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장

3·1운동은 1차 대전 후 오히려 안정성을 누리는것처럼 보인 이 제국체제에 대한 동아시아 반제국주의 민중운동의신호탄이었다고 할 수 있다. 3·1운동은 그 기원에서도 동아시아적차원을 갖는 것이었다. - P355

온 세상이 제국이 아니면 식민지 혹은 반식민지로 구획되고 차별화된 세상에서인간이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개인들이 집단적 주체를 구성하는 자신의 ‘나라‘를 갖는다는 것과 불가분했다. 제국의 시대에 제국은 문명과 질서의 담지자를 표상했으며, 식민지 혹은 반식민지의 인간은미개인(未開人)과 동일시되는 가운데 각종 권력적 및 문화적 장치에의해서 집단적으로 일반적인 시민권의 밖에 놓이고 그만큼 비인간화의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였다. - P357

아렌트에게 있어서, 제국의 시대의 인간에게 ‘나라 없음‘은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가 성립할 조건을 상실한 것을 의미했다. 나라 없음
"이란 우선 인간이 의미 있게 존재할 ‘장소‘(a place)를 빼앗긴 상태를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또한 저마다 인간이 애틋한 소속감을 가진 공동체를 담는 그릇이 상실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아렌트는 더 나아가 "인권과 근대국가 사이의 긴밀한 의존관계"
를 간파했다.
인권의 사상을 현실역사에서 구현하는 공간은 도시국가든 광역적 영토를 가진 큰 사회든, 폴리스(polis)라는 정치공동체 안에서의 정치적 실천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포함한 억압적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과 예방이 국가 자체를 초월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않았다. - P358

한국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일본제국의 지식인들이 제기한 논리는
"대한제국을 일본제국에 합병해 ‘하나의 큰 제국‘을 이루어 두 민족이더 큰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처럼 제국의 논리는 작은 정치공동체들을 크고 강한 국가권력에로 통합함으로써 마치 대동사회를 구현하고 나아가 ‘세계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처럼 포장한다. - P359

역사는 제국의 사이클에 다름 아니며 국가는 사라져도 무방한 존 - P361

재단위라는, 세계화 시대에 광범하게 유포된 관념은 정치공동체의단위를 근대의 산물로 간주하는 서양사 중심의 관념이 광범하게 존재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근대국가가 근대의 산물인 것은 맞지만 국가가 근대의 산물은 아니다. 그리스 도시국가 시절부터 국가혹은 "공화국"(republic)은 정치철학의 불변하는 핵심 주제였으며,
이는 미래에도 근본적으로는 변치 않을 것이다. 국가와 그 안에서의정치의 문제를 "역사적 한시성"을 띤 것으로 간주하고 국가 초월의주장에 힘을 실으면 국가권력의 민주적 재편성과 그 심화를 위한 부단한 정치적 참여와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영원히 감당해야 할 숙명이자 의무라는 사실을 외면하게 된다. 이 함정을 경계하지 않을 수없다. - P362

동아시아 공산권 사회들은 국가가 인간에 대한 ‘총체적 지배’를추구하는 전체주의의 역사적 경험을 치러야만 했고, 한국·타이완·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미국과 동맹한 동아시아의 탈식민 사회들은거의 한결같이 반공파시즘의 시대를 연출했다. 전체주의도 반공파시즘도 정치권력이 진리를 지배하려 들면서 개인의 영혼의 자율성을 포함한 인간적 가치들을 부화하는 절대 국가이념을 구축하려시도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시도를 인민해방 혹은 자유라는아름다운 이름으로 정당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이었다. - P365

동양 평화에 우리가 기여한다는 것은 이러한 대분단체제 너머의동아시아를 꿈꾸고 동아시아의 다른 사회들과 그 꿈을 공유하며 그실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지정학적 긴장의해체에 우리가 기여하는 길은 말할 것도 없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서 비핵화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양극화된 군사동맹의 질서에 대한 의존을 줄이면서 동아시아공동안보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P368

중국의 미사일 능력 향상이 타이완문제를 넘어서서 동아시아 미군기지와 일본 본토에 대해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그럼으로써 미국의 동아태 해상패권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거론된 것은 적어도 2010년 무렵부터였다. 미 의회는 2000년에 ‘미중 경제 및 안보 검토 위원회‘를 설치해 미중 양국 간 경제 및 무역 관계가미국의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해 매년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2010년 보고서는 처음으로 중국 공군력과 재래식 미사일전력 팽창이 동아시아 미군기지에 제기하는 점증하는 위협을 분석한 장(章)을 따로 마련했다. - P384

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황해상과 동중국해는 중국 해군에게 갈수록 좁아지는데, 그것을 압박하는 미일동맹의 대응도 커진다. 그로 인한 긴장 응축의 복판에 한국은 제주 해군기지를 만들어 섶을 지고 뛰어든 형국이다. 이해군기지에 미국의 핵잠이나 핵 탑재 군함들의 출입이 일상화될 경우 제주도는 동아시아의 발칸에 다름 아니게 될 수 있다.
어떤 지역이 사분오열될 때 그것을 발칸화(Balkanization)라고 표현한다. 다른 뜻도 있다. 필자가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해 말하는 ‘발칸화‘는, 여러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겹치며 충돌하는 작지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큰 재앙의 잠재력을 안은 화 - P392

약고로 변해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 해군 함정들이 강정 미항에 드나드는 상황이 일상화될 경우, 제주도가 오키나와보다 중국의 심장부에 더 가까운 위치에서 미국의 대중국 군사적 전초기지로서 기능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 P393

한국군은 제주도와 그 남방해역을 방위할 충분한 해군력을 갖추었으며, 그러한 방위 역할은 한반도 남부의 여러 해양도시들에 충분히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 남부해안의 해군기지들로부터 제주 남방해역을 지킬 수 없다면, 그래서 제주 해군기지 또는 심지어 그 확대가 따로 필요한 것이라면, 2000년대 들어 한국 정부가 대양해군 건설이라는 명분으로 팽창시켜온 해군력 확대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는 말도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등 탐지반경이1,000킬로미터를 넘어서고 공격반경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첨단 군함들의 존재의의는 무엇인가. - P394

대분단체제의 지리적 표상이라 할 수 있는 동아시아 대분단선은 미일동맹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이 축적되는 지점이며, 이 지점을 따라 남으로는 남중국해에서 타이완해협과 오키나와를 거쳐 북으로는 한반도 서해상에 이르기까지 군사화가 심화되고 심지어 군사적 충돌도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언제라도 안고 있다. 이 선상(線上)의 섬들은 그 자체로서 군사적 요충지들이며, 그렇기에 ‘동아시아의 발칸‘들로 작용할 잠재성을 내포한다. 그러므로동아시아 대분단체제에서 지정학적 긴장의 평화적 관리는 이들 대분단선상의 잠재적 발칸들을 어떻게 ‘평화지대‘로 전환시킬 수 있을것인지의 문제와 직결된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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