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몸

나는 다이어트를 죽도록 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마지노선 같은 게 있어서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의식을 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땐 하루에 한 끼를 먹기도 하고 저칼로리의 식사를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몸을 정상 범위에서 넘어가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여러 연구 결과로 보여지지만 대부분의 여성이 비만과는 거리가 멀고 마르거나 저체중의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항상 다이어트에 목을 맨다.
보이는 매체에서는 언제나 날씬하고 마른 몸들이 나오고 주변 남성들은 거기에 대놓고 비교를 하며 핀잔을 던진다.
여기에 왜 우리는 분노하지 않는지 곱씹어보아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다이어트는 너무 혹독한 것 같다. 이제는 청소년도 아닌가? 초등학교때부터 본인의 몸이 살이 찐 것이 아닌지 체크하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여성이 뚱뚱하다고 해서 그 자체로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이 뚱뚱한 것이 대중이 열정을 쏟는 주제가 되고 여성이 뚱뚱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신화 아래서는 여성의 몸이 우리 몸이 아니라 사회의 몸임을, 마른 것이 개인의 미학적 특징이 아니고 굶는 것이 공동체가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것임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마른 것에 문화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여성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여성의 복종에 집착하는 것이다. - P300

아름다움의 신화는 지방을 없애야 할여성의 쓰레기, 암 같은 것, 몸에 침투한 메스꺼운 오물 덩어리, 활성물질은 아니지만 겉보기와 달리 위험한 것으로 그린다. 그저 몸에 있는 물질일 뿐인 것을 이렇게 악마처럼 그리는 것은 그것의 물질적 속성 때문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여성 혐오증 때문이다. - P307

반쯤 굶게 하는 이데올로기는 페미니즘의 성과를 무력화한다.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것은 정신에서도 일어난다. 남성의 몸은 옳은데 여성의 몸은 옳지 않고 과거에도 줄곧 그랬다면, 남성은 옳고 여성은 그르다.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자신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라고 가르쳤는데, 굶주림은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가르친다. 여성에게 "나는 뚱뚱한 내 허벅지가 싫어"라고 말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자신이 여성임을 싫어하게 한 것이다. 여성이 세상에서 경제적으로독립하고 일을 좌우하고 교육받고 성적으로 자주적일수록, 세상은 여성의 몸이 빈곤하고 통제할 수 없고 바보 같고 성적으로 불안하길 바란다. - P315

여성이 섹스와 음식, 육체를 모두 누릴 수 있음을 믿지 못하게 하는것은 건강, 남성의 욕망, 사랑스러워지는 법이 아니며 오로지 정치적이데올로기뿐이다. 그런데 젊은 여성들이 이를 의문의 여지없이 받아들인다. 섹스와 음식, 육체를 풍부하게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세 가지는 서로 배타적 관계에 있다는 그 말을. - P321

여성은 거식증을 사회질서가 가하는 정치적 손해로 주장해야 한다.
사회질서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여성이 그렇게 여기기 때문이다. 여성은 이것이 여성의 수치가 아니라 비인간적인 사회질서의 수치임을 알아야 한다. 유대인이 죽음의 수용소를, 동성애자가 에이즈를그렇게 보듯이.
거식증은 포로수용소다. 잘 교육받은 미국 젊은 여성 5분의 1이 그곳에 갇혀 있다. 수지 오바흐는 거식증을 정치범, 특히 여성 참정권론자들의 단식 투쟁에 비유했다. 그러나 비유할 때는 이미 지났다. 거식증 또는 폭식증 환자라는 것은 곧 정치범이라는 의미다. - P332

아름다움의 포르노의 압력은 성취의 압력과 결합해 젊은 여성을 그들이 가장 취약한 곳으로 내몬다. 자신의 성을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가지와 연결해 탐구하도록 한다. 아름다움의 포르노는 젊은 여성이 자신을 성적이면서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려면 섭식장애가 불가피한 것처럼, 아니 바람직하기까지 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 P340

청소년기도 되기 전에 다이어트를 하는 일이 최근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 우리가 알기로는 4학년과 5학년에서도 다이어트가횡행한다" 라고 전국 거식증 및 관련 질병 협회 회장인 비비안 미한 Vivian Meehan은 말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여중생 494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자신을 과체중이라고 했지만 의학적 기준으로 과체중인 사람은 15퍼센트밖에 안 되었다. 아홉 살짜리들도 31퍼센트가 자신이 너무 뚱뚱하다고 생각했고, 열 살짜리들도 81퍼센트가 다이어트를 했다. - P342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강간당하거나 임신하거나 통제가 불가능해지거나 그냥 지금 뚱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0대 소녀들은 이것을 잘 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하라고 하니까. 그들은 결국 자기 몸을 풍경으로 만들어 얌전하게 길들이는 것이 어떤 종류의 야생보다 낫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에게 다이어트는 조심하는 것이고, 기아 수용소에 들어가는 것은 극도로 조심하는 것이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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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0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가 지금 읽고있는 다이어트의 역사~ 랑 겹치는 부분이 많네요. 다이어트의 역사 읽고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

거리의화가 2022-02-20 14:15   좋아요 2 | URL
다이어트 부분 많은 여성들이 은연 중에 너무 많은 자학을 가하는 파트인 것 같습니다. 책 이어서 읽으시면 공감 팍팍 되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