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부정주의처럼 담화를 짓누르는 무정부주의나 허무주의는 이제 전복되어 하나의 대상으로 나타난다. 증오하는 동시에 욕망하는 위협과 공격성, 선망하면서 동시에 혐오하는 대상으로. - P270

‘타자‘에 대해서처럼 단일성(Un)에 겁먹고 거부된 욕망은 ‘타자‘와 단일성에 대한 전멸자로서의 증오를 만들어 낸다.
이때 유대인의 모습은 거부된 사랑이 지배력에 대한 증오로 변하는 상태에 집중될 것이다. 유대인의 형상은 또한 지배력에 대한증오와 결합하여 지배력이 제거해 버린 나약함이나 희열에 찬 실체, 여성성이나 죽음으로 채색된 성(性)에 대한 욕망에 집중될 것이다…………….
유희인 만큼 환상적이고 양가성을 지닌 대상을 창조하는 셀린의유대인 배격주의는 일종의 유사 종교의 형성 과정이다. 그것은 비신도(非信徒)의 아브젝시옹을 체험하기 위한 역사 속에 담지된 사회학적 소름 끼침에 다름 아니다. 이때 사회적이거나 상징적인 약호가 아브젝시옹 앞에서 스스로의 취약성을 느낄수록 유대인 배격주의가 보다 과격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 P273

유대인은 지배자로 승격되고 여성이 된다. 양가적이고 자기와 타자, 주체와 객체, 좀더 깊이는 안과 밖 사이의 완고한 한계를 잃어버린경계선, 변질된 지배자로서의 여성 말이다. 공포와 매혹의 대상, 아브젝트 자체인 여성이 되는 것이다. 유대인은 아브젝트하다. 더럽게 오염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그와 동일시하려는 것이다. - P281

구어체의 글쓰기로 셀린은 그가 표명하는 주제나 이념적인 참여를 논리와 문법에 복종해야 하는 수사학적 작용, 즉 문어체 언어속에 중첩시킴으로써 이념을 언어 속에 새기는 대귀환(기호학자의말을 빌리면, ‘제2차 모델화 체계‘ )을 완성시킨다. - P292

스피처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대립되는 두 힘인 정보와 반복 상기는 작가의 분할된문장 속에서 끊임없이 싸움을 벌인다. 그것은 곧 작가 자신에 대한 확인이자 허무주의를 스스로 고찰하는 방편인 것이다." - P296

때문에 문장을 분할하고 자꾸 반복해서 상기시킴으로써 명료성을 더하려는 것은, 타자의 존재에대한 작가 의식의 흐름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말하는 주체는 문장의 유형별로 두 곳의 장소를 차지할 것이다. 하나는 고유의 동일성 자리(그곳, 평언의, 정보가 권리를 갖는 곳)이고, 또 하나는 타인을 위한 객관적인 표현의 자리(다시 말하고, 덧붙이고, 명백히 할 때의)이다. - P297

글쓰기에 대한 몰두, 각고의 자제력, 추상성의 제거와 말없음 덕에 셀린의 언어는 충동에 보다 가까운 정서로 매혹의 아브젝시옹이 내는 소리와 비명 속에서 파열한다………… - P307

셀린의 묵시록적인 언술이나 예언 자체는 공포의 언술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의 언술은 판단이나 탄식 · 단죄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안쪽에 위치한 셀린은 위협을 바깥으로 발설하지도 않고, 게다가 그것에 방어할 도덕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할까? 그때 정면에서 아브젝시옹의 웃음이 터진다. 언제나 같은 원천인 그것은, 프로이트가어렴풋이 짐작한 바 성적이거나 억압된 죽음의 침입, 또는 억압된무의식의 난입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만약 난입이 있다면, 그것은어떠한 것으로부터 유래한 것도, 확실한 것도, 숭고한 것도, 미리준비된 조화가 주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벌거벗고 고뇌에 찬, 공포스러운 만큼 매혹적인 어떤 것이다. - P310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든 문학이란 묵시록의 비전인 것이다. 이 묵시록은 사회 역사적인 조건들과 관계를 맺고 있을지라도,
변형된 나약한 경계선상(경계례)에서 결국 다소간은 동일성주체/대상 등)이 중첩되어 있거나, 한계가 모호하거나 이질적이거나 동물적인, 변모된 아브젝트한 대상이다. - P313

페미니즘은 권력에 대한 항변으로 명멸했던 수많은 이념들 가운데 마지막이 될 것이다. 또한 성적인 동일성을 포함한 모든 상상적 동일성의 파괴자인 동시에 나르시시즘의 파괴자인 예술가와는 달리 여성주의는 자기의 권리를 침해하는 세력만을 탄핵한다.
**************************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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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1-23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화가님 존경스럽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1-23 16:36   좋아요 0 | URL
수하님 존경이라니...^^; 11장까지 다 읽기는 했는데 1장 다시 한 번 더 읽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수하 님도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