 나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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