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아름다우면 지성이 없고 지성이 있으면 아름답지 않다?
꽤 오랫동안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여온 명제이다.

여성 잡지를 본 것은 10대 후반, 20대 초반 몇 차례 본 게 다이다. 지금은 여성 잡지를 보지 않지만 그때 내가 왜 잡지를 보려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여성 잡지를 보면서 한번도 여성 해방을 위해서 기여했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다. 소비를 조장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옷, 화장품 등등) 광고주와 남성이 원하는 듯한 이미지의 얼굴들을 배치한 것이 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몸이 신경쓰이는 것을 볼 때 나의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여성이 남성의 문화에서 "아름다움"일 뿐인 것은 그래야 문화가 계속 남성의 문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화에서 여성이 개성을 보이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바람직한 여성인 꾸밈없는 순진한 처녀와 대립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여성이다. 아름다운 여성 영웅은 형용 모순이다. 영웅은 개성 있고 흥미롭고 끊임없이 변하는데 "아름다움"은 일반적이고 따분하고 고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 P104

문화는 여성을 아름다우면 지성이 없고 지성이 있으면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단순화함으로써 아름다움의 신화에 맞게 여성을 정형화한다. 여성에게 정신과 육체 가운데 하나만 허락하고 둘을 모두 허락하지 않는다. 여성에게 이런 교훈을 가르치는 일반적 알레고리는 예쁜 여성과 못생긴 여성을 짝짓는 것이다. - P105

서양 문화에편입되도록 사회화되고 있는 아이에게 그것은 위대한 남성은 지적 모험, 진보, 공공선을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쓴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미래의 여성인 여자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은 남성이 만들었고 그녀의 지적 모험으로 남성이 처음으로 질병과 죽음을 맞이했다고 배운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이야기를 읽는 여자아이들에게 자기문화의 도덕적 일관성에 회의를 느끼게 한다. - P107

여성지는 여성의 진출과 함께 등장했고, 동시에 아름다움의 신화도 진화했다. 1860년대와 1870년대에 거튼과 뉴넘, 바사, 래드클리프등 여성 고등교육 기관이 세워져 역사가 피터 게이Peter Gay가 쓴 대로
"여성해방이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성을 계냥해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체계도 완비되어 〈퀸
"5The Queen>과 <하퍼스바자Harper‘s Bazaar)가 창간되고, 영국 여성의 가정잡지English Women‘s Domestic Magazine)의 발행 부수가 두 배 증가해5만 부가 되었다. 여성지의 성장과 발전은 대규모 자본 투자 덕분이기도 했지만, 문맹률이 낮아지고 중하층 여성과 노동자 계급 여성의 구매력이 증가한 덕분이기도 했다. 아름다움의 민주화가 시작된 것이다. - P109

고무되어 바쁘게 일하느라 하루 종일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예전과 같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게할 수 있을까? 예전처럼 불안해서 소비하게 만들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신비 이데올로기와는달리, 일하는 여성들이 사무실로 가져갈 수 있게 서류가방 크기의 신경증이어야 했다. 프리단의 말을 바꿔 말하면, 일하는 여성이 야심 찬미인으로서 해야 할 정말 중요한 기능은 몸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사는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일하는 여성을 스스로를 싫어하고 늘 실패하며 배고프고 성적으로 불안한 야심 찬 "미인" 이라는 상태에 가두면 더 많은 것을 살 거라는 생각을 해낸 게 틀림없다. - P114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여성지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페미니즘 사상을 널리 대중화했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신문과 잡지보다는 분명히 그랬다. 여성운동이 제기한 문제들이 바리케이드를 넘고 상아탑 밖으로 퍼져 노동계급 여성과 농촌 여성,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여성의 삶에 파고든 것은 이 화려한 여성지를 통해서였다. 이렇게 보면 여성지는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도구다. - P122

여성지에서 아름다움의 신화에 관한 메시지를 결정하는 것은 광고주들이다. 그러나 독자와 잡지의 관계가 독자에게 그런 메시지가 어떻게광고주의 필요에 영향을 받는지 분석하도록 장려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독자와 잡지의 관계는 감정적이고 은밀하며 방어적이고 불평등하다. - P125

여성이 잡지에서 아름다움의 신화 측면에 반응하는 것은 꾸미기여성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것이 대개는 기분 좋은 일이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잡지 말고는 여성이 여성의 문화에 그렇게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을 세대별로만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외모를 토대로도 서로 경계하도록하여, 개인적으로 모르거나 좋아하지 않는 모든 여성으로부터 자신을고립시키게 한다. 여성에게 절친한 친구들의 네트워크가 있지만, 신화와 최근까지 여성이 처한 상황이 여성을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에서대인관계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지 않았다. 즉, 여성이 개인적으로 모르는 여성과 동질감을 느낄 줄 모르게 했다. - P127

연구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포르노가 갈수록 폭력적이 되고 있다. (마구 베고 죽이는 슬래셔 영화 제작자인허셸 고든 루이스가 말했듯 "내가 우리 영화에서 여성의 사지를 절단하는 것은 그래야흥행이 잘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34

스타이넘은 바뀌어야 할 것은 광고주라고 믿는다. 그리고 변할 거라고 믿는다. 아마도자기 생전에는 아니겠지만. 하지만 여성도 바뀔 필요가 있다. 여성이대중매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계속 "머리 감는 법"을 지시해도 지시에 따를 거라는 기대에 저항할 때만, 광고주들도 여성지도남성지 못지않게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인정할 것이다. - P137

에어브러시로 여성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는 일은 흑인의 긍정적이미지를 위해 피부색을 엷게 할 때와 같은 정치적 반향을 불러일으킬것이다. 그렇게 손질했을 때 검은 피부색에 내리게 되는 가치 판단을여성 삶의 가치에도 내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적을수록 좋다는 말일것이다. 에어브러시로 여성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는 것은 여성의 정체성과 힘, 역사를 지우는 것이다. - P139

여성조차여성이 "아름다움" 없이도 흥미롭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여성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여성이 그것을 읽기 위해 큰돈을 지불할 것인지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아름다움의 사고를 섞지 않아도 과연 여성이 잡지를읽을까?
(중략)
여성이 지금 사방에서 "아름다운" 얼굴과 몸을 보는 것은 문화가 마법을 부려 투명한 남성의 환상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광고주들이 무차별적 이미지 폭탄 투여로 여성의 자부심을 꺾어 제품을팔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남성과 여성 모두 얼굴과 몸의 이미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신화가 지금보다 몇 배나 더 강력해질 것이다. -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