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동성애는 종종 아름다움, 사랑, 폭력, 죽음 등에 대해 문화적으로 귀중한 관심을 구현하는 것으로 비친다. 토마스 만의 소설 베네치아의 죽음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남성 동성애자는 생물학적 재생산이라는 명분보다는 훨씬 더 영적이고 성적인 명분을 위한 순교자로 간주된다. 남성에 대한 남성의 사랑은 여성과 아이들이 얽혀 있는 딱하고 구차스러운 가정의 대소사보다 훨씬 실재적이고 고양된 것으로 보인다. 플라톤식 ‘유심론’과 그것이 암시하는 모든 것(‘사랑’ 없는 섹스와 섹스 없는 사랑에서부터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은 서구 문화의 기본적인 가치이다.
레즈비언은 그처럼 영광스럽게 확장시킬 만한 역사와 선조들이 없다. 레즈비언 어머니와 할머니는 이성애자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남자와 생활했으며, 생산수단을 통제하지 못했다. 레즈비언은 여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 대다수는 전통적으로 남성 동성애자보다 훨씬 가정적이고 관습적이며 성적으로 일부일처제에 순종한다. 여성들은 이런 특성을 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그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젠더는 인종, 계급, 혹은 성적 지향보다도 근본적인 가늠 기준으로 작용한다. - P362

여성 동성애는 남성 동성애만큼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그 대신 대다수 여성은 그 존재 자체가 법적으로 완전히 배제되는 ‘처벌을 받았다’. 그 수에 있어서는 아마도 레즈비언보다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은 성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 모두에서 훨씬 크게 억압된다. 따라서 그들은 동성애 남성이나 이성애 남성들보다 경제적으로 무력할 뿐 아니라 성적으로도 훨씬 더 소심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남성이 동성애자로서 살아남는 것보다 여성이 레즈비언으로 살아남기가 훨씬 더 힘들다. - P363

어떤 면에서는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보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이론상으로는 훨씬 쉽다. 이른바 여성의 ‘남성화’가 남성의 ‘여성화’보다 쉽게 받아들여진다. 여성적인 모든 것은 경멸당한다. 여자가 바지를 입고 집 밖에서 일을 하는 것이 남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렇지만 나는 궁금하다. 누가 자진해서 자기 발을 묶겠다고 하겠는가? - P365

여성은 ‘두뇌’ 아니면 ‘성기’, ‘가슴’ 아니면 ‘성기’, ‘어머니’ 아니면 ‘성기’라는 양자택일을 할 때라야만 남성에 의해 받아들여진다. 여성은 정서적이고 지적인 동시에 성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다. 여성이 이 세 가지 능력 모두를 발전시키기는 대단히 힘들다는 점은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다. 여성은 정서적이고 지적이며 성적인 능력을 누구와 공유할 수 있는가? 자기 비하, 성적 소심함, 이성애를 모델로 한 역할놀이를 극복하려고 하는 레즈비언, 특히 페미니스트 레즈비언들은 지금 시점에서 인간으로서의 여성에게 산파 어머니 언니 딸 애인이 될 수 있다. - P368

그들의 성적 경험은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현실로 남아 있다. 그들의 경험은 어머니, 고용주, 학급 친구, 어린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없으며 심지어 심리치료사와도 공유할 수 없다. 그들이 느끼는 현실감각, 그들이 인지하는 쾌락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혹은 기껏해야 차선이며 위험한 것으로 취급된다(나는 심리치료사가 환자의 이성애 경험에 관해 적극적으로 물어본다든가, 조심스럽게든 공공연하게든 레즈비언의 경험을 ‘규정’하는 것에 관해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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