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 형태에서 공통적으로 추구되고 있는 원리는 보다 인간적인 관계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에게는 성을 불문하고성취 욕구와 정서적 욕구가 있으며 이를 적절히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짜여진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가족상이 제시되고 있는 것인데, 그 가족은 첫째로 가족 성원 중 어느 누구도 집단의 복지라는 이름 아래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는 민주적 관계를 기초로 하며, 둘째 가정이 사회의 일방적인 통제를 받지 않도록 공공/가정간의 유기적 연결을 도모해가는 집단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가족 집단의 성격이 제도적이고 규범적인 집단에서 인격적 유대가 강조되는 집단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지나치게 확대된 공식 영역의 지배로 인간과 가정이 도구화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는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환의 과정은 곧 남녀간의 성역할 고정 관•념을 무너뜨리고 과도하게 사회화된 남성을 가정화하고 과도하게 가정화된 여성을 사회화시키는 작업과 연결된다. - P217

한국의 가족 제도와 가족 관계의 변화는 이러한 상황적인 요소와일상 생활을 지배하는 가치 지향성이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내에서 이루어지며 양자간의 불균형은 많은 갈등을 낳고 있다. - P222

국민 소득의 분배와 사회 복지에 관한정책이 경제 성장을 위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동 양육과 교육은 거의 전적으로 가족에게 맡겨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경제적 여유가 있어 교육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고 전적으로 관심과 시간을 자녀 교육에 쏟을 수 있는 전문적 육아인이 있는 계층에 속한 아동이 학력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 P234

경제적인 필요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여성은 자신의 직업을 임시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경제력이있는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을 뿐 경제·사회적 자립인으로 새로운 부부 관계를 이루어갈 생각은 않고 있다.
반면에 남편들은 아내를 돈벌이에 내보냈다는 자격지심에서, 그리고 흔들거리는 가장의 권위를 튼튼히 하기 위하여 더욱 가부장적인태도를 굳혀가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들은 항상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지못한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가정 주부상이 여성의 이상적 존재 양태로 인정되는 한 변화되기 힘들며, 노동 계층 여성의 계급적 의식과 여성으로서의 의식은 매우 복잡 미묘한 양상을 보여왔다(조형, 1986) - P245

여성은 구조화된 억압적 관계를 피하여야 하며 부부는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협력자가 되는 데 동의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족 전원은 아내 또는 어머니의 취업이라는새로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며, 특히육아와 가사 노동을 합리적으로 나누어가기 위한 훈련을 쌓아가야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부가 자신의 남편과 자녀들에게 일을떠맡길 수 있는 결단이다. - P252

비취업 가정 주부의 위치의 근원적 취약성은 궁극적으로인간을 기르고 보살피는 일과 가사일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극복될 길이 없다. - P258

아내의 성적 욕구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이를 회피하려는 부르주아남편의 경험은 전통적인 정절 의식과 어우러져 여성 성욕의 수동성에 대한 진단을 낳은 것이다. 이는 여성이 느끼는 성적 쾌감은 클리토리스의 접촉 clitoral orgasm 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성기를 질에삽입, 즉 남성과의 성교를 통해서만 vaginal orgasm 온전히 얻어질 수있다는 이론으로 구체화되었다. 1966년 실험을 통하여 이 구분의리학적 근거는 부정되었으나 이러한 근거 없는 개념은 여전히 일상적 남녀 관계를 지배해오고 있다(Bouchier, 1986: 79).
이러한 여성에 대한 문화적 횡포에 의해 많은 현대 여성들은 자아분열을 경험하여야 했다. 문화적 표현을 빌리면 여성은 ‘미치거나mad‘ ‘바보 dull‘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V. Wolf), ‘인형 doll‘ 이거나무작정 남자를 밀어붙여 파괴하는 ‘황소 같은 존재 bully‘ 가 될 수밖에 없었다(Lawrence, 1932). 여성은 여전히 ‘대화의 상대‘와 ‘잠자기상대‘로, 또는 어머니와 창녀로 이분화된 채 대상화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은 이러한 역사적 과정의 정확한 파악을 통하여 비로소자신들의 진정한 소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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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16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많이 읽으셨네요, 거리의화가 님! 저는 이제 막 2장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