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장 아동기를 없애자
페미니즘과 아동기를 없애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페미니즘 철학 입문>에서 파이어스톤 편을 읽었다. 오타가 남발하고 말투도 좀 어색한 것(쉽게 쓰려고 한 의도임은 알겠음)을 제외하곤 읽을 만했다. 어쨌든 덕분에 우리 사회 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결지을 수 있어서 파이어스톤의 논지의 핵심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등의 구분이 생기는 것이야말로 억압을 만들어내는 기제인 듯 싶다. 어렸을 적 나도 모르게 의기소침했던 적이 많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 시기엔 뭘 해야 하고 이 시기엔 뭘 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제도는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유지하는 핵심 산물일 것이다.
현재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한 학교 교육이 아니라면 학생들은 좀 더 창의성 있게 자라지 않을까. 그놈의 객관식 유형 문제 좀 없애고 아이들이 원해서 찾아서 하는 활동이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핵가족 형태가 중산층 계급을 위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돈이 없는 하층 계급들은 이미 착취당한 상태에서 시작하므로. 아이들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하층 계급이라는 것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경제적 계급이 다른 아이들 사이의 생활상의 차이점은, 여성 선거권의 시대와 우리 시대까지 그대로 존속되었다. 중산계급의 생식적 동산動産이었던 아이들은 우리가 겪었던 것보다 더 혹독한 정신적 압박을 견뎌야 했다. 여성들도 그랬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상쇄하는 경제적 보호를 받았다. 하층계급의 아이들은 특별히 아이들로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계급에 기초해 착취되었는데, 아동기의 신화는 너무 환상적이어서 그들에게는 아무 쓸모 없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중산계급 가족구조의 욕구를 위해 만들어진 아동기라는 신화가 얼마나 임의적인지 구체적으로 보게 된다. - P140
사실상 근대적 의미의 가족은 자본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요. 부권제 역시도 부계 상속을 통해 유지된다는 점에서 사적 소유의 재산권과 뗄 수 없어요. (...) 그런 점에서 파이어스톤이 가족을 해체하자고 하는 건 근대적 의미의 가족, 즉 착취의 최소 단위일 수도 있겠죠. - P275
지금은 어린이와 어른 사이에 단절적인 지점이 명확하게 있죠. 성인과 비성인의 나이 기준이 법적으로 존재하고, 성년의 날이라는 것도 있고요. 그런데 파이어스톤은 예전에는 성인과 비성인 사이에 이런 불연속적인 분기점이 없었다는 걸 강조해요. 가장 큰 이유는 성인이 아닌 존재를 섹슈얼리티가 없는 존재로 여기는 구분을 파이어스톤이 의문시하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가부장적 근대 가족 체계 안에서 미성년은 섹슈얼리티와 무관한 순수한 존재로 묘사하지만, 어느 순간 불연속적으로 급격하게 섹슈얼리티를 갖는 존재처럼 설명될 수 있느냐는 거죠. 파이어스톤은 인간의 생애사를 구분 짓는 가부장제의 방식에 반대하면서 어찌보면 논란적일 수도 있는 주장을 합니다. 바로 아동기를 없애자는 거예요. - P284
그러니까 결론은 페미니스트 혁명에 "아동기 구분 따위는 없애자"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세 시대에는 아동기와 같은 것이 없었다. 아이들에 대한 중세의 관점은 우리의 관점과 무척 달랐다. ‘아동중심적‘이 아니었을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어른과 구분되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다. - P114
아이는 가족생활에서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커다란 가부장제 가구의 한 구성원이었을 뿐이었다. - P116
학교(전문화된 기술만을 위한)는 나이와 상관없이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배움을 전했다. 도제제도는 어른에게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열려 있었다. 14세기 이후, 부르주아지와 경험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이 상황은 서서히 진전하기 시작했다. 아동기라는 개념이 현대 가족의 부속물로 발달된 것이다. 아이들과 아동기를 묘사하는 용어들이 만들어졌고(예를 들어 불어로 ‘아기 lebebé‘), 그리고 특별히아이들을 지칭하는 다른 용어들이 만들어졌다. [children에 ‘성질‘, ‘상태‘, ‘성격‘을 나타내는 접미사 -ness을 붙인] childreness’는 17세기 내내 유행어가 되었다.(그 후로 그런 용어는 예술과 생활방식으로 확장되었다. - P117
여성 존중처럼 아동 존중’은 여전히 더 큰 사회의 일부였을 때인 16세기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가, 명백하게 억압받는 집단을 형성하는 지금에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아이들의 소외와 분리가 시작되었다. 아동중심적인 새로운 부르주아 가족은 끊임없는 감시를 수반했고, 초기의 모든 독립성은 없어졌다. - P118
남자아이의 복장은 특히 성과 아동기의 경제적 계급과의 관계를 드러낸다. 남자아이의 복장은 대략 세 단계를 거치는데, 우선유아는 배내옷에서 여자의 원피스로 바뀐다. 다섯 살 때쯤에는 윗옷의 깃처럼 성인 남성 복장의 요소를 가진 긴 옷으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소년이 되면 군인 휘장을 완비한 옷으로 나아간다. - P119
소녀들의 복장은 어떤가? 여기에 놀라운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아동기는 여성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자아이는배내옷에서 곧장 성인 여성의 복장으로 간다. - P120
우리는 또한 새로 생긴 아동기라는 개념의 계급적 기초를 그것과 함께 생긴 아동교육 제도에서도 볼 수 있다. 아동기가 추상적 개념일 뿐이라면, 근대의 학교는 그것을 현실화한 제도이다.(우리 사회에서 생애주기에 관한 새로운 개념은 제도들을 둘러싸고 조직된다. 예를 들어 19세기에 만들어진 청소년기 adolescence는병역에서 징병을 용이하게 하려고 만들어진 것이다.) 근대의 학교교육은 사실상 아동기라는 새로운 개념을 명료하게 했다. 학교교육은 재정의되었다. 더 이상 성직자나 학자에게 국한되지 않았고, 아동기로부터 남성기로의 과정에서 사회적 입문social initiation의 정상적 도구가 되도록 넓게 확장되었다.(진짜 성인기를 맞아볼 일이 없는 소녀들과 노동계급 소년들은 수세기 동안 학교에가지 않았다.) - P121
새로운 학교교육은 아이들을 성인 세계로부터 점점 더 오랜기간 동안 효과적으로 분리시켰다. 그러나 어른으로부터 아이들의 격리, 그리고 성인기로 이행하는 데 요구되는 가혹한 입문 과정은 아이들의 능력에 대한 멸시와 체계적인 과소평가가 커져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 P123
아이들의 건강 이상으로 현대의아동기를 이해하게 하는 핵심 단어는 행복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의 아동기만 있다는 것, 요점은 바로 그것이다. - P135
젊은 성인들은 아이들로부터 인위적으로 격리됨으로써 생긴 공허감을 채우려는 필사적인 시도로그들 자신의 아이들을 가질 꿈을 꾼다. 그러나 그들이 임신, 기저귀, 유모, 학교 문제, 편애, 싸움으로 곤경에 빠질 때가 돼서야 비로소 그들은 다시 한 번 짧은 시기 동안 아이들이 나머지 우리들과같은 인간임을 보게 된다. - P137
상대적으로 어른들에 비해 자연적인 육체적 열등감은 아이들은 훨씬 더 약하고 작다 우리의 현재 문화에서 보상되는 것아니라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아이들은 여전히 법적 ‘미성년자‘들이고 시민권도 없으며 부모의 임의적인 소유물이다. - P138
경제적 계급이 다른 아이들 사이의 생활상의 차이점은, 여성선거권의 시대와 우리 시대까지 그대로 존속되었다. 중산계급의생식적 동산動産이었던 아이들은 우리가 겪었던 것보다 더 혹독한 정신적 압박을 견뎌야 했다. 여성들도 그랬다. 그러나 그들은그것을 상쇄하는 경제적 보호를 받았다. 하층계급의 아이들은특별히 아이들로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계급에 기초해 착취되었는데, 아동기의 신화는 너무 환상적이어서 그들에게는 아무 쓸모 없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중산계급 가족구조의 욕구를 위해 만들어진 아동기라는 신화가 얼마나 임의적인지구체적으로 보게 된다. - P140
이상적으로는 완전한 충족(무조건적)이 되어야 할 어머니의 사랑이 아이를 사회적으로 더 승인받는 행동으로 이끌기위해 아버지의 사랑 방식대로 행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와의 적극적인 동일시가 요구된다.(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는 다소나중에, 즉 아이가 학교를 가는 시기에 이 동일시가 일어날 수 있다.) 그때부터 사춘기까지 아이는 어떠한 성적인 욕구도 인정하지 않는 비성적인 생활을 해나가야만 한다. - P142
계몽된 교육자들이 아이가 학교를 받아들이도록 유인하고 끌어들이기 위하여 내적으로 흥미를 가지고배울 수 있는 전체 제도를 고안한다 할지라도 그러한 것들은 절대 완전히 성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 자신의 방식과 방향의 호기심에 기여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학교는 개념상 모순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 P145
아이들은 깨어있는매 순간 억압당한다. 아동기는 지옥이다. 그 결과는 불안한 사람, 따라서 공격적-방어적이고, 흔히 우리가 아이라고 부르는 몹시 불쾌한 작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경제적, 성적 그리고 일반적인 심리적 억압에 의해 그들은 부끄러워하고, 정직하지 못하고, 악의적인 정체를 스스로 드러낸다. 이러한 불쾌한 특성들은 결국 아이들을 나머지 사회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을 강화한다. 그래서 그들의 양육, 특히 인격형성의 가장 어려운 단계에서의 양육은 기꺼이 여성에게 양도되는데, 여성들은같은 이유에서 그러한 인격적 특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아이를 가지는 것과 관련된 자아보상ego rewards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보이는 남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아이들에게합당한 정치적 중요성을 인정하는 남성은 더 적다. 그러므로 (과거에 아동이었고 여전히 억압받는 아동여성인)혁명은 페미니스트 혁명가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한 어떤 기획에도 아동 억압을 포함시켜야만 한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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