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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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 속을 두드린 것은 두 가지 질문이었다.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버라이어티할 수가 있지?'

'대체 무엇이 그의 삶을 지탱하게 했을까?'


이 책은 빅터 프랭클의 일대기가 오롯이 담긴 자서전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와 집필한 책이 전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해주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동안 그가 말하지 않았던 내밀한 이야기들을 전해 주고 있다.


빅터 프랭클은 부모님을 참 많이 사랑했구나 생각했다.

인자한 어머니, 엄격하지만 책임감과 의무감이 강했던 아버지 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는 아이. 정말 행복한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잘 만들어냈다고 한다. 

나는 아이디어가 정말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쾌감을 거의 느껴본 적이 없는데 부러웠다. 

또 재치 있는 말과 유머로 사람을 웃겨서 강연 때 청중들을 모조리 내 편으로 만든다고 한다. 

나는 말도 재미 없게 하고 글도 딱딱한 편이라 정말 부러웠다. 그런 재주를 가졌다면 문화해설사를 도전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가 정한 원칙에 끊임없이 의심을 품고 화가 나기도 하고 원칙을 지키지 못할 때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는 면은 나와 정말 비슷했다.

지금은 좀 내려놓으려고 하는 편인데 예전엔 무자르듯 기준이 칼 같아서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했다.

진한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도 똑같다. 나는 카페인을 복용하지 않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 해도 그는 천재가 분명하다.

남을 치료해주는 능력도 가지고 있고 강연도 하고 암벽 등반을 80세 때까지 했고 작곡도 즐기고. 이리도 많은 재주를 가졌다니~ 


세살 때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청소년 때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평생 철학자로 살고 싶었다고 한다.

의사는 결국 이루었고 소설가는 아니지만 글을 써서 집필했고 로고테라피로 심리 이론을 세우고 평생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며 살았으니 철학자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태어난 집 건너편엔 아들러가 살고 있었다고 하고 의과대학생 시절 프로이트를 만나기도 했다.

아들러가 만든 국제 개인심리학회지에 프랭클의 논문이 실리기도 했지만 아들러가 개인심리학회 탈퇴를 요구하여 탈퇴하게 된다. 거기서 나와 의료심리학회를 창립하고 본인의 이론인 로고테라피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1937년 정신병원을 개업했지만 1년 뒤 3월 히틀러 군대가 오스트리아 빈을 점령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수용소에 가서 그와 마주한 가족의 이야기는 슬프다고 하기에도 그 크기가 너무 큰 그런 것이었다.


미국으로 가는 입국 비자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부모님을 남겨두고 가지 못하고 결국 그곳에 남는 결정을 했을 때.

수용소에 가기 전 아내를 만났고 결혼했지만 그것이 결국 나치가 허가하는 마지막 유대인 커플이 되었을 때.

그마저도 짧은 9개월의 결혼 생활 중 레지엔슈타트 수용소에 가게 되었을 때. 그곳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아내가 따라왔을 때. 그마저도 며칠 있다가 프랭클이 카우페링 제3수용소로 가게 되어 헤어지게 되었을 때.

마지막 수용소로 가 발진티푸스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호흡곤란이 찾아와서 죽음을 각오하고 막사를 탈출했을 때.

시간이 지나 1945년 4월 27일 수용소에서 풀려났지만 아내가 죽고 어머니와 형이 수용소에서 모두 숨을 거둔 걸 알게 되엇을 때.


역자도 말미에 이야기하는데 눈물 없인 이 이야기를 옮기기가 참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나도 그랬을 것 같다. 아무리 메마른 사람이라도 억장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던가.


수용소만 생각하면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집필 의지가 있었고 삶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졌기에 그는 끝내 살아남았고 많은 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의지를 전해주었다.

이것이 진정한 자기초월의 가치가 선한 영향력이 된 경우가 아닐까.


그리고 두 번째 아내를 만난 것도 그의 안정감에 한 버팀목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남은 생이 더 즐겁고 편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한다.

나의 자서전을 쓸 수 있는 이는 나 밖에 없고 글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3년 동안 나는 테레지엔슈타트, 아우슈비트, 제3카우페링 수용소, 튀르크하임 수용소, 네 군데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끝내 살아남았습니다. - P122

‘여기 오지 말았어야 해. 탈출했어야 해. 미국으로 망명했더라면 내 평생의 과업을 다 이룰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분명 강제수용소는 내가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시험대였다는 것을. 내가 자주 강조하듯이 자기 초월과 자기 상대화에 있어서 인간이 얼마나 무능한지,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제수용소에서 확인했죠. - P125

나는 연대책임에 반대합니다. 악을 악으로 갚으면 불행의 역사는 끝나지 않습니다. - P131

"9,000달러로 살 수 없는 게 시간이에요. 저에게 사고 싶은 게 있는지 묻는다면 시간입니다.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요. 9,000달러를 줘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주어도 제 시간을 팔고 싶지 않아요." - P153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책임감! 우리는 내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로고테라피 치료의 원칙은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이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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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04 2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빅터 프랭클 인간적으로 너무 멋진 사람, 세기의 천재 , 진정으로 환자를 위해 쉼 없이 연구하고 진료 했던 의사
전 이분이 쓴 로고테라피 읽고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도 받고 제 자신의 상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ㅎㅎ

재치 있는 말과 유머로 사람을 웃겨서 만나면 모두 내편으로 만들지만
전, 차마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습니다....

화가님의 자서전 쓰기
응원 합니다 ^ㅅ^

거리의화가 2022-02-05 06:55   좋아요 2 | URL
빅터 프랭클 인간적으로 참 멋진 사람이다 생각했어요.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게 살아남은 그의 이야기가 울림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주변에 그를 아끼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한몫 한 것 같구요.
저는 자서전 쓰려면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니 자서전 글감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다만 어떻게 잘 풀어내는지가 문제일 것 같네요.

mini74 2022-02-04 23: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제로 낙태 수술 하는 내용 너무 슬펐어요 ㅠㅠ 유대인들의 힘이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잊지않고 여유로움울 가지는 거란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대단한 분 !

거리의화가 2022-02-05 06:57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저도 그 부분 펑펑 울었어요. 차마 못할 짓입니다. 이분이야말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비관하지 말고 좀 더 밝게 보자 라는 생각도 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