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이슬람의 과학은 그리스 과학, 헬레니즘 시대의 과학을 잇는 과학사의세 번째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성과는 14세기 스콜라철학의 자연철학을 거쳐 17세기 과학 혁명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과학사저작들에서 이슬람 과학은 소략하게 다루어져 있거나 아예 빠지기까지 - P660

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리스 과학으로부터 근대 과학으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슬람 과학은 좀더 많은 주목을 받을가치가 있다. - P661

서방의 종교사상들과 마찬가지로 이슬람의 종교사상들도 플라톤, 아니 사실상 플로티노스의 그림자 아래에서 전개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플로티노스의 철학은 말 그대로 천년의 세월에 걸쳐 지중해세계를 지배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철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 어떤 사상도플로티노스 자신의 『엔네아데스』를 뛰어넘는 철학적 성취를 이루지는못했다. 철학은 종교/신학을 위한 도구였지 그 자체로서 수준 높게 추구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 P665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을 해석하면서 이븐 루쉬드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이탈해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이븐 루쉬드가 볼 때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가 보다 일관적이려면 수동적 이성 역시 탈물질적이고 영원해야 한다. 이 주장에 함축되어 있는 바는 수동적 이성이 우발적이고 물질적인 개개인의 신체와 완전히 분리된 실체여야 한다는 점 - P677

이다. 그래서 능동적 이성만이 아니라 수동적 이성도 공히 개개인을 초월한 이데아적인 존재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26) 이를 이븐 루쉬드의 ‘이성 단일론‘이라 부른다. 만일 그렇다면, 불멸하는 것은 개개인의형상이 아니라 단지 단일한 보편적 이성뿐이다. 능동적 이성은 물론 수동적 이성까지도 압둘라나 마르얌의 이성은 아닌 것이다.
이븐 루쉬드의 이런 해석은 이슬람교의 교리와 정면 충돌하는 것이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공히 개별자의 영혼의 부활, 나아가 경우따라서는 신체의 부활까지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론적 보장이 있어야만 한 개인에게 귀속되는 죄, 업(業), 책임, 의무 등을 인정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해서 이븐 루쉬드는 박해 당했고 그의 책들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 P678

유럽에서와는 달리 이슬람세계에서는 ‘철학‘과 ‘신학‘이 명확히 구분되었다. 물론 유럽에서도 철학과 신학은 구분되었으나, 대체적으로 철학이 신학에 종속되었다. 반면 이슬람의 경우 신학은 어디까지나 이슬람 신학이었고, ‘철학‘은 그리스에서 유래한 학문인 그리스 철학을 뜻했다. 이런 구도는 이슬람에서의 철학자들의 위상을 유럽에서의 그것과는다르게 만들어주었다. - P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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