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스웨덴의 무슬림 이민자 공동체에서 벌어진 명예 관련 폭력을 둘러싼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9년 6월 펠라 아트로쉬라는 쿠르드 소녀가 살해되고 난 이후다(Englund, 2002: 9). 펠라는 이라크 쿠르드 출신으로 스톡홀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지역에 살았다. 그녀는 이라크 북부쿠르디스탄(Kurdistan) 지역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이 보는 가운데 아버지와스웨덴 국적의 삼촌 두 명에게 살해당했다. 처음에는 살인이 일어난 지역에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 재판에서 그녀의 아버지는 제일 큰죄를 지은 것으로 인정되어 5개월 감옥형을, 스웨덴 국적의 두 삼촌은 집행유예를 언도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스웨덴으로 돌아온 후 펠라의 살인을 스웨덴 국내에서 모의했다는 혐의로 스웨덴 법정에서 두 번째 재판을받아야 했다. 펠라의 여동생이 삼촌들의 살인 모의가 스웨덴에서 이뤄졌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2001년 1월 펠라의 두 삼촌은 무기징역을 언도받았고, 재판은 종결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스웨덴의 국경과 법체계를 벗어나 발생한 첫 번째 명예 관련 살해 사건으로, 스웨덴인들이 자국과 이민자 모국의 젠더 규범을 비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 P53

2002년 1월, 또 다른 쿠르드계 스웨덴 여성 파다임 사힌달이 그녀의 아버지에게 살해되었다. 파다임 사건은 무슬림 가족 내 여성 명예 관련 폭력을 둘러싸고 스웨덴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을 요약하자면, 26세파다임은 웁살라라는 지역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당했다. 그녀의 가족은 터키의 쿠르드인 거주 지역에 살다가 그녀가 일곱 살 때 스웨덴으로 이주했다. 스웨덴에 살면서도 그녀는 쿠르드 여성으로서 가족이 강조하는 권위와 정조 규범을 지키도록 요구받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가족이 선택한쿠르드 남성과 결혼하라고 강요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결혼 상대를 직접 결정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실제로 한 이란계 스웨덴 남성과 결혼하겠다고 가족에게 밝혔다. 하지만 가족은 그녀의 선택에 반대했고, 이어폭력의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파다임은 스웨덴 경찰과 사회 서비스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얻지 못했다. 그녀는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웁살라 지역에 피신한 후 사회복지사가 되기위해 학업을 이어갔다. 다른 한편으로 파다임은 언론과 방송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겪는 문제와 무슬림 가족 내 명예살인에 대해서 스웨덴 사회에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스웨덴 언론은 그녀의 이야기를 매우 비중 있게 다루며 무슬림 남성 이민자의 폭력성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 P54

스스로를 ‘교차주의자‘라고 명명한 이들은 이민자 공동체의 문화적 특수성을 완전히 배제한 보편주의적 관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특히 모나 살린처럼 영향력 있는 여성 정치인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문화 중심적 입장에서 설명했다는 점에 가장 비판적으로 응수했다.
그들의 지적에 따르면 이민자는 모국 문화를 전수하는 것이 사실이라하더라도 스웨덴 주류 문화의 영향 또한 받는다. 또한 그들은 문화 중심적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스웨덴 문화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비정상적으로간주하고 그러한 폭력이 결코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언급하지만, 그것은현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Englund, 2002: 15). - P68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무슬림 이민자 공동체의 여성에 대한 명예 관련 폭력의 원인을 분석할 때이민자 공동체의 젠더 불평등적 문화를 문제시한다. 이러한 문화 중심적관점은 대다수 국가에서 주류와 이민자 공동체 간의 경계 구분을 더욱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이민자 여성의 권리 제한과 이민통제 정책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스웨덴의 경우 문화, 폭력, 여성 이민자의 권리를 둘러싼 논의에서 문화중심적 관점과 보편적 젠더/가부장적 관점이 대립하는 측면을 보였다. 궁극적으로 두 관점 모두 여성 이민자가 더 이상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서는안 된다는 주장이지만, 폭력의 원인을 스웨덴 주류 공동체와 이민자 공동체의 문화적 차이로 볼지 아니면 스웨덴을 포함한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가부장제로 볼지 그 관점이 나뉘었다. 이러한 논의는 한편으로 스웨덴의 젠더 평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제기와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이민자 공동체의 폭력 문제를 단편적인 문화 차이나 가부장제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으로도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스웨덴에서는 어떤 문화적(인종, 민족, 계층, 섹슈얼리티 포함) 배경을 지닌 여성도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합의되었으며, 이는 정책 형성에도 반영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젠더 평등 담론을 이용해 여성 이민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민자 유입을 통제하는 정책을 전개하지는 않고있다. - P73

파다임 사건을 계기로 스웨덴의 이민자 공동체에서 여성에대한 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역사학자 케네스 프리젠(Kenneth Fritzen)의 설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이민자가 새로운 사회(이민 수용국)에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문화는 다름 아닌가족, 아동 돌봄과 양육, 젠더, 섹슈얼리티, 갈등 해결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Englund, 2002:33). 이러한 이슈들은 이민 수용국에서도 여전히 논쟁적으로, 그리고 관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이민자 개인은 그러한 이슈들을 이해하며 그러한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데 가장 적은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이민자 공동체 내 여성 문제가 수용국의 여성 문제와 상호 교차해 유지·강화된다는 점과 더불어, 수용국의 여성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이민자 공동체 내 여성 문제의 해결도 어렵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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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11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