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성구매의 불법화를 전적으로 지지해왔다. 한쪽에 적용되면 다른 쪽에도 적용돼야 균형이 잘 잡힌 입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상황이 평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을 때는 애당초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 따라서 성매매에 관해서는 전반에 걸쳐 평등한 법적 접근을정당화하기 어렵다. 공정성이 있다면 착취되었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범인 취급할 수는 없다. - P312
친구와 논쟁하다가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아마도‘ 신체적으로 안전할지도 모르겠다고 수긍한 것이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아일랜드의 성매매 여성들은 여전히 그렇겠지만, 불법이라는 환경에서 경험했던 성매매에서의 모든 시간 동안,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성매매 경험에 어떤 질서를 부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구타가 없어지거나 적어도 줄어들리라 추측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전반적인육체적 피해가 합법화로 감소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탈성매매 후 접한 국제 연구에서 나의 추측이 사실 - P313
이 아니었음을, 실상 그 반대였음을 인지하게 됐다. 비범죄화와 합법화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한다는 개념은 성매매의 또 다른 신화이며, 특히나 위험하다. - P314
성매매가 합법이 된 나라들에서 업주들이 근절되었다고 주장할 사람들이 있겠다. 그렇지 않다. 업주의 역할이지방정부의 조직된 역할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정부가업주이다.
스웨덴에서는 여성과 소녀 들을 위한 법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평등의 원리들을 견지하길 요구하는 사회라면 여성과어린이, 그중 대부분인 소녀들이 사고 팔리며, 남성에 의해 성적으로 착취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생각을 거부해야 한다고여겨진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 존재 중에서도 구별된 계층으로서의 여성, 특히 경제적, 인종적으로 주변화된 여성과 소녀들이 이러한 장치들 그리고 지난 50년 동안 발전해온 국제 인권 조약들에 명시된 보편적 인권 존엄성 보호에서도 마찬가지로 제외됨을 용인하게 된다. -구닐라 에크버그, 『성구매를 금지하는 스웨덴 법』 - P315
스웨덴은 1999년에 성구매를 금지하는 획기적인 법안을 소개했다. 스웨덴은 단순히 성구매만 금지한 게 아니라성매매 여성들이 직업 교육이나 학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치들을 마련하면서 성매매되는 사람들을 비범죄화했다. 감탄할 만한 법안이었다. - P316
•1999년 스웨덴에서 개정한 법안들 중 성매매와 관련한 법이 가장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개정된 법안은 절대 성매매 관련 법안 하나만은 아니었다. 여성들의 안전과 관련한 다른 법안들이 집중적으로 향상되었다. 특히 남편이나파트너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당하거나 추행당한 경우에 적용하는 위법 행위(여성의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 항목을 신설했다. 가정폭력 쉼터에 지원되는 연간 재정 지원이확대되었다. 폭력 또는 성폭행을 경험한 여성들을 지원하는 국가 센터는 추가 지원을 받았다. 여성할례(성기 절제)의 감옥 형량은 배가 되었다. 여성 인신매매를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국가 경찰 위원회에 부여됐다. 특정 성범죄를 인지하고도 보고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벌받게 되었다. 강간의 정의는 성기 이외의 물건을 강제로 삽입한 경우도 포함할 수 있게 확대되었고 직장 내 성희롱을대응할 조항들이 더욱 엄격해졌다. - P317
성매매될 ‘인권/시민권‘에 기반해 성매매를 승격시키려는 정책은 성매매 산업을 운용하기 위해 모든 법적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성매매된 여성들의인권에는 아무런 기반을 두지 않는다. 성매매가 존재할 권리라는 오직 한 가지 권리만 상정한다. - P326
아일랜드 문제이니까 외국의 해결책을 들여오지 말아야 한다면서 스웨덴식의 법안을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이주장은 성매매가 아일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기된 것이다. 성매매는 젠더 불평등문제이기에 국제 문제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국제 문제에 걸맞는 국제적 대응이다. - P328
성매매는 많은 면에서 ‘일‘이라는 용어에 적합하지 않지만, 소위 말하는 이 ‘일‘에서는 유일하게 서비스 제공자가 동시에 상품이 된다는 사실이 실상을 가장 효과적으로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다. 성매매가 맥도날드에서 버거를만드는 것보다 더 좋거나 나쁠 것이 없다는 주장에 한 성매매 생존자는 이렇게 응답했다. ‘맥도날드에서 당신은 고기가 아니다. 성매매에서는 당신이고기다. ‘34‘성노동자‘라는 용어는 성매매를 보편화하는 과정에서사용하는 수사학적 무기이다. 성매매가 전적으로 보편화된사회라면 그 수사학적 무기가 수용되겠지만, 아무런 의도없이 대화 중에 성매매 여성을 ‘성노동자‘라고 지칭하는 걸들어본 적은 없다. - P334
성매매의 보편화 전략들 중 다른 한 가지는 성매매된여성들을 별개의 두 부류로 구분하려는 시도이다. 소위 ‘자 - P337
유로운‘ 부류와 ‘강제된‘ 부류이다. ‘강제된’부류란 대개속아서 인신매매되고 감금된 채 업주에게 강간 당하고 낯선 사람에게 성적인 고깃덩이로 팔리는 신체적으로 노예상태에 처한 여성들을 말한다. 그리고 물론 ‘자유로운’ 부류는 소위 말하는 자유의지를 발현해서 자신들이 선택한운명에 만족하며 즐거워하는 여성들을 지칭한다. 만약 여- 성들이 그렇게 쉽게 성매매를 선택한다면, 왜 그다지도 많은 여성이 속아서 노예화되어야 할까라는 타당한 질문을해봄 직하다. - P338
아무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나와 같은 여성들은 우리의목소리를 찾아 누군가 강요하지 않았다는 그 말이 아무것도 우리를 강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강제성은무형으로 존재하는데, 강제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 주먹이나 총, 칼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건 무척이나 인간적인 어리석음이다. 내 성매매 경험은 강요되었다. ‘자유로운‘ 범주에 속하는 우리들을 강압한 건 삶이다. - P339
성매매를 보편화하려고 이용하는 또 다른 거짓은(현대이전 매우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성매매가 존재하기에 남성들이 지니는 성적인 공격성이 비성매매 여성으로 향하지않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 P341
미국의 노예 옹호론자들은 노예제가(…) 그들에게 가장 민주적이고 품위 있는 관계들을 유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견지하면서 노예제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시도했다. 그들에게? 그 주장 안에 정당성이 있나?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성매매가 일반적인 여성 인구를 보호한다는 개념은성매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성매매 내부에 있는 자들에 대해서는 양심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서성매매를 지지하는 데 사용된다. 성매매가 다른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개념은 거짓이기때문에 양쪽 여성 모두 기만당했다.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 반대이다. 성매매는 교묘하고 교활한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세상의 비성매매여성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까닭은 일어나는 일들이 다른 곳에서, 닫힌 문 뒤에서 일어나기때문이다. - P342
성매매가 보편화된다면 성매매 내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교류와 태도 또한 모두 보편화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을 이렇게 대우하는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므로성매매를 보편화하려는 시도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시도이고, 이 비정상적인 교류 방식은 인간 고통을 야기하므로 비도덕성을 인정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 P347
어떤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성소수자로 표현하기 위해 성매매 여성을 동성애 그룹에 포함시키려고도 시도했다. 성매매는 성적 지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이시도는 잘못됐다. 그렇게 묘사하려는 시도는 마치 이 세상에서 좀 더 부유한 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옷을 짓는 개발도상국가에 사는 빈곤한 사람이 마치 성을 표현하는 활동을 한다는 제안과도 흡사하다. 이 전략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그릇된 전제에 기대어 성매매와 관련한 생각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며, 성소 - P347
수자들의 적법한 권리를 합당하게 주장할 수 없는 성매매가 그럴 권리가 있는 것처럼 상정하면서 성매매와 관계된정치적 풍토를 바꾸려 한다. - P348
성매매를 벗어나자 성매매를 살아내던 삶에서 그것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매일을 살게 되었다. 성매매를 견뎌내던 삶에서 면밀히검토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그 삶 각각에는 나름의 고통이있지만 바뀐 삶에서는 분열되는 느낌과 새로운 씨름을 해야 했다. - P351
언제나 글을 썼다. 10대에는 종잇조각들, 상자, 맥주 받침 뒤에다 끄적거리곤 했다. 공책, 책 앞뒤에 붙은 백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급하게 찢어 낱낱이 흐트러진 종이 쪽지들로 가방이 꽉 차곤 했다. 영수증은 모두 펼쳐서, 납작하게 눌러 뒷면에 반 정도만 알아볼 만한 낙서로 뒤덮었다. 한번은 여성 경찰관에게 붙잡혔는데 그 경찰관이 내시와 운문 들을 읽는 부끄러움을 참아야 했는데,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이거 네가 쓴 거니?"라고 물었다. 수치가 증발했다. 비웃을 거라 짐작했다. 대신 그 경찰관이 감동해나도 감동받았다. 내가 살던 삶이 내게 적합하지 않음을 누군가 생각해줬다는 사실을 알아서 좋았다. - P355
뜨거운 컵이 탁자 위에 남긴 동그란 자국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성매매 경험으로 나는 두드러지고 자국이 남았다. 상관없다. 경멸을 거절하는 일은 내가 잘하는 일 중 하나이다. 성적인 경멸감과 사랑에서 오는 친밀감이 다름을인식하는 일은 다르다. 강렬한 진실은 남자가 섹스를 통해사랑을 표현할 때 놀라운 치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인데, 이성애 여성이 특히,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이 그 사실로인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고마워하는지 남성들이 이해하고 알기를 바란다. - P362
아무런 수식어가 붙지 않은 여성으로서 여겨지는 느낌을 알기 전에도 이미 수년 동안 여성이었다. 하지만 마침내이제 나와 비성매매 여성으로서 나의 새로운 정체성이 머뭇거리며 만나 친밀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현실을 경험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 느낌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질감을가진다. 이 느낌을 꼭 붙든 채 더 쌓아나가고 싶고, 내 자신에대해 생각할 때 언제나 이렇게 더 가깝게 다가가 성매매 경험을 들여다보면서 그 경험을 그저 응시하는데 머물지 않고 현재의 나로부터 이전의 나를 풀어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 P365
성매매 여성이던 당시 의사와는 보통 성매개감염병 검사에 관한 얘기를 주로 했고 그렇지 않을 때는 구매자들이 부러뜨린 뼈를맞추려고 응급실에 갈 뿐이었다. 우리 건강에 대한 염려는거기서 시작하고 끝났다. 신체적 기능을 유지할 뿐,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건강 관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성매매 여성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이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성매매에 유입된 채로 항우울제를 받으러 의사에게 가는 일은, 골초처럼 담배를 피우면서 폐암 치료를 받는 일 만큼이나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여성들이 알기에 이런 상황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성매매에 근접해 있는 한성매매란 항우울제 한 갑으로 피할 수 있는 해악이 아니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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