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리에는 자신이 구상한 공동체의 건축학적 규준을 파사주에서 보았다. 파사주를 반동적인 방식으로 변형한 것, 이것이 푸리에 관점의특징이다. 즉 파사주들은 원래 상업의 목적에 기여하는 것인데, 푸리에는 이것을 거주지로 변형한다. 그의 공동체는 파사주들로 이루어진도시이다. 푸리에는 제정의 엄격한 형식세계에서 비더마이어의 다채로운 목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P188

파노라마에서 자연을 모방하여 그릴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친다. 파노라마는 자연을 묘사하면서 그 변화의 모습들을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어내려고 함으로써 스스로 사진을 넘어 무성영화와 유성영화를 예시(示)하게 된다. - P190

회화는 우선 색의 요소들을 강조함으로써 사진에대응하기 시작한다. 인상파가 입체파에 자리를 내주면서 회화는 사진이 당분간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을 개발하였다. 사진은 사진대로 고객이 전혀 이용할 수 없었거나 단지 그림으로만 이용할 수 있었던 형상, 풍경, 사건을 무제한으로 시장에 쏟아냄으로써 19세기 중엽부터 상품경제의 영역을 엄청나게 확대해나갔다.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사진은 촬영기술을 유행에 맞게 변형함으로써 대상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후 사진의 역사를 결정짓게 된다. - P193

만국박람회는 상품들의 우주를 구축한다. 그랑빌의 상상들은 상품적 성격을 우주로 확산시킨다. 그의 상상들은 우주를 현대화한다.

유행은 상품이라는 물신이 경배받고자 하는 의식(儀式)을 규정해준다.
그랑빌은 유행이 일용품에 대해 갖는 요구를 거의 우주에까지 확대한다. 그는 유행을 극단에 이르기까지 추구함으로써 유행의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 P197

사적 개인에게 처음으로 거주 공간이 작업장과 대립된 위치에 서게 된다. 거주 공간은 실내(Interior)에서 형성된다. 사무실은 그 실내의 보충물이 된다. 사무실에서 현실의 일들을 처리하는 사적 개인은실내에서 자신의 환상들을 즐길 수 있기를 요구한다. - P199

신상품들을 파는 상점들에 발맞추어 신문들이 등장한다. 언론은 정신적 가치들의 시장을 조직하기 시작하고 이 시장은우선 호황을 누린다. 비타협주의자들은 예술을 시장에 내다 파는 데저항한다. 그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art pour l‘art)의 기치 아래 모여든다. 이 구호에서 종합예술작품(das Gesamtkunstwerk)이라는 구상이생겨난다. 종합예술작품은 기술의 발전에 맞서 예술을 밀폐시키고자한다. 종합예술작품을 기념하는 예식은 상품을 미화하는 기분 전환과짝을 이룬다. 둘 다 인간의 사회적 현존을 사상(象)해버린다. 보들레르는 바그너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 P206

푸리에는 공동체를 위해서 미덕을 믿는 대신 열정을 추진력으로삼는 사회의 효율적인 기능을 믿으려 한다. 열정을 동력장치로 삼아서, 즉 기계론적 열정과 비교(秘敎)적 열정의 정교한 조합을 통해 그는 시계의 메커니즘과 비슷한 집단심리학을 상상한다. 푸리에적 조화는 이러한 조합의 유희가 낳은 필수적인 산물이다. - P227

그랑빌의 판타지는 이러한 유행의 정신에 상응하는데 아폴리네르는 후에 유행의 이미지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제는 자연의 여러 영역에서나온 모든 물질이 여성 의복을 제작하는 데 도입될 수 있다. 나는 코르크 마개로 만들어진 매혹적인 드레스를 보았다. [……… 자기, 사암, 도기(陶器)가 갑자기 의상예술에 나타났다. (………) 사람들은 베니스의 유리로 구두를 만들고 바카라의 크리스털로 모자를 만들고 있다." - P233

거리산보자는 군중 속에서 은신처를 발견한다. 거리산보자에게 군중은 베일이 되는데 그에게 친숙한 도시가 그 베일을 통해 판타스마고리아로 변한다. 이 판타스마고리아 속에서 도시는 때로는 풍경이, 때로는 방이 된다. 나중에 백화점의 장식은 도시가 풍경 혹은 방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환상에서 영감을 얻게 되고 그렇게 해서 백화점은 거리산보자마저 상품 판매고를 높이는 데 기여하게 만든다. 아무튼 백화점은 거리 산보가 이루어지는 마지막 구역이다. - P238

보들레르에게서 알레고리적 형식의 핵심은 상품이 가격 때문에 갖게 되는 특수한 의미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17세기의 알레고리에서는 이른바 사물들에 의미가 부여됨으로써 사물들 그 자체의 가치는 하락하는데, 이러한 알레고리의 특징은 상품화된 사물에 가격이매겨짐으로써 일어나는 특이한 가치 하락에 상응한다. 상품으로 가격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사물이 겪는 이러한 가치 하락은 보들레르에게서는 새로움의 측정 불가능한 가치에 의해 상쇄된다. 새로움은더는 어떠한 해석도, 또 어떠한 비교도 허용하지 않는 그러한 절대적인 것을 표상한다. 새로움은 예술의 궁극적인 참호가 되었다. - P241

오스망은 스스로 자신을 ‘파괴의 예술가라고 불렀다. 그는 그가 기획했던 일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회상록"에서 그점을 강조한다. 중앙 시장들은 오스망이 건설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여기에 흥미로운 징후가 있다. 사람들은 파리 시의 발원지가 된 시테 섬>에 대해 오스망이 지나간 곳에는 오로지 교회 하나, - P243

병원 하나, 공공건물 하나, 서민 아파트 한 동만이 남는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위고와 메리메는 오스망에 의한 파리의 변형이 파리 시민들에게 얼마만큼 나폴레옹 폭정의 기념물로 보였는지를 암시한다. 파리시민들은 도시에서 더는 안락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들은 대도시의 비인간적 성격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막심 뒤 캉의 기념비적작품 파리가 탄생한 것은 이러한 의식에서였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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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2-20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읽어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